미륵산 산행기

 

    봄이 오는 길목에 터질듯 한 꽃봉오리 가슴에 달고 목련꽃 곱게 피는 날을 기다리며, 그리움 가득 담고 아침을 열었다. 회원님들 모두가 첫눈 오는 그날처럼 눈웃음 가득 머금은 수줍은 눈망울이고, 그 안에는 소중한 꿈이 담긴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간이 남을 때 찾는 우리 회원이 아니라, 바쁜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회원들이고, 이것은 끝없이 이어질 인연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늘 함께 할 수 있는 인연! 이것으로 작은 행복을 느끼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산악회였으면 좋겠다.

 

인  원: 34명
산행지: 통영 미륵산

일   자: 2006. 2.26.

 

미륵산

통영시 남쪽, 미륵도 중앙에 우뚝 솟은 위풍당당한 산이 미륵산(461m)이다. 미륵산을 용화산(龍華山)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 산에 고찰 용화사가 있어 그렇게 부른다고도 하고, 또 이 산은 미륵존불(彌勒尊佛)이 당래(當來)에 강림하실  용화회상(龍華會上)이라 해서 미륵산과 용화산을 함께 쓴다고도 한다. 미륵산 자락에는 고찰 용화사와 산내 암자 관음사, 도솔암이 있고 효봉문중(曉峰門中)의 발상지 미래사가 있다. (중략)

 

등산코스 : 용화사 광장→ 관음사→ 도솔암→ 작은망→ 미륵재→ 정상(큰망)                                           → 미래사→토굴암 →시산제

 

용화사광장:11시10분
관음사    :11시25분
삼거리    :11시30분
도솔암    :11시35분
작은망    :11시50분
미륵재    :12시10분
큰망(정상 미륵봉):12시39분
미래사    :13시50분
토굴암    :14시10분
시산제    :14시55분


산행시작

어제 오후까지 비가 내려 많은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도 비는 오지 않았다. 일기예보에는 비바람이 동반 할 것이라고 했지만, 마침 날씨가 맑게 개여서 오늘 산행은 아주 기분 좋은 산행이 될 것이라는 기분이 든다.

 

관음사


콘크리트 포장도로 시작으로 15분 정도이면, 관음사에 도착한다. “당래선원”이라는 현판이 걸려있고, 절 마당에는 열대야자수와 동백나무 몇 그루가 있다. 만고의 진리를 향해 모든 것 다 버리고, 초연히 홀로 걸어가기를 원하는 스님 한분이 계시고, 뜰 안에는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절이었다.

 

삼거리


여기에서 미륵재로 갈 사람과 작은 망으로 갈 사람으로 나눈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갈등하는 회원도 있고, 일찍이 지름길(미륵재)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도솔암


도솔암은 삼거리에서 2-3분이면 도착한다. 이 암자는 고려 태조 26년 도솔선사가 창건하였고, 창건하기까지의 전설이 있다. 도솔선사가 암굴 속에서 참선하고 있을 때,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입을 벌리고 눈물을 흘렸다. 선사가 호랑이 목구멍에 꽂힌 비녀를 뽑아주었더니, 어느 날 호랑이가 아리다운 처녀를 업고 와서 선사 앞에 내려놓고 사라졌다. 선사는 기절한 처녀를 소생시켜 그녀의 집에 데려다 주었더니, 처녀의 아버지가 선사의 은혜를 보답하고자 3백금을 내어 놓아 이 암자를 지었다 한다.

 

작은망


높은 산이던 낮은 산이던 산위에서 보면, 평지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져다준다.  남해 청정 지역의 바다가 보이고, 오고가는 쪽배는 멀리 있는 벗을 찾아가듯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 배들은 아담한 포구에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불어오는 바다 냄새는 난향도 장미향도 꽃의 향도 아닌, 줄지어 늘어선 우리 회원들의 거친 숨소리 뿐이었다. 내게서 네게로 우리에게로 서로 잡아주고 땅겨주는 마음이었다. 회원들과 함께 산행하는 동안 얼마큼의 시간이 지나 갈지 모르지만, 함께 걷는 동안만은 언제나 파란 하늘빛처럼 맑음 가슴에 자리할 수 있으면 한다.

 

산도
바다도
나무들도
쪽빛바다들도
부러웁게
향긋한 봄내음
거친 숨소리도
동백
꽃가지
바람 담고
불러도 대답
없는 작은 별님에게
내 가슴 사연 담아 전해 주려무나


미륵재


삼거리 갈림길에서 곧장 올라오면 미륵재에 도착하고 우린 작은 망으로 돌아온다. 시간은 20여분 차이이다. 작은 망에서 미륵재까지는 0.5km이고 미륵재에서 정상까지는 0.8km이다.

 

정상(미륵봉)

 

정상에 서면 크고 작은 섬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큰 섬이 물길을 돌리고, 작은 섬이 파도를 막아주는 한려수도의 섬과 섬이 이어진 듯, 흩어진 듯 바다에 뿌려진 다도해의 풍광은 정겹기만 하다. 올망졸망한 섬을 끼고 있는 통영 미륵도! 쪽빛으로 햇살을 잡고 있고, 이 섬 저 섬을 끼고 돌며 숨을 죽인 바람은, 동백꽃 피우며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살며시 벌어지는 동백처럼 우리 목련산사람들도 봄이 오고 있었다. 옹기종기! 삼삼오오 모여 그 동안 못 다한 애기를 나누고, 펼쳐진 공양으로 이야기꽃 피운다.

 

미래사

 

미래사는 미륵의 섬에 미륵 부처님 오실 절이라는 뜻이다. 효봉대종사를 모시기 위하여 구산종사께서 토굴을 지어 미래사의 시작이고, 6·25 전란 직후인 1954년도에 창건하였으며, 주로 효봉 큰스님의 문도들이 주지를 하면서 차츰 키워온 선도량이다.   삼층 석탑에는 티베트에서 모셔온 부처님 진신사리 3과가 봉안되어 있다.

 

토굴암


   미래사 주위의 측백나무 숲은 전국 사찰 임야로써는 유일한 것으로서 70여 년 전 일본인이 심어 가꾸다가 해방이 되어, 미래사에서 매입하여 오늘날의 큰 숲으로 가꾸어 온 것이다. 오솔길 같은 측백나무 숲을 지나면 토굴이 나오고, 열대야자수와 함께 나란히 있다. 양손은 편 상태이고 얼굴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미륵불 밑에 토굴암이 있지만, 수도하는 스님들의 통제로 보지 못한다. 

 

시산제

 

산을 좋아하고 아끼는 우리들의 가장 큰 바램은 역시 안전산행이다. 아무리 산에 많이 오른 경험자라고 할지라도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인간은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산행 경험이 많고 노련한 분들일수록, 자연을 거슬리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고 동화하려고 노력한다. 시산제를 올리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의 안전 산행을 기원 드리며, 천지신명님께 큰 절을 올리오니, 이를 어여삐 여기시고 받아 거두어 주소서. 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