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암산.만수봉 등정기
 
지난주에 이어 9월 첫목요일 청송산악회를 따라 충주와 문경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포암산을 찾았다. 지난주에는 45명버스가 만원이었는데 어인일인지 인원이 많이 줄
었다.7시30분이 좀 지나 잠실을 떠난 버스는 천호동과 강동에서 마저 태우고도 28명
밖에 안된다고 한다. 유명산이 아니라서인가? 추석이 가까워서인가?
그러나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아도 실제론 아기자기하고 경관이 좋은 산이 의외로
많다. 오늘 우리가 오르는 포암산과 만수봉도 기암,노송이 많고 산 능선에서 바라다
보이는 월악산 그리고 멀리 보이는 소백산까지 겹겹이 쌓여있는 절경을 감상하는 좋
은 기회이다.
충주휴게소에서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먹으며 휴식시간을 가졌다.
충주는 사과가 유명하다. 휴게소 정원에 선전용으로 만들어 놓은 사과상이 시선을
끌었다.시간은 9시반이 지나고 있었다.
       
충주휴게소의 충주사과 선전

 문경새재 톨게이트를 지나 포암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관리소 직원이 인원을  체크한다. 월악국립공원에 속하는 산이라서인가?

 등산은 하늘재에서 시작된다. 2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하늘재!
 삼국사기의 기록으로 보면 하늘재는 서기 156년에 열렸다고 한다. 옛이름은 계립령  길이었다는데 문경과 충주 수안보를 연결하는 고갯길로 사용된 것도 죽령보다 2년  앞선 길로 마의태자가 울고 지났다는 하늘재이다. 또 평강공주와 부부의 연을 맺은  온달장군의 혼이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 오르는 포암산은 바로 이 하늘재를 묵  묵히 지켜온 산이다.

 10시반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예정시간은 5시간.늦어도 3시30분까지는 하산해야
 한다. 줄을 서서 등산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하늘샘이라는 약수터가 나왔다.
 이 산 중간에는 샘이 없다는데-- 귀한 샘이다. 가을 날씨로 선선해졌지만 한낮에
 는 더울 것으로 예보되어 나도 물을 충분히 준비를 했다.
 

 하늘재의 포암산 등산로 입구

하늘샘에서 물한잔 마시고.

 
도를 봐서 예상은 했지만 포암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가파른 경사길이었
 다. 쉬지 않고 계속 오르막길을 오르니 벌써 등어리엔 땀이 베어난다.
 조끼도 벗고 땀을 훔치며 열심히 올랐다. 어느정도 오르니 전망터가 나타났다.
 바람도 불었다. 산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하고도
 훌륭한 선물이다. 기분이 날아갈 듯 좋다. 멀리 소백산이 보인다.
 천문대가 가물가물. 시력이 좋은 사람들은 "아 ! 보인다!"를 연발한다.

 발아래 부락도 보인다. 이 산에는 기이하게 생긴 소나무도 많다. 바위와 소나무-
 우리나라 산의 절경을 이루는 요소중의 하나인 기암과 노송. 바로 이곳이다.
 누가 정성스레 쌓아놓은 돌탑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가기가 바쁜 등산길손이
 언제 저토록 정성을 쏟으며 탑을 쌓았을까?

 

기암 너머로 겹겹이 쌓인 백두대간

능선에 올라서니 아랫마을이 보인다.
 
소나무군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정성스레 쌓아올린 돌탑

평탄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무슨 속병을 앓고난 것일까? 속을 모두 비워 버렸다.
   
멀리 금수산이 보인다.
 
주변에는 덕주산,주흘산,조령산 등 수없이 많은 산들이 운집해 있다.

 

 백두대간 포암산(962m)

포암산 정상에서
 
필자도 기념사진을 남겼다.

 포암산 정상을 지나니 내리막 하산길이 나왔다. 힘들여 올랐던 길을 내려가니 모
 아 둔 돈을 까먹는 기분처럼 아까운 생각이 든다. 얼마를 가니 그곳부터는 편편한
 능선길이다.   
 길 옆에는 예쁜 야생화가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자기를 보고 가라며 손짓한다.
 카메라를 든 길손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꼭 손을 잡고 "너 참 얘뿌구나"
 셔터로 기념표시를 해 주어야 한다.  능선로에는 산죽이 한없이 도열해 있다.
 산죽은 이름이 조릿대이다.조리를 만드는 재료인데 60년만에 꽃을 피우고는 생명  을 다한다고 한다.

   
포암산과 만수봉 5.1km
        
 
 

예쁜 야생화들
 
능선에 이런 좋은 숲속길이 있다니--
 
오솔길 양쪽으로 조릿대(산죽)이 도열해 있다.
 
 
산 가운데를 자른듯 정상이 납작한 모습을 한 산. 그리고 빠르게 흘러가는구름 모습 

 곳곳에 등산로 안내표지도가 세워져 있었다.
 넓직하고 긴 바위위를 걸으며 이상해서 보니 온통 전체가 바위 덩어리였다.
 이렇게 큰 바위덩어리가 능선길이라니--놀랍다.
 어느 산이든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길은 급경사를 이룬다. 만수봉도 마찬가지로  쉽게 오를 수 없었다. 정상 근처에 나무다리를 만들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니 곧 만수봉 정상이 나타났다. 만수봉(983m)은 비록 산으로 불리지
 않지만 포암산(962m)보다 20여미터나 더 높은 봉우리이다.
 

등산로가 된 바위. 도대체 이렇게 큰 바위가--

지나온 포암산을 뒤돌아 보며

나무다리를 건너면 바로 만수봉에 닿는다.

만수봉에소 바라다 보이는 주변 산들

잠시 포즈를

만수봉 정상에서
 

 정상에서는 주변이 확 터여 바로 눈앞에 월악산이 보이고 또 곧이어 오를 용암
 봉도 보인다. 유별나게 소나무가 많다. 한국산의 대표적인 나무는 역시 소나무이  다.  그리고 고산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사목이 자주 눈에 띄었다. 기이한
 고사목의 형상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고사목은 죽어서도 인간을 즐겁게 하고
 많은 산행객을 불러모은다. 눈이 내리면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멀리 소백산 천문대가 가룰거린다.

장엄한 월악산이 바로 눈앞에 서 있다.

정상에 오른 기쁨의 시그널

정상에서 여전사들

 만수봉에서 하산지점인 만수교까지는 2.9km이다. 우리는 바로 하산하지 않고 용암
 봉을 들러서 가기로 했다.
 용암봉(892m)은 주변의 높은 3봉중에 하나이고 만수교로 가는 하산길에 유명한 용
 암폭포가 있기 때문이다. 용암봉 가는 샛길로 들어서서 30분도 채 못가서 용암봉이
 나왔다. 철다리로 구조물을 설치해놓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용암봉에서 좌측 만수교 가는 길로 가야 하는데 선두가 길을 잘못 알고 직진을 하는
 바람에 제법 많은 인원이 헛고생을 했다. 산악대장만 애가 타서 선두를 잡으려고 뛰
 어다녔다. 잘못 든 이길로 가면 험하기로 유명한 월악공룡능선으로 가게 된다.
 자일이 없으면 갈 수가 없는 코스이다.
 산행시에는 누구나 산행대장의 지시를 잘 듣고 같이 다녀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용암봉 오르는 철계단

하늘 높이 솟아있는 소나무
   
월악산이 어디서 보아도 명물이다.
   
용암봉 표지판이 나무에 걸려 있다.
 
뒤돌아본 산행길
   
예술품 같은 고사목
   
고사목 전시장 같은 느낌
 
잔가지도 그대로 거느린채--
   
만수교와 만수봉 갈림길
   
 인원점검
 
 하산하다가 용암폭포로 가는 길과 만수교로 바로 가는 길에서 일행이 나누어졌다.  폭포를 구경하려면 마사토 미끄러운 길을 가야 하는데 전원이 가기란 어렵단다.  
 7명만 자원을 했다. 필자도 사진을 남기려는 욕심에 7명의 정예멤바에 가담했다.  어찌나 빨리 가는지 혹 미끄러져 다칠까봐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뒤쳐지면 금방 길을 잃게되어 있다. 길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용암폭포팀과 작별
 
용암폭포 /물이 많을 때는 아래 만수교에서도 폭포의 장관을 볼 수 있다고-
 
 소나무 가지 뒤로 숨은 용암폭포

 물의 량이 적어서 2단폭포가 그다지 대단한 풍경은 되지 못했지만 이런 폭포를
 이렇게 찾지 않으면 어떻게 또 볼 수 있겠는가-카메라로 폭포사진을 담았다.
 같이 오지 못한 일행들에게 보여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산행대장이 이끄는 유격대원(?) 7명은 없는 길도 만들어 가면서 다음의 폭포를 찾아
 나섰다. 이름이 없는 무명폭포이지만 외진 곳이라 원탕을 즐기는 곳이라고 한다.  
 폭포쪽으로 내려갔다. 물이 바위에 붙어서 흘러내린다. 간단히 얼굴을 씻고 수통에  부족한 물을 보충했다. 너무나 깨끗한 물이라 음료수로 사용해도 된다는데 아무도  의심치 않았다.


무명폭포

무명폭포/바위에 물이 붙어 흐른다.

수통에 물 받기
 
어!  시원하다.
 
족욕을 하기도 하고, 음료수 보충도 하고

 먼저 내려간 일행들이 기다릴까봐 거의 달리다시피 내려갔다. 만수교로 가는 간판  이 서 있는 산행로가 나왔다.
 늦여름 마지막 매미들이 구슬피 울어댄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짝짓기를 하겠다는  하소연이라는데 아직도 짝짓기를 못하고 저리도 애절하게 울고 있는가 싶어 안까까  운 생각이 들었다. 물소리가 들린다. 만수계곡의 물이다.
 만수교 근처에는 야생화 단지도 있고 예쁜 꽃들도 많이 피어 있었다. 큼직한 바위  에다 만수계곡이라는 표지석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광고를 하고 있었다.
 월악산 국립공원 지도는 이곳을 찾는 산행객이나 관광객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만수계곡 표지석 뒤로 아름다운 새털구름과 월악공룡능선이 보인다.

 만수휴게소 앞 주차장에는 대구,부산 그리고 서울에서 온 산악회버스들이 하산한  일행들에게 하산식과 하산주를 제공하고 있었다. 요즘은 대부분의 산악회는 이렇게  서비스를 한다고 한다. 경쟁 때문인가? 어쨋든 힘든 하산후의 막걸리 한잔은 무엇과  도 바꿀 수 없는 맛과  매력이 있다.

 오늘도 즐거운 늦여름 산행을 즐겼다. 기암과 노송의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아름다  운 풍광. 그리고 아직도 잔서가 남은 늦여름이라 땀은 나지만  산 능선에서  시원하  게 불어오는  산 바람 맛은 오늘 산행에 참가한 산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서울로 오는 길에 들른 사과밭의 빨간 충주사과 만큼이나 붉게 물든 일몰과 저녁놀  풍경도 한 층 운치를 더해 주었다. 추억으로 남는 산행이었다.
 
    
 버스에서 본 일몰

  저녁놀-붉게 물든 구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