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곡산, 호명산. 사도북과 연결하기


 

 양주시 백석읍으로 이사를 온지 1년 반이 되어갑니다.

 집이 작고개 아래, 불곡산이 뒷산이고 한북정맥 호명산이 앞산인 셈입니다.

 가끔은 불곡산, 주로 한강봉이나 챌봉까지 왕복을 하곤 하는데 맑은 날 챌봉에서 조망하는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의 장엄한 연봉은 과연 저 너머에 인구 1,000만이 넘는 대도시가 존재할까 하고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6월, 노적봉에 산친구들을 만나러 가면서 "차를 타지 않고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산길을 확인하다 '불수사도북'을 알게 되었고  7월, 한번의 실패 끝에 종주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불수사도북'을 준비하면서부터 "불곡산에서 북한산까지의 연결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었고, 수락산 동막골에서 사패산으로 연결되는 긴 도로와 거의 강 수준의 물을 건너면서 "성공하면 다음엔 불곡산을 이어보자"라고 마음을 먹습니다.

 양주시청에서부터 시작해 불곡산 상봉, 상투봉, 임꺽정봉에서 한북정맥 길을 따라 호명산, 한강봉, 챌봉을 지나 울대고개에서 사패산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굳이 산자분수령을 여기에 고집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불호사도북'은 물을 건너지 않고 산행을 끝까지 할 수 있고, 아스팔트 도로를 몇 군데 건너기는 하지만 찻길을 따라 걷는 일이 없습니다.

 호명산, 한강봉, 챌봉이 전형적인 육산이라 밋밋하긴 하지만, 양주의 진산이라 일컫는 불곡산의 오밀조밀한 암릉길이 그 아쉬움을 달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2006년 9월 10일 03:23~20:02. 16시간 39분(휴식시간 포함)

도상거리 : 37.7km


 

03:23 : 양주시청

04:24 : 불곡산 상봉

05:00 : 임꺽정봉

05:38 : 오산삼거리

06:16 : 작고개

06:57 : 호명산

07:37~51 : 한강봉

08:16 : 챌봉

08:50 : 항공무선표시국

09:35 : 울대고개

10:24~35 : 사패산

11:49 : 신선대

13:55 : 우이암매표소

14:35~15:00 : 백운대매표소

15:59~16:15 : 위문

16:58 : 동장대

17:57~18:10 : 문수암

18:39~18:55 : 비봉을 지나 무명봉

20:02 : 불광매표소

 


03:23. 의회쪽으로 들어가 좌측의 계단으로 오르면 체육시설이 있고 바로 산행이 시작됩니다. 완만한 경사를 오르면 좌측으로 의정부쪽 야경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능선길에 삼각점 두 개를 지나고 정상인 상봉 아래까지는 편안한 능선길이나, 상봉 100m전부터는 암릉길이 시작됩니다. 야경을 몇장 찍었으나 흔들려 아쉽습니다.
 
 

04:24. 불곡산 정상인 상봉입니다. 암릉에 반사되는 달빛과 희미산 산군의 실루엣이 일품입니다. 상봉은 자일을 잡고 올라야 하며, 반대쪽에는  철난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04:35. 삼국시대에 조성되었다는 '보루성'을 지나 암릉 우측을 붙으면 상투봉이 철난간으로 설치되어 있고 계속되는 암릉에 자일이 여러군데 설치되어 있습니다.  


 

 

05:00. 불곡산은 이곳 임꺽정봉외에도 상봉 오기전의 안부에서 좌측으로 떨어지면 백화암이 있고, 그 아래에 임꺽정 생가터가 있습니다. 임꺽정봉을 지나면 4m정도의 수직암에 자일이 걸려있고 그 아래엔 30~35m정도의 슬랩이 있는데 수락산의 홈통바위와 비슷합니다. 역시 자일이 걸려있고 우회로도 있습니다. 내려와 조금 진행하면 안부에 이정표가 있고 전방은 군사시설이 있어 좌측으로 하산합니다.   


05:33. 안부에서 내려오면 태백산 천제단의 축소판같은 곳이 있고 간이 식당을 지나 삼거리가 나오는데 우측은 무덤이 많은 곳을 지나 대교아파트쪽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길은 야외훈련장길입니다.


 


아!!! 수고가 많습니다. 인민군의 배웅을 받으며 유양공단을 지나 오산삼거리를 지나 구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삼거리철물점 좌측길로 진입합니다. 300여m 진행하면 식수가 있는 정자가 있고 정자 우측 30m 쯤에 잡목사이로 표지기가 보입니다. 여기에서부터 작고개와 호명산 13번 송전탑까지는 동네 사람들은 다니지 않고 한북정맥만을 위한 구간으로 잡목이 무성하고 길을 잃기 쉬운 구간입니다.

정자 우측으로 들어가면 100m 정도 진행하다 잡목이 무성한 좌측길로 꺽어야 합니다. 조금 오르면 능선길로 오르고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산성에 오릅니다. 잘 조림된 숲을 지나 두개의 철탑을 지나쳐 내려오면 '어둔동' 푯말이 세워진 작고개입니다.  이곳에서 5분 거리에 제가 사는 집이 있습니다. 


 


06:16. 길 건너 버스정류장 안으로 진행하면 되는데 얼마전, 이렇게 담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냥 진행해 집 앞으로 올라도 되나 10마리 정도의 개들이 풀려져 있어 난리를 피웁니다. 큰 개는 묶여 있고 작은 개들만 쫒아 오지만 그 중에 두어마리는 성질이 드러우니 '어둔골식당' (이 골목에도 개가 있으나 묶여 있으니 진행해도 무방함) 뒤쪽으로 오르다 좌측으로 붙으면 등로를 만납니다.


 





 

조금 오르면 벌목한 곳이 잡목이 무성해져 있는데, 이곳과 숲의 경계로 오르는 등로가 이어집니다. 송전탑 옆을 지나는데 일출이 시작됩니다.

송전탑 위로 숲길로 등로가 이어지고 군시설물을 지나 올라갑니다.

 

06:45. 이곳이 호명산에서는 조망이 좋은 13번 철탑입니다. 백석 일대와 지나온 불곡산은 물론, 멀리 감악산도 보입니다.



 



 


06:57. 돌탑 외에 아무런 표식도 없지만 이곳이 호명산 정상입니다. 이곳은 조망도 없어서 조금더 진행하면 봉이 하나 나오는데 한마음수련원에서 설치해 놓은 안내판때문에 정상으로 오인하기도 합니다. 진행하다가 좌측으로 내려가면 넓은 분지에 잘 가꾸어진 한마음수련원이 있는데 의정부천주교 시설물 같습니다. 관통해서 정문으로 나갈려고 하면 경비하시는 분에게 한소리 들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역시, 한마음수련원에서 설치해 놓은 사거리 이정표를 지나면 나오는 이정표입니다.

이길을 직진하면 홍복산이 나오고 정상에는 군시설물때문에 진입할 수가 없고 좌측으로 돌다보면 한마음수련원 정문쪽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우회전해야 하는데 꼬리표를 붙이고 해도 누군가가 자꾸 없애버려 정맥 종주자들이 헤메기 십상인 곳이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 지역(백석읍) 산우회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이정표가 너무 깔끔하게 설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정표에는 이곳이 호명산으로 잘 못 표기되어 있군요.    


07:37. 한강봉입니다. 챌봉만큼은 못해도 이곳도 조망이 훌륭합니다. 이곳에서 김밥으로 식사를 합니다.


 

 

챌봉 가는 길 중간에 있는 유스호스텔이 있는 말머리고개로 가는 삼거리입니다.
 


08:16. 챌봉의 산불 감시 카메라입니다.


 



 

 

좌로부터 사패산, 포대능선, 오봉이 보이고 상장능선 뒤에는 인수봉과 백운대가 보입니다.


 


 



 



 


08:50. 항공무선표시국입니다.


 


09:35. 천주교 길음동 교회 묘원을 지나 울대고개입니다.


 


10:24. 사패산입니다. 근데 안내판이 바뀐것 같습니다.



 



 


우측 아래에 의정부 종합운동장이 보이고 그 위로 조그맣게 양주시청이, 연결되는 불곡산이 보입니다. 


 

 

11:13. 산불감시초소에서 바라 본 모습입니다.


 


수락산과 불암산도 선명합니다.


 


11:49. 지난번에도 그냥 지나쳐 아쉬움이 남아 신선대를 오르려 했으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 포기합니다.


 



 



 



 



 


13:55. 우이암매표소를 지나 잠시 망설이다 도선사로 향합니다. 오늘도 역시 10시 안으로 집에 들어가야 합니다.

14:35. 백운대매표소에서 양말을 갈아 신고 휴식을 취합니다. 사패산을 오를 때부터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았는데 갈수록 통증이 심해 집니다. 요즘 운동을 전혀 못한 상태에서 장거리 산행이 무리인 듯 합니다.


 


15:59. 위문입니다. 백운대에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지방에서 오신 단체 팀들이 많습니다. 백운대에 오를려면 시간 반은 걸려야 하겠습니다. 포기하고 진행합니다.


 


멀리 인천 앞바다가 보입니다.


 


16:58. 동장대를 지나 산성길을 따라 가면서 이후의 길은 가보지 않은 길이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에 잠깁니다.

이길을 잘 알고 있을 오랜 산친구인 문병환을 떠 올려 보지만 요즘에는 서로 사는게 바빠 얼굴 본 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그래도 전화라도 해서 도움을 받아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병환이와 비슷한 사람이 옵니다. 멀리서 보기에 체형이 흡사해서, "병환이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상대방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리둥절해 합니다. 이래서 사람이 죄를 짓고 살면 안됩니다.

지금은 불광동에서 사는데 요즘엔 경황이 없어 통 산행을 못하다가, 보통은 문수암까지만 왔다 가는데 오늘따라 백운대에 가고 싶어 길을 나섰다고 합니다.

병환이의 길라잡이로 이후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조망을 즐기며 산행에 임하지만, 오른발 무릎의 통증은 갈수록 심해집니다.

대남문에서 이십여명의 사람들이 장미 한송이씩을 들고 있어서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불수사도북 종주를 자축하고 있습니다. 꽃 한송이 안 남느냐고 물어보는데 이 분들이 썰렁한 내 농담을 못 알아 듣고 인상이 굳어 집니다. 얼른 꼬리를 내리고 발길을 재촉합니다.

   


17:57. 문수암에서 오늘의 구세주 문병환과 함께.


 

 

길라잡이 없이 초행길에 이런 길을 어찌 가겠습니까? 문수암을 내려 오며.


 


지나 온 문수암과 우측엔 보현봉.


 



 


좀 쑥스럽지만, 작품 같지 않습니까?


63빌딩이 석양빛으로 불타고 있습니다. 언젠가 강변북로를 가다 63빌딩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장관이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진흥왕 순수비는 가까이서 보지는 못합니다.


 


조망이 환상입니다.


결국엔 일몰에 넋이 빠져 시간을 지체하다가 족두리봉을 넘지 못하고 하산합니다. 그런데 이상한건 이정표에 대호매표소 하산길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결국엔 불광매표소가 나오더군요. 우리 앞에 렌턴이 없어 하산길을 못찾고 있던 세분과 같이 내 렌턴 하나에 의지해 내려 옵니다.


20:02. 불광매표소입니다.

하산길은 무릎이 너무 아파서 오른 다리를 끌다시피 하고 내려와 몹시 걱정이 되었지만 지금은 괞찮습니다.

종주도 종주려니와 문병환의 도움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해넘이를 보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산을 다니면서 일출은 많이 봤지만 이십여년 전에 지리종주를 하면서 본 일몰 외에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지난 번 불수사도북 때도 체해가지고 고생하다 다른 분의 도움을 받더니 오늘도 뜻하지 않게 병환을 만나 이렇게 도움을 받는군요. 제가 복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 태극을닮은사람들 김종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