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을 밟으러 칠보산에 다녀오다.

  지난12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다. 전날 저녁부터 내리던 눈이 아침에 밖을 보니 제법 많이 내렸다. 나는 종교에 큰 관심은 없으나 석가탄신일이나 아기예수가 탄생한 성탄절은 그 분들의 탄생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고 있다. 눈이 내렸으니 그냥 집에만 있을 수 없지. 벌써 마음은 두고 온 고향 산천의 논밭을 뒹구는 환상에 젖어본다. 단단히 무장을 하고 수원의 칠보산을 가기로 했다. 매주 산행을 하는데 모처럼 늦잠을 즐기는 와이프의 곤한 잠을 깨우기가 미안하여 등산을 가는 날 아침식사는 으레 라면으로 대충 때운다, 과일과 아이젠을 챙겨 성대 앞 전철에 내려 칠보산 등산 입구인 당수동 쌍용아파트로 가는 마을버스를 탔다. 당수동 주위에는 아직도 논밭이 있어 쌓인 눈을 볼 수 있다.

 

  칠보산 등산로는 수원역에서 13,13-1번 버스를 이용하여 칠보산 입구에서 시작하여 용화사방향 코스가 있고, LG 아파트3차에서 내려 개심사, 약수터 등의 코스와 성대역에서 마을버스 25번을 이용하여 당수동 쌍용아파트에서 내려 칠보산을 올라가는 코스가 있어 도심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나는 주로 당수동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용화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즐겨 이용한다.

칠보산은 원래 화성군 매송면에 속해있었으나 198711일 수원시로 편입(일부)되었다. 해발 238.8m 인 산으로 산능선이 완만하여 노악자나 여성들의 등산코스로 적당하며 자연생태 학습장으로 개방하고 있다. 칠보산은 예부터 8개의 보물( 산삼, 맷돌, 잣나무, 항계수탉, 범절, 장사. , 금닭) 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왔으나 어느 때인가. 한 개의 보물인 금닭을 누군가가 가져가 칠보산이란 이름으로 되었다고 한다.라고 안내판에 적혀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싸하고 차가운 공기가 코를 간질이고 있다. 눈길을 걸으면 기분이 상쾌하고 사브작 사브작 발에 밟히는 소리가 박자를 맞춘다. 벌써 많은 산객들이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하기 전에 준비해야할 중요한 작업이 하나 있는데 화장실을 가는 일이다. 산에서 큰 볼일을 당하면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특히 여성분들은 작은 것만 해결하려고 해도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다행히 수원 인근의 산에는 등산로 입구마다 수세식 화장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다행이다. 정상 근처에도 화장실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한다. 고인이 된 심 재덕 시장이 재임시에 세계화장실 협회를 창립하였고 수원시내에 공중화장실을 신설하여 이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 문화가 정착되어 전국 어느 도시보다 화장실이 미려하고 깨끗이 관리되고 있어 다른 지방에서 견학을 온다고 한다. 화장실 이름도 반딧불이. 맷돌. 항아리. 까치 등으로 친근한 한글 이름을 지었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천주교 수원교구 공원묘지 옆을 지나게 된다. 묘지위에도 하얀 눈이 수북이 쌓여있다. 눈 이불을 덮고 있으니 덜 춥겠지. 매번 이곳을 지나게 되면 인생이 한 번 태어났으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열심히 살다가 조용히 삶을 마감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묘지를 남겨야 하는 건가 ? 아니야, 땅도 좁은데 화장을 해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해. 나이가 먹다보니 주위에서 세상을 하직하는 분들이 많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을 보니 나이는 들어가는 모양이다. 아직 낡은 사고방식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목숨이 끊어졌다고 그 뜨거운 화장로에서 들어가는 것은 정말로 싫다. 일정기간 매장되어 있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손자대(孫子代) 에서 화장을 해서 없애버렸으면 하는 게 우리 부부의 똑 같은 생각이다.

 

  날씨는 춥지는 않다. 옛말에 눈 온 날, 거지가 빨래하는 날이라고 눈 온 뒤에는 날씨가 대개 춥지 않고 포근하다. 등산로도 그리 미끄럽지가 않다. 앞에 가시는 할머니가 운동화를 신고 아이젠도 없이 씩씩하게 등산을 하신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할머니! 눈이 온 날 산행하실 때는 등산화를 착용하시고 할아버지와 함께 다니세요.” 라고 말씀드리니 할머니의 간에 지방간이 많아 산행을 자주 해야 하는데 할아버지가 춥다고 하여 혼자 왔다고 하면서 등산화를 신으면 발이 아파 할 수없이 운동화를 신고 있다고 한다. 운동화위로 눈이 묻어있다. 스패츠라도 하면 조금 나을 것 같다. 미끄러울 텐데 스틱도 없이 잘도 올라간다. 평소에 많이 다니는 익숙한 길이라 방심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눈길은 항상 조심을 해야 한다.

 

  증간중간에 운동시설이 많이 있어 운동을 하기에 알맞다. 팔각정에 앉아 과일을 먹고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큰 아카시아 나무사이에 그네를 매달아 놓았다. 추우니 타는 사람도 없이 바람에 혼자 흔들거리고 있다. 칠보산 정상에 도착했다. 산 아래에는 군부대와 어천 저수지를 가로 지르른 ktx의 철로가 보인다. 좁은 나라에서 뭘 그리 빨리 가서 무슨 할 일이 많다고 국토를 가로질러 대 토목공사로 마을이 반으로 나뉘고 조용한 시골마을에 열차 지나가는 소리로 몸살을 앓게 하고 있는지 좁은 소견으로는 알 수가 없다.

 

  용화산 정상에 올라갔다. 멀리 수리산, 관악산의 송신탑도 보이고 광교산도 아스라이 모습이 보인다. 발아래에는 호매실지구 택지지구의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고 택지개발로 허허 벌판이 된 들판이 보인다. 멀쩡한 논밭을 아파트를 짓기 위하여 헐값으로 수용하고 마구 주택들을 짓고 있다. 식량의 자급자족을 포기한 것인가? 농사짓는 땅에 집을 지어도 되는 것인지. 조상들은 열악한 환경에 농토를 만들어 대대손손 먹을거리를 생산해왔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 농토를 마구 없애서 주택을 짓고 있으니 언제인가는 먹을 것이 모자라서 아우성을 칠 텐데 그 때 후회해야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은 뻔 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꾸어 농토에 더 이상 주택을 짓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는 내리막길이다.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하다. 편한 길로 조심해서 내려오다 보니 LG 아파트 뒤편의 논에 물을 담아 얼려서 썰매장을 만든곳이 있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눈을 치우고 있고 아이들은 썰매를 타고 있다. 아빠가 썰매를 끌어주는 다정한 모습도 보인다. 4,000원을 주면 하루종일 썰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갑자기 어렸을 때 생각이 났다. 시골에서 변변한 재료도 없이 헌 송판에 철사를 대고 못으로 박아 썰매와 꼬챙이를 만들어 얼음을 지치던 추억 ,날씨는 왜 그리 추웠는지. 변변히 입을 것도 없고 신발도 검은 고무신에 잠바, 장갑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맨손으로 추위와 맞싸우니 손등이 터서 피가 나고, 코가 나오면 훌쩍거리며 옷소매로 닦아 소매가 반짝반짝 빛나던 희미한 기억이 생각난다. 그 당시에는 특별한 놀이문화가 없었다. 팽이치기. 제기차기, 자치기. 딱지치기, 사방치기, 눈사람 만들기 등 단순한 놀이였었다. 요즘 아이들 같이 공부나 과외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껏 뛰 놀았던 즐겁던 추억거리다.

 

  점심 먹을 시간이 넘어서니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가까운 곳에 산행을 할 때는 점심을 준비하지 않고 음식점에서 해결하는데 이곳 칠보산에 오면 반드시 들리는 단골 음식점이 있어 반주를 겸해 허기를 달랜다. 역사가 오래된 집이기도 하고 값도 싸다. 구제역이 발생하여 음시식재료를 구하기 힘들어 다른 음식점은 값을 올리는데 유독 이곳은 계속 같은 가격으로 손님을 정성으로 24사건 모시고 있어 손님들로 항상 만원을 이룬다, 순대국 + 공기밥이 4,000원이고 동동주 한 사발에 1,000원이다. 여럿이 갈 때는 동동주 한 항아리를 시키는 것이 경제적이다. 순대국에 안주거리가 많이 담겨있어 별도의 안주는 시키지 않아도 된다. 몸도 녹일 겸 동동주 한 사발을 쭉 들이킨다. ! 이 맛이여. 여럿이 담소를 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해야 술맛이 나는 데 혼자 호사를 누려본다.

 

  날씨는 추웠지만 올해 처음으로 많이 쌓인 눈을 마음껏 밟아보고 어릴 적 추억으로 여행을 떠났던 신묘년의 크리스마스 이브날, 눈과 같이 하얀 마음, 깨끗한 마음으로 노년의 삶을 아름답게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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