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산행기(대구 달성)

 

★ 일시 : 2005년 4월 24일 (일)

★ 어디로 : 자연휴양림 매표소지나 좌측 우회등산로  →염불재 →조화봉 대견사지  → 휴양림

★ 누구랑 : 짝지와 함께(09:30경 산행시작 16:20 하산완료)

  

이런저런 사정으로 산행을 못한지 한달이 지났다.

싱그런 녹음과 붉게 타오르는 봄산을  상상하노라면  갈수 없는 안타까움을 겹겹이

마음 한구석에 쌓아두었는데 오늘에서야 본격적인 봄맛을 흠뻑 취해 볼수 있을꺼나.

기대한껏 짊어지고 요즘 한창 절정에 다다른 진달래 축제의 본고장 비슬산을 찾아 나선다.

축제의 혼잡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볼려고 꽤나 일찍 서둘렀다고 생각되는데 현풍 휴게소를

지나자 꼬리를 문 자동차 행렬이 시작된다.

다행이 매표소를 지나서는 우려했던 것 만큼 교통체증이 없어 유가사 갈림길 부근 삼거리

임시주차장을 지나 곧바로 휴양림쪽으로 오른다. 

차량혼잡을 피하기 위해서 일방통행로를 임시로 설정해 놓아 내려오는 차는 거의 없다.

길목마다 교통통제를 위해 경찰들과 행사관계자 분들이 안내하는 모습도 눈에 띄고 여기저기

축제를 알리는 포스터가 걸려있어 벌써부터 가는이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지난번 "한산 산행기"에 진달래 없는 축제구경을 하고 오셨다는 "유봉훈"님의 산행기를 참고삼아

오늘은 어느정도 개화가 되었으리라 혼자만의  희망사항을 가져보는데 ...글쎄다.

임시주차장 삼거리를 지나 반쯤 올라가는데 안내차량이 나타나며 공영주차장에는 만차이니

바로 갓길에 주차를 하라기에 얼떨결에 차를 세우고 올려다 보니 주차장까지 족히 1Km는

넘을듯 하다.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올라온게 다행인줄 아시라는 관계자의 말을 위안삼아

배낭을 짋어지고 오르막 아스팔트를 오르는데 길옆 철쭉이 아직 때이르다는듯 수줍게

입을 다물고 있다.

공영주차장을 지나면서 인파는 점점 많아지고 노점상들도 눈에 띈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시멘트포장의 주등산길을 버리고 한적한 우회로 표지판을 따라 오른다.

주등산로에 비해 인적이라고는 없어 호젓하다.

잠시후 우회로  너덜지대를 타고 오른다.

간간히 산악회 리본도 보이는데 따라가다 보니 길 흔적은 금새 사라진다.

이왕 올라온길 주등산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비스듬히 남측 사면을 타고 오른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지역이라 야생화가 군데 군데 피어 있고 때이른 고사리며

두릅나무도 보인다.

한시간쯤 몇개의 너덜지대를 통과 거슬러 올랐더니 지척에 인기척이  들리고

작은 등산로가 나있다.( 염불재 가는등산로같음- 염불재 0.4km라는 안내표지판은  하산시 확인)

처음 밟아보는 등산로다. 곧이어 절없는 공터에 석탑 한기만 덩그러니 서있다.

외지에서 온 단체산행객틈에 끼여 10여분쯤 올랐을까 능선에 다다른다.

유가사쪽 계곡이 조망되고 건너편에 대견봉이 저만치 내려다보는듯 하다.

이제부터 오르막의 능선길을 따라 암릉지대와 시원한 경치를 조망하면서 오르는 산길이

무척 정겹다. 여기 저기서 신록의  무리가 떼지어 오는 듯한 경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휴양림주차장에서 시작된 관광버스의 행렬이 유가사까지 빼곡하다.

군데 군데 진달래도 오르는 산꾼을 반긴다.

조화봉 북서쪽 사면에도 올망졸망한 바위가 한껏 경치를 거든다.

드디어 바위로 된 조화봉 정상이 눈에 들어 온다.

대견봉,관기봉 주변의 산들이 거침없이 조망된다.

대견사지 뒷편에 자리를 잡았다.

바람 한점 없는 좋은 날씨 덕인가.정상부근에는 역시나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초만원이다.

진달래보다 구경나온 인파가 더 많게 느껴진다.

그러나 생각만큼 진달래평전의 고운 자태는 보기 힘들다.

거의 90%이상이 개화 한것 같은데 예전의 붉게 타오르던 그 화려함은 어디로 갔을까.

군데 군데 연분홍색을 띄고는 있지만 명성에 비해 많이 부족한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저런 사유를 나름대로 분석해보건만 시원한 해답은 모르겠고 다만 추측컨데

나무가 너무  늙어서? 아님 훼손이 되어서?

보호측면에서 그랬는지 등산로를 제외한 군락지 안쪽으로는 출입을 통제하는

줄을 쳐 놓았다.

그러나 여기저기 보호구역내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잡고 있다.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듯 하다.

식사를 끝내고 막 배낭을 짊어지고 하산하려는 순간 너무도 충격적인 장면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TV화면으로만 보아 왔던 산불이 이곳 비슬산 진달래 축제 마지막날 참꽃군락지

한가운데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엄연한 사실이었고 눈앞에서 벌어진 현실이었다.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119를 눌러댔다.

"여보세요 119죠? 비슬산 대견사 정상부근에 불이 났어요."

" 비슬산이 어디요? "

" 대구에 비슬산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

몇번의 설명을 겯들여도 비슬산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눈치다.

다급한 마음에 지역번호인 053을 빠뜨려 119를 눌렀으니 다른관할지역에서 전화를

받았을것이라는 생각은 불이 진압되고 난뒤에 깨달은 사실인데 맞는지 모르겠다.

메었던 배낭을 집어던지듯 짝지에게 팽개치고 현장으로 내달렸다.

현장과는 불과 100여M정도 될듯 했었는데  가는길조차 왜 그리 멀어 보이는지.

가는 도중 중간에 두세번의 폭발음이 들린다.

지나치던 길 옆 솔가지를  꺾어 현장에 도착했다.

처음 갑자기 불이 났을때는 당황해서 구경만 하는 듯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들어

본격적인 진압이 시작되었다.

이순간 아마도 지난번  있었던 양양 대형산불이 한번쯤 뇌리를 스쳤을것이다.

불이 얼마나 무섭고 막대한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을.

모두가 한마음이 되었다. 발을 동동구르며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이나 현장에 불을 끄는 사람

모두 불길을 잡아야 겠다는것은 한마음일것이다.

네일 내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기에 산불진압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오늘은 하늘도 우리편이 되어 주었다. 정상이라도 보기드물게 바람이 불지않았다.

잠시 기세가 오를듯 하던 불길이  막아야 겠다는 투혼에 밀렸는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희뿌연 연기를 마지막으로 토하듯 뿜어내고 불은 완전히 기세가 꺾였다.

잔불정리가 어느정도 끝날 무렵 헬기가 도착  물을 쏟아 부으면서 산불은 자취를 감추었다.

축제의 마지막날 하마터면 기약할수 없는 마지막 참꽃 축제장이 될뻔 헀던 아찔한 순간이 지나서야

현장으로 달려가면서 긁힌 자욱들이며 등산복 바지가 그을려 있슴을 알았다.

내앞에서 반팔차림으로 함께 뛰어 가던 요즘 보기 드문 젊은 총각의 행동도 기억에 남는다. 

정확히는 알수 없지만 화재 발생원인은 휴대용가스로 추정된다.

화재중간에 두세번의 폭발은 미처 제거하지 못한 여분의 휴대가스용기가 폭발한것 같다. 

화재위치도 군락지 전망대를 불과 10여미터거리에 두고 일어 났다.

입산시 화기 소지자체가 금지 되어 있기도 하지만 숲가운데서 화기를 사용했다는것이 도저히

믿기질 않았다.

참으로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될 급박한 상황을 겪으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사람의 그릇된

행동과 판단으로 돌이킬수 없는 상황을 만들수도 있다는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무거운 마음으로 그나마 적은 피해라고는 하지만 시커멓게 멍이든 산불 현장을 바라보며 하산길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정상에서 긴박했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잘 정비된 휴양림에 내려오니 여느때와 다름없이

마냥 평화스럽기만 하다.

다만 만국기 펄럭이는 임시 가설무대만이 축제의 불꽃이 꺼진채 관중없이 빈 의자만이 쓸쓸해 보인다. 

도로아래 갓길에 주차해둔 차를 몰아 유가사 방향 새롭게 포장된 순환도로변에는 아직도 산행객

도착을 기다리는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있고 정체된 차는 전진을 못한다.

겨우 유가사를 통과하니 그제서야 지체가 풀린다.

녹음이 짙은 들판의 보리가 어느새 긴 수염을 내밀고 봄바람 키재기에 바쁘다.

돌아오는길에서도 한편으로는 그만하길 천만다행이라 위로도 해보지만 하마터면 잿더미로 변할

아찔한 그 순간이 자꾸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아쉽게도 몰라보게 화려함을 잃어가는 듯한 비슬산 참꽃군락지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숲으로

되살아나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그날을 기원해 본다.

  

  

  

 화재발생사진1

  

화재발생사진2

 

화재진압후 헬기도착

  

  

화재발생후 불에탄 흔적

  

 봄의 흔적들- 야생화,고사리,두릅등 ▼

  

  

  

  

  

  

  

  

  

  

  

  

  

  

  

  

  

  

비슬산의 볼거리

염불재가는길의 석탑▲

  

  

바위틈에 핀 진달래▲

  

  

  

  

대견봉

  

공영주차장 조망

  

 

대견사지 조망

  

  

  

대견사지 바위

  

 아직 겨울의 흔적이(희게 보이는것이 얼음)

  

2005년의 아쉬운 축제는 끝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