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국립공원의 전망대... 북바위산

 

(북바위산으로 올라가면서 바라본 월악산 국립공원)


북바위산은 충청북도 충주시 상모면에 위치한 높이 772m의 산이다. 월악산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는 산으로 산 중턱에 타악기인 북의 모양의 한 바위가 있어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 능선 사면에는 슬랩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능선 상에는 너럭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져 한국적인 미가 물씬 풍기는 산이다.

 

 

- 산행일 : 2005. 11. 23(수) 맑음

- 산행자 : san001, 신기루

- 산행요약

■ 코스 : 물레방아휴게소~북바위~신선바위~북바위산~사시리고개~박쥐봉~만수휴게소 

■ 시간 : 산행거리 약10km, 산행시간 4시간19분, 총시간 6시간11분

■ 구간별 시간

물레방아휴게소~(22분)~너럭바위~(13분)~북바위전망대~(16분)~559봉~(10분)~너럭바위~(17분)~652봉(신선대)~(31분)~북바위산~(21분)~사시리고개~(22분)~715봉~(19분)~773봉~(29분)~745봉~(15분)~박쥐봉~(27분)~연내골~(17분)~만수휴게소(도로)          * 만수휴게소~(25분)~미륵리(버스정류장)

  

(출처:부산일보)

 

- 교통편

■ 실제 이용 교통편

(갈 때) 동서울터미날→수안보(₩9,900, 7시40분 출발, 2시간 소요), 수안보→물레방아휴게소(₩14,000, 택시)

(올 때) 미륵리→동서울터미날(₩10,900, 17시20분 출발, 2시간40분 소요) 

■ 교통정보(서울방향)

미륵리에서 서울로 오는 방법은 2시간마다 월악산입구(동창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15시, 17시, 19시) 미륵리까지는 약10분 정도 소요되며, 이 버스는 수안보를 경유한다.

또는 수안보에서 매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도 있다. (막차가 19시40분 출발)

이 경우 미륵리에서 수안보까지 버스를 타야 하지만 버스 시간 간격이 넓어 하산 시간을 잘 조정해야 한다.

미륵리 출발 버스 9시, 10시10분, 12시, 13시10분, 15시10분, 16시20분, 18시30분, 19시15분


 

- 산행기

 

월악산이 왜 좋은 산이지?

 

누군가 이 질문을 던지면 나 나름대로는 주저 없이 월악산을 이야기한다. 영봉의 신령스런 분위기부터 다양한 능선의 멋진 암릉 그리고 멋진 전망 등.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참으로 어리석다는 걸 깨닫는다. 지금까지 내가 이야기한 것은 몇 번의 산행 경험과 알게 모르게 머리 속에 각인된 각종 자료에서 본 학습효과가 어우러져 나오는 결과의 산물에 불과하다.

 

월악산 산행을 하면 산이 좋다는 걸 알지만 막상 그 전체를 본 기억이 없다. 오직 보고 느끼는 건 산행 과정 중 나타나는 시야의 범위 내에서의 인식이고 조망일 뿐이다.

월악산 산행의 가장 기본코스를 예를 들면 덕주사에서 마애석불을 거쳐 960봉으로 올라 영봉을 갔다온 후 동창교로 하산하는 방법과 영봉에서 중봉을 거쳐 보덕암으로 내려가는 방법이 있다. 

이 코스를 가면 과연 월악산을 볼 수 있을까. 도로 상에서 장엄한 월악산의 연봉을 고개를 쳐들어 한번 보는 것이 끝이다. 이 후 주능선에 올라서기까지 보는 것은 제한된 시야에서의 범위뿐이고 주능선에 올라도 숲에 가려 영봉을 제대로 볼 기회가 많지 않다. 영봉에 올라서도 보이는 것은 월악산이 아니라 월악산 주위의 산들이다. 물론 중봉과 하봉의 멋진 조망도 가능하지만 이 또한 월악산의 한 부분이다.

이런 산행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끔 어떤 산을 생각하며 그 산의 전체 모습을 떠올릴 때 항상 갖는 시야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다. 

 

그럼 제대로 월악산 전체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결론은 맞은편 가장 잘 보이는 산에서 바라보면 된다. 이렇게 하는 방법이 월악산을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월악산 전체의 흐름을 한눈에 관찰하며 왜 월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는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시야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래서 선택한 산이 북바위산이다.   


 

북바위산이란

 

송계계곡을 사이에 두고 월악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은 북쪽에서부터 용마산, 북바위산, 박쥐봉(연내봉) 등이 있다. 이 중 월악산 정상부와 마주하고 있는 산은 용마산이지만 덕주암릉, 만수암릉, 용암릉을 포함한 월악산 국립공원이라는 측면에서 마주하고 있는 산은 북바위산이다. 박쥐봉은 상대적으로 남쪽에 치우쳐 있다.

즉 북바위산은 송계계곡 동쪽에 위치한 월악산의 연봉과 능선을 대부분 바라볼 수 있고, 송계계곡 서쪽의 용마산, 박쥐봉 등도 그 중간 위치에서 조망이 가능한 대 파노라마의 중심에 위치한 산이다. 

 

북바위산의 대표적인 특징은 

① 월악산 국립공원을 바라보는 최상의 전망대라는 점

② 소나무 단일 수종이 압도적으로 많은 점

③ 바위산답게 각양각색의 바위가 많고 전망이 좋으면서도 위험한 곳이 전혀 없는 아주 부드러운 산이라는 점이다.

 

북바위산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던 산으로 단일 산행지로서는 산이 작다고 느껴 인접한 용마산 또는 박쥐봉과 어떻게 연결할까 몇 번 도상으로 연구를 했던 산이다. 그러다 최근 부산일보에서 북바위산과 박쥐봉을 연결하는 산행소개가 실린다. 관심이 있던 산 소개가 실리니 흡족한 마음에 절로 미소가 나온다.  


 

버스를 제대로 타야 비용부담이 적다

 

동서울터미날에서 7시40분에 출발하는 수안보행 버스에 탑승하여 두시간만에 도착. 가능한 버스를 이용하려고 우체국 앞 정류장(터미날에서 수안보 시내로 걸어나와야 함)에 서성이자 택시기사가 앞으로도 1시간이상 기다려야 송계계곡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으나 메타기 요금 올라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10여km에 불과한 거리에 무려 14,000원이 나온다. 더구나 국립공원입장료까지 부담하니 서울에서 출발을 제대로 하지 않은 후회가 생긴다.

 

동서울에서 월악산까지 6시40분, 8시40분에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타면 택시 부담도 없고, 운이 좋으면 매표소(도로 옆으로 살짝 벗어나 있으며, 일반버스 및 택시는 반드시 정차) 앞을 그대로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 무료 입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교통편 덕분에 하산 시간 또한 정해진다. 월악산에서 2시간마다 출발하는 버스(15시, 17시, 19시 등)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17시. 늦어도 16시30분까지는 하산한다는 가정 하에 약6시간을 산에서 즐기면 된다. 


 

환상적인 능선을 따라 오르는 북바위산

 

들머리

 

어째뜬 북바위산 들머리인 물레방아휴게소에 내리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눈앞에 거대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용마산과 우측의 월악산, 그 중심에 선 듯하다.

북바위산 들머리는 송계계곡의 와룡대 맞은편에 있는 물레방아 휴게소이다. 여름 휴가시 몇 번 들머리를 찾으려하였지만 뭐가 씌었는지 찾지 못하던 들머리가 휴게소 우측 화장실 옆으로 열려있다. 

(물레방아휴게소, 휴게소 우측 화장실 방향이 들머리이다)

(휴게소 앞에서 바라보는 용마산)

(휴게소 앞에서 바라보는 월악산)


북바위전망대

 

산으로 접어들어 잠시 오르면 능선이다. 한동안은 평범한 숲길.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10여분만에 처음으로 시야가 트인다.

나뭇가지에 조금씩 가려 있지만 전면에 등장하는 월악산의 모습. 상상하던 전경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스스로 만족하고 그 장면을 놓치기 싫어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

그런데 사실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어! 여기가 더 좋은데」 올라갈수록 더 멋진 전경, 더 멋진 전망대가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월악산의 전경)

(등산로의 소나무)


마침내 너른 너럭바위에 오르면 월악산국립공원의 광활한 파노라마가 막힘없이 펼쳐진다.  영봉을 비롯한 월악산 정상부의 봉우리부터 암봉의 연이어지는 만수암릉, 깊이가 느껴지는 덕주암릉, 둔탁하지만 거대한 용암릉 그리고 멀리 포암산까지. 옆으로는 기백 있는 백마의 머리 모양을 연상케 하는 용마산(현지에서는 말뫼산으로 부르기도 함)과 박쥐봉, 뒤로는 신선봉까지.

특히 덕주암릉은 상상한 이상의 멋진 능선이다. 예전부터 아름답다는 얘기를 들고 택시 기사님까지 최고라는 찬사를 하였지만 제대로 몰랐던 능선. 마애석불에서 960봉으로 오르면서 볼 때 평범하게만 보였던 능선이, 마주보면서 그 진가가 들어난다. 거친 바위봉과 암벽이 칼날같이 좁은 능선상에서 엄청한 굴곡을 보이며 만수봉으로 향한다. 새로운 사실의 발견은 다음 월악산 산행지를 자연스럽게 덕주암릉으로 정하게 만든다.  

(너럭바위)

(너럭바위에서 바라보는 덕주암릉의 위용)

(너럭바위를 지나 바라보는 좌측 덕주암릉과 우측 용암릉, 우측 뒤가 덕주봉이다)

 

광활하고 장쾌한 조망에 취해 한없이 늘어지는 발걸음은 10여분 후 북바위전망대(북바위산 2.2km, 와룡대 1.1km)에 오르면서 마침내 배낭을 내려놓는다.

한쪽 면이 깎아놓은 듯한 수직 절벽으로 이루어진 북바위는 타악기인 북의 한면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밑은 사각, 위는 타원형이고 높이는 거의 20m 에 달한다. 맞은편 전망대에서 보면 인위적으로 조각한 듯한 직선과 곡선이 일부 보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자연적인 선이다. 

절경에 취해 간식을 먹으며 오히려 추위를 느낀다. 땀을 흘릴 만큼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북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바위)

(북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용마산)

(북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박쥐봉, 가까이 보이지만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북바위전망대)


559봉

 

559봉은 북바위 단애가 있는 정상 봉우리이다. 북바위전망대를 지나 슬랩 옆으로 오르면서 멋진 소나무들이 바위와 어우러진다.

가히 소나무의 천국. 북바위산의 특징이다. 그 흔한 낙엽송은 전혀 보이질 않고 오직 보이는 건 소나무뿐이다. 그런데 다른 산과 다른 점은 소나무에 기품이 서려 있고, 높이가 10m~20m에 달하는 등 그 높이와 굵기가 크다.

 

559봉까지는 꾸준한 오름길이다. 가야 할 최종 목적지인 박쥐봉이 일찌감치부터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북바위산 정상은 559봉에 오르면서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559봉으로 가는 길, 중간 소나무지대가 북바위전망대이다)

(옆에서 바라보는 북바위, 우측이 용마산이다)

 

652봉(신선대)

 

559봉부터는 비교적 완만하다. 10분 정도 오르면 약간의 경사를 이룬 거대한 너럭바위지대. 여기 또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쾌한 전망. 고도에 따라 그리고 보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조망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올라가면서 바라본 우측 가운데의 포암산과 좌측 뒤의 만수봉)

(월악산의 전경)

(너럭바위를 오르면 무명봉이다)

 

너럭바위를 지나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면 정상 전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보인다. 자료상에서 본 신선대로 추정되는 652봉. 신선대라는 이름에 기대를 갖고 걷는다.

(좌측 정상과 우측 652봉)

(652봉으로 향하면서 바라본 용마산)

(되돌아본 무명봉)

(줌으로 당겨본 월악산 정상부)

 

가볍게 땀을 흘리고 봉우리에 오르면 너른 암반과 각양각색의 소나무들이 군상을 이루고 있다. 뭔가 신선하면서도 다른 느낌. 하지만 신선대에서의 臺가 주는 이미지... 직벽위에 솟아있는 봉우리... 를 연상시키는 곳이 보이질 않는다.

그럼 신선이라는 말이 왜 붙었을까. 그 해답은 652봉의 분위기에 있다. 특이하면서 독특한 모양의 소나무들이 오랜 세월의 인고를 참아 견딘 듯 독야청청 서있고, 아주 반반하지는 않지만 모나지는 않은 선비의 고고한 기품을 보는 듯한 너럭바위 들, 그 분위기는 신선들만이 사는 세상이라는 느낌을 문득 받는다. 처음 올라왔을 때 받은 묘한 감정의 해답을 스스로 찾으며 다시 한번 그 정취를 즐긴다.

나중에 정상으로 가면서 뒤돌아 본 652봉의 사면은 하얗게 빛나는 거대한 슬랩이다. 여기에서 혹 그 이름이 나오지 않았을까. 

(652봉의 바위)

(652봉)

(652봉에서 바라보는 정상)

 

북바위산 정상

 

652봉을 지나면 평범한 산세로 변한다. 하지만 능선상에는 여전히 울창한 소나무지대이다. 

두차례의 철계단을 지나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652봉을 내려오는 철계단)

 

「고통 받는 소나무」라는 안내판을 보며 이 산속 깊숙이까지 뻗힌 일제의 마수에 질릴 뿐.

일제 말기에 항공기 연로 확보를 위한 송진 채취. 그 흔적이 소나무 곳곳에 아픔으로 남아있다.

(송진채취의 흔적)

 

북바위산이 가까워지면서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하늘의 옅은 구름이 해를 가리면 금방 추위가 엄습한다. 점심을 정상에서 먹기로 하였지만 날씨가 걱정이다.  

북바위산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은 거의 직벽. 이 벽을 지그재그의 철계단을 따라 오른다. 여기서 바라보면 올라온 능선이 잘 조망이 된다. 652봉과 559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사면은 대단한 바위 슬랩지대. 하얗게 살아있는 힘을 느낀다. 

(정상을 가면서 되돌아본 북바위산 능선)

(정상을 오르는 마지막 철계단)

 

북바위산 정상도 운치 있는 소나무가 산재한 쉬어가기 좋은 암반지대이다. 그리고 조그만 정상석이 있다.

정상에서는 마역봉에서 탄항산으로 넘어가는 백두대간 뒤로 부봉의 연봉과 주흘산이 범상치 않은 모습으로 고개를 내민다. 박쥐봉으로 넘어가는 안부에는 임도가 길게 이어지고, 북바위산의 소나무숲과 달리 박쥐봉 사면에는 조림된 낙엽송숲이 가지런한 모습을 보인다.

(북바위산 정상)

(정상에서 바라보는 좌측 주흘산과 우측으로 이어지는 부봉의 연봉)

(박쥐봉으로 가는 능선길, 뒤로 포함산이 보인다)

(신선봉)


박쥐봉과의 경계인 사사리고개(임도)로

 

바람이 너무 불어 쉴만한 곳이 없다. 일단 점심은 내려가면서 해결하기로 한다.

정상에서 능선 방향으로 조금 나아가면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이 나온다. 꼬부랑대를 거쳐 수리봉으로 가는 능선길 앞에는 「탐방로 아님」이라는 표시가 있다. 등산책자에는 꼬부랑재에서 사자빈신사지석탑으로 하산하는 길을 북바위산 등산로라고 설명하고 있는 자료가 많지만 이 길은 원칙적으로 비지정등산로이다. 또한 능선길을 따르면 용마산으로도 갈 수가 있지만 의외로 거리가 멀다.

이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접어들면 가파른 내리막이다. 물레방아약수터에서 정상까지의 송림지대는 사라지고 전형적인 육산의 분위기로 바뀐다. 두툼히 깔린 낙엽길은 삭막하다. 바람마저 더욱 거세게 몰아와 귀까지 시렵다.

 

거의 고개까지 내려와 간신히 자리 잡는다. 점심을 들며 술한병을 비우지만 추위는 여전하다. 추위에 마음마저 조급해져 처음으로 40분만에 일어선다. 앉았다하면 1시간, 1시간반은 기본인데 이렇게 일찍 일어서기도 정말 오래간만이다.

 

사시리고개에서 임도를 만난다. 여기서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뫼양동의 북바위산매표소로 하산하는 길이다. 좌측으로 내려가도 물레방아약수터 근처로 하산이 가능하다. 즉 사시리고개로 하산하는 길이 북바위산의 정식 등산로이다. 

(임도와 만나는 사시리고개, 정면 방향이 북바위산매표소로 가는 길이다)

(고개에서 바라본 정상)



 

박쥐봉으로 가는 울창한 소나무길... 전망이 없는 아쉬움을 안고


 

715봉까지의 삭막한 된비알길

 

해발 520m의 사시리고개에서 박쥐봉으로 가는 능선상의 첫봉우리인 715봉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여전히 바람은 매섭게 몰아쳐 어서 땀조차 말라버린 몸이 더워지기 만을 바랄뿐이다. 배가 부른 만큼 무거워진 몸에 된비알이 더욱 힘들다. 등산로의 분위기마저 삭막한 낙엽송길. 혹시 박쥐봉까지 이런 길이 아닐까 걱정이다.

10여분 올라 길이 다소 완만해지며 등산로 주위는 소나무가 서서히 등장한다.

(낙엽송숲)


773봉으로 가는 울창한 소나무숲길 

 

715봉에 오르면서부터는 능선의 기복이 크게 없다.  

773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능선을 중심으로 완전 대별되는 식생형태를 보인다. 능선 좌측은 낙엽도 떨어진 갈색의 낙엽송지대, 우측은 푸르름이 살아있는 소나무군락지이다.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숲은 어느 산에서도 쉽게 보기 드물게 울창하다. 하지만 느낌은 완전히 북바위산과는 다르다.

북바위산은 기품이 있는 노선비라면, 박쥐봉은 젊은 유생들이다. 북바위산이 바위와 생을 같이 하는 혼이 들어있는 나무들이라면 박쥐봉은 잘 조림되어 늘씬한 젊음을 느끼는 나무들이다. 소나무의 품격의 차이를 명확하게 느낀다.  

소나무 지대를 걸으며 문득 택시기사의 예기가 떠오른다. 제철에 오면 송이버섯이 지천에 널렸다는 산들. 이런 정도의 소나무 군락지라면 그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소나무숲)

 

773봉 오르기 전 반가운 부산일보 리본이 보인다. 첨성대바위를 지나 지릅재로 하산하는 갈림길이라는 표시가 적혀있지만 길 흔적은 거의 없다.

773봉은 평범한 봉우리이다. 여기에서 능선의 방향은 좌측으로 휘어진다.

(773봉 오르기전 보이는 부봉)

(평범한 773봉 정상)

 

박쥐봉 정상으로 가는 바윗길

 

박쥐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대체로 전망이 좋지 않은 길이지만 773봉을 지나면서부터는 그나마 답답한 마음은 조금씩 풀린다. 간혹 북바위산, 탄항산 및 부봉의 전망도 눈에 들어오고 바위가 많아지면서 멋들어진 풍경도 가끔 선보인다. 

773봉에서 보면 가야할 방향으로 우뚝하게 솟은 범상치 않은 바위봉이 보인다. 처음엔 정상이라 생각했지만 정상 전에 위치한 745봉이다.

(773봉에서 바라보는 745봉)

 

773봉을 지나면 솟아질 듯 가파른 내리막이다. 이 후 한동안은 평탄한 길. 시원한 공간감이 느껴지고 전망도 좋아진다.

이제 남은 봉우리는 2개. 하산 지점인 미륵리에서의 버스 시간을 고려하여 걷는다.

(박쥐봉으로 가는 도중 보이는 포함산)

(정상으로 가는 도중 보이는 중간의 탄항산 능선과 좌측 아래의 미륵리)

 

745봉으로 오르는 도중 드디어 북바위산 능선의 전체 모습이 보인다. 박쥐봉을 연계 산행하는 이유가 박쥐봉에 대한 호기심도 있지만 또 하나의 궁금증, 북바위산 전체를 조망하려는  이유도 크다. 역시 완전한 바위능선. 단 바위능선이지만 위험한 부분이 없는 것이 일반 암릉과 다른 점이다.

(쌍소나무)

(745봉 오르는 도중 보이는 북바위산 능선)

 

745봉은 정상을 오르지 않고 끝을 스쳐 지나간다. 비로소 전면에 나타난 진짜 정상. 전형적인 암봉으로 정상의 모습은 역시 뭔가 달라도 다르다. 

바윗길을 따라 잠시 오르면 곧 정상이다.

(박쥐봉의 바위사면)

(박쥐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바윗길)


박쥐봉

 

박쥐봉은 연내봉이라고도 불리는 봉우리. 그 흔한 정상석도 없다. 거칠 것 없는 전망은 북바위산과 비슷하지만 박쥐봉에서는 주흘산과 부봉, 조령산 일대가 더욱 잘 보인다.

찬 기운이 느껴지지만 그렇게 세차게 몰아 부치던 바람도 어느새 잠잠하다. 또다시 버릇처럼 궁금한 것에 대해 생각에 잠긴다. 어느 구간을 지날 때 바람이 거세었는가. 결론은 북바위산에서 사시리고개를 지나 773봉까지의 구간. 그 능선길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즉 걸어온 능선과 맞은편 마역봉, 신선봉 능선줄기와의 사이의 골짜기(도로)에서 불어오는 골바람의 영향 그리고 북서풍을 직접적으로 맞이하는 능선 방향 탓이 아닐까. 혼자만의 생각이다.

박쥐봉에 도착한 시간이 15시14분으로 미륵리에서 출발하는 버스 시간인 17시10분을 고려하면 40분 정도의 여유가 있다. 마지막 남은 막걸리 한통을 천천히 비우며 산행을 즐거움을 만끽한다.   

(박쥐봉에서 보는 북바위산 능선)

(걸어온 능선길, 좌측이 773봉, 우측이 745봉)

(주흘산과 부봉)

(부봉과 우측의 조령산 줄기)

(월악산)

(우측 팔랑소 휴게소로 내려가는 능선길)

 

만수휴게소를 내려가는 급경사 길     

 

박쥐봉에서 하산하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박쥐봉 정상 직전에서 좌측 팔랑소휴게소 방향으로 가는 길과 둘째 박쥐봉에서 직진하여 만수휴게소로 가는 길이다. 어느 지점으로 가더라도 버스 정류장까지는 약2km정도 걸어야 한다.

정상에서 도로를 내려다보면 허공에 떠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즉 경사가 가파르다는 증거. 리본을 따라 직진하면 등산로는 길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칠다. 30여분 가파른 바윗길을 내려가면 비로소 흙길이 시작된다.

다시 10분 내려가면 연내골. 낙엽의 바다가 되어버린 마른 계곡을 몇 번 건넌다. 도로와 만나는 지점은 만수휴게소.

휴게소에서 25분 정도 지릅재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미륵리 버스 정류장이다.

(박쥐봉을 내려오면서 바라본 박쥐봉 바위사면)

(되돌아본 우측의 박쥐봉)

(만수휴게소)



 

산행을 다녀와서

 

100산 산행 제의에 갑자기 선택한 북바위산과 박쥐봉. 정말 탁월한 산행지라는 생각을 갖는다. 소나무군락을 이루는 산은 계절이 따로 필요 없다. 요즘 같이 해가 짧은 계절에 가기 적절한 산.

북바위산은 월악산 국립공원의 본류는 아니지만 그 본류를 바라보며 느끼기에는 어느 산보다도 좋은 산이다. 같은 소나무라도 품격이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하는 산.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 환상적인 월악산 연봉과 능선의 파노라마에 흠뻑 취해 버린 산행. 거기에 암릉이면서도 더없이 부드럽고 편안길은 바위산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멋진 산행지라 아니 할 수 없다.

다만, 박쥐봉은 전망이 좋지 않아 연계산행지로서는 적절하지만 단독 산행지로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 산행일정

10:17   물레방아휴게소

10;21   능선, 묘

10:35   휴식

10:40   출발

10:44   너럭바위, 암반지대, 전망장소

10:57   119 05-09. 이정표(480m), 북바위전망대 : 북바위산 2.2km, 와룡대 1.1km  ⇒북바위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

11:11   출발

11:27   559봉, 119 05-08 : 정상이 살짝 보임

11:37   비스듬한 너럭바위

11:38   무명봉우리, 119 05-07

11:54   652봉, 신선대 : 임도 잘 보임

12:04   출발

12:07   철계단, 이정표(600m) : 북바위산 1km, 와룡대 2.3km

12:17   고통받는 소나무 안내판, 휴식

12:23   출발

12:33   긴 철계단

12:41   북바위산, 119 05-04 : 와룡대 3.3km, 뫼양동 1.95km

12:48   출발

12:51   갈림길(이정표 없음) : ←고개(박쥐봉 방향), →탐방로 아님

13:06   점심

13:46   출발

13:49   사시리고개(520m), 임도 :  북바위산 1.1km, 뫼양동 0.8km

14:11   715봉 : 지릅재 2km

14:25   지릅재, 첨성대바위 갈림길(이정표 없음) : →부산일보 표지기

14:30   773봉 : 이후 급경사 내리막, 745봉이 보임

14:59   745봉 옆

15:14   박쥐봉 : 직전에 팔랑소 갈림길

15:44   출발

16:11   연내골

16:23   갈림길(이정표 없음) : ↑송어양식장, →만수휴게소

16:28   만수휴게소

16:53   미륵리 버스정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