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양산&구왕봉

2008년 5월 22일 목요일 청목산악회
날씨 : 맑고 더움 시계는 개스가 많이 차 흐림


♣ 희양산(998m)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가은읍의 경계를 이루는 소백산맥 줄기 중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산이다. 백화산을 일으켰던 소백산 줄기가 서쪽으로 휘어지면서 험준한 산세를 이루고 그 산들 중 하나가 희양산으로 동서남 3면이 화강암 암벽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위산이다.  희양산은 산 중턱에서 정상쪽으로 암벽을 두르고 솟은 모습이  특이하며 옛날 사람들은 장엄한 암벽을 보고 '갑옷을 입은 무사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오는 형상'이라 했다.
지증대사가 희양산의 지세를 보고 '산이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처져 있으니 마치 봉황의 날개가 구름을 치며 올라가는 듯하고 계곡물은 백겹으로 띠처럼 되었으니 용의 허리가 돌에 엎드려 있는 듯하다'고 감탄했다. 그러나 요즘은 아쉽게도 봉암사에서 수도에 방해가 된다며 출입을 금하고 있다. 산행은 봉암사를 거치지 않는 등산로를 택해야 한다. 은티마을을 들머리로 정상에 오를 수 있고, 홍문정을 들머리로 골짜기를 따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등산로는 은티마을 - 지름티재 - 정상 - 홍문정 코스가 3~4시간 정도 걸린다.

희양산 남쪽 자락에 천년 고찰 봉암사가 있다. 봉암사는 마지막으로 남은 청정 수행 도량으로 1년에 딱 하루만 일반인들의 방문을 허락한다. 그날이 바로 사월 초파일이다. 희양산은 문경의 산이지만  그러나 봉암사에서 정진 수도를 위해 등산객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에 등산을 하고자 하면 괴산군 연풍면에서 접근하도록 한다.
산을 바라보는 모습이야 경북쪽에서 보면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봉이 장엄하기까지 하지만 등산의 아기자기한 감동과 즐거움은 괴산의 은티마을에서 오르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은티마을 유래비가 서있는 마을 입구에는 아름드리 노송과 전나무가  줄을 지어 서있어 찾는이들을 반겨준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빚어논 바위들이 기기묘묘하고 바위끝에서 내려다 보는 봉암사의 까만 기와지붕이 감회를 불러 이르키고 20리 봉암사 계곡이 소나무숲에 쌓여 진풍경을 연출한다. 백두 대간을 달려오는 백호산과 이만봉이 가까이에 서 있고 원북리 계곡이 깊게 느껴진다.

▶ 정상에 서면 조령산(1,017m), 월악산(1,093m), 주흘산(1,075m), 운달산(1,097m), 백화산(1,064m), 속리산(1,058m), 백악산(857m), 대야산(931m), 군자산(948m), 보개산(750m), 악휘봉(845m) 등 많은 명산들이 조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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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티마을-은치재(오정봉고개)-주치봉-구왕봉-지름티재-희양산-성터-888봉-은티마을(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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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라

서럽고 쓰리던 지난 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우리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구왕봉에서 보는 희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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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지난 주에 이어 은티마을을 깃점으로 들어간다. 출발시간도 거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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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마분봉, 악희봉을 버리고 구왕봉, 희양산을 향해 왼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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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골재로 걸음의 날개쭉지를 쭈욱 펴서 나아가니 제법 빡세다. 오르내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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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맑지만 박무로 흐릿한 하늘은 산을 떼어놓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다. 오늘도 먼데 그림은 틀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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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3(오정봉고개)
첫 번째 만나는 이정목 은티마을 20분으로 되어있다
쉼없이 38분을 올랐는데 20분 이라니 무슨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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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야놀자!!
암릉에 기어오르니 쬐금 맛만 보고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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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바위전망대)
비싼 댓가를 치룬 그림이다
오르기보다 내려오기 까다로운 바위에 올라서서 얻은 그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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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9(구왕봉)
구왕봉 바위전망대에서 눈 앞을 가로막는 희양산을 바라본다
오른쪽 뒤는 뇌정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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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왕봉 아랫도리와 엎드린 산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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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왕봉 내림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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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전고투 끝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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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티마을 오른쪽 위에는 한흥광업소가 산을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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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티재를 뚫고 오르는 길에서

두근거림이 있습니다
망설임도 있습니다
얼기설기 흉측하게 막아논 막법 앞에서

돌아서 내려가다 다시 되올라와 용기(?)를 내서 들어갑니다
비닐로 만든 초소에 아무도 없나봅니다
"게 섰거라!!" 보초병도 없는데
나는 한 마리 강아지되어 개구멍으로 숨어들었습니다

긴장을 한 탓인지
얕은 둔덕을 오르면서 헛발질입니다
스스로 쫒기는 도둑의 몸이었기 때문입니다

숨조차도 도둑 숨입니다
기침을 숨깁니다
발밑에 낙엽소리도 숨습니다

그 길 구경거리도 없습니다
단지 산아래 수도승들의 정진을 위한 함구의 오름입니다

구왕봉쪽에서 연신 소리가 들립니다
길 잃은 어린양의 외침인 듯합니다
그러나 함구해야함에 묵묵부답입니다

그 양의 외침이 수도정진에 방해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막아놓았나봅니다
숨을 숨겼다 나누어쉬며 오르느라 길이 늘어집니다
오뉴월 땡볕에 엿가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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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생명력은 닮으라!! 나를 본받으라 약한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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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봉에서 애기암봉으로 그리고 장성봉, 악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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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을 발라놓아 지름티재 은티마을에서 문경 땅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뜻의 지름티재

먹은 것 없다 보채는 몸은 쉬엄쉬엄 쉬어가며 오르라합니다
물기 먹은 암릉을 만지면 마치 얼음덩어리인 듯합니다
어느 여인이 10m 아래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는 지점이라 느긋하게 오릅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난이도는 없는 구간인데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팔 힘이 없으면 실수할 수도 있을 법합니다
어쨋거나 건강을 위해서 하는 오름과 내림 그런 실수는 없어야겠지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던 길 살펴오릅니다

멀리서 소리치던 그 소리 조금 더 가까이 달라붙습니다
그러나 화답을 할 수 없어 잘라먹고 그냥 오릅니다

막바지 오름 후에 내려다보고 증명사진 담아놓습니다
불법이라도  할 말 있지요
길이 있으면 가야는게 나그네 인생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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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배의 마음은 도적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두근거리는데...
지름티재 마지막 오름 끝에 만나는 입산통제 안내판

오늘도 나는 불법을 저질렀습니다
오로지 나의산을 만나기 위해 출입금지임에도 들어간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를 만나는 것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어쩝니까? 그냥 부닥치는 수 밖에요
그리고 배짱을 가지고 들어갑니다
저 큰 산의 품에 안기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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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
산행 2시간 50분만에 희양산 고스락에 올랐다

 

여기 산 하나 섰습니다
결코 초라하지도 작지도 않은 산입니다

백두 대간의 한 자락임에도 가지 말라 막아섭니다
흉측한 울타리를 온 산을 둘러서 쳐놓고 보초도 서고 가는 이 오는 이 막습니다
이 묏부리 길조차 사찰땅이라고 막아서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쩝니까? 도적질이라도 하는양 숨소리 크게 내지르지 못하고 쉬쉬 오릅니다
그런 탓인지 훤히 티인 곳에서도 산들이 숨습니다
월악도 가까운 곳에서 꿈틀거리던 곳입니다
속리 톱날이 우쭐대며 다가오던 곳입니다

원통봉, 애기암봉, 장성봉, 막장봉, 악휘봉, 마분봉, 둔덕산, 대야산, 군자산, 보개산,월악산, 백악산, 속리산
조령산, 주흘산, 성주봉, 운달산, 백화산이 서로 마주치며 달려오던 곳입니다
박무로 덮힌 시계가 그들이 달려옴을 막아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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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양산 고스락에서




두 팔 벌려 봉암용골을 안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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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정산과 성골은 지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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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양산 고스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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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은 구왕봉을 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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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네 형상 산중 우물




희양산과 구왕봉은 마주보며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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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을 즐기던 자리

빈 몸을 달래기 위한 떡 몇조각
마른 목 축이기 위한 냉수 몇 모금
시간이 녹아들어 단맛만 내는 사과 한 개

끼어 달라 덤벼드는 녀석들
정지 비행하는 벌
울퉁불퉁한 등을 가진 털두꺼비 하늘소
깊은 산중 똥파리까지

등짐 벗은 옷자락에 땀방울 그네를 타다
그 방울 바람에 흔들리다
햇살은 박무를 뚫고 정수리에 얹히다
그러나 젖은 몸 시원하다

달콤한 휴식 시간을  털고 일어서다
가야할 길 남았기 때문이다
왔던 길 다시 더듬어 내려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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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투영

내가 바로 너야
거울을 들여다보듯 너의 모습을 그려보았지
그림자일 뿐이지만
스스로를 비출 수 없는 바위의 답답한 마음에 답을 던져주었어
그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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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멈춰서게 하는 상록수와 늘 그 자리에 그 바위
표정의 변화는 없다
그러나 그에게 이끌려 그의 잔등에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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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잔등은 넓다
튼튼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나처럼 늙었다
그러나 천년을 이 자리에 있을지
만년을 있을지
지구의 생명 다하는 날까지 일지
모른다
하늘이 알 것이다
내려다보며 온 천하 살피니.




미로바위 구간




당겨서 보는 봉암사
당겨도 흐릿한 봉암사인데
묏부리가 봉암사의 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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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멋진 콧날 아래 확실한 콧구멍이 있었는데 황장목에 가려 숨었다
정말 명품이었는데......




희양자락 아래 봉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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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터에서 내려서야하는데 아쉬움에 따라가다 시루봉을 넘본다
성터는 시루봉을 따라 올라가더라




시루봉 가는 길 뇌정산 마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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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가 품은 덩굴꽃마리

시루봉 남겨두고 돌아섰다
길은 없다
왼쪽 팔이 가리키는 사면을 무작정 치고 내려간다
잠든 고양이 등을 밟아서인가 부시시 잠깬 몸들이 들썩거린다
깊은 계곡은 사람의 냄새는 전혀 없다
낙엽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허벅지를 삼키는 낙엽 수렁

물길을 건넜다
다시 건넜다
기차 화물칸 처럼 생긴 바위들이 지천이다
의외로 식물이 적다
부엽토가 많아 식물이 살기 좋을 것 같은데
우리네 농촌에 폐가나 빈집이 많은 것처럼
식물들도 끼리끼리인 것일까?

한참의 푸닥거리 후에 암릉에 매달려 그네타는 덩굴꽃마리를 만난다
사막에 오아시스가 된 그를 한참 품었는데
지름티재를 뚫을 때 그 맘이었는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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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폭포가 있던 지점에서 먼산 바라보기

물길이 따라오더니
급기야 낭떠러지를 이루며 폭포가 숨어있었다
우기엔 장관일텐데......

길이 없는 곳에서 계획도 없는 곳에서 더듬었지만 결과물은 없다
싱거웠다
그리고 얌전한 길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어기 빨간 프래카드에 뭐라 적혔을까?
위험 그리고 입산금지
돌아서다
다시 내려간다
또 빨간글씨
입산금지
뭬야?
그 옆에 얌전한 이정목이 부른다
아하! 입장료를 받아야겠기에 온 산에 빨간글씨를 도배해놓았구나


돈 안내고 들어가면 위험하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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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걸음에 만나는 이정목
잘 다듬어진 산책로 끝에 은티마을 서있다

산행내내 찝찝함은 어쩔 수 없었다
소리 없는 노래 부를 수 밖에 없었다


잔향

소리 없는 그대의 노래
귀를 막아도 은은해질 때
남모르게 삭혀온 눈물 다 게워내고 허기진 맘 채우려
불러보는 그대 이름

향기 없는 그대의 숨결
숨을 막아도 만연해질 때
하루하루 쌓아온 미련 다 털어내고 휑한 가슴 달래려
헤아리는 그대 얼굴

그 언젠가 해묵은 상처 다 아물어도
검게 그을린 내 맘에 그대의 눈물로
새싹이 푸르게 돋아나

그대의 숨결로 나무를 이루면
그때라도 내 사랑 받아주오. 날 안아주오. 단 하루라도
살아가게 해주오.

사랑하오 얼어붙은 말 이내 메아리로 또 잦아들어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