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 청계산 (2005.10.29)


오랫만에 단독산행이다. 가을의 청계산을 보기 위해 청계산으로..
재개발이 계획 중인 판교에서 의왕시로 넘어가는데..
판교 길옆에 잔뜩 내걸린 재개발 반대 플래카드의 "죽음"이라는 무서운 단어와는 다르게.. 길옆의 단풍이 아름답다.

산행코스 및 시간은 매표소(11:00) -> 청계사 -> 능선 전망대(11:40) -> 석기봉(12:00) -> 국사봉(13:00) -> 매표소(13:50)...


청계산과는 이상하게 인연이 없었다.
처음 가족들과 갔을 때는 길을 잃어 매봉(대)간다는 것이 길을 잘못 들어 매봉(소)로 가고..
한번은 친구들과 세찬 봄비를 맞으며 올라서 주변의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하산하고..
또 한번은 한 여름에 부서 산우회에서 갔다가.. 그때도 비만 맞고 안개속에서 헤메고.. 옛골에서 이수봉으로 무척 힘들게 올랐던 기억이다.

이제 청계산의 지리도 모두 알았고..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가을산행으로는 딱이다.
산 입구에 도착하니 11시.. 산행을 시작한다.

망경대(望京臺)도 그렇고.. 국사봉(國思峰)도 그렇고..
청계산은 나즈막한 서울 주변의 산들에 비해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관악산과 함께 좌청룡 우백호로 불리며 서울의 수호산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래서인지 국운이 다할 때 우리 선조들이 한양을 바라보며 국운이 다 해감을 안타까워 하던 곳이다.

지금 수도이전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운 것을 보면서.. 청계산을 찾았을 많은 조상들을 잠깐 생각해 본다.


석기봉(가까이), 망경대(멀리)


청계사의 누워계신 부처님이 오늘따라 무척 편안해 보인다. 가을이라 그런가?
청계사를 끼고 우측으로 돌아 곧바로 능선쪽으로 오른다.
가파른 능선을 올라 전망대에 이르니 청계산 단풍이 눈 아래 들어오고.. 앞으로는 청계산 석기봉과 망경대가 보인다.

오늘은 단풍을 보러 왔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산에 오른다.
주변의 단풍이 한창이다.
절고개 능선을 올라 망경대와 국사봉으로의 갈림길이 나타나고..
오늘은 국사봉까지 갈 예정인데.. 망경대를 먼저 오를 것인지.. 국사봉을 먼저 오를 것인지..
잠시 갈등을 하고 망경대로 향한다.


석기봉


저수지


오늘도 산행인파가 많다.
대부분은 망경대가 목표지점이라 많은 사람들이 석기봉을 우회하여 망경대로 향한다.
산꾼은 여기서 석기봉을 택한다. 산행 1시간만에 석기봉에 오른다.

날씨는 쾌청하지만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석기봉에 오르니 주변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잠깐 눈 아래의 단풍도 즐기고...
망경대는 아무래도 복잡할 것 같고 사람들도 밀릴 것 같아서 눈앞에 두고 돌아선다.
절고개 능선으로 되돌아와서 막걸리를 한잔 마시고... 국사봉으로 향한다.


매봉(소)방향 단풍


석기봉에서 본 망경대


국사봉으로 향하는 길은 부드러운 육산의 능선길이다.
이수봉까지 약간의 오르막이 있고.. 다시 내리막... 국사봉 직전의 약간의 오르막이 다시 나타난다.

망경대로 가는 길은 바위능선이라 길옆의 나무도 대부분 소나무라 단풍과 낙엽을 제대로 볼 수가 없지만..
국사봉으로 향하는 길은 주변에 참나무와 단풍나무가 많아서 가을산행지로는 제격이라는 생각이다.

예상대로 국사봉쪽으로는 거의 사람이 없다. 한적한 산행에 낙엽과 단풍을 혼자서 맘껏 즐긴다.
기분이 좋아진다.


단풍


단풍


국사봉


빨리 걸은 것도 아닌데.. 산행시작 2시간만에 국사봉에 도착한다.
좁은 공터에 표지석 하나.. 옆에서는 한 아저씨가 막걸리를 팔고 있다.
여기서 또 한잔.. 쉬지 않고 오느라 물은 여지껏 한 모금도 안 마셨는데.. 막걸리는 벌써 두잔.. 취한다.

하산은 국사봉을 지나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가 오른쪽 계곡으로 접어 들어 청계사 주차장으로 향한다. 계곡은 계곡이나 너덜지대가 아니라 떨어진 낙엽이 쌓인 모습이 장관이다.
봄의 산은 생명을 느끼게 하지만.. 가을의 산은 세월을 느끼게 한다.
내려오는 길에 어깨에 힘이 빠지는 이유는 왜일까.. 베낭이 무거운 것도 아닌데..


하산길 (낙엽사이로..)


하산길 (아무도 밟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