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봉산, 천보산

내일이 입춘.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서울의 북쪽으로 아주 가까운 산을 선택했다.
1 매
입춘을 맞아 의정부를 지나 동두천 방향의 가까우면서 먼 산인
칠봉산(506)과 천보산(423)을 다녀왔다.

2월4일 이제 봄이 멀지 않다는 신호와 같은 입춘.
금년은 전국에 때아닌 폭설이 계속 내려 모든 식물이 눈
2 매
속에서 빨리 동장군이 물러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양지 바른 곳에 난 씀바귀를 처음 본 날이었다.
산과 들에는 머지않아 들꽃과 산나물이 곧 제 세상을 만나
우후죽순처럼 올라올 것이다.

3 매
달래 냉이 꽃다지 모두 캐보자! 노래가 절로 나오는
춘풍의 계절이 가까이 왔다는 신호다.
그러나 오늘의 설산산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등산화가
눈 속에 파묻히는 처녀지 산행이었다. 장장 5시간 소요.
아침 8시에 만나서 저녁 6시에 헤어진 경기도 양주군
4 매
회천면 봉양리와 동두천시 송내동에 걸친 암봉, 칠봉산 을 가보자.
.


(겨울 설산 산행기)
5 매

산행중 한 분도 만나지 못한 경기도의 버려진 칠봉산,천보산

우리는 7호선 도봉산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어제 눈이
내려서 걱정을 하면서도 안 가본 산을 처음 간다는
6 매
생각에 모두들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겨울산행은 오래 기억에 남는 멋진 추억여행이
될 것이 틀림없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도봉산입구 버스 정류장으로 올라가니
7 매
벌써 도봉산으로 가는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떼지어 건널목 신호를 기다린다.
우리는 다시 36번 소요산행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려
의정부시내, 주내,샘내, 덕정을 지나 봉양리 사귀 정류장에서
내렸다. 젊은 버스기사님의 고향이 바로 여기라고 친절하게 올라가는
등산로까지 일러주었다.
8 매

9시 30분. 차에서 내려 우측으로 한적한 시골길로 들어서니
도로가 온통 얼음 빙판길로, 초입부터 겁을 준다.
좁은 도로에 왠 차가 자주 지나가는지 비켜서기도
어렵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동네 뒷길로 우회하기로 했다.
9 매

대충 조휘동 방향만 잡고 가다 보니 길이 막다른 골목이었다.
다시 뒤로 나가면 되지만, 우리는 상의해서 작은 야산을 헤집고
넘어갔다. 눈이 발목가지 빠지고, 쓰러진 나무가 가로 막고 한참을 헤맨 뒤에
겨우 산쪽으로 난 포장도로로 나왔다.
10 매

누가 눈을 치워 놓은 언덕길을 넘어가니 연수원인 듯한
건물이 나왔다. 간판도 없는 3층건물이다. 개가 뛰쳐 나와서
마구 짖어댄다. 어이쿠. 남의 집으로 들어가는 건 아닌지?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안 보였다.
11 매

나는 작년 5월에 이 산을 탄 적이 있어 무조건 전진하여,
약수터까지 올라갔다. 바베큐를 구워 먹는 드럼통이 있고
여기 까지는 사람 발자국도 있었다.
다시 길을 찾았으나 이제는 동네 개 발자국도 없었다.
12 매

" 여기서부터는 대장이 앞장 서.경험이 많으니까...."
" 그러지."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경사진 야산으로 일단 붙었다.
13 매
20여분만에 바위와 미끄러운 능선을 넘고 또 넘어 겨우
등산로를 찾았다. 빨간 리본이 보인다. 휴-----.
땀을 식히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아이젠을 신었다.

계속 능선을 따라 소나무가 우거진 등산로를 10여분
14 매
돌고 돌아 겨우 선바위(대도사에서 오르는 뒷길에 2개 있음)에
도착, 이제서야 칠봉산 등산로 초입에 다다른 셈이었다.

산친구는 어찌나 힘이 들었던지 앞에서 연신 투덜댄다.등에서 땀이 솟는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얘기는 했지만,좀은 미안했다. 나는 언제나
15 매
조금, 조금 더 가면 된다고 하면서도 완등을 한 우리는 좋은 사이였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제1봉을 향했다.

날씨가 아직 휘뿌연 안개 속에 가까운 봉우리만 몇개 보일 뿐,
오전 내내 흐린 날이다. 밤나무단지가 있는 고개를 넘어
16 매
눈이 발목까지 빠지는 언덕을 오른다. 발자국도 없는 초행길.
이런 산을 한 겨울에 올 위인이 없다. 왜냐?
내가 봄,여름,가을에 몇번 왔어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한
칠뜨기 산이었으니까.

17 매
구름사이로 비치는 햇빛만 우리의 앞 길을 인도해줄 뿐이다.
빨간 깃발이 너울대는 공터를 지나 제2봉,소나무와 바위가
근사한 절벽 능선을 탔다.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다.
두번째 공터는 헬기장이었다. 군부대와 의정부경찰서에서
군사보호지구 표시를 한 표지판이 서 있었다.
18 매

여기서 중식을 할까 하다가 너무 일러 더 가기로 했다.
서울이 보인다는 망경단 바위를 지나 오르고 또 올라 석장봉
( 장수가 우뚝 선 모양의 바위)에 서니 사방 조망이 좋다.
앞으로 덕정리의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 멀리 불곡산의
19 매
아름다운 봉우리와 사패산, 도봉산이 일행을 반긴다. 불곡산은 어느 쪽에서
보아도 스카이 라인이 멋진 양주군의 진산이다.

30여분을 쉬지 않고 달리니 드디어 정상,아무런 표지판이 없다.
싱겁다. 동쪽으로 바로 곁에 해룡산,국사봉이 들어오고,
20 매
북으로 소요산이 지척이다. 날씨가 청명할 때는 수락산,도봉산
,사패산 ,오봉이 가깝게 보이는 전망대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12시 정각. 우리는 군 막사(가건물)를 지나 마지막 7봉에서
중식을 했다. 바위 사이에 자리잡고 가져온 음식을 급히 꺼내
21 매
게눈 감추 듯 먹는다. 와,,,이런,,, 밥 맛이 꿀 맛이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30년전 대학 동창생이 동행한 날이다.
주거니 받거니 쇠주도 한잔 곁들이고.....

" 오늘 같은 등산은 처음이야.
22 매
정말, 이렇게 한사람도 없는 데는 아직 안 가보았어."
" 이런 산엘 누가 오나. 안 오지. 더우기 이 추운 영하 10도의 겨울에..."
" 지난 번에 간 춘천 검봉산도 한 사람도 못 만났잖아."
" 그래. 우리는 남이 안 가는 산만 가니까, 당연하지."

23 매
처음 온 동창생은 참 신기하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넓은 줄 몰랐단다.
신발을 보니 양말속 까지 다 젖어 발이 어는 것 같다. 그래도
새로운 산을 정복했다는 기쁨에 별로 신경이 안 쓰이는 모양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커피도 마시면서 대학시절의 연애 얘기로 정담을 나누었다.

24 매
다음 목적지인 천보산을 가리키며, 저 밑에 유명한 회암사지가
있으니 오늘은 산만 타는 것이 아니고 유서 깊은 천년 역사를 가진 절터를
구경한다고 설명했다. 모두들 유홍준 씨의 문화답사기를
생각하면서 출발, 쉬지 않고 하산을 서둘렀다.
쏜살같이 급경사길을 내려가 송전탑을 지나 도로로 나왔다.
25 매

눈길이 예쁘게 다져진 행길에서 잠시 누워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천보산 등산로로 올라 붙었다. 군 벙커 지대를 지나 완만한 능선을
30여분 달리니 곧 천보산 정상 바위다. 2개의 정상을 밟는 기분은
몸이 날아갈 듯한 쾌감이었다.사방에서 바람까지 불어주어 시원하다.
26 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지나온 칠봉산 암봉이 하늘 위에 서 있다.

오늘은 길이 미끄러워 회암사 절코스를 피해 능선을 타고 우회하기로 했다.
회암사를 바라보며 내려가는 직코스는 평상시에도 아주 위험하다.
20여분을 하산해 송우리로 넘어가는 회암고개(투바위 휴게소)에 닿았다.
27 매
줄줄이 차들이 넘어간다. 도로는 좁고, 차는 쉴새 없이 다니고 걸어서
내려갈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한 참을 기다려 지나가는 차를 세워
잡았으나 한대도 태워주지 않는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도로를 1시간을 터벅터벅 걸어 샤일로 공장과
28 매
모텔을 지나고, 군부대초소(최정예 불무리 하늘지기)를 거쳐
회암사지 입구 간판에서 우회전해 유서깊은 회암사 유적지를 찾았다.
17만평이나 된다는 넓은 공사장, 복원사업이 한창인 계단 8개.
안내판을 보고 당간지주를 지나 곧바로 산 중턱의 회암사로 향했다.

29 매
아늑한 자리에 새로이 중창하는 회암사. 고요한 적막이 흐른다.
약수터에서 석간수를 마시고 경내를 한바퀴 돈 다음,
이 절을 창건한 고려시대의 지옹선사(인도의 승려) 비석과 그의
수제자 나옹선사 부도탑,무학대사의 부도(보물338호),쌍사자석등을
차례로 구경했다.
30 매

오후 4시, 오늘의 긴 여정이 끝나는 시간. 순간 온 몸에 산행의 피곤이
엄습해왔다. 그 자리에 그냥 눕고 싶었다. 총 산행시간 5시간이 걸렸다,
거리로 환산하면 15K 정도의 멀고도 지루한 산행이었다.

31 매
우리는 여기서 20분을 더 내려가 '내고향 회암 1리'라고
입석이 있는 정류장에서 30번 버스(의정부-- 회암리)를
타고 의정부 북부역에 내려 전철역앞 삼겹살집으로 들어가
쇠주 한잔으로 부라보를 외치며, 입춘맞이 기념 등반과 오랜만에
문화유적 답사를 겸한 보람찬(?) 산행을 마감했다.
32 매
입춘대길....

(동행자: 안승일 씨. 임학권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