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삼각산.또 삼각산을

 

***2005년 4월 22일 - 4월 23일


***하늘이 무척 청명 완연한 봄날씨


***백오동이와 연가식구와


***총 24시간 30분에  61KM (마이너님 계산)

             

                 
     4월 22일 삼육대뒤(15:00)-불암산정상(16:20)-이동통로(16:56)-수락산정상(18:30)-동막골 (20:00)-범골매표소(20:50)-사패산정상(21:49)-자운봉(23:46)-4월 23일 우이암(1:05)-원통사 (1:28)-우이매표소(2:14)-도선사-백운대정상(4:48)-주능선-청수동암문(7:06)-사모바위-비봉 -향로봉-탕춘대매표소(8:28)-구기터널매표소(9:00)택시, 버스로 효자비(10:02)-염초1봉-선인장-여우골-백운대-위문-만경대뒷길-용암문(2:53)-도선사(3:30)
  

  지난달 5개산을 다녀온후 부터 멍들은 나를 발견한다. 언제나 산에 다녀온 후엔 아쉬움이 있으련만 평생에 단 한번 해본 그로부터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을 뿌리칠수 가 없는 이유는 뭘까? 너무 긴시간을, 너무나 아파했던 나를, 못다본 아름다운 풍경을, 더 잘 할수 있었는데? 내 마음속의 찌꺼기는 걸러지지가 않았다.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한 먼저번  산행기의 약속을 분명 했음에도 그 며칠이 지난 후부터 내 주위의 산님들을 괴롭힌다. 같이 동행하자는 데도 아무 대답이 없는 것을 보면 내가 너무 모자란 것을 알면서도 분수를 모를리 없으련만 내 고집을 누군들 꺾으리오?
그래도 내친구 백오동이가 뿌리칠수 없는 청을 들어주는 것을 보니 고마울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날짜와 시간과 산행지를 정하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의심하는것은 못난 내자신의 신체적 구조가 먼저보다는 훨씬 양호하다는 자신의 진단이 그래도 위안이 된다.그러기에 지금 내가 못다한 만족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는지 모른다.

 

  예정된 날짜보다 하루 늦어진 내 이모부와의 갑작스런 사별로 인하여 어쩔수 없는 미안함으로 백오동과 양해를 구한 그 다음날 집없는 소녀처럼 배낭에 이것저것 챙기여 나서니 봄하늘의 맑은 파란 하늘이 나를 반겨주는가 보다.  조금은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두려움 모두가 나를 눌려 오지만 그래도 좋은 것은 산에 간다는 것, 그 마음이 좋은것을 어쪄라!

 

  삼육대 뒤로 오르니 이게 웬 선물인가? 잔잔한 호수가 너무도 평화로운듯 보였고 이깔나무 수림은 눈 닿는 데까지 빼곡이 들어차 높다란 가지에는 연초록의 새잎을 피우고 있었다. 팝콘을 뿌려 놓은듯 매화가 호수의 아름다움을 더했고 봄날의 높이 떠 있는 태양은 수온등처럼 백색을 그려내고 있으니 이 또한 내 가슴의 기쁨 아니겠는가?

 

 

 

 

  불암산으로 오른다.백오동이가 먼저 답습해서 다녀왔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처음으로 이곳에서 오른다. 진달래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찍 핀 진달래는 잎새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예쁘게 피어있는 진달래가 아름답다. 아직 며칠은 더 폼잡을 만하다.오르는 길사이는 오래된 솔숲의 향기가 내 코를 반긴다.

 

이곳으로 들머리를 잡아 잘 왔다는 생각을 한다. 먼저는 이곳이 마지막 구간으로 가장 지친내가 이곳에서 힘들어 했던 곳, 그렇게 커 보이던 바위와의 싸움도, 정상에서 본 서울의 야경까지도 , 고맙다고 산신령께 재배드린 기억도 모두가 생각나는 곳이다.

 

그때는 별과 달이 그리고 내가 너무도 힘들어 했던 그곳이 아닌가? 기쁨과 고통이 함께 했던 이곳에 또 오르고 있으니 지나온 시간이 생각난다. 정상엔 태극기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갈곳을 재촉한다. 수락산을 향해서 진달래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 연분홍빛 융단을 펼쳐놓은듯 하기도 하다. 이미 꽃잎이 지어 잎새가 나오기도 한다. 백오동과 걸어가는 이 오솔길이 너무도 아름답다. 어쩌면 이길을 따라 하늘로 올라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화같은 그림을 그려보기도 한다.

 

이곳에도 정상은 있었다. 그리고 펄럭이는 태극기도 있었다. 잠깐 멍청한 생각을 한다. 왜 우리들에 산 정상에 태극기를 달아 놓은걸까? 불암산에도 수락산에도?

 


도솔봉을 지나면서 하루해가 저물고 있었다.늘게 늘어진 밧줄에 몸을 맡겨서 내려오는 홈통바위도 지난다. 날 찾아 헤맨 고요님 생각도 난다.  가야될 삼각산과 도봉산이 오른쪽으로 돌리면 병품처럼 펼쳐져 있다. 왜 그곳을 가야 하는지 어이가 없다. 붉게 물든 노을은 벌써 하늘을 물들이면서 사패산 멀리 숨어버리고 말았다. 순간의 실루엣이다.

 

 

 어두움은 시작되었다. 이제 저녁을 알리는 신호가 오고 있는 것이다. 동막으로 내려서 백오동과 나는 갯천을 따라 호암사가 있는 범골 매표소로 향한다.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남은시간을 위해 우린 김밥으로 저녁을 먹는다. 야참까지도 김밥으로 준비한다. 도로와 아파트 숲도 지난다.

 

다행인것은 호암사로 가 본적이 없어 은근히 걱정이지만 다 어두우면 밝혀주는 등불이 있듯이 횡단 보도 마지막 건너려니 호암사가는길 이라는 조금마한 팻말이 이렇게 반가우랴!
아스팔트 길 걷기가 마음에 걸린다. 그렇지만 어쩌랴! 사패산을 밟으려면 이곳을 가야함은 당연함 아닌가?

 

호암사에 오른다. 캄캄한 밤이다. 부처님 오신날이 다가오는 듯하다. 밝혀지는 등불에 소원을 잠시나마 빈다.  "오늘 아무탈없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보내주세요. 그리고 오늘 부처님의 진정한 위대한 인간이 되게 해 주세요" 달빛에 비친 목련꽃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암사를 윈쪽으로 오른다

.
윈쪽으로 암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밤에 들어오는 암봉이 더 높아 보인다. 그래도 달빛이 밝혀주는길을 따라 오르니 여유로움이 있다. 오솔길보다 넓은 햐얀길로 눈에 들어온다. 산에서 걸어보는 이늦은 시간에 난생처음으로 걸어본다.참 이상하다. 이렇게 기분이 상쾌할 수가 있단 말인가?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우리들의 마음까지 한결 상쾌해 진다.

 

사패산 정상에서 우린 큰소리로 웃는다. 백오동도 웃는다. 미친사람들이 아니고서야 이밤에 하고 있는 이 행동에 미친짓 아닌가?

 

사방을 둘러본다. 한쪽으로 도봉산과 오봉의 까만 암봉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을 찍으려니 까만밤이라 마음대로 찍히지가 않는다. 누가 들으면 기술부족이라 할까?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추위에 떨린다. 내려오는데 버섯바위인듯 멋진 야경에 아름답다.

 

  도봉산쪽으로 향한다. 콧물이 자꾸 나온다. 나만 그런가 했더니 백오동도 그렇단다. 그쪽으로 가려면 많은 암릉과 암봉을 지나야 한다.나무계단도 만만치 않다 미리 부터 약은 꽤에 들어간다. 우회하는 길이 있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백오동이도 그길을 안다 했다. 그길로 들어선다. 아마도 8부 능선쯤 내려간 듯 하다. 서쪽을 향햐여 걷는다.

 

인기척에 놀랬는지 까마귀도 "까아까아"한다. 바람이 어느방향에서 불어오는지 적당히 아주 적당히 땀기를 말릴 정도로 신선히 불어온다. 완만한 길로 걸으면서 오늘의 마음도 여유를 갖는다.캄캄한 밤이다. 해드랜턴이 필요해 진다. 칠흙같은 어두움이라 했던가?  땅엔 낙엽으로 길을 알수가 없을 정도로 분간하기가 힘들기도 한다.

 

걷다가 보면 없어지고 또 한참을 찾아 걷다보면 헤매이면서 그렇게 나름대로의 알바라는 단어를 써 가면서 우회길을 걸었다.  괜한 우회를 했나보다 후회도 한다.  내가 먼저 우회하면 어떨까?하는 내 입이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다. 

 

 키가 큰 자작나무인가?

참나무 숲인가?

아직도 이곳은 겨울이었다. 나무의 잎새가 움뛰우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하리라!! 이곳은 진달래꽃도 보이지 않는다.온도가 지나온 산들보다 낮은가 보다.

 

헬기장까지 우회를 하고 Y계곡위험구간으로  자운봉,신선대, 수많은 암봉들이 거대한 하늘을 찌른다. 포대능선을 지나 관음암으로 우회를 한다. 관음암 위험구간 표지판을 보려다 백오동이는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도 한다.

 

0시에 보름달을 보려고 시계를 자꾸 확인한다. 0시 00분 관음암 위험구간  표지판앞에 서 있었다.  그때가 시간이 0시를 막  넘어선다.  그래도 어두운 밤이라 긴장한 몸이니 마음은 편치 않으리라. "무섭지도 않다고 서로를 위안삼으면서"  .

 

우이암을 돌아 원통사로 내려온다. 이 구간도 보름달이 비쳐주고 있음에도 무척 어두웁다. 랜턴없이는 갈 수가 없을 정도다.  콧물과의 전쟁도 끝나지 않았다. 한참을 내려간다. 조그마한 원통사가 있다. 중간중간에 간식을 먹은 관계로 물로 배를 채운다.

 

 자연의 섭리도 뿌리칠 수 없다. 지나온 수많은 암봉과 암릉을 도봉산쪽을 보면서 이별한다. 우이매표소에 도봉산 꼬리를 땐다. 새벽 2시 14분.  개천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 아직은 어려보인듯한 두 청년이 이밤에 달리기 연습하는것을 보면서 "얘들도 제정신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내려오는 속세에 상가는 이미 문을 닫은곳이 많았고 그래도 어두운 산속보다는 이곳의 속세가 살맛나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도선사를 향해 걷는다.  올라가는 도선사길은 아스팔트로 지루하다. 그래도 많이 걸어야 오를수 있지만 위안이 되는 것이 있어 다행이다.  조금은 철이 지나 있었지만 개나리와 목련꽃이 봄 향기의 따뜻한 배려로 느껴진다.

 

도선사 입구에서 백오동과 난 김밥과 따뜻한 커피로 배를 채운다. 앉아 있으려니 추워서 있을수가 없다.  많이 걸은탓에 몸도 정상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다리도 아파오고 허리도 무리인듯 감이 좋지 않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통증이 없어 이정도는 살맛난다. 그래도 이 한몸 아껴서 삼각산끝까지 써 먹어야 하는데 걱정도 들기 시작한다.

 

 

 

 백운대를 오르기를 몇번했지만 오늘만은 틀리다. 캄캄한 어두움에 사람하나 없이 수많은 돌계단을 따라 오르는 지형이 우리내 삶과 빼닮았다.

 

산이 있고 산 따라 태산을 기다리는 무수한 고개를 보면서 숨넘어 갈듯 골짜기를 따른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온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무서움이 이제 눈앞에서 갈길을 두려움으로 몬다. 인수봉 밑에서 랜턴불빛이 들어오면서 부터다.

 

산장밑에도 불빛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분명 사람이 있다는 거다. 우린 이곳이 야간산행의 금지구역임을 알고부터 더 무섭다. 조금있으면 4시가 넘어서는 괜찮으려나? 야영을 하는 사람들인지 사람소리와 텐트를 치고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 소리도 들린다. 백오동인 골짜기의 흐르는 물을 보면서 족탕을 하고 싶다 하지만 난 무섭고 감기들까 이따가 하자고 한다.

 

산장에 오르니 마당식탁엔 침낭을 깔고 자는 이도 있다. 두명이다. 내리쉬는 콧소리가 적막한 이밤을 진동하고 있다. 백운대의 정상에서도 오늘 세번째로 태극기를 본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태극기가 무척이나 바람만큼 비례해  힘차게 휘날닌다.

 

내 마음도 휘날리는 태극기처럼 마냥 청춘이기를 바란다.

 

 서울이 한눈에 들어온다. 꽃방석을 깔아놓은 듯 밤하늘의 야경을 백오동과 단 둘이 보기엔 너무나 아깝다. 백오동은 야경을 보면서 크리스마스 추리를 장식 해 놓은듯 하단다. 이많은 추리를 내가 만들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만경대의 우뚝솟은 장엄함이며 한번도 올라보지 못한 염초봉을 바라보면서 다음기회의 순서매김을 한다. 인수봉의 솟아오르는 빼어난 미모는 이 세상 어느 암봉보다 비할길 없으리!

 

사방을 둘러 보면서 내마음속의 마루금을 긋는다.

 

 위문을 지나 주능선으로 향한다. 어두움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날이 밝아오는 것이다 .수없는 고개길을 오르내린다. 능선의 성을 따라간다. 지루함 마저 든다. 땅엔 가끔씩 양지꽃이 보인다. 그리도 눈요기에 괜찮다.

 

주능선은 아직도 겨울인 듯 하다. 길게 드리운 알수없는 나뭇가지가 잎을 티우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진달래의 몽우리도 아직 이르다. 가끔씩 크게 느껴지는 봉우리도 보이지만 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

 

 동장대에서 해가 일어나고 있다. 오늘의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이다. 역시 이 장엄한 하늘의 구멍을 뚫어 오르는 모습이 신비롭다. 이 아침에 이곳에서 떠오르는 화려한 외출로 붉은 태양이 솟아 오르고 있다.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비봉과 문수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론 지나온 백운대이다. 굽이굽이 장엄한 능선에 자석처럼 이끌린다. 내 마음속은 언제나 산의 품에 있었다.

 

 청수동암문을 통하여 비봉 향로봉을 향한다. 이제부터 아침과 함께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항상 오르기만 했던 이곳의 계단. 오늘 이 아침에 내려가고 있으니 지난 시간 기억에 몰려온다.

 온몸으로 그리워 했던 그곳을 한눈으로  채우면서 문수봉과 승가봉을 지나 사모바위. 그리고 향로봉을 오른쪽 품으로 안으면서 삼각산의 봉우리에, 태양에 걸린 내리막길에 수 없는 발걸음으로 재촉하고 있다.

 

 비봉을 조금 지났을까? 떠나오는 전철에서 전화를 받아 오늘 일정을 알고 있던 운해님으로 어데쯤인가?전화가 온다. 이곳을 향하여 오고 있다고 한다. 거의 만날것이란 시간이 대치된다. 우선 불광역에서 다시 전화하여 만나기로 한다.

 

 한참을 내려오니 지난 가을에 둥글게님과 종주를 했던 그곳 탕춘대능선이다. 너무 많이 향로봉으로 벗어나 길이 내려와 있던 것을 안다. 그런데 오솔길에 이끌리고 활짝 핀 진달래에 다시 또 내 마음은 설렌다.

 

  내가 어릴쩍 혀가 보랏빛이 되도록 진달래꽃을 다 먹곤 했다. 구불거리는 산길에 스치는 바람끝은 아직은 시원하다. 바위틈에는 울련 붉은 빛이 감도고 있는 듯, 내 입안에 갇힌 진달래의 향수를 그리면서 산을 내려온다.

 

구기동 쪽으론 매화꽃이 만발하였다. 연푸른 색의 하얀꽃뭉치가 물감을 퍼 놓은듯 해 보인다. 내려가는 탕춘대길은 개나리도 아직 만개하여 산님들과 눈싸움을 하고 있다.

 

 

 양쪽으로 개나리가 아직은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있음에 고마움을 느낀다. 탕춘대 매표소에서 오른쪽으로 불광역이란다. 내려간다.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조그마한 또랑에서 우린 오늘 하루의 피로를 풀겸 발을 담근다.

 

 아직은 차갑다. 오래 물에 담글 수가 없다. 이 얼마나 많은 시간에 버텨준 발에 고마움을 느낀다. 그렇게 많이 내가 써 먹었는데도 발은 아무말이 없으니 말이다.

 

 산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산업도로가 보인다. 내려오고 보니 구기터널 매표소다. 시간은 9시 정각이다. 불광역에서 만나기를 되어 있던 운해님과 연락하니 벌써 대호매표소에서 산엘 오르고 있다고 한다. 내가 탕춘대능선을 탔다는 소리에 길은 어긋 난듯 이미 산에 오르고 있으니 그냥 우린다시 무한정의 세계로 모의를 한다.

 

 오늘이 연가의 산행일이다. 시각은 9시 30분, 산행지가 염초1봉과 여우골. 백오동과 난 너무나 가고 싶어했던 여우굴! 오늘 여우굴을 오려고 댓글을 달려 했으나 나로 인해 하루가 늦추어지는 바람에 오지 못하는 여우굴을 여우가 잡아 먹히기라도 하듯 효자비로 향한다.

 

내려오면서 여우굴이 보고 싶다며 가지 못한 아쉬움을 지금 가고 있으니 이 어찌된 몸인가?

 

 택시로 불광역으로 다시 버스로 효자비에 몸을 내린다. 산초스님께 전화하여 산곰님의 전번을 알아 알아보니 벌써 연가 식구들은 여우굴을 향하여 떠난 지 30여분. 우린 길을 알지 못하니 어쪄랴!


그래도 입장료를 지불하고 물어서 오른다. 너무도 지쳐있는 이 몸으로 또 산을 오르고 있으니  어찌 된 일인가?  그래도 오른다. 기온이 오르면서 백오동과 난 무척 숨도 거칠게 몰아 쉰다. 땀이 이마를 채운다. 물을 마셔야 오를 수 있다.

 

 제 시간에 왔어야 마음놓고 연가식구들과 동행 했어야 힘이 덜 들텐데? 내가 슈퍼에서 먹을것을 사오느랴 버스를 놓친 후회를 한다. 된비알이 더욱 힘들다. 가다가 포기하고픈 백오동과 난 아무말을 할 수가 없다. 아무말 없이 한참을 걷는다.

 

 긴능선의 슬랩구간에서 내눈을 의심한다. 분명 연가의 식구들 같다. 난 소리를 질러 내가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누가 알아든 모양이다. 누구세요? "요물예요" 알아 듣고 기다린다. 반갑다. 그런데 발길을 떼어 놓을수가  힘들다. 연가의 식구들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다. 늦어진 이유가 분명 있음에도 미안함으로 오는 내 마음이 부끄럽다.

 

 어울림이 마중나온 것이다. 기다리고 있던 고마움에 표할 길이 없다. 난 그분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이렇게 기다려준 고마움을 조금이라도 알아 달라고 하듯 이야기한다.

 

 먼 길!

 이래서 늦어졌다고. 금방은 알아듣질 못한다. 무슨말인지? 그렇다. 우린 지금모험중에 모험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지친 몸을 그분의 도움으로 위험구간 바위를 통과한다. 고맙다고 자꾸하면 푼수인가?

 

 염초1봉이다. 많은 연가식구들 후미가 앉아 있었다. 어울림의 말에 그분들은 놀랜다. 지쳐있는 나와 백오동에게 먹을 식량을 냉큼 챙겨주신다. 닉을 한 번에 알 수 없는 내머리가 싫다. 한번을 보고 다 다음에 또 뵈오면 또 몰라보는 내 머리가 정말 싫다. 단번에 얼음물을 따라주신 바위산님과 과일을 내주신 분의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 그분들과 함께함이 이렇게 든든한다. 그분들은 우리들이 사람이 아니라고 표하지만 우린 사람이다. 줄에 몸을 기대여 바위를 내려온다. 수많은 바위와의 전쟁은 시작된다.


많은 산님들이 이곳을 찾아 왔으니 기다려야 하는 인내도 필요하리라!
내가 너무도 와보고 싶어 했던곳! 처음으로 와보는 이곳의 슬랩구간은 내눈이 풍요롭다. 이제서야 잘 왔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나 긴 시간을 달려온 나이기에 할말이 있어도 힘이 없다. 다리도 이젠 내가 아니다. 그래도 가야 하는 나다. 뒤에 오는 분들께 미안한 생각도 든다. 나로 인해 늦어지는 바위와의 싸움에 이길수가 없다.

 

점심시간이다. 벌써 연가분들은 자리를 잡아 이미 입은 즐거운 시간있었다. 많은 분들이 오

늘 오셨다. 봄맞이 소풍으로 느껴지기도 한다.한결같이 환한 얼굴의 연가식구들을 보니 내 마음도 참 좋다. 그런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산님들에 고마움을 표한다. 단숨에 들이킨 막걸리. 따끈한 호박죽. 닭강정. 부침개. 김밥과 과일. 이슬이초. 무엇보다 오늘의 진국은 보리비빔밥!

정말 맛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는데 꿀 맛입니다.

 

 모두가 내 마음속으로 느껴지는 푸근한 정이 듭니다. 한달에 한번 쯤 뵙는 분도 계시고 처음으로 뵙는 분도 몇 번을 뵈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이 못난 내가 있어도 마음은 정말로 반갑습니다.

 

여우굴로 여정은 다시 시작됩니다. 내가 원했던 여우굴! 정말로 여우굴엔 여우가 살고 있을까요?얼마나 어려운 이곳이기에 난 한번도 올 수가 없었을까? 얼마나 고귀한 집이기에 이제서야 내눈을 보여주는 것일까? 얼마나 잘해 놓고 사는걸까? 삼각산의 여우는? 줄지어 기다리는 산님들의 표정은 어떻게 생겼을까?

 

 여우굴 앞에 정원이 있었다. 생강나무가 노오란 꽃의 끝자락이었고 숲개별꽃이 화원을 만들었다. 바위속에 암정을 먹고 사는 가 싶다. 그래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여우굴의 대장정은 금방이었다. 웃음꽃 피는 연가들의 정담에 기다리는 시간을 채우고 있는것이다.

 

 가방을 가슴으로 안는다. 캄캄하다. 랜턴을 킨 여우가 아닌 연가 식구가 맞는다. 품은 좁으나 길다. 일자도 아니고 기억자인듯 하다. 호랑이보다 가늘다. 호랑이보다 더 여우잡아 먹기가 더 힘든 듯 하다.

 

 오늘 두 째로 백운대로 오른다. 가파른 바위와의 싸움과 내리 쬐는 태양과 수 많은 산님들과 어울려 오른다. 줄을 이용 해 다가온 백운대 이곳으로 처음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내눈에 넣는다. 홀로 산행중인 운해님이 정상에 앉아 있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부른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찍어 달라는 주문부터 한다. 내가 큰 소리로 부르니 다른산님들도 힘껏 부른다.

 

한 가족임을 느끼는 순간이다.

 

 오늘은 백운대 장날이다.

토요일에 봄 맞이에 이 곳에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 줄지어 장을 보고 있다. 태극기를 사려하는가? 바위를 흥정하고 있는가? 그런데 돈을 주고 받는이 없으니 거래없는 장터던가?

 

가끔씩 새치기하는 장사꾼도 있지만 그래도 지친 내 몸을 기대기엔 안성마춤이다. 서울사람들은 다 이곳에서 하늘을 따고 인수봉의 봉우리를 따다가 저녁밥을 짓는 모양이다.

 

위문을 지나 성벽을 따라 만경대 뒷 길로 향한다. 이곳은 처음으로 가는 길이다. 아주 멋진 길과 나무들의 조화에 내 마음은 퓽요를 만난 듯 뛰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는 흥분을 느낀다.

 

. 혼자 걸어 가는 이 길이 너무도 좋다. 가끔씩 진달래와  양지꽃이 나를 안아 주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이름모를 새소리도 들린다. 아주 가냘 픈 새소리다. 처음으로 연가에 참여한 분들과 잠시얘기도 하면서 걷는다. 용암문이다. 눈에 익은 곳이라 정감이 더 가는 곳이다.

 

도선사로 다시 향한다. 백오동이가 거기 있을꺼라 생각한다. 하루종일 같이 했던 시간을 잠시 떨어져 있으니 궁금하다. 어데로 갔을까? 용암문을 넘어 진달래능선으로 갔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분명 집도 가깝고 아까 효자비에서 안내자가 말했던 기억을 되 살려 나도 도선사로 향한다. 같이한 산님들의 인사도 한다. 오늘 정말로 여느때 보다 반가운 친구들이었습니다.

 

 자주 이 분들과 산행은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닉을 대면 반가운 분들,

 "내가 요물인데요"하면 너무도 반갑게 대해주는 분들,나에겐 언제나 산과 나무와 함께하는

진정한 친구들이다. 내가 이곳에서 이렇게 커서 오늘도 긴 여정을 끝냈는지 모른다. 내가 존경하는 산님들을 보면 반갑다. 궁금해 하던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아! 그 분이었구나!

 

 

 백오동에 전화를 한다.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손폰의 기름도 다 되어 간다. 어디에 있을까? 분명 도선사에서 기다리고 있을꺼야? 내려가면서 오늘을 정리한다.

 

 지난 번 보다 훨씬 날아갈듯 한 내 몸이 의심스럽다. 아직 더 갈수 있을 것 같다. 또 다시 사패산을 가면 어떨까? 둥글게님 문자가 온다. 진정한 산친구로 존경한다.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래서 내가 좋아 하는지 모른다.

 

 어렵사리 백오동과 연결이 된다.

너와 호프라도 한잔 먹고 싶다. 수유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그곳으로 향 한다.버스를 기다리는데 아까 헤어진 친구들을 다신 만나다. 드링크를 사 주신 분께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숙제를 남긴다.  택시타고 아스팔트길을 내려온다.

 

도봉산으로 향 해 가고 있을 운해님은 어데쯤가고 있을까? ? 내가 걸어 온 길이기에 동료로서 격려의 전화를 해 본다. 언젠가 산행을 하면서 식사를 하였던 식당이란다. 도봉산을 오르기 전 비상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밥을 먹고 있다고 한다. 그리 오란다.

 

다시 백오동과 만난다. 그리고 헤어진 연가식구들과도 만난다. 오늘의 마무리를 이슬이와 막초와 부침개 또 한 텅텅빈 동태찌게와 어울어진 한마당에 자리한다.

 

무엇보다 오늘 내게 있어 궁금증이 풀리는 순간이다. 아까 잠깐 인사한 수객님을 뵙는다. 너무도 궁금했던 분, 사진찍는 것에 반했고 산행기에 또 반했고 지금하고 계신 백두대간길에 반했던 분이 내앞에서 술잔을 맞대고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가!

 

말은 많이 하지 못했지만 내 마음속의 산님은 오늘 내 궁금증을 풀어주는 순간이다.

 

 연가방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주는 지후님도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지후앞에 the를 써서 의구심을 품게 했던 분. 어떤이는 정관사라면서 어떤이는 이지후라면서 닉에 대한 만큼이나 처음대하는 이 같지 않게 정감이 듭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the지후님!  그리고 바위산님, 어울림님 정말로 내마음속에 숙제를 남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 켜 봅니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시간을 이럴 때 쓰나 봅니다.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고 산행을 하고 내 자신을 모험하고 있었으니 난 산을 오르는 것 만큼 좋은것은 없나 봅니다.


나뭇가지의 새잎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 역낙없는 소녀였고 연분홍빛 진달래를 보면서 봄의 향취에 몸살을 앓고 있는 나가 어쩌면 아직도 청춘인가 봅니다.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지난 번 약속했던 다짐을 되 묻는 수객님께 오늘의 결과를 답변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언제나 자리에 누워 있으면 5개산의 마루금을 긋고 날짜를 헤아리면서 햇볕이 잘 드는 명당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수 많은 바위들과 싸우면서 긴 어두움을 헤치며 걸었던 백오동과의 데이트가 오늘은 참말로 잘했구나! 생각을 합니다.   

                                       

가까이 갔을 때 숲은 융단같습니다. 산이 있어 내가 갔을 때 산들은 봉우리를 내게 선물하였습니다,아무리 되 돌아 보아도 오늘 만큼은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바람처럼 자유로운 따뜻한 진 풍경을 따라 내 마음속은 언제나 산의 품에 있었습니다.

진달래가 다 지고 잎이 돋아 날 때까지, 아니 찔레순을 꺾어 먹으러 또 그곳에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