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게 이어지는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7월 8일(금요일), 9시 15분에 집을 나선다. 36번 버스를 타고 한참 가다가 지리를 몰라서 봉양사거리를 지나쳐서 송내상회의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게 된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길 건너편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봉양사거리에서 내린다. 분명히 사거리의 표지판에 봉양사거리라고 표기돼 있고 지도상에도 봉양사거리인데 봉양사거리라고 하면 버스 기사나 마을 사람들도 잘 모르고 버스정류장 이름이 사귀라서 사귀라고 해야 알아 듣는다. 의정부 쪽에서 오다 보면 사귀부대 앞이 나오고 그 다음 정류장이 사귀인데 부대의 이름을 따서 이 곳을 사귀라고 하나 보다. 그렇다면 사귀사거리라고 하든지, 단 두 글자로 사귀가 도대체 뭔지...

차도를 건너고 철도건널목을 건너 직진하니 봉양1동 주민자율방범대의 가건물이 나오고 가건물의 우측에 나 있는 비포장도로로 들어가면 첫 번째 가옥이 나온다. 그 가옥 못미처의 밭을 끼고 들어가서 산길로 오르면 옹색한 들머리와는 달리 확연한 지릉길이 펼쳐진다. 들머리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절개지 위로 높은 철탑이 우뚝 서 있고 그 철탑의 우측으로 지릉길이 이어지고 있다.

군데군데 바위가 많은 지릉길을 가다 보면 철탑에서 15분 만에 독수리부대의 깃대가 설치된 독수리봉에 닿는다. 양주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몇 분간 조망을 즐기다가 이어지는 지릉길로 15분 쯤 나아가니 무슨 용도인지 모를, 십자가 모양의 양철판을 세워 놓은 봉우리에 닿는다. 이 곳에서 2분 만에 첫 번째 삼거리를 만나고 1분을 더 가면 리본이 설치된 두 번째 삼거리를 만나는데 이 곳에서 우측으로 가야 칠봉산으로 가게 된다. 이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50 미터 쯤 더 가면 잡초가 무성하고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299.3봉에 닿는다. 299.3봉까지 갔다가 삼거리로 되돌아와서 20분 정도 쉰다. 날씨는 흐리지만 습도가 높고 기온이 30도 가까이 돼서 땀이 많이 나온다. 땀을 하도 자주 닦으니 타올에서는 암모니아 비슷한, 코를 찌르는 냄새까지 풍긴다.

삼거리에서 15분 만에 연꽃바위에 이르고 연꽃바위삼거리에서 볼거리가 많은 대도사 쪽으로 내려선다. 연꽃바위에서 좌측으로 7분 쯤 내려가면 인왕산의 선바위를 연상시키는, 구멍이 뻥뻥 뚫린 신령바위에 호랑이를 깔고 앉은 산신령이 모셔져 있다. 이 곳에서 길게 이어지는 화강암계단을 내려가면 대도사의 대웅전인 각황전에 이르게 된다.


칠봉산 들머리 - 민가 못미처의 밭 사이로 오르는 길.


절개지의 철탑 우측으로 이어지는 등로.


독수리부대의 깃대가 설치돼 있는 독수리봉.


십자가 모양의 양철판을 세워 놓은 봉우리.


299.3봉에서 50 미터 못미처에 있는 삼거리.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299.3봉.


연꽃바위.


신령바위와 바위 속의 산신령.


대도사로 내려가는 길의 화강암계단.

 

각황전의 우측에는 사리탑이 설치돼 있고 좌측에는 물이 나오지는 않지만 예쁘게 꾸며진 약수터가 있고 다섯 개의 사리탑이 있다. 사리탑의 좌측에는 범종각이 있고 범종각 밑에는 와불전이 있다. 자연적인 동굴을 이용해서 설치한 듯한 와불전 내부에는 옆으로 누워 있는 와불이 모셔져 있고 그 주위에 승려들이 앉아 있다. 참으로 특이한 불상이다. 와불전에서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인공호수와 관음상이 있다.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는 호수를 구름다리로 건너면 자애로운 표정의 관음상이 우뚝 서 있다. 그리고 도로 옆으로는 대도사 창건주 비구니 혜법화상 공덕비가 화려하게 세워져 있고 그 곳에서 다시 시멘트계단을 오르면 각황전이다. 대도사에서 15분을 머무르다가 다시 연꽃바위로 되오른다. 연꽃바위에서 대도사로 내려갔다가 다시 연꽃바위로 되오르는데 40분이 걸렸다. 연꽃바위에서 15분 정도 쉬다가 우측의 칠봉산으로 가는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범종각.


사리탑.


와불전 외부.


와불전 내부.


각황전 옆의 바짝 마른 약수터.


관음상과 연못.


대도사 창건주 비구니 혜법화상 공덕비.


대도사의 대웅전인 각황전.


 

대도사의 사리탑.

 

지릉길을 20여분 나아가다 보면 잡초가 무성한 길에 녹슨 깃대가 설치돼 있는 곳이 나온다. 직진해서 나아가면 9분 후에 비교적 넓은 공터가 나오고 다시 직진하여 15분 쯤 나아가면 주변에서 가장 높아 보이는 곳의 등로 우측에 원형 참호 한 개가 나오고 그 원형 참호의 등로 진행방향인 남쪽으로 흙바닥에 반 쯤 파 묻힌 삼각점이 보인다. 이 곳이 해발 506.1 미터의 칠봉산 정상이다.

이 곳에서 직진하여 1분 만에 헬리포트에 닿고 다시 직진하여 2분 만에 바닥에 바위가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고 소나무가 있는 공터에 이른다. 이 곳에서 4분 만에 바위전망대에 닿는다. 바위전망대에 오르려다가 바위 중간 쯤에 특이한 색깔의 귀뚜라미 한 마리를 보고 카메라에 담는다. 바위전망대에 올라 지나온 능선길과 바로 앞의 석장봉을 조망한다. 무성한 수풀에 가리워져 암봉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중턱의 수풀이 없는 부분을 보니 꽤 단단한 암봉이다.

바위전망대에서 10분 쯤 조망을 즐기다가 내려선다. 5분 쯤 나아가니 바위 사이의 등로(석문)가 나오는데 석문 못미처에 석장봉으로 오르는 길을 보지 못 하고 지나쳤음을 깨닫고 다시 석문을 지나 오던 길로 되돌아가서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꺾어져 올라가니 바위에 석장봉이라고 검은 페인트로 써 놓은 석장봉이다. 바위전망대와 거의 비슷한 조망이라서 바로 내려와서 석문을 통과하여 나아간다. 석장봉에서 5분 만에 석봉에 닿는다. 바위가 많고 나무도 많아서 그늘진 곳이다.


원형 참호 남쪽에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칠봉산 정상 - 해발 506.1 미터.


헬리포트와 등로.


바위전망대의 귀뚜라미.


바위전망대.


바위전망대 위에서 지나온 능선길을 돌아보며...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석장봉.


석장봉.


바위 사이의 등로(석문)를 뒤돌아보며...


석봉.

 

석봉을 지나고 좌측에 군막사가 있는 등로를 지나니 우측으로 전망이 좋은 바위가 나타난다. 그 바위 위에 올라 동남쪽을 바라보니 천보산과 양주에서 장림고개로 오르는 비포장도로가 내려다보이고 동쪽으로는 해룡산이 바라보인다.

바위에서 내려와 2분 만에 내리막길의 삼거리에 닿는데 우측은 시멘트블럭으로 막아 놓았고 동남쪽인 왼쪽길로 내려간다. 삼거리에서 15분 만에 철탑 옆을 지나치게 되고 4분 만에 장림고개로 내려선다. 비포장도로인 양주 쪽에서 고개 위로 오르니 동두천 쪽으로는 아스팔트 포장이 돼 있다. 동두천 쪽의 장림고개 우측으로는 산자락을 깎아 놓은 절개지가 있고 절개지 밑에는 입산통제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그리고 입산통제 안내판의 우측으로 천보산 들머리가 있다. 해룡산 들머리이기도 한 곳이다.

천보산 오름길에 아까 통과한 철탑 위의 칠봉산을 바라본다. 들머리에서 5분 만에 해룡산이 잘 보이는 헬리포트에 닿는다. 이 곳에서 15분 정도 쉰다.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천보산과 장림고개 오름길.


내리막길의 삼거리에서 동남쪽인 왼쪽길로...


장림고개의 칠봉산 날머리.


동두천 쪽으로만 포장이 되고 양주 쪽으로는 포장이 되지 않은 장림고개.


장림고개의 천보산 들머리.


천보산 오름길에 바라본 칠봉산.


헬리포트와 해룡산.

 

헬리포트에서 7분 만에 좌측의 해룡산 쪽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우측으로 나아가니 4분 만에 갈라지는 길이 나중에 서로 만나는 두 번째 삼거리에 이르고 다시 6분을 더 가면 세 번째 삼거리에 이르는데 확인차 우측으로 가 보니 앞쪽으로 높은 봉우리가 없는 하산로여서 좌측으로 나아간다.

유순한 암릉길을 나아가는데 등로 좌측에 있는 수풀 옆의 한 걸음 앞쪽에서 녹색과 붉은 색깔이 화려하게 어우러진 꽃뱀 한 마리가 새 을(乙)자의 자세로 몸을 세우고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며 방어 겸 위협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흠칫 놀라서 팔짝 뛰어 그 자리를 피한다. 아마 스틱으로 땅을 찍으며 걸어오는 진동을 감지하고 경계하는 반응인 듯하다. 그런데 도망을 가지 않고 맞서려는 걸 보면 독사라는 생각이 든다. 정식 명칭이 유혈목이인 이 뱀은 보통 독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다른 독사처럼 송곳니가 독니가 아니고 어금니가 독니이기 때문에 앞쪽으로 가볍게 물리면 괜찮지만 깊게 물려서 독니인 어금니로 물리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삼거리에서 3분 만에 해발 423 미터의 천보산 정상에 닿는다. 좌측으로 천보산 동남릉이 이어지고 있고 우측으로는 망경대를 거쳐 회암사로 하산하는 지능선이 뻗어 있다. 그리고 무소유산문자님의 정상표시판이 설치돼 있다.

천보산 정상에서 25분 정도 쉬다가 오던 길로 30 미터 쯤 되돌아가면 좌측으로 갈림길이 있다. 그 길로 내려선다.


좌측의 해룡산과 우측의 천보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삼거리에서 우측의 하산로를 버리고 좌측의 천보산 쪽으로 진행.


천보산 정상 - 해발 423 미터.


회암고개로 이어지는 천보산 동남릉.


천보산 정상에서 망경대를 거쳐 회암사로 하산하는 길.


천보산 정상에서 바라본 망경대.

 

갈림길에서 3분 쯤 내려가면 바위 위에 한자로 망경대(望京臺)라고 표기해 놓은 망경대가 나온다. 암봉 위에 소나무들이 멋지게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망경대에서 내려다보는 양주시내의 조망도 탁 트여 있다. 맑은 날에는 서울까지 보이기 때문에 망경대라고 이름붙였나보다.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망경대.


망경대에서 바라본 칠봉산과 바로 앞의 암봉.


망경대의 조망.


소나무와 바위의 조화.


망경대 내림길에 바라본 천보산 정상.

 

암릉길을 내려가니 회암사와 회암사터가 내려다보이고 수 분 후에 로프지대가 나타난다. 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암봉의 바위들을 올려다본다. 잠시 후에 회암사가 내려다보이는 넓은 공터에 이른다.


회암사와 회암사터가 내려다보이고...


로프지대 1.


로프지대 2.


보배 같은 바위 1.


보배 같은 바위 2.


회암사가 내려다보이는 넓은 공터.

 

넓은 공터에서 10분 쯤 내려오면 경기도 문화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나옹선사와 지공선사의 부도와 석등, 회암사지의 부도와 쌍사자석등, 무학대사비 등을 보고 나서 회암사로 내려선다. 회암사의 대웅전과 삼성각을 보고 종무소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우측으로 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옹선사 부도와 석등.


지공선사 부도와 석등.


회암사지 부도와 쌍사자석등.


무학대사비.



회암사의 대웅전.


회암사의 삼성각.


회암사의 종무소.


회암사의 약수터.

 

한참 내려가니 발굴 중인 드넓은 회암사터가 나타난다. 우리나라 최대의 절터라는 곳이다. 회암사터를 지나 좀 더 내려오니 오늘의 천보산 날머리인 회암2교다. 이 곳에서 넓은 차도를 만나 우측으로 꺾어져 나아가면 천보삼거리에 이른다. 천보삼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주유소 건너편의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9101번(구 902번) 좌석버스가 온다. 이 버스를 타고 귀가한다.

작년 4월부터 지금까지 60회의 산행 중에 네 번이나 뱀을 보게 됐다. 작년 5월 25일 용문산에서 누룩뱀을 봤고 작년 7월 21일에는 마니산에서 불독사를 봤고 산행기에 적지는 않았지만 작년 9월 23일에는 호룡곡산 환상의 길에서 몸 길이 15 센티미터 정도의 살모사 새끼로 보이는 다이아몬드형 머리의 뱀이 땅바닥에 떨어진 물고기처럼 몸부림을 치고 있기에 깜짝 놀라서 그 뱀을 건너 뛰어 피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 번의 꽃뱀이 네 번째다.

늦봄부터 늦가을까지는 뱀들이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계절이다. 특히 비가 온 다음날에는 몸을 말리기 위해 등로로 나온 뱀을 산행 중에 보기 쉽다는 것을 항상 예측해야 한다. 산이란 오르기에 힘들고 위험하며 땀과 두려움 속에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에 더욱 값진 체험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안전이 무엇보다 최우선이고 산이란 언제든지 다시 갈 수 있으니 자신에게 벅찬 위험이 예지되면 과감히 중도에 포기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드넓은 회암사터.


천보산 날머리 - 회암2교.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