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1.07.02

장 소 : 강화도 석모도 해명산

누구와 : 대학동문 25명

일 정 : 08:30 서울 출발

10:30 외포리 도착

12:00 진득이 고개

14:00 매음리 도착

14:20 점심식사

17:00 출발

20:00 서울 도착

교통편 : 전세버스 이용

 

  지난 7월 2일은 늦깎이 대학생활을 같이한 선.후배 동문들의 정기 모임행사로 강화도 석모도에 있는 해명산을 다녀왔다. 먹고 살기 힘든 시기에 대학을 다닌다는 것이 언감생심이던 시절을 덧없이 보내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자식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못다 이룬 한을 풀고자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의 모임이다. 가방끈이 짧아 겪었던 설움과 무시당한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겪었으리라. 진급에서 번번이 처져서 울음을 속으로 삼키면서 소주로 쓰린 속을 달랬던, 기억하기 조차 싫은 우리들의 자화상을 이제는 말끔히 지우고 떳떳하게 앞을 항하여 석사와 박사코스를 밟고 있는 동문들도 있다. 아픔을 같이한 동문들이라 동문간의 유대는 남다르다. 길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정기 동문회에도 많이들 참석한다.

 

   8시 출발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일찍 서둘렀다. 대개 일찍 등교하던 분들이 일찍오고 멀리 사는 분들이 일찍 오게 마련이다. 도착하니 20분전이다. 몇 명밖에 오지 않았다. 8시 30분에 출발을 하여 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여 김포를 지나 강화도로 행했다. 김포 들녘의 논에서는 벼가 한참 잘 자라고 있다. 김포 한강 신도시에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조상들이 지게와 삽으로 만들어 놓은 논에다 아파트를 짓고 있다.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언젠가는 식량부족현상으로 고민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쌀이 남아돈다 해도 아직도 식량의 자급자족을 하지 못하는 국가이다. 아파트를 지어도 어려운 사람들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가진 자들의 잔치일 뿐이다. 김포 시내를 통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보통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데 2시간이 더 걸린다. 외포리에 도착을 하여 철부선에 버스를 싣고 나니 11시 30분이 되었다. 해변에 앉아 철부선이 출발하기만 기다리던 갈매기가 승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 맛에 길들여져 힘찬 날개 짓을 하며 뱃전을 넘나든다.

 

  가족을 동반한 동문들도 있고 등산을 원하지 않는 동문도 있어 등산하는 팀과 보문사 탐방하는 팀으로 나누었다. 버스는 진득이 고개에서 등산팀을 내려놓고 보문사로 향했다. 나는 당연히 등산 팀이다.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 시야를 가린다. 바다는 보이지 않고 습도가 많아 땀이 비 오듯이 나온다. 전날 내린 비로 길도 질퍽하고 미끄럽다. 조금 가니 바위 구간이다. 로우프를 잡고 올라 갈 수 있어 다행이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한 구간이다. 정상에 도착했다. 준비한 정상주로 목을 축이고 정상석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찍는다. 조망이 전혀 없어 답답하다.해명산 산행은 진득이 고개에서 시작하여 해명산 정상에서 잠시 쉬고 방개고개와 새가리 고개를 넘어 낙가산에서 보문사로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보문사를 탐방하고 인삼막걸리의 쌉쌀한 맛을 음미하는 재미가 있는데 이번에는 시간관계로 해명산 정상에서 계속 직진하여 방개고개에서 좌측으로 내려와 매음리로 향했다.

 

  내려오다 보면 온천공사를 하다가 중지한 현장이 나온다. 조금 내려오니 농가에서 흰 연기가 나온다. 맞아 저거여! 어릴 적 시골에서 어머니가 밥을 지을 때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여!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난다. 자식들을 재대로 가르치지도, 먹이지도 못하고 키웠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지금의 자랑스런 내 모습을 보지도 못하시고 뭐 그리 급하게 돌아 가셨는지 모른다.조금 내려오니 뽕나무에 오디가 달려있다. 주인의 허락도 없이 입에 들어가기가 바쁘다. 맛을 보니 어릴 적 먹었던 만큼 달콤하지는 않다.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오디도 먹었다고나 할까. 밤꽃이 아직 피어있다. 밤꽃의 냄새가 마치 남성의 00냄새와 같아 혼자 사는 여성들의 외출을 못하게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가 있다. 산행시간은 2시간정도 걸렸다.

 

  보문사 답사팀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버스를 타고 어류정항으로 이동했다. 예약된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등산도 했겠다, 싱싱한 회를 앞에 놓고 앉으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부어라 마셔라, 술술 잘도 넘어간다. 배가 부르니 부러울 것이 없다. 안개가 조금씩 걷혀 가고 있다. 횟집에서 바닷가를 바라보니 썰물로 고깃배가 비스듬히 누워있다. 물이 차기를 기다리며 말없이 있는 고깃배 위에서 자기들의 놀이터인양 갈매기가 한가로이 노니고 있다. 옆에 초소에도 마치 자기들이 경계를 하는 양 초소를 에워싸듯 갈매기가 앉아있다. 그런 한가로운 모습이 괜찮아 사진을 몇 컷 찍었다.

 

  갈 길이 멀어 서둘러 출발했다. 몸이 피곤하여 조용히 잠을 청해본다. 다른 사람들은 몸이 근질근질 한 모양이다. 적당히 음악을 틀어넣고 흔들고 있다. 나는 어디에 가던지 노래를 하고 몸을 흔드는 행위는 체질에 맞지 않는다. 조용히 눈을 감고 피로를 푸는 것이 낫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너무 막힌다. 서울에 도착하니 8시가 되었다. 몸은 피곤하지만 반가운 학우들과 등산도 하고 맛있는 회도 실컷 먹고 술자리를 함께한 늦깎이 동문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한잔 더하고 가라는 유혹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