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신선대·오봉·여성봉 순례

 


  망월사역과 망월매표소

 

  토요일에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장마전선이 다시 몰려와 다음 날 오후부터 흐리고 비가 온다는 예보로 말미암아 장거리 산행을 포기한 2005년 7월 10일 일요일아침, 북한산 국립공원에 속한 도봉산 산행을 하기로 작정합니다. 오늘은 도봉산 산행코스 중 가장 힘들다는 포대능선을 탄 후 오봉과 여성봉을 거쳐 송추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계획합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망월사역에서 내려(08:30) 등산용품점이 자주 보이는 거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갑니다. 흐린날씨에도 불구하고 저멀리 도봉산의 정상부가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 오늘은 조망이 매우 좋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가도로 밑의 삼거리 갈림길에서 왼쪽의 원도봉계곡으로 가는 대신 오른쪽 원효사 방향으로 진입합니다. 덕천사 및 대원사를 지나가니 망월매표소입니다(08:45). 매표소직원이 상냥하게 인사를 하므로 국립공원 입장료 가 아깝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다는 속담은 이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선명하게 보이는 도봉산 정상부(좌로부터 선인봉. 만장봉.자운봉)

 

 

                                                   망월 매표소

 


  원효사

 

  매표소 맞은편에 위치한 원각사를 지나 원도봉지구 등산안내도를 뒤로하고 몇 걸음을 옮기니 도로가 끝나는 쌍룡사입구입니다. 왼쪽으로 가면 망월사로 연결되므로 필자는 오른쪽으로 들어가니 매우 호젓한 계곡으로 이어집니다. 이른 아침 시간이어서 그런지 한 두 사람이외에는 등산객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도봉산 산행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봉산역에서 내려 도봉계곡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곳의 등산로는 한산한 것이 정상입니다.


  계곡 옆에 위치한 지장암을 지나니 제법 높은 곳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폭포가 보입니다. 이번의 장마에도 불구하고 수량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계곡 깊숙한 높은 곳에서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폭포를 보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폭포를 지나자 오른쪽으로 뚜렷한 등산로가 있지만 필자는 왼쪽의 다리를 건너 원효사로 들어갑니다(09:11). 대웅전 아래에는 하늘나리(?)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네요. 등산안내도에는 원효사 뒤로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어 스님에게 물어보니 대웅전 앞을 가로질러 왼쪽으로 들어가라고 합니다. 

 

                                    무명폭포

 

                                                        하늘나리(?)

 


  산불감시초소

 

  안으로 들어가 쉬고 있는 부부등산객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이제부터는 경사가 급한 오르막이 계속됩니다. 능선주변의 전망이 트이는 바위 위에 한 남성이 쉬고 있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오르기를 계속합니다.


  남녀 등산객 두 명이 앞서 가더니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우회하는 데 아무래도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필자는 오르막으로 직진합니다.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전망대에 오르니 도봉산의 정상이 바라보이지만 정상부는 짙은 안개에 휩싸여 겨우 그 밑 부분만 알 아 볼 수 있을 따름입니다(10:05).

 

                                        안개에 쌓인 도봉산 정상부

 

                                                 포대능선의 바위봉

 

                                    몸을 꾸부려 통과한 바위

 

                두 개의 큰 바위 틈새로 보이는 포대능선 바위

 


  오르기 힘든 바위에 굵은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데 매듭을 촘촘히 매어 두어서 손을 잡기가 매우 편리합니다. 처마처럼 생긴 바위 밑을 기어서 통과하고 나니 두 개의 큰 바위 틈새로 바라보이는 포대능선의 바위가 선명합니다. 급경사 오르막을 계속 치고 올라가 큰 바위에 오른 후 밧줄을 잡고 내려오니 왼쪽에서 올라오는 부드러운 길과 만납니다.

 

                            안개가 점점 짙어지는 정상부

 


  공터에 도착하자 두 남녀가 쉬고 있어 다시 보니 아까 필자 앞에서 우회로를 이용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급경사 길을 힘들여 오르느라고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다시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 능선에 붙으니 드디어 원도봉능선의 산불감시초소에 도착합니다(10:30). 등산안내도를 보면 원효사에서 능선까지는 매우 가까운 거리로 보이지만 급경사 오르막이 계속되는 길이라서  1시간 20분이나 소요되었습니다.


  능선에 올라보니 하필이면 짙은 안개가 주변을 휘감아 가까운 곳도 보이지 않습니다. 능선에 오르자마자 찍은 사진과 간식을 먹으면서 7분 후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 금방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고맙게도 간식을 먹는 사이에 안개가 다 지나가고 가까운 곳은 조망이 가능할 정도로 시계가 확보된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산불감시초소에 올랐을 때의 안개낀 포대능선

 

 

                                       7분후 안개가 겉힌 후의 조망

 


  포대능선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를 내려오니 사패산 2.2km, 포대능선 입구 1.0km, 망월사 0.5km 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포대능선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포대능선은 도봉산의 주봉인 자운봉(740m)에서 북쪽으로 뻗어 있는 1.2km에 달하는 능선이며, 능선 중간에 대공포진지인 포대(砲臺)가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포대능선을 알리는 이정표

 

                                             포대능선 안내판

 

 


  이정표를 지나 포대능선으로 진입합니다. 넘어가는 길에 설치되어 있는 철책을 가볍게 통과합니다. 포대능선에 설치되어 있는 안전시설물은 모두가 쇠말뚝을 바위에 박고 쇠줄을 연결해 둔 것으로 철책으로 불러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큰 바위봉우리를 우회해서 지나가니 드디어 소위 Y계곡이라는 매우 위험한 포대능선 길과 안전하게 우회하는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 도착하는 데, 안전한 곳으로 우회하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가볍게 통과 한 후 뒤돌아본 철책

 

                                            우람한 바위 봉우리

 

 

                           위험구간과 우회로를 알리는 안내판

 


  필자는 약 2년 전 날씨가 좋은 날 위험한 길을 혼자 통과한 적이 있었습니다. 팔과 다리의 품은 많이 팔아야 했지만 도봉산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길을 거뜬히 정복한 데 대한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찼습니다. 오늘 아침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이 길을 다시 한번 도전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나가는 많은 등산객들 중 험로로 가는 등산객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전한 우회로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흔들립니다. 특히 엊그제까지 비가 온 후여서 바위길이 매우 미끄러워 잘 못 하다가는 크게 고생을 할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안전한 길로 그냥 들어서고 맙니다(11:07).  


  우회하는 길도 바닥이 매우 미끄러워 발걸음을 옮기기가 조심스럽습니다. 험로를 택했더라면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지만 안전한 길을 선택한 덕분에 불과 18분만에 도봉산의 최고봉인 자운봉으로 이어지는 삼거리에 도착합니다(11:25).

 

 


  도봉산 정상과 신선대 

 

  자운봉은 벽돌조각을 세로로 쌓아 둔 것 같은 형태의 큰돌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바위 봉우리입니다. 그러나 도봉산의 정상부를 형성하고 있는 자운봉(紫雲峰, 740m), 만장봉(萬丈峰, 718m), 선인봉(仙人峰, 708m)은 일반인들의 접근이 금지되어 있어 오를 수가 없는 대신, 맞은편의 신선대에 올라 정상 정복의 기쁨을 맛봅니다.

 

                         도봉산 자운봉(왼쪽)과 신선대(오른쪽)


  필자는 오늘 비록 험로인 포대능선은 우회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신선대는 올라야겠기에 왼쪽 쇠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내려섭니다. 많은 사람들이 철책을 이용하는 대신 바로 위로 치고 올라 신선대로 갑니다. 바위를 타는 사람들의 능력에 혀를 내 두릅니다. 남자와 여자의 구분도 없고 젊은이와 늙은이의 구분도 물론 없습니다. 같이 온 일행이 말리는 데도 불구하고 고집을 꺽지 않는 사람도 목격됩니다. 꼭 다람쥐처럼 바위를 잡고 힘 한번 쓰면 저만치 올라가니 필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엄두를 못 낼 것입니다.


  철책을 잡고 왼쪽 아래로 잠시 내려서다 다시 위로 오릅니다. 바위가 물어 젖어 매우 미끄러워 포대능선의 철책구간을 통과하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음을 확인합니다. 안부에 있는 도봉산의 안내판을 한번 읽어보고 신선대로 오릅니다. 중간지점부터 정상까지 밧줄이 설치되어 있지만 오르기는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마침 맨발차림으로 신선대를 오르는 한 등산객의 모습이 필자의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축지법을 쓰지 않고는 불가능할 대단한 실력자입니다. 도봉산의 다람쥐가 아니라 여우라고 불러야겠습니다.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의 안부에 있는 안내도

 

                                             자운봉의 벽돌바위

 

                                    맨발로 신선대로 오르는 등산객

 


  신선대 오름 길은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인하여 지체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힘들여 오른 것만큼 일단 정상에 서면 노력에 대한 보상은 받고도 남습니다(11:45). 가까운 곳을 제외하고는 안개에 쌓여 먼 곳의 전망은 볼 수 없지만 안개 낀 산은 신비감을 자아내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신선대에 올라 숨을 헐떡이면서 하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경치 정말 끝내준다."
  "이런 맛으로 산에 오는 구나."


  만약 이들이 날씨가 청명하거니 안개 또는 구름이 이동하는 날 설악산 소청봉에 올라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그리고 화채능선의 장관을 한번 보았더라면 틀림없이 등산매니아가 될 재목들입니다.


  신선대에 서니 방금 우회한 포대능선 위에 한 등산객이 천하를 굽어보며 당당히 서 있고, 가야할 도봉 주능선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아슬아슬합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사람들 때문에 조심스럽게 내려가 쇠줄을 타고 삼거리로 되돌아옵니다.

 

                           자운봉의 벽돌바위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사패산

 

                            안개에 쌓인 포대능선 (왼쪽)

 

 

 

 

                                          신선대의 노송

 

                                          자운봉의 벽돌바위


  도봉주능선

 

  오른쪽 산허리를 돌아 우이암으로 가는 길에 설치되어 있는 철책을 잡고 내려와 다시 안부에 오르니 우이암 1,860m, 마당바위 780m, 만장봉 320m라는 이정표가 있습니다(12:16). 도봉산의 최고봉은 자운봉인데 왜 모든 이정표에는 두 번째 높이인 만장봉까지의 거리를 표시해 두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리막의 철책구간

 

                                        뒤돌아본 정상부와 주봉(오른쪽)

 

                                         가야할 방향의 칼바위 능선

 


  이곳에서 다음 봉우리에 올라 뒤돌아본 도봉산 신선대를 포함한 정상부와 주봉의 모습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가야할 바위 봉우리 중간 중간에 사람들의 움직이는 모습이 간간이 보이는 데 아마도 이들은 우회로 대신에 칼바위 능선을 헤치며 바로 오르는 모양입니다.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가는 길엔 철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오랜만에 편안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봉능선과 오봉
 
  우이암과 오봉으로 길이 나뉘는 갈림길에서 오봉으로 가기 위해 능선을 치고 오르는데 소방헬기 한 대가 정상 주변으로 갑니다. 무슨 사고가 발생했는지 걱정이 됩니다. 뒤돌아보면 칼바위의 벼랑 끝에 성큼성큼 걸어 내려오는 등산객이 보여 오히려 보는 사람이 오금이 저릴 지경입니다. 왼쪽으로는 독특하게 생긴 바위인 우이암이 아련하게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가야할 오봉이 제법 선명하게 조망됩니다.

 

                                              오봉 갈림길 이정표

 

                           뒤돌아본 칼바위와 아찔한 등산객의 모습

 

                                                     가야할 오봉

 

                                     멀리 보이는 뾰족한 우이암 

 

                 뒤돌아본 조개껍질 같은 바위

 


  한참을 내려가려니 흡사 조개껍질처럼 생긴 바위가 길을 막습니다. 바위 위에는 두 명의 등산객이 앉아서 쉬고 있는 데 얇은 바위사이로 길이 나 있어 통과합니다. 이어서 오른쪽에 위치한 송추폭포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하자 잠시 심리적인 갈등이 일어납니다. 등산 안내도에 표시될 정도면 규모도 크고 볼만하겠지만 오늘은 시간이 없어 후일을 기약하며 가던 길을 계속 갑니다. 오봉을 100m앞둔 헬기장은 한 무리의 단체등산객 차지가 되고 말았군요.


  오봉을 30m앞둔 안부에 오봉(해발 660m)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오봉에 올라 보면 서쪽으로 일렬로 늘어선 오봉의 모습과 또 넓은 마당바위 위에 아름다운 노송이 자라고 있는 모습은 정말 빼어난데 정상에는 아무런 표석이 없습니다(13:13).

 

                                     오봉 오름길에 뒤돌아본 도봉산

 

                                          오봉 이정표

 


  오봉의 암벽을 타는 사람들

 

  처음 필자가 오봉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끝에서 두 번째 봉우리에는 등산객 1명이 쓸쓸히 서 있었는데, 한쪽에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나서 약 25분 후에 다시 보니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가운데 봉우리에 올라 있고, 그 옆 봉우리에는 자일을 설치하여 사람들이 오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끝에서 두 번째 바위에 서 있는 1명의 등산객

 

                                가운데 바위 봉우리에 오른 한 무리의 등산객

 

                                                    도봉산 정상부

 

                                                        기묘한 오봉

 

                                                     노송과 오봉

 

 

                      노송뒤에 위치한 북한산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는 오봉은 매우 위험하므로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저마다 산을 좀 탄다는 사람들이 모두 바위 사이사이에 늘어져 있으니 그 무모함을 탓해야 할지 아니면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암벽등반을 위해 관계당국으로부터 특별허가를 받았다면 필자로서는 더욱 할 말이 없습니다. 


  날씨가 좋을 경우 오봉에 서면 도봉산 정상부 및 사패산을 포함한 북쪽의 산세와 북한산의 정상까지도 매우 시원하게 펼쳐지는데, 오늘은 인근에 있는 산의 형세만 아련히 보여 매우 아쉬움이 남습니다.

 

 


  송추남능선

 

  오봉에서 무려 30분간 휴식을 취한 후 여성봉으로 갑니다. 맞은 편에서 올라오는 등산객 하나가 아는 체를 하기에 기억을 되살리니 바로 아침에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같이 탄 후 건너편 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입니다. 필자는 망월사역에서 내렸고 차내에서는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는데 한시간 이상을 서로 간간이 얼굴을 쳐다보며 보낸 것이 상대방을 알아보게 된 것 같습니다.


  이 분은 망월사역 다음인 회룡역에서 내려 포대능선을 타고 여성봉을 갔다가 되돌아오는 중이며, 우이암을 경유하여 하산한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지긋한 분이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많은 등산로 중에 하필이면 필자와 비슷한 코스로 산행을 하면서 중간에 이렇게 조우하는 것을 보면 다시 한번 세상이 무척 좁은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봉에서 오봉매표소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이 송추남능선으로서  오봉을 출발한지 약 20분만에 여성봉에 도착합니다. 
 

 

 

  여성의 상징을 닮은 여성봉

 

  해발 504m인 여성봉은 그 특유의 생김새로 인하여 인기가 많은 (?) 봉우리입니다. 넓은 바위로 올라가는 비탈면의 모습이 여성의 은밀한 곳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사람들이 밟고 올라가야 하는 길목에 여성이 하늘을 보고 누워 다리를 살짝 벌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가운데 벌어진 바위의 틈 사이로 자란 풀이 말라 있는 것도 여러 가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척박한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가냘픈 소나무 한 그루를 보는 순간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합니다.  

 

 

 

                                                  여성봉 이정목

 

                                    여성봉 (1)-밑에서 올려다 본 모습

 

 

                                                   여셩봉 (2)

 

                 나무가 있는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모습

 


  만일 저명한 조각가가 이를 제작했다면 여성을 비하한 죄로 여론의 몰매를 맞았을 것이며 여성계 및 여성부가 가만히 있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연이 만든 천혜의 작품인 것이거늘 그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이를 밟고 오르면 넓은 마당바위가 사람들의 휴식처를 제공합니다. 비록 안개가 차 있기는 해도 오봉의 모습은 매우 뚜렷한 반면 북한산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여성봉에서 바라본 오봉

 


  오봉매표소와 송추계곡

 

  여성봉에서 내려와 철책도 잡아보고 마당바위처럼 넓은 바위에서 짧은 밧줄구간도 통과하는 등 아기자기하면서도 상당히 부드러운 등산로를 따라 하산을 계속합니다. 오후 시간인데도 가끔 오봉을 오르는 등산객을 만납니다. 평지에 도착하여 느긋하게 길을 가는 데 길섶에 피어 있는 큰까치수염에 화려한 빛깔의 호랑나비 한 마리가 앉아 뭔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호랑나비가 날아가지 않도록 숨을 죽이며 사진을 한 장 찍습니다.

 

                                    하산길의 철책

 

                                        큰까치수영과 호랑나비

 

 

                                                          오봉매표소

 


  오봉매표소 직원의 작별인사를 받으며 매표소를 통과합니다. 아침에 망월매표소에서도 인사를 받았는데 여기서도 인사를 받다니 확실히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 동안의 장마로 인하여 송추계곡의 물이 매우 많아 졌습니다. 그러나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 옆자리에는 어김없이 주변 음식점들이 자리를 선점하고 있어 음식을 사 먹지 않으면 들어가서 세수를 하려해도 이들의 눈치를 살펴야 할 지경입니다. 계곡의 물은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연자원인데 음식점에서 식탁을 설치하거나 자리를 깔아 놓고 마치 사유재산처럼 사용하는 처사가 못마땅합니다.


  문을 열지 않은 음식점 사이로 내려가 세수를 하고 발을 씻으니 피로가 풀립니다. 산행을 하면서 간식으로 과일밖에 먹은 것이 없어 배가 출출하지만 주변에 늘어선 음식점에 홀로 들어갈 용기가 없습니다. 송추계곡입구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15:30) 하루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하산할 때까지 흐리기는 해도 비가 오지 않아서 걷기는 좋았지만 시계가 흐려 조망이 좋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쉽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민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지하철과 버스로 1∼2시간 이내에 북한산과 도봉산, 관악산과 청계산, 수락산과 불암산 등의 명산을 접할 수 있어 축복 받은 사람들입니다.   

  
  오늘 널널한 산행에 7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지나온 코스를 다시 한번 정리하면 망월사역/망월매표소/쌍룡사/원효사/산불감시초소/포대능선/도봉산신선대/도봉주능선/오봉능선/오봉/여성봉/오봉매표소/송추계곡입구 버스정류장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