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순천 유치산, 희아산)

산행일 : 2006. 2. 21(화). 흐림

같이 간 사람들 : 삼인산님내외분과 함께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상주마을 정헌재 (13:54)

유치산 (15:00. 530m)

닭재 (15:19)

뱃바위 (15:44~16:03. 약 680m)

닭봉(헬기장) (16:14. 744m)

희아산 (16:24~16:28. 764m)

버틀재 (16:59)

640봉 (17:09~17:11)

삼각점봉 (17:33)

노고치 (17:45)

총 산행시간 : 3 시간 51분

산행지도


 

산행기

  순천 주암면 창촌초등학교길로 들어서서 가다보면 처음에 만나는 동네가 창촌 마을인데, 사거리가 나온다.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타고 중주마을을 거쳐 끝까지 올라가면 상주마을 정헌재(모 문중의 제각)가 나온다. 지금은 한창 공사 중이라서 차량진입이 가능하지만 공사가 끝나면 제각까지 차량진입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간에 차량통행차단기가 있음)

 

  

산행들머리인 정헌재. 한창 공사중이라 어수선하다. 정헌재 왼쪽의 시멘트길로 올라가면 된다.


 

  시멘트 임도를 따라 올라가지만 표지기하나 보이질 않는다. 이후로 유치산 정상까지 표지기는 보이질 않는다. 어제 유치산 들머리를 찾아보려고 행정마을과 두모마을, 갈마마을의 길이 끝나는 곳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 보았지만 결국 유치산 산행 들머리를 찾지 못하였었다.

시멘트 포장도로는 공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깨끗하다. 삼거리에서 왼쪽에 보이는 산이 유치산(실은 형제산 전위봉)인줄알고 지형을 잘못 파악하여 왼쪽 길로 접어들어 올라간다.  나중에 유치산 정상에 올라서서 안일지만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올라가야만 한방이재로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산행내내 유치산으로 착각하였던 형제산 전위봉. 유치산은 저 산의 오른쪽에 있어서 산행 중에는 보이지도 않는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고 무덤이 나온다. 무덤왼쪽으로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넓은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가니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쪽길이 좋아 왼쪽으로 100여 m정도 가다보니 무덤이 나오고 길은 끊어진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가서 오른쪽 길로 올라가니 능선길이다. 여기도 무덤이 나오고 무덤위로 희미한 길이 이어지는데, 누군가가 주황색 리본을 촘촘히 매달아 놓았다.

주황색 리본 길은 8부능선을 따라 계속 이어지다가 여기도 결국엔 무덤이 나오면서 길은 끊어지고 만다.

십여 미터 뒤로 돌아가서 북쪽능선으로 급경사를 10여분 치고 올라가니 지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여기서부터 능선을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니 한 봉우리에 올라선다. 

 

                      임도를 따라 한참을 올라갔지만 결국은 무덤으로 가는 길이어서 되돌아 나온다.

  

                                    다시 되돌아나온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여기도 무덤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무덤 위(뒤)로 올라가보면 희미하게 길이 나있다.

 

                         이 길은 주황색 리본이 촘촘하게 매달려 있어서 저 리본만 따라가게 된다.

 

            여기도 역시 종착역은 무덤이었다. 뒤로 십여미터 후진하여 북쪽 지능선으로 치고 올라간다.

  

  먼저 올라가신 삼인산님이 “유치산이다.”라고 외치신다.

‘어? 그럴 리가 없는데…….’

산행 내내 유치산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본 왼쪽의 봉우리는 형제산의 전위봉이었던 것이다.

주위를 돌아보니 정상석은 없고, 누군가가 표지기에 유치산이라고 큼직하게 적어 매달아 놓았다. 지도를 꺼내 지형을 살펴보니 유치산이 틀림없다. 여기서부터는 호남정맥구간이라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너무나 초라하고 허망한 유치산 정상. 정상석도 없고 비좁으며, 조망도 별로다.

  

                                   유치산 정상의 생강나무. 머지않아 꽃망울을 터뜨릴것으로 보인다.


                                                      유치산에서 바라본 뱃바위

 

  닭재(유치고개)를 지나니 서서히 뱃바위의 위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오른쪽 아래로는 차밭을 새로 조성하였는지 산이 온통 벌거숭이이다.

뱃바위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지만 로프를 매달아 놓아서 잡고 올라가면 한결 수월하다. 뱃바위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전망은 너무나 시원하다. 조계산과 왼쪽의 고동산, 그 앞의 오성산에서부터 유치산까지의 능선, 멀리 모후산과 무등산, 그리고 백운산…….

쟈스민님이 내놓으신 꿀떡에 피로가 싹 가시고, 기운이 솟는다.

 

   

닭재(유치재)

  

뱃바위 오름길의 삼인산님 내외분

  

                          뱃바위에서 바라본 닭봉(744m, 헬기장, 오른쪽 봉)과 희아산(왼쪽)


호남정맥. 뱃바위에서 바라본 조계산(왼쪽)과 오성산(조계산앞 작고 시커먼 산) 그리고 유치산(맨 오른쪽 볼록 튀어나온 짙은 녹색산)

 

넓은 740봉 헬기장에서 희아산을 바라보니 지척이다. 예까지 와서 희아산에도 안올라보고 그냥 내려간다는 것이 말도 안 되어 희아산으로 향한다. 희아산 정상 바로 전 안부에 고로쇠 물이 3분의 2정도 담긴 한말짜리 플라스틱물통과 고로쇠 물이 가득담긴 비닐봉지가 놓여있다. 입맛만 다시고 희아산 정상으로 올라간다. 흐린 날씨라서 지리산 반야봉은 그런대로 보이지만 천왕봉은 보일듯말듯 잘 보이질 않는다.    

 

   

희아산 정상

  

희아산에서 바라본 봉두산(앞의 뾰족산)과 지리산 반야봉(맨 뒤)  

 

                  분지형의 월등마을. 맛있는 복숭아로 유명한 마을이다. 멀리 백운산 주능선이 보인다.
 

  다시 740봉으로 내려서는데 아직도 고로쇠 물통은 그대로 있다.

“형님! 목말라 죽겠는데 맛이나 봅시다.”

비닐봉지 끝에 달린 호스에 입을 대고 맛을 보니 고로쇠물이 맞다. 방금 채취한 신선한 100% 원액을 먹다니, 달작지근한게 꿀맛이다. 돌아가면서 한 모금씩 마시니 갈증이 싹 가신다. 주인이 쫓아오면 돈 주면되지 하는 배짱으로 일을 벌인 게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희아산 정상에서 건장한 체구의 젊은이가 빠른 걸음으로 내려온다. 삼인산님이

“주인이세요? 저희들이 조금 맛 좀 보았습니다.”

“괜찮습니다. 조금만 드세요.”

라는 말과 동시에 청년은 순식간에 뛰어 내려가더니 시야에서 사라져 오른쪽 계곡(고로쇠수액 채취현장)으로 내려가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비호같다’라는 말은 바로 저런 젊은이를 두고 하는 말인 가보다. 저 아래 계곡에서 힘들게 짊어지고 올라왔을 텐데, 화를 내기는커녕 괜찮다고 하는 마음씨 고운 고마운 젊은이, 요즘 보기 드문 아름다운 청년이다.


 

  다시 헬기장으로 돌아와 정맥 길을 따라 내려간다. 지루하고 볼 것도 없는 숲길. 부드러운 능선 길을 따라가다가 버틀재를 지나고,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면 갑자기 급경사길을 한참 내려간다. 삼각점이 있는 작은 봉우리를 지나가고 개활지를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가 내려가니 노고치가 나온다.

그리고 호남정맥은 노고치에서 아스팔트길을 건너서 계속 이어진다.

 


                  하산길에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 왼쪽에 반야봉이 중앙에 천왕봉이 보인다.

 

640봉에서 바라본 뱃바위(맨 왼쪽 봉), 닭봉(가운데), 희아산(맨 오른쪽)

  

하산길의 오색딱따구리

  

진달래 꽃망울이 봄을 기다리고 있다.

  

                                                  노고치. 오른쪽 깃발옆이 날머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