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광산에서 남포동까지, 그리고 영도 봉래산

 

 

                                             05.7.10

 

 

 

폭우가 올 것 같다는 예보에 점차 날짜가 다가올수록 오히려 담담해지기 조차 하더니 일요일 아침

에는 푸르른 하늘까지 맞게된다.  감사할 데가 있으면 감사라도 해야겠건만.

 

 

 

                   

                                         -이동경로를 파란선으로 그어 보았다.-

 

 

원래, 오늘은 소속한 산행단체의 영도  봉래산 산행이 잡혀있는 날이다.

서울세미나에 가는 날짜와 겹쳤으나 이쪽 모임에 언약을 해 둔 책임감을 변명삼아  오랫만에 즐거운

산행을 기획하게 되었다.

 

 

기획이라 함은, 단체산행이 10시부터 남포동 집결하는 산행인지라 새벽산행을 즐기는 나로서는 그

때까지의 빈시간을 어떻게든 이용해야하는데 그냥 아침에 일어나는데로 집을 나서 산을 넘고 길을

건너 집결지에 도달하는 옛날이동방식 대로 가보기로 했던 것이다.

 

 

걸어감. 즉 보행이동은 점차 잊혀져 가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차와 도로가 삶의 패턴을 빠른 속도감 위에 얹혀놓고 말았으니.

나야...... 주례 살때도 산넘어 내원정사에 자주 다니고 했으니 걷는데야 이력이 붙어 자연스런 일이

라  차를 타거나 지하철을 바꾸어 타는 것이 오히려 번거럽고 갑갑하게 느껴진다.

 

 

-가야 체육공원에서 이곳 산정(헬기장)까지 꼬박 한시간 걸렸다.

-건너편 백양산과 금정산이 낮은 구름과 안개에 덮혀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시원하다.....

 

 

-요즘 산에오른 아침마다 보게되는 서면 쪽 도심의 기지개.

 

 

 

-장마사이, 물에 흠뻑 젖은 초록의 싱그러움과 실로 간만의 푸르름으로 빛나는 하늘

 

 

 

                   

                     -그 푸른 하늘빛 아래로 구덕산과 엄광산 송신탑도 또렷한 자태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구봉산 쪽 첫봉우리에 올라서니 금새

                 운무로 뒤덮혀 하늘이 온통 어두워진다. 태양을 바로 찍는 만

                 용도 부려보았다.  달처럼 보였던 해.

 

 

 

 

-구봉산 봉수대

 

 

 

- 언듯 운무가 걷히더니, 대청공원의 탑이 흐릿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로서 산의 조망은 끝이었다. 짙은 안개구름 속에서 대청공원 까지 정숙한 산행.

 

 

 

산행은.

혼자 혹은 약간명이  같이하는 산행은.

가장 좋은 행선(行禪)이다.

 

 

그 또렷한 집중과 몰두.

말문을 굳게 닫음.

내면에서 올라오는 느낌과 잡념을 고스란히 잡아챌 수 있는 명료함.

 

 

산이 항상 주는 선물이다.

 

 

 

-대청공원 앞,  이곳에서 길을 물어 도서관 앞을 지나 혜광고교 쪽으로 진행하였다.

 

 

 

-아하! 눈에 익은 건물들이 보이고 지형이 짐작된다.

 

 

 

-보수동 헌책방골목은 몇군데만 문을 열기 시작하였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국제시장은 한적하다.

 

 

 

                   

              -한때 긴장의 사건이 일어났던 미문화원 건물.  지금은 근대역사관이 되어 있다.

     

 

미문화원 건물 뒤켠에 용두산 공원이 있으니,  내가 밟아 온 길이 원래는 용두산 공원까지 야트막한

산줄기인 셈이다.  그 산줄기가 남포동까지 이르러 바다에 잠겨들었다가 아쉬운 듯 영도섬을 일으키고

태평양 속으로 깊은 침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도심의 아침은 조용했지만 관광객들은 제법 보였다.

이전에는 러시아인들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중국인들이 두드러진다. 사람들이 우우 몰려있

어 다가가보면 음성높은 중국말에 이국인임을 늦게 알아챈다.

 

 

김밥도 당기지 않고 시락국도 보나마나 삭은 김치와 나올 것이니 생각이 멀리가고.....

마침 할매국수집 앞 포장마차가 눈에 띄어 아침을 먹었다.

 

야채가 듬뿍한 토스트.

바로 갈아주는 토마토 주스.

냉커피 한사발.

 

각 항목당 1000 원. 합이 3000 원이네.....

- 아줌마, 이거 중국 관광객들도 많이 사먹습니까?

-아뇨..... 가격만 물어보고 눈이 동그레지기만 하고 안 사묵십니더.

 

 

-남포동, 옛 미화당 앞. 서면으로 이동한 상권의 침체가 지속되었으나 옛 명성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이 안타깝게 이어지고 있다. 이른 아침 온통 중국관광객들이 깔렸다.

 

 

 

-천마산 아래로 정기노선 여객선 " 페레스트로이카"가 뱃고동을 울리며 부산항으로 들어선다.

'변화의 바람-개혁과 개방"을 일으켰던 고르비는 이곳에 멋진 배 이름을 남기고 초라한 모습

이 되었지만 저 페레스트이카는 여전히 위풍당당하다.

 

 

 

-구 영도다리. 우여곡절 끝에  철거의 위기를 간신히 넘긴 영도다리 아래로 페레스트로이카가

아슬아슬하게 통과하고 있다.

 

 

 

절영준마(絶影 駿馬).

그림자조차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달리는 뛰어난 명마.
그런 말들을 키워내던 곳.
절영도.
그리하여 영도!

영도는 예로부터 말(馬)과 인연이 많은 곳. 목마장으로 유명해 즉 절영 명마를 생산한 섬으로

절영도가 줄어져 영도란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봉래산이란, 원래 동쪽바다 한 가운데 있어서 신선이 살고 불로초와 불사약이 있다는 상상속

의 영산인데, 봉황이 날아드는 산이라는 의미가 있으니  이름으로서는 꽤나 값이 쳐지는 이름

이다. 그 봉래산은 영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유명한 태종대는 봉래산의 남동 쪽에 위치하

고 있다.

산 전체가 원추형이며 능선은 아기자기한데, 산의 사면은 비교적 가파른 편이다.  특히 남쪽 사

면은 급경사로 바다에 거의 내리박듯 수직으로 돌입하는데 구름안개로 바다를 보지 못해 아쉬

웠다.

 

 

                   

                    -복천사 쪽에서 시작된 산행은 눅눅한 해무(海霧)  속에서

                 진행되었다. 숨을 고르고 뒤돌아보니 비교적 가파른 초입.

 

 

 

-쉼터를 지나....., 나침판을 보지 않으면 방향감은 완전상실. 능선은 아기자기한데 농무속에서

조망, 경관없이 진행. 그래도 젖빛 안개구름 속에 부드럽고 촉촉한 초록의 변화에 기분좋은 마

취상태로 이끈다.

 

 

 

-일행 12분이 계셔서 오랫만에 산거북이도 사진에 박힌다.

 

 

 

- 곧 내리막일 줄 알았는데 서너개의 연봉들이 암릉과 함께 이어진다.

맑은 날은 절경을 이루겠건만......

 

 



-내려서고..... 두어개의 작은 봉우리를 지난 다음,



-목장원 쪽 급경사를 내려선다. 고도 200 미터에 이르니 운무 속을 빠져 나온다.

 

 

목장원은 이곳 영도의 명소식당 중 하나다.

왜 하필이면 목장원일까. 고기맛을 자극하기 위해 목장이란 단어를 쓴 줄 알았는데, 영도가 원래

목장과 인연이 깊은 줄 알고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애들 어릴 때 태종대에서 말도 태워주었고, 요

즘은 제법 잘 시설된 승마장도 운용하는 것도 그 연유를 이해하게 된다. 이런 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니 도대체 시민의 자격이 있기나 한건지 원.....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해발고도 0 m 를 향해 해안 절벽으로 내려선다.

절영해안 산책로는 2킬로 채 못되는 정도의 해안로인데 옛날 제 2송도길로 알려진 곳이다.  바다

곁으로 완전히 붙어 보행용 도로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잘되어 있는 줄이야.  영도에는 태종대만

있는 줄 알았는데....  1999 년 1부터 2001년 7월까지 연인원 11만명의 공공근로자의 힘으로 만들

어 졌다고 한다.

산책로 입구가 영화 '첫사랑 사수궐기대회'라는 영화의 촬영무대였다고 하는데 모르긴 해도 영화

가 이곳 경치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깍아지른 절벽에 핀 참나리며 원추리의 군락지가 군데군데

보인다.  부산을 찾는 분에게 태종대와  함께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해도 좋을 것 같다.

 

                   

                    -목장원에서 나와 건너편 전망대 공원 동쪽으로 입구가 있다.

 

 

 

                   

                   -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 절벽을 타고 울리는

                파도치는 소리는 굉음에 가깝다.

                    

 

                   

 

                   -참나리인가..... 산속에서 볼때는 몹시도 못생겼더니..... 제법 풍치를 돋군다.

 

 

                   

                    -어라. 이쪽은 원추리가 빼곡하네.

 

 

 

-자세히 보면 해안산책로의 구조를 잘 볼 수 있다.

 

 

 

                   

                    -발 아래 까지 밀려오는 파도의 포말.

                턱없이 낮은 높이임에도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위험을 모르는 아이는 그저 즐겁기만 하다.

 

 

 

-파도는, 매번 저런 힘으로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일정한 주기로 세차게 바위를

때리는 것 같다.

 

 

 

-해안도로는 태풍이 오면 위험하여 폐쇄하지만 그 직전의 파도는 위협적인 장관이다.

 

 

 

-빗방울이 흩어지기 시작하고 바다새들이 갑자기 요란스레 산복도로 쪽으로 날아 오른다.

 

 

                              


                   

                    - 반도보라 아파트에서 산행의 최저점을 찍고 막을 내렸다.

                 나로서는 오전 6시에 집을 나서서 부터 3시에 마친 산행이 되었다.

                     

                 아파트 옆으로 영도구 영선동에서 서구 남부민동을 잇는 남항대교(2006년 완공)

                 공사가 한창이다. 계획 중인 북항대교가 영도 - 감만동을 이으면, 바다의 도시

                 부산의 면모가 더 나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