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남자가 왜 혼자 산행을 하는지 모른다........

 

별 생각없이 저지른 일인데..

마눌에게 이리도 상처를 주게 될줄이야..

여보....미안해........

 

 

집에 들어오니 새벽2시반

밥먹고 배낭을 꾸린다.

 

얼음물600ml*2

이온음료600ml*2

물600ml*2

보온병에 뜨거운물 500ml

미수가루한통

옥수수3개

그리고 점심대신 쑥인절미2개...........

.......올 봄 어머님과 마눌 그리고 아이들과함께 의성탐리 금성산에 갔다가

혼자 등산하는동안 쑥을 뜯었는데 얼마나 많이 뜯었던지 트렁크한가득 더 넘게 뜯어서

(쑥인절미 20되분량)지금까지 먹고있음.... 

 

그리고

오랜산행시엔

발가락끝부분이 아파서

마눌에게 발톱을 깎게하고....

 

난 무척 게으르다

결혼15년동안 아직까지

설겆이 밥하기 빨래하기 이불개기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가끔 라면은 마눌보다 맛있게 끓이기에 몇번 해봤지만....

심지어 배낭꾸리는것도 마눌에게 시켜서 한다..

그래서  혹시

마눌의 취미는

쓸고 닦고 가구이리저리 옮겨서 배치하고 그리고 쇼핑하는게 아닐까 ... 

난 마눌의 취미생활을 방해하지않는 착한남편이닷,,,라고 자위해본다.

 

앞산고산골에 도착하니 새벽4시반...

아직 깜깜하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는데

배낭이 넘 무겁다..

아무래도 물을 너무 많이 넣은것같다...

조금 걷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배낭속에 넣었는데..에이 귀찮아,,,,,,

도대체 이시간에 누구얏,,,,,,

배낭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꺼내더니

마눌이다....

헉~~예감이 좋지않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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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알았어....알았다구...

지금 당장 갈테니까...전화끊어....달깍

에구~~~~에구~~~

우찌 이런일이......

지금 갔다가는 아무래도 맞아죽을것 같다....

맞아 죽다가 살아난지 불과 1년

그동안 가택연금생활을 지겹게 해왔는데

해금되어서 자유로이 등산한지도 얼마되지않았는데.....

어떻게 이런일이 또..............

하지만 그 일이 정말 맞아죽을 짓인가????

 

암튼

바로 돌아가기는 자살행위 인것같아

폰은 꺼버리고

계속 산행을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 미움과 증오도 사라지리라.....................

 

경치좋은 청룡산능선에 다다랐지만

운무와 안개에 가려 전망은 거의 되지않는다...

 

무거운마음으로 묵묵히 한참을 걸었는데....

마비정1.5km  용연사3.1km 청룡산3.4km

능선갈림길이정표를 보고

조금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꿩이 소리내며 날아가길래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꾸웨웨웩~~~~~

쿠렁~~

쿠렁~~거리는소리와 함께

거대한 멧돼지가 쬐려본다...

헉~~~~~~

~~~~~~~~~~

한국의산하 산행기에서

 산에서 멧돼지를 만나

1시간여를 달려 도망갔다는 것이 생각나서

등산로옆 오르막으로 도망갈까 아님 가던길로 도망갈까 ...생각하다가

유심히 지형지물을 살펴보니

멧돼지와 나 사이엔 깊은고랑이 있어 이쪽으로 오기는 좀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몇번더 무시무시한 콧울음을 내더니만 슬그머니 돌아가버린다...

으악 이 앞산에 저렇게 거대한 멧돼지가 있다니.....

기분도 꿀꿀한데

이참에 저걸 멧돼지 바베큐해버려~~~

 

그리고는 한참동안

시커먼 큰나무나 조그만한 소리에도 멧돼지인줄알고 깜짝깜짝 놀랐다...

 

 

한참을 가니

 저멀리서 비슬산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이다

정말 힘이든다

걸으면서 마음속으로 50번 헤아리고..

스틱2개로 몸을 의지한채

휴~

긴호흡을 하고

다시 이러기를 수도없이 하니

드뎌 비슬산정산10분이라는 표지판을 만난다....

에구 힘들어라~~

이 50여분 오르막구간이 가장 힘든것 같다...

 

 

비슬산정상..................

역시 아무도 없다

지금까지 오면서 멧돼지는 만났지만 사람은 본적이 없다.

산불감시초소에 배낭을 내려놓고

힘들게 가지고온 따뜻한물에 커피를 태워서

쑥인절미 한덩어리 들고

비슬산정상 표지석옆에서 먹고 있자니.....

웬지 기분이 풀어지길래

마눌에게 전화하니 폰도 안받고 연락이 안된다.....

....에이 모르겠다 치아뿌라.......

산불감시초소에 들어가서 배낭을 베개삼아

누워 잠을 청하니

곧이어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더니

한무리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올라온다......

 

우와~~여기 존네.....

도대체 여가 어디고~~~

몇번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을 안한다

시끄러워서

어딘긴 어딥니까 ?

비슬산정산이지~~~

라고 애기해줄려는데

옆에서

어디긴 어디라요...

요~있네

대견봉이라고 적혀있네요..라고 아줌마가 애기한다..

 

왁작지끌 떠드는소리에

잠도 다 깨버려

하산을 한다....

올때는 힘들었지만...

용연사까지는 금방이다

 

바로 용연사로 하산을 할까 ..

끝까지 가볼까 어떡할까.....

생각하다가 일단 약수한잔 먹고 생각하기로 하고

약수터로 내려갔다

이정표엔 2분거리라고 돼있지만

내려가는데 3분 올라오는데는 5분이 맞는것 같다...ㅋㅋㅋ

 

물맛이 일반약수터물과는 좀 다른것 같지만 어쨌든 정말 시원하다...

용연사버스시간안내표를 보니

하루5회 오전11시(?) 1시40분 4시 30분 6시20분 8시10분

시계(폰시계)를 보니 1시40분

지금 내려가도 2시간을 기다려야 버스를 탈수있을것 같길래....

걍 다시 올라와 앞산까지 가기로 했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낯선전화번호로 폰이 울린다

받으면 끊어지고

받으면 끊어지고

아무래도 마눌이 어디 친구집에 가서 폰을 하는것 같아서

.......도대체 누구얏....왜 자꾸 전화하는데.......

에에궁

거래처전화이다...

아~예~예~예~~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겅보고 놀란다더니~~

 

 

청룡산 오르막길

다시한번 50걸음 휴~~~~~~

50걸음 휴~~~~~~~~~~~~

에고 힘들어라~~

그렇지만

다행인것은

무릎이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 3~4시간이상 걸으면 무릎이 아파 고생했는데

부지불식간에 무릎이 아프지 않다는것이다

아무래도 당분간 산행기를 쓰지 못할것 같은데......

무릎이 안아픈방법(비결)을 대신 써볼까 하니

산행시 무릎이 아프신분들은 꼬~옥 읽어보세요..

 

 

마침내 앞산 고산골

현재 5시

12시간반의 산행이었다

모처럼 비가오지 않아

여기저기 가족나들이로 붐볐다

손잡고 뛰어노는 아이들을보니 ..........

어제까지도 저렇게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지금 집에가면.....

.............................................

나오는것 한숨뿐이다....에~~~~휴

 

여기서 산행기를 마치고 그 후에 일은 ........살아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