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친구과 함께 오른 순천,곡성 희아산의 설경

산행일 : 2005. 12. 4(일). 눈

같이 간 사람들 : 아들과 함께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신월리 임도

 ☞ 임도와 산행로가 시작되는 삼거리

 ☞ 지능선

 ☞ 통천문?

 ☞ 능선 삼거리

 ☞ 희아산 정상 ( 764m)

 ☞ 주능선 삼거리

 ☞ 월등재

 ☞ OO봉

 ☞ 월등재

 ☞ 삼거리

 ☞ 임도 

총 산행시간 :  시간

총 산행거리 : 약 5.5km

산행지도


 

산행기

  멀리 봉화산이 하얗게 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광주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차량통행이 불가능하니 동악산 산행은 다음으로 연기한다는 첨단산인님의 전화를 받는다.

  

  보온도시락에 맛있는 반찬을 챙겨주면서도 ‘우리집은 따로국밥’이라고 투덜대는 아내.

“같이 가자니까?”

“김장 담가야지 가긴 어디를 가.”

“일찍 돌아와서 도와줄게.”

“일찍 온다면서 맨날 오밤중이더라.”

배낭을 둘러메고 아들 녀석과 함께 도망치다시피 집을 빠져 나온다.

  아들 녀석이 갑자기 산에 가고 싶다고 해서 "찬스는 기회다."라고 데리고 가는 산이 집에서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인근의  희아산이다.

 

  원래는 원달재에서 오르려고 했으나 월등면에서 길을 잘못 들어 노고치쪽으로 차가 가고 있다. 오른쪽에 버스정류장이 보이고 그 옆에 ‘월등의 기상 희아산’이라는 입간판이 서있다.

그길로 들어서 임도를 따라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간다. 도중에 눈 때문에 차가 더 이상 오르지를 못하고 뒤로 미끄러지는 아찔한 일을 겪고 후진하여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한다.

 

  임도에 1cm정도밖에 쌓이지 않은 눈을 보고 스패츠는 차에다 놓아두고(결국은 산행 내내 스패츠 때문에 크게 후회를 하게 된다.), 아이젠만 챙겨 올라간다. 가는 눈은 계속 내리고 있다. 윈드스톱퍼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고 대신 고어텍스자켓으로 갈아입는다.

 임도가 왼쪽으로 크게 휘어지면서 150m정도의 평지 비포장 임도를 걸어가니 산행 들머리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1.4km라. 별거 아니잖아? 하지만 그 거리는 수치에 불과하였다. 올라갈수록 눈의 깊이(첫눈 치고는 상당히 많이 왔다.)는 더해만 갔고, 눈 때문에 상당히 미끄러운데다가 급경사 구간이 상당히 길어서 오름길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이젠을 착용한 부자는 통천문(?)을 지나 산죽길로 접어들 무렵, 위에서 내려오는 안내 산악회 산님들로 보이는 수십여 명의 산님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들(진주 모 산악회) 중 스패츠는 고사하고 아이젠을 착용한 사람은 단 두 사람만 보았을 뿐이다.

 그때부터 그들이 러셀한 등로를 밟을 수가 있어서 오름이 수월하다.  

임도를 타고 가는데까지 가보려고 했으나 눈 때문에 차가 미끄러져서 저기서 뒤로 30여m 후진하여 주차를 하였다.
능선상의 움푹 들어간 곳이 월등재

 

 

본격적인 산행로
 

  아까부터 아들 녀석이 발이 시리다고 고통을 호소한다. 스패츠를 착용하지 않아서 눈이 등산화속으로 자꾸만 들어가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그때서야 내등산화가 더 두껍고, 비싸고 따뜻하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의 등산화와 아이젠을 바꾸어 신는다. 같은 고어텍스 제품인데도 가격차이가 겨울산행에선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 뒤로 녀석의 발시렵다는 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다.

방금 전에 산토끼가 지나가면서 쉬를 하였다.

  

통천문?

 

 주능선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3분 정도 간 것 같다. 앞서가던 아들 녀석이

“아빠! 다 왔어요.”라고 소리를 지른다.

이름도 이상한 희아산 정상이다. 십여 평의 평평한 정상엔 후미조의 마지막 진주산님들 십여 명이 모여앉아 버너에 찌개를 끓이며 점심을 먹고 있다. 한 분은 연신 담배를 피우고…….

그들 중 인사는 고사하고 좀 먹어보라고 권하는 사람 단 한명도 없다. 원 인심 하고는~~~ 쩝!

  북으로 봉두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고, 동으로는 멀리 백운산이 구름에 쌓인 채 신비로움을 뽐내고 있다. 남으로 조계산, 서로 모후산, 조망 한 번 끝내주는 산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삼산(왼쪽)과 봉두산(가운데)

 

정상에서 바라본 월등면과 멀리 백운산이 보인다.


 

정상의 소나무 왼쪽에 삼산, 오른쪽에 봉두산이 보인다.

 

  한쪽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컵라면에 보온물병의 온수를 부어 넣고, 라면이 익을 동안 보온도시락을 까먹는다. 라면맛 또한 기가 막히다. 아들 녀석이 배가 고팠던지 무지 잘 먹는다. 어느새 내 키만큼 자란 녀석이다. 보기만 해도 흐믓하다.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다니, 항상 꼬맹이로만 보이던데……. 여자친구도 사귈 줄 알고…….

친구들은 이번에 자식들이 수능을 보았느니, 대학을 어디를 가느니 하면서 호들갑이지만, 늦장가 들어 얻은 첫째가 바로 이 녀석이니 그저 녀석을 바라만 보아도 배가 부르고 부자가 된다.

 

  삼거리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삼산 쪽으로 접어든다. 이대로 내려가기엔 너무 서운한 것 같아서이다. 아들 녀석도 흔쾌히 동의한다. 눈이 많이 쌓인곳은 무릎까지 차오른다.

얼마쯤 가다가 길옆에 배낭을 벗어놓고 카메라만 둘러맨 채 속보로 내려간다. 급경사를 내려서니 월등재다. 삼산까지 2km라고 되어있다.

 쉬지 않고 내리는 눈과 등산화속으로 자꾸만 들어가는 눈 때문에 삼산까지 갔다 온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힘들어하는 아들 녀석을 월등재에 남겨두고, 혼자서 바로 위의 봉우리까지만 갔다 온다.


 월등재

 

  다시 급경사를 올라가서 배낭을 회수하고 눈길을 걷는다. 계속 내리는 눈 때문에 사진 촬영하는데도 부담이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작은 디카를 가져오는 건데…….

다시 돌아온 삼거리. 이제부터는 내리막길밖에 없다. 내려가면서 보니 우리가 굉장한 급경사를 치고 올라왔었다.

임도에 내려서서 하산 길에 뒤돌아본 희야산이 안개와 눈 때문에 뿌옇게 보인다. 

언젠가는 노고치에서 시작해 희아산, 삼산, 비래산을 종주해야할텐데……. 제법 묵직한 숙제를 안고 차에 오른다.

   

 

 

 

하산길에 되돌아본 희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