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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곡산  [악!소리 난다더니 과연......]

 

 

경남 양산 토곡산 

지장암입구 - 토곡산 서북릉 - 정상(855) - 원동초교

 

 

혼자, 놀며 쉬며 지치며 7시간 넘게

2012년 9월 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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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답이었으나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내 산행이력에 특이하달만큼 빠져있던 산이 토곡산이었다. 꼬불거리는 원동길을 차로가도

집에서 40킬로밖에 안되고 무궁화열차를 타면 수십분 내로 도착하는 곳인데도 한번도 올라

본 적이 없는 곳.... 그렇지만 등로의 특성과 들날머리 선택의 종류 그리고 산행경로의 종

류 등 거의 모든 것을 숙지하고 있던 것이 또한 토곡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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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에서 배내골 가는 초입의 지장암 입구. 고작 해발 20 미터]

 

 

들머리로 선택한 지장암입구를 찾는 것도 함포마을과 산세를 보면 쉬운 일이었다. 이웃

집 들르듯 쉽게 올 수 있는 지척의 산을 한번도 산행하지 않은 기이한 이유는 여러가지

가 있겠으나 토곡능선의 몇군데 암릉이 까다롭다는 아내의 꿋꿋한 선입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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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암 오르는 돌산길, 거칠다......]

 

그 터부와 예지같은 선입견은 아내의 열혈시대에 파악된 산행정보에서부터 기인한 것인

데 실제로 과장되거나 틀린 것이 아니다. 아예 산행불허 딱지가 붙었는데도 나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실인즉 혼자가는 산행길에 굳이 아내의 염려와 조바심까지 짊어지고 가고싶

지는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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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살림의 내막은 모르지만, 생필의 모든 것을 인력으로 운반해야하는 암자다. 청정

은 청빈에서 피어난 꽃이고, 청빈은 결핍의 자존감 충만한 아들이다.

 

 

하여간, 이야기의 줄기로 되돌아가자면...... 오늘은 자전거타고 낙동강 이어갈까하다

가 아침 뙤약볕이 강해 지레 포기를 하고 대뜸 토곡산 가겠다니 아무 대꾸도 없이 먹

거리 준비를 해주었다. 그새 금기의 내부규제가 저절로 풀렸는지, 마모되어 잊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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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 상단의 물맞이 폭포]

 

금줄이 요란하게 쳐져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암자생활의 유일한 생활수가 되는 셈이니

유산객의 물장난질을 경계하는 것이다. 팔뻗어 카메라만 밀어넣었을 뿐 금줄진입은 물

론 손끝하나 담그지 않는다. 폭포를 이루는 암벽의 위세는 대단한데 수량이 원래 많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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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러 오르니 폭포의 상단에 다다르게 된다.]

 

등로를 조금 벗어나 기어들듯 조심스레 벼랑끝에 자리를 잡고 여장을 풀었다. 세월을

잊는 무념과 세월을 일깨우는 상념이 교차되는 기나긴 시간이 마치 한순간이다. 세속

의 시간으로 30분을 족히 넘겼을 것이다. 내 인생의 이런 황홀한 적요의 시간은 대부

분 산에서 이와같이 얻고 경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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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상단의 물줄기를 건너야한다.]

 

이제 이 물길을 건너면 하산 막바지에 계곡 건널 때까지 종일 물구경은 할 수 없다. 손

수건이라도 적셔갈까? 문득 멈추었다가 그냥 지나쳤다. 애타는 금줄이 맘에 걸렸고, 암

자의 석탑 옆에 모신 지장보살의 엷은 미소가 마치 포대화상의 웃음처럼 나를 향하는 느

낌이 다시금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돌계단에서 정중히 반배를 하고 내려선 것은 오로지 그 때문이었다. 이 작은 물줄기의

소리가 마치 포대화상의 웃음소리처럼 들리고, 지장보살의 미소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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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덥고 땀도 비오듯 흘러 이곳 전망대에서 다시 한참을 보낸다.]

 

 

머리위에는 산악회 리번들이 매달렸건만 미동도 않는다. 바람한점 없다는 소리다. 원동천

이 흘러든 누런 낙동강이 눈에 들어온다. 먼 강이지만 강하게 느낌이 온다. 내 벗이 호를

청하여 주저없이 드린 濁江(탁강)은, 세상의 오탁을 품어낸 바로 저런 유장하고 큰 강의

요함을 빗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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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릉 하늘에서 나와 산과 강을 입체영상을 보면 대략 위와 같다. 빨간점이 현위치고

천태호와 안태호 그리고 굽이친 강 멀리 삼랑진이 보인다.]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의 후반부는 강을 배경으로 구성된다. 강에서 삶을 인식하는 바

스데바, 그와 함께 지내면서 오탁한 지난 삶을 정화하는 싯다르타. 그 역시 강이 가르치는

진리, 존재하는 세상의 모든 것은 고귀하다는 것을 체험해간다. 며칠 전, 나는 우연히 아

들의 책장(고딩시절의 책들을 정리해둔)에서 [싯다르타]를 발견하고 다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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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현 위치에서 나는 다시 멍하니 시간이 멈춰진 뿌연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중학교 때와 대학 다닐 때, 나는 헤세를 빠져 내 인생의 뼈대는 헤세의 구도정신이라고

여겼는데 그때 과연 제대로 이해했을까? 그럼 우리 아들은 이 싯다르타를 읽으면서 무

엇을 느꼈을까? 카톡을 해보았다. 답은 간단했다. 인도의 황색이미지 밖에 생각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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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봉에 올라 능선을 향하던 중에 빈터]

 

강건너 김해 무척산이 뿌옇다. 사실 날씨가 맑으면 강을 바라보기엔 더없이 좋은 경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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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길 봐라...... 능선을 꼬불꼬불 이어가도 저 거리가 얼마냐?]

 

흐린 날이라 산너머너머 정상이 무척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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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평탄한 길이 처음으로 열린다. 여지껏 오르기만했고......]

 

두차례 태풍에 이 지역은 풍부한 비보다 세찬 바람만 불어댔다. 덕분에 푸른 잎들이

속절없이 떨구어지고 허약한 나무가지들이 통채로 부러져 온 산에 가득하다. 등로를

희미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사실 초행의 등로는 눈과 발이 느끼는 직감으로 가는

수가 많은데, 곳곳에 등로가 식별안될 정도로 묻혀버렸다.) 산 속에는 풀잎내음이 가

득했다. 그것은 때로 허브처럼 달콤하기도했고 혹은 약초처럼 자극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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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구야~ 이 땡볕에 저길 언제 오르누......]

 

토곡정상은 855 m, 출발점 해발고도는 불과 20 m...... 그러니 해발 200 미터에서 시작되는

재약산의 높이에 거의 맞먹는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제부터 데크나 안전펜스 하나없

는 거친 암릉길이 기다리고 있다.

 

 

저렇게 거대한 벽이 떡 버티고 서면 늘 생각나는 산...... 천왕봉 --> 성삼재 방향으로 지리

종주할 때, 지친 걸음을 떠억하니 가로막던 토끼봉의 위용이 생각난다. 정말 은산철벽이 이

런 것이구나 할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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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에 도착했다. 옴마나! 이럴 수가 벌써 열두시가 넘었네...... 거의 기어서 온 셈!]

 

페이스북을 통해 가족들에게 나의 안정성을 공지하고 폰카 중에 멋진 사진을 한장 올린다.

스마트폰과 제한된 SNS 는 정말이지 장난감과 같다. 어른들 장난감이 따로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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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릉은 날카로워지고 암릉은 점차 드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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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숨을 토하고 바위 위에 오르면 우선 뒤를 돌아보는 것이 인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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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지는 암릉. 함포마을 골짜기 쪽으로 벼랑이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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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꼭대기까지 이어져 꽤 길고 높지만 별로 어렵지 않은 로프구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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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허리를 돌려 낙동강 쪽을 바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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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토끼의 낮잠 흉내를 내지 않으면 산거북이가 아니지.....]

 

저 아래 안부에서 딱 한사람이 내 멈춘 걸음을 지나쳤을 뿐, 사람이 없다. 왜 그렇지????

날씨 탓인가?  (결국 오늘 산행에서 나는 좀전에 스친 한사람과 하산길 말미에 부부 산객

외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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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간은 무척 흥미로워 요모조모로 살펴보았다. 점선으로 바로 로프를 설치하기엔

좀 높은 직벽이고 바위 사이길은 게걸음으로 가야지만 통과할 수 있다. 그러자면 로프

가 늘어나지 않도록 둘러쳐야 한다. 고마운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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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로프가 바위 모서리에 모되어 걱정스러운 곳도 있었다. 다시한번 뒤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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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가 그 유명한(?) 암반이고...... 정상은 작은 봉우리 대여섯개 남고 아직도 감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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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릉 최고의 암봉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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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 후 뒤를 보니 역시나 멋진 암봉이다. 바위 꼭대기에 노란 리본이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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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넓어 보이지만 약간 경사진 바닥이라 장구치고 놀 수 있는 암반을 못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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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과 봉우리는 계속되고 점차 지쳐갈 무렵..... 이곳에서 늦은 점심 후 다리를 뻗고 또 누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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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듯 땀 범벅이었는데 셀카에는 별로 젖어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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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씨와 오늘같은 컨디션에는 선암산 오봉산 종주는 꿈도 못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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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올랐던 서북릉 암릉길에 비하면 이건 뭐 산책길을 넘어서 그야말로 꿈길이다. ㅋㅋ

음...... 풀내음 정말 좋다. 근데 오늘따라 정말 왜 사람들 흔적이 없지???

 

 

하산길은 그냥 사진 언급으로 휑하니 내려서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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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200 m 아래 첫 푯말은 복천암 신선봉 쪽 갈림길, 나의 발길은 원동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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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표지대는 비석봉 - 용굴산 서룡리 갈림길, 다음번에 이용할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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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봐라~~~ 비석봉 암릉이 과연 이름대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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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간을 지체하였기에 지금부턴 휑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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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방향에서 다다르니 길은 삼지창 모양으로 갈린다. 좌측으로 좁은 샛길은 734봉을 트래버스

하여 원동으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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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꿈길같이 보드라운 길이지만 밋밋하고 등로맛에 더운 숲향만 가득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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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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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김해 땅....청명한 날씨라면 기막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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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강변으로 자전거길이 매혹적인 구간이다. 금동산 아래 삼각주 섬도 눈여겨 보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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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이봉이 매혹적으로 조망되는 곳. 한낮의 열기에 익은 바위가 몸시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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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곡산은 인근 오봉산과 마찬가지로 낙동강 조망이 아름다운 곳. 저 굽이치는 낙동강은

이전에는 경부선 기차여행 경치로 이름값을 했고, 더하여 이제는 자전거 명품 구간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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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종료......]

 

구간거리가 합 10 킬로가 채 안되는데, 하루종일 걸린듯^^ 뭐 어떤가? 좀 덥고 피로하긴해도

내사 즐겁기만 하구만...... 

 

 

에필로그

 

토곡산은 삼랑진 인근의 원동역(원동초등 인근)이라는 기점으로부터 바로 코 앞에 있는데다

들머리를 지장암이나 함포마을로 잡자면 기차 도달시간에 배내골 행의 마을버스가 기다리다

시피 하니 비교적 먼 곳에서도 간혹 찾는 분들이 계시다. 오늘 소개올린 서북릉과 비석봉-용

골산 능선잇기도 좋고, 함포마을을 말발굽형으로 감아도는 서북릉-정상-석이봉 코스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