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6. 13. 화. 2명

 

오디를 생각하고

오랜만에 화야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양수리를 지나 서종으로,

북한강 물길을 따라 가다보면

멀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좋은 경관을 만나기 쉽지 않다.

 

사기막골로.

차가 몇 대 주차해 있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계곡을 따라 걸어 올라가니 물소리가 청량하다.

바람한 점 없는데 그래도 약간 서늘함을 풍긴다.

평일임에도 벌써 내려오는 이들을 서너 팀 만났다.

 

"청량산 육육봉을 아나니 나와 백구..."로 이어지는

퇴계선생의 시조가 문득 생각난다.

 

오디는 없다.

없어도 이렇게 완전하게 없을 수가.

천기누설인가.

바닥에 떨어진 흔적은 더러 있는 데

위를 쳐다보면 깨끗하다.

늦가을 감나무에도 까치밥 하나쯤은 달려 있는 법인데...

 

여기는 오디가 잘고, 명지산은 씨알이 굵다는 둥 해 가며 기대를 접지 않고 걸었으나 끝내 오디는 없었다.

 

천천히 걸어 정상.

바람 한 점 없다.

녹음으로 주변이 대충 가려져 있어 조망도 어렵다.

 

그 아래서 도시락.

얼려온 캔맥주가 그런 대로 먹을 만 하다.

동네 산을 오르는 것과는 한결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참 좋다.

 

하산 길은 사람들이 덜 다니는 코스로.

혹여나 하는 미련을 버리지 않은 채.

 

조심조심 길을 찾으며 내려 오다.

 

그러나 무위.

아마 우리가 한두 주 늦은 모양이다.

 

계곡물에 잠시 발을 담그며

그 개운함으로 모든 걸 자위하다.

 

산에서 머문 시간이 4시간 정도.

 

오늘 밤 축구 대 토고전을 염두에 두고

제백사

미련없이 집으로 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