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헥.. 아이구 도대체 오데까지 가야 되능교 ?"
"뭐, 쪼매만 더가마 앞산이다마"
"아이구  지랄, 내사 또 속았네. 안따라 오는긴데.."
"떠그랄 눔이 엄살은, 걷기만 잘하구만.."
지랄같은 아재비와 떠그랄눔의 장조카는, 혀를 닷발이나 빼물고는 게거품을
질질거리며 청룡산 된비알을 죽어라 기어 오르며, 성한입으로는 서로 지청구에
타박이 점입가경으로 난당이더라.


토요일,
모처럼 친한 후배눔과 삼겹살 향기 알싸한 불고기집에서, 음담패설을 안주삼아
한잔 거나하게 걸치고는, 코끝이 빨개서는 집으로 들어서니  숙녀가 둘이나
있는  집에, 술을 마시고 들어 온다며  예삐들의  투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젠장할..  지눔들이 올챙이 면한지 몇일이나 됐다구 벌써 저리도 도도할까 .
두놈의 등쌀에 밀려 건성 물칠만 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한기에
화돌짝 놀라 눈을 떠니 벌써 5시가 넘었다.


급급히 보따리 챙겨 조카눔에게 빨랑 가자구 덕진풍을 날리니, 뜨악한 조카는
"어젠 8시에 가자 안캤능교..?"
하며 되려 반문한다 .
아무리 생각해봐도 취중 전화의 기억이 전혀 없으니, 불혹에 벌써 망령이
드는걸까 ?
비슬산-앞산 종주는 차량회수를 위해서는, 택시를 두번, 버스를 한번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최소한 6시 이전에 출발해야 자투리 시간이 조금 남는,
산행보다는 차량 회수가 관건인, 목욕비 보다 때밀이 비용이 만만찮은 산행인
겄이다.


미적거리는 놈을 복날 개후리디끼 닥달해 소재사로 날아가나 매표소를 지날
즈음 벌써 시간은 9시를 넘긴다.
비슬산 오름길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초가집 처마에 곶감 꿰이디끼 열을지어
줄지어 오른다.
소재사 산길은 혹심한 굴곡이 없고 걸출한 대견사지와 진달래 군락지로 곧바로
연결되는 탓에 아무래도 유가사 길보다는 탁월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숨길 한번에 대견사지로 곧바로 올라, 어린애 팔뚝만한 오이 하나씩을 베어
물고는, 비슬산 정상을 향해 참없이 걸음을 재촉한다.
수십만평의 너른 진달래밭을 굽어보며, 완만하고 편안한 등로를 따르노라니 ,
발밑의 구절초와 노란 마타리가 그윽한 향기로 초인사를 붙여오고, 둥실한
흰구름은 아직은 따가운 가을 햇살을 막으며, 선들바람으로 문안을 들인다.
유가사 안부까지 편안히 떨여졌다, 부드럽게 정상으로 기지개를 켜며 일어서는
능선은, 순하고도 푸근한 품새가 이웃집 아저씨처럼 다정하다.


정상엔 나름대로 바지런한 꾼들이,인성만성으로 오밀조밀 주주물러 앉아
고담준론이 한창이고,달구벌로 시원스레 용트림하다 청룡산을 불끈 세워
놓은,비슬산 능선의 기세는 참으로 통쾌하고 중중하다.
발아래 훤히  펼쳐지는 농촌 들녘의 풍요는,보는겄만으로도 배부르나
이제 농산물 개방으로,판로를 잃은 농심의 눈물이 배여 나는겄 같아 괜히
우울해지는걸 보니,객또한 별수없는 농민의 아들인가부다.


쵸코바 하나씩을 입안에 뜯어 넣으며 아낙네들의 부산스런 대화에 흠칫
끌려 드는데,누구네는 아파트 가격이 얼마 오르고 누구네는 어떻다는둥,
용천뱅이 염불하듯 쉼없이 주워 섬기는데,아마도 실물 경제에 밝은 이
아줌마의 말본새로 보아,아파트 서너채는 너끈히 장만했으리라.
본데없는 조카눔은 울바자에 숫캐 좆 자랑하듯,걸핏하면 디카를 디밀며
명산에 찌그러진 면상 박어 달라며 칭얼돼 여간 귀찮지가 않더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재사나 유가사로 내려서고,지릴같은 아재비와 떠그랄
조카눔만이 앞산을 향해 능선을 밟아 나선다.
아래로 쏟아지는 길엔,굵직한 참나무와 진달래가 군락을 이뤄 땟깔이 곱고
힘차,봄이면 꼭 한번 온다고 몇번이고 다짐을 두었던겄이 여태 공염불로
끝난걸 보면,객도 참 어지간히 한심한 인간인가부다.
길 한켠에 분재 소나무가 멋진 곳에 이를 즈음,초로의 노신사 부부가 앞산
까지의 길머리를 걱정하며 자문을 구한다.
걱정할것 없다며 안심시켜 드리고는,마음에 꼭 드는 능선길을 구름에 달가듯이,
훠이훠이 금빛 가을에 싸여  걸어간다.


비슬산을 내려선길은,물고기 등마냥 왼편으로 물결치다 묘지 두어기의 명당을
만들어 내고는,왼편으로 급전직하 잠겨든다.
처음 혼자 종주할때 혼자 여기에서 얼마나 고민을 했던지 ..
둘다 한길로 이어진다는 걸 모르고, 끙끙 앓았으니  생각하면 실소가 나온다.
지금은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어,길잃을 염려  따윈 하지 않아도 좋고  또
주5일제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있어,혼자라는 두려움도 갖지 않아도 되니
이래저래 종주가 용이해져 맘편하다.


능선 사면길에는 다래가 지천이라 입안에 신침이 절로 고이고,용연사 하이웨이를
구르듯 달려가니,주위에서 점심 보따리를 개봉하는 사람들이 많아, 속은 무얼
좀 들이라며 채근을 하니,별수없이 용연사 삼거리에서 보따리 풀어 고구마와
과일 계란으로 얼요기를 대충한다.
용연사를 지난길은 오른편으로  비스듬히 고개를 틀었다가, 가볍게 주저앉아
다리쉼을 하고는 급각히 된비알로 치닫는다
금방 간식으로  배를 불렸던 터수인지라,땀을 노드리듯 흘리며 거의 초주검이
되어 오른다.


콧구멍에  불을 토하며 올라서니,고만고만한 봉우리 두엇을 지나 길은 또
아래로 한없이 내려선다.
떠그랄눔의 조카는 각좆 잃은 과부 마냥,구시렁 툴툴거리며 지랄같은 길을
탓하며,은근히 아재비에게 수재비 태켠을 타고든다.
길은 다시 능선길과 사면길로 갈래가 나는데,예전에는 오른편의 능선길도
뚜렸했으나 이제는 왼쪽 사면길로 대세가 굳은듯,능선길은 자연으로 환원되어
점점희미해져 가더라.


빨간표주박이 앙증맞던 조그만 샘에는,맑은물이 졸졸거리고 누군가가 펫트병을
잘라 표주박의 덕을 보시해 놓았다.
한그릇 시원히 들이키고 눈을 드니 예전길외에,바로 앞의 사면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길이 새로 뚫려있어나,아래로 이어지는 예전길의 운치에는 미치지 못해
괜한 자연 훼손이라는 삭막한 느낌을 갖게 하더라.
얕으막한 둔덕을 넘어 송림이 울창한 개활지를 지나면 능선은 오른쪽으로 거대한
날등을 만들며 청룡산 턱밑으로 바짝 치켜든다.


지난날 곁과 종주할때,아름다운 단풍에 가슴떨던 곁이 참으로 예뻐 보였는데,
작금 곁은 간곳없고 불평을 입에 달고,개차반으로 툴툴거리는 선머슴 한눔이 중의
바랑에 도끼빗 마냥 어울리지 않게 달랑거리니 한심할시고.
하긴 지눔도 지랄같은 아재비 덕에,호사는 커녕 죽어라 발품을 팔아야 하니 그속이
북해같이 너르다한들 편치만은 않으리라.
듬직하던 능선이 또다시 두갈래 길로 머리를 땋아 내린다.
왼편의 직진길은 청룡산 전위봉으로  곧장 오르는 된비알 길이요, 오른편 사면길은
급경사를 피해 활시위처럼 가볍게 휘어져 오르는길이다.


대부분의 꾼들이 우회로를 택하지만,뽄데없는 두숙질은 곧바로 된비알로 용감히
치고  오르며 멧톧마냥  저돌적인 전의를 불태운다.
제법 준수한  봉우리엔 대곡으로 떨어지는 길이 헌걸차고,눈앞에 우람한 청룡산의
자태가 병풍처럼 단아 하더라.
그런데 뜻밖에도 인생하처 불상봉이라더니, 마악 전위봉을 내려서는데 동네 선배
한분을 만난다 .
초인사 수작 두어마디로 짧은 상봉을 끝내고는 발길을 돌린다 .
보아하니 아마 대곡으로 내려 서시는 모양이다.


길은 청룡산 안부로 한없이 내려 서는데,자발없는 조카눔은 쉬나니 한숨이요 치나니
탄식이라,청룡산 오름길을 천읍단애의 절벽으로 여기더라.
마침내 오름길에 이러,어금니 사려물고 사십 총각 첫날밤 힘쓰디끼 두다리에 기를
모으고 버둥거리며 간신히 올라서니,오랜만에 보는 헬리포트 정상이 기껍게
맞아준다.
뽄데없는 두 숙질은 누구랄겄도 없이 맨바닥에 덜퍼덕 주저앉아 우선 땀부터
들이며 정신을 차리니,사방 수백리의 거칠겄없는 조망이 일망무제로 열린다.
불상놈 조카도 거침없는 청룡산의 조망에는,조기 대가리 훔쳐 문 괴내기 마냥
입을 봉하고 조용하다.


한참을 달게 쉬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청룡산을 떠나 앞산으로 걸음을 놓는다.
허기가 엔간한지 다리에 도시 힘이없어,술취한 심봉사 걸음으로 이리  비척
저리 비척, 가히 볼만한 것이 못되더라.
안부 적당한 곳에 도시락을 풀어 늦은 점심을 든다.
지랄 같은 아재비와 떠그랄눔의 장조카는,술질에  아귀아귀 정신이 없어 모처럼
화기애애한 만찬을 즐긴다.
식후 곧장 보따리 챙겨 일어서 궁둥이에 비파 소리가 나도록 길을 줄인다.


대구 시민의 진산답게 청룡-앞산 구간은,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산성산을 오르는 안부엔,보리밥 나무가 즐비해 어릴적 기억을 반추하며 빨간
열매를 따먹는 재미가 쑬쑬하다.
이후 앞산 까지의 길이야 주지하다시피 넓은 포장로인지라 별로 재미가 없고 ,
앞산 정상은 길수없는 나라인지라 실질적인 산행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겄이다.
차량 회수 문제로 부득불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곁과 처음 만나 데이트를 한곳이기에 은근히 쏠리기도 했고 ....


지랄같은 아재비와 떠그랄눔의 조카는,시나브로 기우는 하늘빛과 함께
고저녁이  저물어 가더라.   골바람이 서늘히 불어 내리고 있었다.


               2005년 9월29일 .  진맹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