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산수유마을 돌고 곡성 통명산에 올랐다가, 광양 백운산 형제봉으로

♥ 구례 산수유마을에서

  새벽의 산수유마을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그렇게 좋아하는 축구(월드컵 예선 사우디전)도 보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맛보는 주5일제 토요휴무일 아침은 일주일 동안의 긴장이 풀어져서인지 달콤한 늦잠으로 이어지고 만다.

 

  일어나자마자 부랴부랴 회원모집에 나섰지만 모두에게 거절을 당하는 비참함을 맛본다. 아내는 감기몸살, 두 딸은 며칠 전에 가봤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마지막 희망인 큰 녀석도 반응이 신통치가 않자 배낭을 메고 홀로 집을 나선다. 아예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는 자유인이 되어 내 맘대로 돌아다녀보자.

 

  김밥 두 줄을 사들고 구례 산동의 산수유마을에 들어가니 토요일 아침이라서인지 사람들이 거의 없다. 산수유꽃은 며칠 전보다 조금 더 피었을 뿐 개화율이 10%에도 못 미친다. 다음주말(4월 2일)에나 볼만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덜 피어서 별 볼일 없는 꽃들을 카메라에 담아보지만 온 마을을 노랗게 물들였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와서 그런지 실망만 잔뜩 안고 차에 오른다.

산수유마을

 

교회와 산수유

 

방호정

 

방호정에서 내려다본 산수유마을

 

산수유마을의 버들강아지

 

 

산수유마을 남쪽의 구만제 풍경

 

 

 

 구례구역을 지나 아름다운 섬진강변도로를 따라 곡성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설산을 갈까 통명산엘 갈까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통명산으로 마음을 정한다.

   

♥ 곡성 통명산 (755m) 

산행일 : 2005. 3. 26(토). 흐림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통명산 북쪽능선 초입(12:50)

 ☞ 주능선 무덤 (13:30)

 ☞ 헬기장 (13:39)

 ☞ 통명산 정상 (13:41~14:06. 755m. 점심식사)

 ☞ 산불감시초소 (14:27)

 ☞ 원점회귀 (14:36)

총 산행시간 :  1시간 37분 

구간별 거리 :

들머리→(2.3km)→통명산 정상→(2.3km)→산불감시초소→(1.1km)→들 날머리

총 산행거리 : 약 5.7km

산행지도

     


산행기

삼기면의 어느마을에서

  통명사를 지나 임도를 따라 차를 몰고 200m쯤 올라가다보니 오른쪽으로 능선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보인다. 그곳에 주차를 하고 산길로 접어든다. 처음부터 급경사다.

저만치 15m정도 앞에 리본이 많이 매달린 곳에서 딱따구리보다 배 이상 큰오색딱따구리 한 마리가 나무에 세로로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다.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 망원렌즈를 장착하는 순간 “안녕!”하며 날아가고 만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찾는 것을 포기하고 급경사를 쉬지 않고 오른다.

27번 국도변의 통명사(통명산) 입구

 

산행 들머리
 

  능선이 오른쪽으로 꺾어지고 계속 오르니 얼마안가 무덤 2기가 나온다. 조망이 트이기 시작하지만 날씨가 흐려 거의 보이질 않는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평지나 다름없다. 헬기장을 지나 산죽길을 걸으니 정상이다. “이런 싱거운 산도 있나?” 할 정도로 금방 올라왔다. 통명사가 해발 400m 정도에 위치하니 350여m밖에 안 올라와 정상에 오른 셈이다. 밤실마을쪽에서 올라오는 경치는 어떨지 몰라도 통명사쪽 코스는 볼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정상석 옆의 평평한 바위에 올라 따스한 봄날 오후의 자유를 만끽하며 김밥을 먹는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무덤이 나온다.

 

 

정상 바로 전의 헬기장

 

정상 바로 밑의 산죽길. 산죽의 잎이 특이하게도 모두 다 복륜(잎 가장자리에 흰 테를 두른 것.)이다.

 

통명산 정상. 정상석 왼쪽의 평평한 바위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정상에서 바라본 최악산, 동악산의 모습. 

 

정상에서 내려다본 산행 들머리 (줌 촬영)

 

  산불감시초소쪽 하산 길도 볼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볼 것이 없으니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부산 새한솔 산악회리본이 눈에 환하게 들어온다.

이두영님은 중국에서 잘 계시는지…….

제법 큰 바위를 왼쪽으로 도니 개개비인 듯한 작은 새들 두 쌍이 짝짓기 하느라 그 지저귐이 요란하다. 동영상을 찍으려고 조심해서 가까이 다가가니 여지없이 날아가 버린다.

다 부서진 산불감시초소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임도에 내려서서 지루한 임도를 따라 주차해 놓은 곳으로 내려가 차를 몰고 통명사입구에 주차를 한 후, 통명사에 들어가 약수를 몇 모금 마신 후 요란하게 짖어대는 백구 사진을 찍고 있으니 웬 떠꺼머리총각이 나온다.

 “어떻게 오셨어요?”

 “지나가는 과객이올시다.”

라고 옛날엔 말했을 것이다.

특이한 건축양식의 통명사


♥ 광양 백운산 형제봉 (961m) 

산행일 : 2005. 3. 26(토). 흐림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성불교 (다리이름) (16:04)

 ☞ 삼각바위 (16:38)

 ☞ 주능선 삼거리 (17:09)

 ☞ 형제봉 서봉 (17:10~17:12. 961m)

 ☞ 형제봉 동봉 (17:14~17:17)

 ☞ 형제봉 서봉 (17:19~17:27)

 ☞ 삼각바위 (17:46)

 ☞ 산행 들 날머리인 성불교. 원점회귀 (18:03)

총 산행시간 :  약 2시간

구간별 거리 :

들머리 성불교→(1.96km)→형제봉→(1.96km)→날머리 성불교

총 산행거리 : 약 3.92km

산행지도

 

산행기

  시간이 남아 차머리를 광양 성불계곡으로 향한다. 내일 산하 경상도 팀과 함께 백운산 종주를 하게 될 날머리를 확인하고 싶었다.

성불교를 지나 좌회전하자마자 오른쪽에 형제봉 들머리가 보인다.

왼쪽 길옆에 차를 주차하고 들머리에 들어선다.

산행 들머리

 

  임도를 개설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초입부터 어수선하다.

무덤 다섯 개를 지나니 삼각형의 바위를 올려놓은 듯한 제법 큰 바위가 나타난다.

산행 내내 숲이 우거져서 조망도 없다.

 갑자기 부스럭 소리와 함께 앞에서 까투리도 아니요, 오리도 아닌 그 중간형태의 커다란 새(청둥오리보다 약간 작은몸집)가 등로 옆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서 있다. 거리는 불과 10여m정도. 머리에 공작처럼 관까지 있는 난생 처음 보는 희한하게 생긴 새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는데 날아가지도 않고 걸어서 도망을 간다. 동영상을 찍으며 조용히 쫓아가지만 점점 멀어져 가더니 이내 자취를 감추고 만다. '알을 품고 있었나?'

  나중에 집에 와서 동영상을 아무리 주의 깊게 들여다보아도 그 새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너무 작게 찍힌 데다 보호색 때문에 전혀 보이질 않아 아무짝에도 쓰지 못하는 동영상이 되어버렸다. 삭제할 수밖에…….

삼각바위

 

  형제봉이 보이기 시작하면 거의 다 오른 셈이다. 능선에 올라 곧이어 형제봉 서봉에 올라선다. 동봉에 가서 백운 주능선을 찍은 후 다시 서봉에 돌아온다.

  간식을 조금 먹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쓰레기 천국이다. 이 좋은 산꼭대기까지 올라와서 왜들 버리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자기 집 안방에다가는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 의식수준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산에 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은 나 혼자 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첫째로 가정교육이 잘못되어서 그러겠지만, 학교에서 인성교육은 뒷전에 두고 입시위주의 교육으로만 치닫는 것도 큰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형제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형제봉 서봉에서 바라본 동봉. 맨 뒤에 백운산 정상과 억불봉이 보인다.

 

형제봉 서봉의 정상석과 멀리 보이는 도솔봉

 

형제봉 동봉에서 바라본 서봉


  솔잎이 깔려서 양탄자같이 푹신한 하산 길은 무릎에 별로 부담을 주지 않아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