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호명산과 주발봉 종주 

 

 

 

    <등산안내도(자료 제공 : 월간 산 2006년 11월호)>

  

   


  1. 호명산(虎鳴山) 및 주발봉(周鉢峰) 개요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호명리에 우뚝 솟아 오른 호명산(632m)은 옛날 삼림이 우거지고 사람들의 왕래가 적었을 때 호랑이들이 많이 서식하여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곤 하였다는 데서 명명되었습니다. 


  북한강변에 자리잡은 호명산은 한북정맥상의 귀목봉에서 남으로 뻗은 산줄기 끝자락에 있는 산으로 청평댐 뒤로 병풍처럼 솟아 있으며, 지난 1979년 산 위에 양수발전용 저수지인 호명호가 생긴 다음부터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산입니다.


  산 서쪽으로 조종천이 흐르고 남으로는 청평호를, 동으로는 북한강을 끼고 있으므로 정상에서의 조망은 비할 데 없는 장관을 이루며, 산행 내내 아름다운 강줄기를 바라볼 수 있어 산행의 즐거움이 배가됩니다(자료 : 경기도 홈페이지).


  주발봉(489m)은 호명산의 북동쪽에 위치한 산으로 동쪽으로는 75번 국도가, 서쪽으로는 46번 국도가 지나가는 가운데 능선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2. 청평버스터미널과 고즈녁한 청평역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청평행 버스에 오릅니다. 37인승 좌석이라 배낭을 앞에 놓았는데도 불구하고 다리를 편히 움직일 수 있어 매우 편합니다. 옆자리에는 예쁘게 생긴 젊은 여성이 케이크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다소곳이 앉아 있습니다.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어보니 청평까지 간다고 합니다. 필자도 청평은 등산버스를 타고 또는 승용차로 수 차례 지나간 곳입니다.


  그러나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여행은 처음이라서 정확한 터미널의 위치를 모릅니다. 옆자리 아가씨에게 내릴 때 좀 알려달라고 했더니 그녀도 초행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성탄절을 맞이하여 군에 복무중인 애인에게 케이크를 들고 면회를 가는 듯 합니다. 이런 참한 아가씨를 애인으로 두고 있는 병사는 저절로 군 생활에 힘이 솟을 것 같습니다.


  버스가 출발한지 한 시간만에 청평터미널에 도착합니다(10:20). 여러 대의 버스가 서 있고 터미널이름이 크게 걸려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이 하차합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지 막막합니다. 월간조선(2006년 11월호)에서 펴낸 비교적 상세한 등산안내지도를 보면 청평역 방향으로 등산로가 이어져 있습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길을 물어 터미널 뒤 좁은 골목길로 들어섭니다. 도로를 만나 좌측으로 가니 그기에 소규모의 청평역이 졸고 있습니다. 역 앞에는 기차를 기다리는 2-3명의 사람만 보일 뿐입니다.

  

 

           <소박한 청평역>

  

  


  3. 산행들머리인 청평안전유원지

  

  등산지도를 보며 지형을 살피면서 도로를 따라 갑니다. 마침 지나가는 촌노에게 산행 들머리를 물어보니 공사중인 도로의 굴다리를 건너가면 조종천을 건널 수 있다고 합니다. 굴다리를 통과해 제방에 쌓은 벽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는데 춘천방향에서 오는 기차가 청평역쪽으로 순식간에 지나가고 맙니다. 기차역에 서거나 지나가는 열차를 보면 차를 타고 멀리 떠나고 싶어지는 심정을 숨길 수 없습니다.

 

   <공사중인 도로의 제방모습>


  굽이쳐 흐르는 조종천에는 철다리와 시멘트로 만든 징검다리형태의 구조물이 놓여져 있지만 너무 낮아 여름에는 위쪽의 정식 다리를 이용해야 할 것입니다. 다리를 건너니 호명산 등산안내도가 이곳에 홀로 찾은 이방인을 반겨줍니다(10:47). 안내도에는 이 지역을 안전유원지라고 적혀있습니다.  

 

   <건너온 조종천 다리>

 

   <산행 들머리 안내도>

  


  4. 빡센 오르막길

  

  나무계단을 따라 위로 오릅니다. 두 갈래 길에서 계곡 쪽의 길 대신에 오른쪽 능선을 치고 오르니 금방 능선에 붙습니다. 능선을 따라 올라가다가 조망이 트이는 장소에 서자 남서쪽으로 청평댐과 그 아래의 신청평대교를 비롯한 북한강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최근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아침 안개로 인하여 시계가 흐린 것이 흠입니다.

 

 <청평댐 너머로 보이는 신청평대교와 북한강줄기>

 


  맞은 편에서 한 노인이 내려오며 필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하세요?"
  "예, 부지런하십니다."


  정오가 되기도 전에 하산하는 것을 보면 보통 부지런하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필자는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혼자 오세요?" 필자 뒤에 아무도 없는 것을 알고는 이 분이 물어봅니다.
  "예."
  "저도 혼자 다녀요."
  "아, 그러세요? 안녕히 가세요."
  홀로 산에 다니는 사람을 만나면 필자는 매우 반갑습니다.

  

   <등산로 노송지대>

 

 

  정상을 400m남겨둔 이정표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돌탑을 쌓아 놓았습니다. 평지의 400m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갈 수 있지만 빡센 오르막이 계속되는 길은 시간이 많이 자체됩니다. 청평역에서 바라본 호명산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올라보니 그 오르막이 장난이 아닙니다. 군데군데 나무 계단과 로프로 난간을 만들어 등산로를 잘 조성해 둔 덕분에 안전하게 정상에 도착합니다(11:56).

 

   <이정표에 쌓은 돌탑>

 

   <세월의 앙금이 보이는 나무> 

 


  5. 호명산 정상의 거침없는 조망

  

  정상에는 헬기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중앙에는 경기도 특유의 네모기둥 모양의 화강암 표석이 세워져 있어 헬기장으로는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한쪽에 서 있는 낡은 등산 안내도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상에 오니 여러 곳에서 올라온 등산객들의 모습이 제법 눈에 띕니다. 

 

  <정상표석과 북쪽 전경> 


  물을 한 잔 마신 후 정신을 가다듬고 사방을 둘러봅니다. 남쪽으로는 북한강 너머 뾰루봉(710m), 화야산(755m), 고동산(591m)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겹쳐 있고, 북동쪽으로는 호명호수로 연결되는 능선이 굽이치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46번 경춘국도 너머로 청우산(619m)을 비롯한 이름 모를 산들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깃대봉(624m)너머 어딘가에 축령산(886m)과 서리산(825m)이 있을 것이지만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북한강 너머 뾰루봉과 화야산 및 고동산 군락>

  

     <북동쪽 호명호수로 연결되는 가야할 능선>

 

     <북쪽 청우산을 비롯한 이름모를 산세> 

 


  6. 버려진 양심

  

  정상의 남쪽가장자리에는 한 무더기의 생활쓰레기가 쌓여 있습니다. 모두 등산객들이 가져와서 버린 것들입니다. 무거운 음식과 식수 등을 배낭에 넣어 가지고 와서는 먹고 나면 무게와 부피가 훨씬 줄어드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되가져 가지 아니하고 이렇게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상 한 켠에 쌓여 있는 쓰레기>

 

   <버려진 양심> 


  물론 세계의 이름난 산에도 알피니스트들이 버린 쓰레기가 많아 국내 유명 등산가가 이를 수거하기 위한 등반을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마도 악천후 속에서 생존을 위해 쓰레기를 버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국내의 산에 와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몰염치의 극치입니다. 산을 자주 다니다 보면 등산로 주변에 페트병을 함부로 던져 놓은 모습을 흔히 목격하고는 이맛살이 찌푸려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일단 쓰레기가 쌓여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별로 양심의 가책도 없이 계속 쓰레기를 버리게 됩니다. 관할 당국이나 지역 산악회에서는 이미 쌓여 있는 쓰레기를 깨끗이 수거하고 더 이상 산이 더렵혀지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면 좋겠습니다.

  

  


  7. 호명호수로 가는 길

  

  정상에서 숨을 돌린 후 북동쪽에 위치한 호명호수로 갑니다. 이정표에는 호명호수라는 말은 한 마디도 없어 장자터고개 이정표를 따라 갑니다. 능선의 오르내림이 제법 큽니다. 곳곳에 단체등산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정상에서 호명호수로 가는 길목의 이정표, 장자터고개로 표시되어 있음> 

  


 그런데 한 곳에 이르니 등산객들이 등산로에 자리를 펴놓고 음식을 먹고 있다가 필자가 그 사이를 겨우 빠져나가자 미안하다고 합니다. 어디를 가든 남을 위한 배려를 먼저 하는 것이 공동생활을 함에 있어서는 꼭 필요할 덕목입니다.

 

    <장자터고개 가는 길목의 이정표>

 


  한참을 가니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이정표에는 진행방향으로 가면 대성사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가면 하산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장자터고개를 지나 호명호수로 가는 길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망설여집니다.  이곳에 이정표를 설치한 사람들은 분명히 주변지형을 잘 아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하산"이라고만 하면 헷갈리기 십상입니다.

  

  주변지형과 지도를 보며 고민한 끝에 하산한다는 길로 들어섭니다. 다행히 철망이 설치된 곳에 이르자 호명호수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보입니다. 다소 무거워진 다리를 끌고 오르니 호명호수가 한 눈에 바라보이는 전망대입니다(13:35). 호명산에서 장자터고개까지는 3.2km거리로 2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는데, 호수까지 1시간 20분만에 왔으니 쉬지도 않고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호명호수에 도착하여 바라본 전경>

 


  8. 호명호수공원

  

  호명호수는 국내 최초로 건설된 양수식 발전소(20만 kw전력 생산)의 상부 저수지로서 수려한 산세와 더불어 백두산 천지 축소판을 연상케 합니다. 호명호수나 호명산 정상에서 산 아래로 보이는 북한강과 홍천강이 맞닿은 두물머리 풍광과 아침 일출 모습은 볼수록 아름답습니다(자료 : 월간 산 2006년 11월호). 이 호수는 가평 8경 중 제2경입니다. 


  호명호 서측 방조제를 따라 걸어갑니다. 방조제 아래에는 전기시설인 듯 울긋불긋한 조형물이 눈에 들어오는데 대성사로 이어지는 우무내골이 아련하게 보입니다. 또한 지나온 호명산 능선이 아득합니다.

 

     <호수제방에서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 

 

  <전력시설과 우무내골의 전경>

 

    <울긋불긋한 전력시설>

 


  전망대 아래 귀퉁이에는 큰돌로 새겨진 호명호(虎鳴湖)표석이 반듯한 받침대위에 놓여져 있고 그 뒤로는 정자모습의 전력홍보관이 살포시 보입니다. 호명호수공원 안내도를 지나자 "한국전력순직사원위령탑"이 양지바른 곳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호명호 표석 뒤로 보이는 홍보관>

 

  <호명호수공원 안내도> 

 

   <한전 순직사원위령탑> 

  


  전력홍보관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민족의 등불"이라는 표석이 있습니다. 아마도 산업화의 원동력인 전력을 이렇게 부르는지 모를 일입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기념탑이 서 있고 그 옆에는 호명정(虎鳴亭)이라는 현판이 붙은 홍보관입니다. 이곳에 오니 호수의 전체 모습이 잘 조망됩니다.

 

                <민족의 등불 표석> 

 

            <기념탑>

 

   <홍보전시관인 호명정>

 

   <홍보관에서 바라본 조망> 

 


  홍보관 건물을 한 바퀴 돌아오는데 젊은 남성 등산객 한 명이 호명산으로 가는 길을 묻습니다. 장자터고개에 이르기 전부터 이곳 호명호수를 돌아보는 동안 한 사람의 등산객도 만나지 못하였기에 매우 반가웠고 혹시나 주발봉(489m)으로 가면 동행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지나온 호명산으로 가다니 실망이 큽니다.

  

  


  9. 발전소고개의 사이클 기념표석

  

  기념탑을 지나 도로를 걸어가니 헬기장입니다(14:10). 이곳은 해발 598m로 지금까지 이정표에서 천지연봉(호명산 우측연봉)으로 수기로 표기된 곳입니다. 여기서부터 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갑니다. 등산안내도에는 등산로 곳곳에 노송이 있다고 표기되어 있지만 별로 특색 있는 노송은 아닙니다.

 

   <천지연봉 이정표>

 

   <이상한 표시가 된 나무>  

 


  천지연봉을 출발한지 약 35분만에 1.5km거리인 발전소고개에 도착합니다(14:45). 이 도로는 북서쪽의 상천리와 남동쪽의 복장리를 연결하는 2차선도로로 포장이 되어 있어 차량이 간간이 지나다닙니다. 고갯마루에는 제18회 아시아여자사이클 선수권대회와 제5회 아시아여자 주니어사이클 선수권대회(1997.9.2-9.6)를 기념하는 큰 표석이 서 있습니다. 그 당시 사이클 코스가 이 고갯마루를 통과했나 보군요.  

 

     <발전소고개의 사이클 기념표석>

 


  10. 쓸쓸한 주발봉

  

  도로를 건너 사잇길로 들어서니 다시 능선으로 연결됩니다. 여기서부터 주발봉까지는 이정표도 보이지 않고 등산로도 상당히 희미합니다. 오후 세시가 지난 시각이지만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등산로는 호젓하다 못해 을씨년스런 적막감마저 듭니다. 점점 무거워지는 다리를 끌고 가는데 맞은편에서 등산객 한 명이 옵니다.


  아까 전력홍보관에서 사람을 본 후 처음으로 만난 인물입니다. 주발봉이 가까워 온다는 말을 듣고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헬기장을 지나자 이정표만이 쓸쓸하게 서 있는 주발봉입니다(16:06). 발전소고개에서 주발봉까지 오는 데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정목에 누군가 매직펜으로 주발봉 489m 라고 표기해 놓았군요. 동쪽으로는 75번 국도너머 북한강이 도도히 흐르고 있는데, 북동쪽으로 조금만 더 거슬러 가면 유명한 남이섬유원지에 이를 것입니다.

 

    <주발봉의 이정표>

 

   <주발봉에서 바라본 북동쪽 조망> 

 

 


  11. 빗고개굴과 상색리

  

  이정표에는 동쪽으로는 "하산", 북쪽으로는 "빗고개굴"로 이어진다고 하여 고민하다가 빗고개굴 방향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이제부터 등산로는 매우 찾기가 힘듭니다. 참나무 낙엽이 수북히 쌓인 곳에 사람들의 발자국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삼거리 이정표, 이정표는 "빗고개"이지만, 지도에는 "빛고개"로 표기되어 있음>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는 등산로> 

 


 중간에 엉뚱한 곳으로 빠질 수도 있는 길의 흔적이 보였지만 가끔씩 나타나는 선험자들의 이정표가 걸려 있어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몸을 돌려 세워 빗고개방향으로 갑니다. 왼쪽 아래에는 알곡성전(에덴성전)이라는 큰 교회처럼 생신 건물이 보이는데, 인근에는 최근에 조성된 놀이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최근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놀이시설>

 


  놀이시설을 좌측으로 두고 조그만 능선을 오르내리며 계속 걸어도 탈출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이정표는 자취를 감추고 이제는 등산로마저 거의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희미해집니다. 대충 감을 잡고 발걸음을 옮기니 가족 묘지에 이르고 그 밑으로 어렵게 내려서니 경춘선기차선로입니다(16:48).


  선로를 건너 46번 국도변에 나오니 상색리로 들어가는 이정표가 길섶에 붙어 있습니다. 오늘 산행에 6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경춘선 기차선로> 

 

 


  12. 없어진 버스정류소와 고마운 승용차

  

  국도변 청평에서 가평(춘천)으로 가는 방향의 길에는 버스정류장이 있지만 당연히 맞은편에 있어야할 청평행(서울) 버스정류소는 보이지 않습니다. 맞은편 휴게소에 들어가 꿀차를 한잔 사서 마시고는 버스 타는 곳을 알아보니 바로 휴게소 앞이라고 합니다. 버스정류소를 보지 못했다고 했더니 전에는 있었는데 공사를 하기 위해 인부들이 철거한 후 다시 세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버스를 기다려도 오지 않고 일부 직행버스는 손을 들어도 그냥 지나가기에 혹시나 해서 정류소를 이전했는지도 몰라 위쪽으로 가서 물어보니 당초 휴게소 앞이라고 합니다. 다시 내려와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길목에서 약 30분간을 기다리려니 신세가 참으로 처량합니다.


  택시라도 부를까 허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마침 소형 RV승용차를 가진 젊은 남자가 차량 문을 열고는 필자에게 어디까지 가는지 물어봅니다. 청평까지 간다고 했더니 자신은 서울로 가는데 청평터미널의 위치를 잘 모르니 필자에게 알려달라고 하면서 태워줍니다. 현재 학교에서 근무(교사는 아님)하고 있는 이 젊은이는 친구들과 함께 스키를 즐기려 왔다가 오늘 밤 크리스마스이브 미사를 드리려 간다고 하네요. 나를 보고는 꼭 학교 교장선생님 같은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청평까지의 거리는 10km에 불과하지만 차량이 정체되어 거북이 걸음을 합니다. 한참을 가다가 왼쪽으로 청평역이라는 안내표지가 지나갑니다. 아침에 버스를 내린 기억으로는 청평터미널은 도로변에 있었고 청평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아무래도 지금 가는 직선도로가 아니라고 판단되어 머뭇거리니 젊은 운전자가 네이비게이션을 조작하여 청평터미널이 왼쪽 안에 있음을 확인합니다. 차량이 지체되는 기회를 이용하여 급히 하차합니다. 이 친구는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고 하는데 착한 마음씨를 가졌으니 앞으로 반드시 복 받을 것입니다. 이름도 근무지도 알지 못하지만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번 그 젊은이의 친절에 감사를 드립니다. 

  

  


  13. 시외버스의 좁은 복도  

  

  청평버스터미널에서 매표를 합니다. 아침에 청평으로 올 때는 버스와 승차시각 및 좌석이 지정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날짜만 표시되어 있는 이른바 "무표승차권"입니다. 한참을 기다려 춘천발 동서울터미널행 버스 한 대가 도착했지만 차내에는 빈자리가 없습니다. 운전기사는 서서 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5명만 승차하도록 권유합니다.


  필자는 눈치 볼 것 없이 얼른 버스에 오릅니다. 빨리 서울에 도착하여 지인(知人)의 상가에 조문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도로가 막히는 상황에서 이러 저리 흔들리며 갈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그런데 다행히 내 배낭 속에는 나들이용 소형 접의자가 있습니다. 이를 꺼내 복도에 펼쳐놓고 앉아 있으려니 그래도 서 있는 것보다는 한결 낫지만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평소 안내산악회 버스를 이용할 때는 이동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는데 이렇게 홀로 다니려니 별 고생을 다 합니다. 그러나 다친 발목이 아직도 온전치 못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봐 단체 산행신청을 못하고 있으니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다음부터는 그 전처럼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리라고 다짐하면서 흔들리는 버스에서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애를 씁니다. 오늘은 무척 긴 하루였습니다(2006.12.24).   
 

<등산코스 정리>

 청평버스터미널/청평역/조종천변안전유원지/호명산/장자터고개/호명호수/전력홍보관

/천지연봉/발전소고개/주발봉/삼거리이정표/빗고개/경춘선철로/상색리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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