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조심 입산 금지 기간이 끝난 지 이틀째인 5월 17일(토요일), 가평의 뾰루봉, 화야산, 고동산을 종주하기 위해 7시 5분전에 집을 나선다. 이 종주 코스는 2005년 2월, 호명산을 오를 때를 전후해서부터 종주하려고 마음먹었었던 코스다. 도봉구민회관 앞에서 141번 버스를 타고 경동시장 앞에서 내리니 7시 30분. 10분을 걸어서 청량리 현대코어백화점 앞의 버스 정류장으로 가니 인터넷에서 검색한 설악행 1330-5번 좌석버스의 출발시각인 7시 40분부터 30분 이상 기다려도 그 버스는 오지 않는다. 버스를 기다리는 분들께 물어보니 직전의 버스는 7시 20분에 출발했고 다음에는 8시 20분 차가 있다고 한다. 근처의 노점상에게 물어서 현대코어백화점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서 8시 20분에 도착한 1330-5번 버스를 타니 손님들을 가득 태우고 8시 30분경에 출발한 버스는 망우리고개를 넘어 구리시와 청평버스터미널을 지나서 1시간 35분 만인 10시 5분에 청평댐 앞(버스 정류장 이름은 “발전소 앞”)의 다음 정류장인 뾰루봉식당 앞(버스 정류장 이름은 “새마을”)에 도착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가 오던 길로 조금만 되돌아가면 뾰루봉 산행안내도가 설치돼 있는 뾰루봉 들머리다. 들머리 근처에서 등산화 끈을 조여 매고 쌍스틱을 펴 짚고 임도로 들어가면 곧 오른쪽에 뾰루봉으로 오르는 산길이 나 있다.

산길로 접어들어 10분 이상 걸으니 등로는 서서히 가파라지고 땀을 많이 흘리게 되어 조끼를 벗어 배낭에 넣고 땀을 닦는 타올을 배낭 끈에 걸고 걷다보니 아주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게 되어 걸음이 더디어진다.

가파른 오르막을 다 올라서 길이 완만해질 즈음에 앞서 가던 세 사람 중 걸음이 빠른 두 사람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쉬고 있던 한 사람이 자기도 고동산까지 간다며 동행을 청한다. 사람도 거의 없는 적막한 산중이라 흔쾌하게 수락하여 결국 끝까지 동행을 하게 된다.

큰 송전탑이 설치돼 있는 안부를 지나니 곧 뾰루봉까지 1 킬로미터가 남았다는 방향표지판이 나온다. 들머리에서 뾰루봉 정상까지 2.1 킬로미터이니 산술적으로는 뾰루봉 정상까지 절반쯤 남은 셈이다.

줄기가 바닥에서 크게 휘어진 채로 자란 기형의 나무를 지나 바위 지대의 로프를 잡고 올라서 육산의 꽤 긴 바위 지대를 지나니 뾰루봉까지 0.5 킬로미터가 남았다는 방향표지판이 나오고 그 후로 17분을 더 가면 해발 709.7 미터의 뾰루봉 정상이다. 여기서 30분 가까이 쉬면서 식사를 한다.

휴식을 끝내고 다시 일어나서 3분쯤 나아가서 무심코 내리막길로 내려서다가 바로 위 능선의 방향표지판을 보니 내려가는 길이 양지말 하산길이라서 방향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서 화야산으로 가는 능선길로 나아간다. 이 방향표지판은 갈림길로 옮겨서 설치하는 게 산행객들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나을 듯하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가 오던 길로 조금만 되돌아가면 나오는 뾰루봉 들머리. 
 


가파른 오르막길. 
 


큰 송전탑 밑의 길. 
 


기형의 나무. 
 


로프 지대. 
 


이끼 낀 바위 옆의 길. 
 


뾰루봉 정상의 전경. 
 


뾰루봉의 정상표지석 - 해발 709.7 미터. 
 


뾰루봉 정상의 조망. 
 


무심코 양지말로 하산하기 쉬운 삼거리 위 능선길의 방향표지판. 
 

동행인의 제의에 의해 뾰루봉에서 30분 만에 나무의 뿌리가 지상에 튀어 나와 있는 봉우리에서 10분쯤 쉬게 된다. 그리고 다시 30분 가까이 나아가서 뾰루봉과 화야산의 경계이고 안부 사거리인 안골고개에 이른다. 동쪽은 크리스탈 생수공장이 있는 안골 하산길이고 서쪽은 큰골 하산길이다. 여기서도 동행인의 제의에 의해 10분쯤 쉬게 되는데 자신도 자주 쉬는 편이지만 보통 한 시간 이상 걸은 후에 한번씩 쉬는 편인데 동행하는 분은 뚱뚱한 거구에 한 쪽 다리의 무릎과 발목에 보호대를 차고 있고 땀도 많이 흘리는 편이라서 그 후로도 계속 자주 쉬기를 원한다. 20분 만에 도착한 한 봉우리 위에서도 다시 15분 남짓 쉬게 되고 25분 만에 두 번째 안부 사거리 직전의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곳에서 다시 15분 가까이 쉬게 된다. 쉰 곳에서 다시 3분을 내려가니 두 번째 안부 사거리에 이르고 여기서 비탈길의 등로를 오르면 오른쪽에 있는 봉우리의 밑을 지나치게 되는데 혹시 화야산이 아닌가 능선을 따라 올라가보니 돌들이 바닥에 튀어 나와 있는 평범한 봉우리다. 되내려가서 삼회리 하산로의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곳에서 직진하여 5분쯤 오르면 가평군과 양평군에서 설치한 정상표지석이 각각 한 개씩 있고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헬리포트인, 해발 754.9 미터의 화야산 정상이다. 정상이 가평과 양평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여기서 다시 15분쯤 쉬고 고동산을 향해 출발한다.

화야산 정상에서 35분 만에 사기막골 하산길이 있는 첫 번째 안부 삼거리에 닿아서 또 10분쯤 쉬게 된다. 결국 뾰루봉에서부터 이삼십분에 한번씩 쉬게 된 셈이다. 

동행인은 2 리터의 생수 두 병을 얼려서 가져왔는데 물이 충분히 녹지 않아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하여 자꾸 투덜대서 자신도 얼려 왔지만 다 녹은 500 밀리리터의 생수 한 병을 준다. 이제 400 밀리리터 정도 남은 물로 하산시까지 버텨야 한다.

한여름에는 2 리터 정도의 큰 병에 물을 얼려 와도 긴 산행 중에 다 녹지만 최고 기온이 섭씨 25도 안팎인 요즘 같은 날씨에는 반은 얼려 오고 반은 냉장상태로 가져 와서 얼음이 다 녹지 않은 병의 물을 마시면서 냉장상태의 물을 냉동한 물병에 보충해 줘야 산행 끝까지 섭씨 0도에 가까운 냉수를 마실 수 있다. 다 얼려 와서 산행 중 물을 마실 때에 녹아 있지 않으면 병을 찢어서 얼음을 깨 먹어야 하니 힘든 산행 중에 매우 불편한 노릇이다. 그래서 자신은 오늘 500 밀리리터의 생수 세 병과 과일 쥬스 한 병은 얼려 오고 500 밀리리터의 생수 두 병은 냉장상태로 보관하다 가져온 것이다.

동행인은 쉰 후에 10분 이상 더 가서는 벗어 놓은 발목 보호대를 다시 차고 쉬고 가겠다고 한다. 그럼 천천히 나아갈 테니 따라오라고 일러준 후에 홀로 나아가서 화야산과 고동산의 경계인, 사기막골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는 두 번째 안부 삼거리에 이른다.

두 번째 안부 삼거리를 지나니 능선의 오른쪽 비탈에 흑염소 두어 마리가 풀을 뜯어 먹고 있는데 몸집이 큰 한 마리가 자신을 두 번이나 쳐다본다. 그 흑염소의 뿔은 보통의 일자로 곧은 형태의 검은 색이 아니라 독특하게 굵고 허여스름한 뿔이 안쪽으로 휘어져 있어서 카메라에 담아 오지 못한 게 아쉽다.

두 번째 안부 삼거리에서 5분 만에 해발 591 미터의 헬리포트에 이른다. 헬리포트에는 삼각점이 설치돼 있다. 헬리포트를 지나서 한 봉우리에 닿는데 그 봉우리에서 올려다보이는 산이 고동산 정상임을 직감하고 나아가니 육산인 뾰루봉, 화야산과는 달리 바위산임을 증명이나 하려는 듯이 암릉길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암릉길을 10분쯤 오르면 흑염소 몇 마리가 집으로 삼고 있는, 해발 600 미터의 고동산 정상이다. 
 


뾰루봉과 화야산의 경계인 안골고개의 방향표지판. 
 


두 번째 안부 사거리의 방향표지판. 
 


화야산 정상의 전경. 
 


화야산의 정상표지석 - 해발 754.9 미터. 
 


화야산 정상의 방향표지판. 
 


화야산 정상의 삼각점. 
 


사기막골 하산길이 있는 첫 번째 안부 삼거리. 
 


화야산과 고동산의 경계이고 사기막골 하산길이 있는 두 번째 안부 삼거리. 
 


헬리포트인 591봉. 
 


591봉의 삼각점. 
 

흑염소들은 자신을 골똘히 지켜보다가 자신과 동행인이 정상으로 오르니 정상에서 내려가서 계속 자신을 주시한다.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 당해서 분개했지만 힘이 딸려서 실지를 회복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20분 가까이 쉬면서 오늘 종주한 세 산 중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고동산의 조망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데 정상을 주시하는 몇 마리의 흑염소가 무척 신경이 쓰인다. 그 중 한 마리는 누군가 사로잡으려다가 여의치 않아서 포기했는지 잘려진 느슨한 밧줄을 목에 목걸이처럼 매달고 있다. 
 


고동산 오름길의 바위 지대. 
 


고동산 정상의 흑염소들. 
 


고동산 정상의 방향표지판. 
 


정상표지석 두 개가 설치돼 있는 고동산 정상의 전경. 
 


고동산 정상의 조망 1. 
 


고동산 정상의 조망 2. 
 


고동산 정상의 조망 3. 
 


고동산 정상의 조망 4. 
 


고동산 정상의 전망 바위. 
 


고동산의 정상표지석 - 해발 600 미터. 
 

고동산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주능선을 따라 하산하는 길도 있지만 빨리 하산하기 위해 고동산 정상의 서북쪽에 나 있는 지능선을 따라 내려가기로 한다. 그런데 막상 내려서니 이 암릉길은 꽤 험하고 길이 애매해서 정상적인 등로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리고 방향표지판도 전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다. 암릉길을 내려서니 암릉에 올라와 있던 흑염소가 쫓겨 내려간다. 암릉 주변에는 간벌을 해 놓아서 잘려진 나뭇가지와 잎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하산길에는 동행인이 적극적으로 앞장을 서서 나아간다. 한참 암릉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좀 더 나아가면 이번에는 가파르고 미끄러운 흙길이 기다리고 있다. 쌍스틱으로 미끄러지지 않게 가까스로 균형을 잡으며 내려가니 숲길로 내려서게 되는데 이번에는 또 땅바닥 가까이에서 자라는 넝쿨이 발을 걸어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하는 위기를 겪게 된다.

능선에서 벗어나 오른쪽 비탈로 내려서서 계곡을 만난 후 계곡을 따라 내려가서 고동산 쉼터로 내려가야 되는데 능선의 왼쪽으로 내려서서 바닥이 축축한 숲길을 지나니 비포장의 임도로 이어진다.

임도가 비포장에서 포장으로 바뀌는 지점에 있는, 음각된 글씨가 지워진 표지석 앞의 고동산 날머리에 이르니 왼쪽에 주택이 있다. 집 밖에서 일하고 있는 아주머니의 양해를 구해서 지하수로 간단히 세면을 하고 갈증을 채운다. 그리고 부지런히 15분쯤 임도를 걸어 내려가니 야밀 버스 종점에 닿게 되고 시계를 보니 19시 10분이 다 됐다.

19시 20분이 되니 청평 쪽에서 공영버스가 오는데 차를 돌리기 위해 한참 들어갔다가 19시 30분이 다 되어 종점으로 돌아온다. 버스는 20분 만에 청평 버스 터미널에 닿는다. 함께 내린 동행인은 자신 때문에 전에 한번 시도했었다가 실패했었던 종주에 성공했고 산행 중에 물도 얻어서 기분이 좋았다며 술 한 잔을 사겠다고 한다. 야밀 버스 종점에서 만난 나물 캐는 사람과 셋이서 술집에 들어가 부드럽고 달콤한 가평 잣막걸리와 해물파전을 먹으면서 두 시간쯤 산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다가 헤어진다.

청평 버스 터미널에서 10분쯤 버스를 기다려서 자주 있는 청량리행 1330번 좌석버스를 타니 22시 5분전에 출발한 버스는 23시경 청량리에 도착해서 전철로 갈아타고 귀가한다.

오늘의 산행은 깃대봉과 운두산(은두봉)을 오를 때를 연상시키는, 조망이 거의 없고 울창한 삼림으로 그늘진 깊은 산중을 걷는 길이었고 중간 중간에 탈출로가 있었지만 9시간 5분에 걸친 느려 터진 종주에 성공했는데 산행 중에 다른 산행객을 세 번 밖에 만나지 못한 호젓한 산행이었다.

등로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험하고 가파르고 미끄러운 고동산 하산길이 등로 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이었고 뾰루봉을 내려와서 화야산으로 오르는 길은 거의 평지로 내려가서 다시 산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기복이 심했다.

어렵고 힘든 종주 코스였지만 알을 품고 있는 꿩이 알을 보호하기 위해 날지 않고 바쁘게 걸어가면서 사람을 유인하는 모성애를 두 번이나 보았고 야생의 흑염소를 여러 마리 목격하는 등 인고 속에 값진 체험을 한 날이었다. 
 


고동산 하산길의 암릉 지대 1. 
 


고동산 하산길의 암릉 지대 2. 
 


가파른 능선을 내려온 후의 숲길. 
 


석양. 
 


임도가 비포장에서 포장으로 바뀌는 지점의 고동산 날머리. 
 


임도의 석양. 
 


임도 삼거리에서 뒤돌아본 고동산. 
 


임도에서 뒤돌아본 화야산. 
 


임도의 정경. 
 


야밀 버스 종점과 회차하기 위해 들어가는 공영버스. 
 


오늘의 산행로 - 약 13 킬로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