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5m봉서 본 존제산(703.8m)
     485.5m봉서 본 존제산(703.8m)

보성 존제산

1:25,000지형도=남내. 벌교. 조성

2006년 1월 8일 일요일 맑음(-7.6~5.6도)  평균풍속1.2m/s  일출몰07:47~17:30

코스: 석거리재11:00<5.1km>▲485.2m봉경유 주랫재<6.2km>존재산(703.8m)경유 모암재<3.2km>무남이재<2.0km>중촌마을18:00

[도상16.5km/ 7시간 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 전라남도 보성군과 순천시를 연결하는 27번 국도상의 석거리재 출발, 보성의 진산 존제산을 거쳐간 무남이재에서 조성면으로 하산하는 이번코스는 도상거리만도 16.5km나 되는, 당일치기 산행으론 제법 버거운 산행길이다.

더군다나 사전허락을 받아야만 군부대를 통과할 수 있는 번거로움과 꽉 들어찬 철쭉정글이 온몸을 할켜대는 남도길 최대의 난코스임을 감안할 때, 사전에 충분한 정보습득과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쳐야만 무사통과를 할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대표산으로 꼽을 수 있는 존제산(尊帝山703.8m)은 고려 충렬왕 작명설과 산줄기 서남쪽 장흥땅의 제암산(帝岩山778.5m)을 향하여 존경의 뜻으로 읖조린 산세라하여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건만, 동족상잔의 한국전쟁 이후론 정상부를 군부대가 장악하여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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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진 하면서 역방향으로 내려가는 이번코스 날등길에선 존제산의 존재는 우뚝하고, 뒤돌아보면 전남내륙지방으로 파고드는 정맥길 산세와 전면에 부각되는 백이산(582m)~금전산(667.9m)이 뚜렷하다. 순천시 별량면의 제석산(560.3m)을 솟구친 순천만의 올망졸망한 작은 섬들은 다도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가끔씩 나타나는 황금물결로 출렁이는 억새밭에서 조망되는 산길 진행방향 서남쪽의 백설에 뒤덮힌 산하들과 하얀색으로 빛나는 득량만을 굽어보며 걷노라면, 마치 하이얀 동화의 나라를 산책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

이번 코스 동. 남쪽으로 흘러내린 눈 녹은 물들은 순천만, 득량만으로 흘러들고, 서. 북쪽으로 내려간 골짝물들은 주암호로 모아져서 보성강~섬진강 물길따라 광양만으로 빠져든다.

존제산 정상서 본, 순천만
     존제산 정상서 본, 순천만
 

가는길: 순천~보성간의 4차선 국도 석거리재휴게소에서 서남진 하는 산마루 남쪽은 벌채지역으로 순천만의 조망이 좋다가, 숲속으로 들면 삼나무 주종의 침엽수림이 반긴다.

무덤 한 곳 지나서 억새 무성한 날등길에 아래그림의 독도주의지점이 나타나면 주능선은 무시하고 왼쪽으로 꺾어 들어야 쇠줄 쳐진 임도로 들어서게 되는데, 존제산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날등을 따르다가 [순천445-1986재설]삼각점이 박혀있는 485.5m봉에 서게 된다.

여기선 존제산의 전모가 정면으로 부각되지만, 산길은 급작스레 곤두박질 치면서 최근에 개통된 2차선 군도로 한 번 떨어졌다가 절개지 철계단을 타고 오르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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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갯마루 하나 넘어 주랫재에 당도하면 지형도완 달리 존제산을 향한 삼거리 작전도로에는 [등산객절대진입불가 **부대장]경고판이 내걸렸지만, 초병도 초소도 없어 통제없이 진입이 가능하다.

도로 따라 십여분 진행하다보면 오른쪽 날등길로 들기 쉽고 실제 산길도 잘 나 있다. 이 길 역시 반시간 정도 올라치면 다시금 작전도로로 나서게 되는데, 이후론 지름길도 없이 한국통신 중계탑까지 진행하게 된다.

계속 이어지는 도로에서는 군부대 정문을 향하던지 아니면 우회를 하던지 형편에 따라 결정을 해야하고, 정문 통과는 부대장의 승낙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므로, 그렇지 못하면 다른방법을 찾아야 한다.

첫봉(417m)올라서 본, 석거리재 뒤편의 백이산(582m)~금전산(667.9m)
  첫봉(417m)올라서 본, 석거리재 뒤편의 백이산~금전산(667.9m)
 

첫봉(417m)올라서 본, 순천시 별량면의 제석산(560.3m)
  첫봉 올라서 본, 순천시 별량면의 제석산
 

독도주의 지점, 날등을 버리고 서남쪽으로 진입해야..
  독도주의 지점, 날등을 버리고 서남쪽으로 진입해야..
 

작전도로에서 내려다본, 율어면 산하와 유신저수지
 작전도로에서 내려다 본, 율어면 산하와 유신저수지 
 

기념비
  기념비
 

존제산 마지막 봉우리에는 군견묘지가 있어 이채롭고, 모암재를 향한 하산길은 키작은 철쭉이 발길 낚아채다가 아래로 향할수록 관목수림은 짙어져서,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크게 다치거나 길을 놓치기 십상이다.

편백나무 듬성듬성한 모암재에서 바라보는 진행방향 날등길 오른쪽으론 굵직한 임도가 함께하고 있어 그 길 따르면 훨씬 수월할 것처럼 보여도 절대 그 길을 따라선 안되는 것은, 어차피 날등으로 올라서야만 하는데, 울울창창 관목수림을 헤치고 오르기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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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관목수림은 날등길 역시 마찬가지이긴 해도 그동안 많은 꾼들의 들락거림으로해서 그래도 수월한 편이다.  그 길에서의 탈출코스는 전혀 없기에, 어찌됐건간에 암릉코스를 통과해 613m봉을 넘고 광대코 삼거리까진 가야만 한다.

[←초암산정상3,530m/↓주월산2,870m/존제산→]이정표가 세워진 광대코 삼거리에 도착하면 고생끝 행복시작이다. 여기서 급경사 0.7km만 내려가면 무남이재여서, 종착점 중촌마을은 임도따라 1.7km만 내려가면 덕곡저수지에서 산행을 마감할 수 있다.

존제산에서 주월산까지..
  존제산에서 주월산(558m)까지..
 

모암재서 본, 제석산
  모암재서 본, 병풍산(481.7m)~비조암(458m) 연릉
 

암릉코스와 613m봉
  암릉코스와 613m봉
 

613m봉서 존제산까지
 613m봉서 존제산까지 (겉보기엔 유순해도...)
 

무남이재와 주월산
  무남이재와 주월산
 

산행후기: 마루금을 타는 사람들은 마루금을 타야한다. 그러나 군사시설물이 가로 놓이면 우회를 하거나 포기하기가 일쑤이지만 전혀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부대장의 허락만 받아 낸다면 오히려 장병들의 에스코트(?)받아가며 무사통과를 할 수도 있다.

오랜 얘기지만 대간 끝머리 향로봉을 그렇게 다녀왔고, 광주 무등산 또한 그렇게 통과했었다. 비슷한 경우지만 이번에 거쳐나온 존제산도 부대장의 내락을 받아 낸 다음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군부대 통과가 의례 그렇듯이 정해진 코스 작전도로만 하염없이 걷는길이어서 무미건조하기 짝이없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산악인이 갈 수 없는 길을 우리만 다녀 온 기분이어서 괜스리 우쭐해지는 마음 또한 숨길 수 없지만, 사진촬영이라든가 기록물을 널리 유포시켜선 안되겠기에 기록으로 남긴다는 일 자체가 애매하기만 해서 무척 곤혹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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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거리재에서 주랫재까진 황금물결로 빛나는 억새천국을 거닐며 희희낙락 했었다. 다음차부턴 전남 내륙지방으로 진입해야 하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순천만과 득량만을 바라보면서 북쪽으로 휘어져 올라가는 정맥길의 끝지점을 아름해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주랫재 이후 존제산 정상까지는 작전도로만 하염없이 따라갈 뿐이어서 지겹기 짝이 없고 차라리 이럴 바에야 우회로를 따르는 편이 훨씬 더 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남쪽 해안지대와 북쪽 산악지대를 가르며 태극문양으로 시야 끝까지 연결되는 정맥길은 내가 언제 저길 지나왔으며 하세월에 저길 다 갈 것인가 하는 희비 쌍곡선이 고스란히 드러나 만감이 교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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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는 군견 묘비명을 바라보면서 자식들 병역면제 받은 위정자들의 뻔뻔스런 모습이 떠 올라 씁쓸하기도 했던 그 길 내리막 이후 후반부, 무남이재 직전의 613m봉까지 줄창 이어지는 철쭉 군락지대는 지겹다 못해 엉숭스럽기조차 해서 철쭉 만개한 오월초순에 여길 다녀가래도 두 번 다시 통과하기 싫을정도였다.  

일행 중 몇 분은 모암재에서 수월한 임도를 따르면서 날등으로 붙어보려다 죽을 고생 했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들 말을 오히려 부풀려 이해하고싶은 심정이다. 오래전 설악산 관터골 날등을 탄다고 철쭉밭으로 뛰어들었다가 옴짝달싹 못하고 겨우 빠져나온 기억이 새롭기 때문이다.

지겨운 작전도로, 온 몸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철쭉정글, 바잣가랭이 팔뚝 잡고 늘어지는 청미래 가시덩굴, 얼굴 감싸쥐고 내닫다간 십중팔구 소나무 등걸에 이마 부딪치는 그 산길은 지금껏 해온 호남정맥 날등길 중에선 가장 험난한 구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햇살 투과된 억새
  햇살 투과된 억새
 

지루하게 걸어야했던 작전도로
  지루하게 걸어야했던 작전도로
 

처음보는, 군견묘비
  처음보는, 군견묘비
 

정말 성가신 청미래 가시덩굴
  성가신, 청미래 가시덩굴
 

3.6km를 계속 뚫고가야하는 철쭉정글
  3.6km(존제산~613m봉)를 계속 뚫고가야하는 철쭉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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