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봉산 신령님 뵈러 갔다가 거망 황석산 신령님까지

2009.02.08(일, 맑음)

거창터미날(08:00)→황점(08:50)→남령(09:50)→전망대(10:00~10)→칼날봉(10:40~50)→안부(11:10)→전망대(12:00~10)→월봉산(12:30)→전망대(12:40~13:00)→큰목재(13:30)→수망령갈림길(13:40)→은신처갈림길(14:20)→거망산(15:40)→안부(15:50)→탁현갈림길(16:50)→거북바위(17:10)→황석산(17:20)→황석산성(17:40)→피바위(18:00)→임도(18:10)→우전마을(18:40~50) →안의(19:10~20)→거창터미날(19:10~30)→대구서부정류장(20:30)







삶의 족쇄가 풀리는 날엔 심령의 자유를 찾아 산길 걷는 것이 내 인생의 최고의 낙이 되었으니....
어찌 보면 정신적 결함때문인지 몰라도...
거짓과 술수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솔직히 온전한 정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지난번 눈 인사드린 월봉산 신령님 허망한 것으로 방황하지 말고 내게로 오라하시니 오늘밤도 거창으로 향한다.
높은 산에서 년중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거창 역시 내 맘속의 고향처럼 푸근하고 좋다.

황점에서 내려 한적한 도로따라 봄이 오는 산하 구경하다보니 남령이다.




오솔길따라 능선 전망대에 서니 할미봉 남덕유 삿갓봉과 무룡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로 전면에 솟구친 칼날봉의 위용도 대단하다. 북쪽사면으로 우회하여 조심조심 올라보니 그야말로 칼날처럼 양쪽이 낭떠러지다.













월봉산 정상까지 긴장되는 암릉길도 지나고 드러누어 쉬기 좋은 억새평원도 지난다.





암봉 위에 숨겨진 천사 목욕탕도 발견하고 조망에 넋 잃고 쉬는데 산님 두분이 올라오신다. 함양에서 오신 분(70대)인데 겉모양은 변해갈지라도 속사람은 여전히 청춘인 것 같다.






월봉산 정상(1279) 지나 산죽밭을 헤치고 나가니 헬기장이다.
따뜻한 갈대숲에 앉아 곡주하며 거망/황석산 신령님과 금원/기백산 신령님 계신 능선이 저 앞에서 갈라지는 것 같으니 어디로 갈까 궁리해 본다.




산죽 뚫고 큰목재로 내렸다가 올라서니 수망령에서 온 이정목이 여기까지 왔으니 거망/황석산 신령님부터 뵙고 금원/기백 신령님은 현성산과 함께 인사드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 한다.

저 아래 용추계곡은 양쪽 능선에 계시는 신령님들께서 정기 가득한 맑은 물을 년중 내어 주시니 폭포와 소가 무척 아름답다 한다.






은신처 갈림길 지나 상하좌우로 요동치는 산죽 능선길은 비슷한 정경이 반복되고 봉우리들을 수없이 오르내리다 보니 지나온 길 기역이 몽롱한데 거망산 신령님(1184) 갑자기 나타나시더니만 쉬었다 가라신다.






아니 우째 이곳(1184)에 계시는지요? 저 앞 봉우리(1245)에 계실 줄 알았는데....



산줄기에서 산신령님 계시는 곳이 우리들 생각과 다를 때가 있는가 보다.

용추로 떨어지는 안부 지나 뾰족한 봉을 돌아서니 능선은 끝없이 이어지는데 황석산 신령님 능선 끝 암봉위에 계시는 것 같다.



너무나 멀리 계시는지라 잠시 머뭇거리며 어디로 갈까 생각해 보는데 용추쪽은 차편이 드물고 서상쪽은 30분 간격으로 있다니 늦어도 괜찮을 듯하다.
황석산 신령님께서도 걱정 말고 다녀가라신다.

용추로 빠질까 했던 당초 생각을 버리고 붉은 기운 감돌기 시작하는 산길 달려가니 하늘 높이 치솟은 암봉이 마치 황소 뿔같기도 하고 아침에 뵈었던 칼날봉과 비슷하면서도 규모와 위세가 대단하다.






암릉따라 조심조심 면전까지 올랐다가 우회하니 거북바위가 반겨주면서 황석산 신령님 바로 전면에 솟구친 암봉위에 계신다 한다.




황석산 신령님(1190) 내려다 보시며 초행길이니 어둡기 전에 이제 그만 하산을 서둘러라 하신다.
다음에 또 들르겠다 인사드리는데 암릉위 거북이들도 석양빛 비쳐줄테니 너덜지대 조심히 내려가란다.



고로쇠 채취용 PE관이 거미줄처럼 고로쇠 나무마다 연결되어 있다.
산골마을에선 유일한 수입원일 테니 다음해의 수확을 위해선 과일나무처럼 아끼고 보살필 것 같다.

황석산성 남문에 서니 온종일 함께 하신 햇님 백두대간 넘어가시는가 했는데 이번에도 금새 모습을 감추어 버린다.





지난날 진주성을 함락시킨 왜군이 산골 깊숙한 이곳 황석산성까지 올라왔으니 백성들 온몸으로 맞서 싸웠건만 함락되자 모두 절벽으로 투신했다는 피바위를 지나니 이내 어두워지는데 임도가 반겨주며 안심해도 된다 한다.




대형 탱크에 모인 고로수를 1말짜리 통에 채우고 계시길래 늦은 시간까지 수고 많으시다며 인사드리니 고로수 한바가지 따라주신다. 단숨에 들이키는데 약하게 단맛도 있으면서 무척 부드러운지라 한없이 들어갈 것 같다.




감사인사 드리고 식수겸용 사방댐을 바라보며 우전마을로 달려가는데 둥근 달님까지도 황석산 위에서 얼굴 내미시며 잘 가고 또 오라신다.



고로쇠 차량이 내려오다 서며 버스 정류장 간다하니 타라 하신다. 얼마나 고마우신지...

마당 창고엔 곶감 건조대가 주렁주렁하고 산골 정취로 가득하다.
고로쇠 내려놓고 시내 나갈 것이라며 안의까지 태워 주시겠단다.

이 분도 서울 직장생활 땐 산행갈 만한 여유도 있었는데 산촌에 살다보니 가까운 지리산도 가보기 어렵단다.
처자식은 서울에 남겨두고 고향으로 내려와 노모와 함께 살아간단다.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싶지만 마땅한 경제수단도 없고 어머님은 서울 생활 싫다며 아버님 아니 계실지라도 고향집 지키겠다하시니 이렇게 어머님 곁에서 부모님 일구어 놓은 산비탈 밭에 감나무 심어 곶감도 만들고 오늘처럼 고로쇠도 채취하면서....

기러기 아빠의 심적 고통이 대단할 것 같은데 어머님 앞에 내색도 못하고...
언젠가 다시 오게 되면 이분 집에서 하룻밤 유숙하며 산촌 마을분의 삶의 이야기 들어보고 싶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화려한 모텔보다는 칙칙한 농가일지라도 장작불로 밥 지어 씨레기 멸치국 얼마나 좋을까
이글거리는 장작숫불 화로에 담아 둘러앉아 별빛 쏟아지는 깊은 밤하늘의 별들 헤어보는 것도 얼마나 좋을까

캄캄한 계곡길 달려가며 말과 닭이 서로간의 삶의 이야기로 끝이 없는데 버스 정류장에 내려 주고 닭은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보답의 기회도 없이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나니 촉석루 같은 대형 정자(노을정)가 보이는데 바로 옆엔 남덕유 육십령과 용추계곡에서 흘러든 맑은 물이 넘실대며 함양거쳐 산청으로....


지방 순시차 먼 길 내려온 나리들 이곳으로 모셔놓고 모처럼 출세할 기회 왔다며 저마다 지극 정성으로....
인간사회도 바닷속 물고기처럼 저마다의 신분에 따라 노는 장소가 정해져 있는 것 같고.....

오늘 만나 뵌 신령님 이구동성으로 예나 지금이나 나의 교훈을 경시하고 자기가 최고인양 스스로 교만해져서 자기 생각을 내세워 고집 부리며 육신의 소욕에만 깊히 빠져 있지...

사람으로 살도록 심어준 것도 세상 좋아하다 잃어버려 말 잘하고 영악스런 동물로 변해가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