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정상의 돌탑>

 

▣ 열리지 않는 알바의 길(치악산 왕복종주)

  

 ○ 산행일시 : 2006. 2. 27. 월요일.

 

 ○ 산 행 지 : 전재고개 ~ 비로봉 ~ 시명봉 ~ 상원사 ~ 비로봉 ~ 구룡사

 

 ○ 산행구간 및 시간 : (약 42.3km, 13시간 5분)
   

       * 전재고개               ..................... 06:10

       * 매화산                  ..................... 07:35

       * 수레너미고개             .................... 08:06

       * 천지봉                   .................... 08:55

       * 배너미재                .................... 10:21

       * 비로봉                   .................... 10:59

       * 향로봉                   .................... 12:33

       * 남대봉                   .................... 13:43

       * 시명봉                   .................... 14:17

 

       * 상원사                   .................... 15:13

       * 남대봉                   .................... 15:28

       * 향로봉                   .................... 16:24

       * 비로봉 직전 계곡내림길 ................ 18:05

       * 구룡매표소             .................... 19:15

 

 ○ 참 가 자 : 늘빈자리

 

 ○ 산행지도 

  


 

 ○ 산행후기 

  

☞ 전재고개  ~  비로봉(06:10~10:59, 약 13km, 4시간 49분)

 

 

▶ 치악산과의 아쉬운 인연

  

제법 많은 산들을 다니고 있지만 치악산과는 인연이 적은 것인가?

종주에 두 번이나 도전했었지만 마음 먹은대로 진행하지 못 했었다.

  

한번은 전재에서 상원사를 찍고 오려다 비로봉에도 못 미쳐

다리 이상으로 중도 포기를 했었고................

  

또 한번은 근방의 찜질방 신세를 지면서까지 준비를 했었는데 늦잠을 자는 통에

전재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구룡사에서 출발하여 상원사 왕복에 그치는 등...........

  

치악산은 괜히 친하지 못하다는 느낌으로 마음에 남아 있다.

이번에는 그 마음의 부담을 줄이면서 치악산과 좀 더 친해지기로 작정을 하고,

왕복종주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새벽 3시 경 한 마리 도둑고양이가 되어 잠이 덜깬 눈을 비비며 집을 나선다.

아직 안방의 체온이 안가신 탓인지 밀려오는 바깥 기온이 시원한 느낌이로다.

  

스멀거리는 졸음을 쫒으려 차창을 열고 찬 바람을 맞이 하지만 그때뿐이고 가시지를 않아

문막휴게소에 들어 아침겸 식사를 하고 김밥 한 끼분을 주문하여 배낭에 담는다.

  

  

 ▲ 전재고개의 행정구역 표시

  

  

새말IC로 나와 전재고개에 당도한 후 빈 공간에 주차를 하고나니 6시가 다 되어간다.

전재-시명봉 왕복시간은 얼추 계산을 해보니 40여 키로의 거리에 약 15시간 정도가 예상된다.

  

문제는 비로봉까지 가는 등로가 급경사와 오르내림이 여러 군데가 있어서

체력 소모가 많고 길목길목에 아직 잔설이 남아 힘겨울 거란 예상이다.

  

출발부터 아이젠을 싣는다.

지난 주 설악 금강굴 내림너덜에서 아이젠을 말아 먹었기에 어제 낮에 급히 구입한 것이다.

  

바람이 차겁다기보다는 시원하다.

해드랜턴 LED 촉 사이로 빛나는 광채가 지체없이 어둠의 눈 빛들을 물리치고

아이젠이 등로에 얼어 붙어 잠복중인 얼음을 제압하니 빡빡거리며 목청을 높인다.
 


 ▲ 전재고개의 목장 

  

  

영하의 온도임에 틀림이 없지만 바람이 없으니 걷기가 너무 편하고 조용하다.

등로 좌측으로는 목장의 가축막사 불빛이 뿌연이 비추고 있고

등로의 옆으로는 목장의 경계로 보이는 몇 겹의 철사가 설치되어 있다.

  

5분 여를 지나니 가축의 배설물 냄새가 역하게 밀려온다.

이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스치며 팔도강산의 골짜기 골짜기들이 알게 모르게

병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목장을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등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져서 계곡쪽으로 이어지고

물을 보충할 수 있는 작은 개울을 건너 능선을 찾아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동쪽 하늘에 여명의 기운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 전재고개 이후 첫헬기장

  

  

다리의 근육을 풀겸해서 오르막을 천천히 올라 첫헬기장에 이르니 해돋이 기운이 임박해졌다.

조금 기다려 해돋이를 한 컷하고 빤히 쳐다보이는 매화산의 모습을 엿 본다.

  


 ▲ 해돋이

  

  

아침 햇살을 받아 붉그래하게 빛나는 매화산의 몸둥아리에는 잔설이 많이 남아 있다.

매화산의 이쪽 오름 보다는 반대 쪽 수레너미고개 내림길이 난코스로 기억이 된다.

  

헬기장에서 약간의 내리막 안부를 거쳐 매화산 오름길이 시작이다.

얼마가지 않아 땀이 쏟아지며 힘겨워 진다. 아직 몸이 안풀린 것인가.

  

약간은 삐걱거림이 감지되고 있지만,

늘 그래왔듯이 조금만 진행하면 정상 컨디션이 돌아 올 것이다.

  

매화산의 정상에는 정말 보기 싫은 묘1기가 주인 행세를 하듯이 너브러져 있다.

  

순전히 개인적인 감정이지만은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묘지를 볼 때마다.

분노같은 것이 치밀어 올라 한 삽으로 꾹 떠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곤한다.


  

 ▲ 햇살에 달아오른 듯이 붉어진 매화산의 모습

  

  

  

 ▲ 매화산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묘


 

  

 ▲ 매화산 정상에서 바라 본 비로봉

  

매화산에서 바라 본 비로봉이 제법 폼이 난다.

그러나 저기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난코스들이 자리하고 있을터,

  

매화산에서 수레너미고개 내림길이 경사가 심하고 암릉까지 겸비한 상당한 난코스를 맞이하여

나무를 붙잡고 통사정을 하며 피할 수 없는 한 판을 치룬다.

  

기웃둥 거리며 매화산 내림길을 통과하노니 아담한 헬기장이

먼저 난코스 통과에 화답을 던지고 천지봉 오름길의 안부인 수래미고개가 살짝 웃으며

뚜렷한 갈림길을 열어 놓는다.

  

  

 ▲ 수레너미고개 직전의 헬기장


 


 ▲ 매화산과 천지봉을 연결하는 안부 수레너미고개

  

  

천지봉 오름길은 평범한 흙길이고 여느 산과 같이 몇 번의 안부를 준다.

등로로부터 오른쪽으로 치우친 966.8봉의 삼각점을 확인하며 오르지만

  

정녕 천지봉의 정상은 그 이름 답지않게 초라하고 전망도 잡목들 때문에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그나마 겨울철이라 잡목들 틈새로 보일뿐이다.

  


 ▲ 천지봉 정상


 

  

 ▲ 천지봉에서 바라 본 비로봉
 


 


 ▲ 천지봉에서 바라 본 먼 동쪽의 하늘금


 


 ▲ 진행중 전망이 되는 곳에서 비로봉을 한 컷.

  

  

▶ 천지봉에서 비로봉까지 잦은 오르내림이 힘 겹다.

  

천지봉 이후 비로봉까지의 진행이 녹녹치가 않다.

잔설이 남아 있는 안부를 동반해서 작은 봉우리들이 대여섯 개 정도 이어지는데

그 오르내림에 상당한 부담이 미친다. 이걸보고 이슬비에 옷 젖는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 배너미재 고개

  

비로봉을 오르기 위해 내려서야 하는 배너미고개도 만만찮다.

급경사를 내려서면 낮은 안부를 네번 정도 주는데 제일 낮은 곳으로 보이는 세번째 안부가

배너미고개로 판단이 된다.

  

이 고개를 넘으면 비로봉을 오르는데 이곳도 경사가 심하고 잔설이 남아 있어

땀께나 쏟아야 비로봉 돌탑을 볼 수가 있다.

  

  

 ▲ 오름길에 바라 본 비로봉의 돌탑

  

다리품을 한 참 판 후에야 비로봉을 넘보게 된다.

비로봉 정상에는 평화로움과 따스함이 가득 하도다.

  

땀 흘리며 올라와 맛보는 시원함에 만족해 하는 몸과 

평화롭고도 따스한 햇살로 답하는 비로봉이

서로 교감의 메새지를 주고 받는다.

  

"늘빈님 올라 오시느라 힘드셨쪙?

여기 따스한 햇살로 반 쯤 달구어 놓았으니 좀 쉬었다 가시구려."

 

"비로봉 나으리 이 추운 엄동설한에 따스한 체온이라니요 이거 넘 감사해서.

헌데 화끈하기로 유명한 칼풍 여는 어데로 마실을 보내셨나용?"

 

"캬! 늘빈님 말도 마소, 그 년 겨울내내 올라오시는 산님마다 찝적거리며

어찌나 바람을 피워대는지 내 꼴사나와서 잠시 재워 두웠소이다."

 

"천만다행이지만 그래도 보고 싶다.....칼풍녀의 상큼하고 아릿한 찝적거림을 한 번쯤은 받아야

지 몸이 안정을 취할 것 같은디, 어쩐돼유?" 

  

그랬다.

오늘은 허탕이었다.

비로봉의 칼바람도 다가오는 봄 기운에는 어쩔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 평화로움과 한적함이 풍기는 비로봉 정상


 

  

 ▲ 정상에서 만난 두 여인들과 서로 신세를 지며 늘빈자리도 한 컷 했슴다.

  

  

비로봉 정상은 너무도 평화롭고 따스하다.

저아래 능선들도 질서정연하게 비로봉을 축으로 뻗어 있었고

이 겨울의 끝무리 답게 응달진 곳에는 잔설들이 그 흔적을 남겨 놓고 있었다.

  

  

 ▲ 가야할 능선.....먼곳의 약간 뽀족한 봉이 시명봉.....오른편쪽 끝이 새카맣게 보이는 봉이 향로봉일 것입니다.


 

  

 ▲ 뒷봉우리가 매화산, 앞쪽 능선의 왼쪽 봉우리가 천지봉입니다

  


 ☞ 비로봉  ~  시명봉(10:59~14:17, 약 12.1km, 3시간 18분)

 


▶ 향로봉과 남대봉은 잘 있더이다

  

비로봉 내림길이 꽁꽁 얼어 있고 나무계단 위에 잔설이 가득하다.

그러나 아이젠의 덕택으로 성큼성큼 내지르며 내려선다.

  


 ▲ 비로봉 내림길에서 올려다 보며 한 컷


 


 ▲ 헬기장에서 뒤돌아 본 비로봉.........도깨비 뿔이 셋이다.

  

  

치악산 줄기에서 볼만한 능선이나 명소는 찾기가 힘들다.

있다면은 치악산의 비로봉과 정상에 있는 큼직막한 3개의 돌탑일 것이며

좀 더 나아간다면 남대봉 아래 상원사가 그 명성을 뒷받침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로봉에서 원통재를 지나 곧은치까지는 거의 내림길이 연속이라 어렵지 않게 진행된다.

  

더구나 편안하고도 완만한 능선, 그리고 흙길로 이어지는 등로이기에

시간 단축을 하기에 적당한 코스로 생각이 되며 그것이 가능하다.

  

곧은치를 지나면 향로봉이다.

향로봉에서는 제법 전망이 되기에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 곧은치


 


 ▲ 향로봉 정상


 


 ▲ 향로봉에서 바라 본 가야할 능선...........오른쪽 뒷편 희미한 봉우리가 시명봉입니다...... 


 

  

 ▲ 향로봉에서 내려선 안부 헬기장에서 바라 본 비로봉 


 

  

 ▲ 전망바위 같은 암릉에서 비로봉을 한 컷

  

  

향로봉을 떠나 남대봉까지 가는데는 암릉구간으로 보이는 곳을 두어 군데 통과하게 되는데

밧줄릿지도 있고 응달진 곳이라 잔설이 남아 매우 미끄럽다.

  

향로봉을 출발하여 1시간 10분 정도를 빠르게 진행하니 남대봉이 예전에 없던 안내목을 거치하고

그 품위를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 남대봉의 안내목.......작년 봄에 왔을 때는 못 보았는데........

  

  

상원사는 시명봉을 갔다가 돌아오면서 물도 보충할겸 들르기로 하고

바로 시명봉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시명봉 가는 길은 산죽들이 많고 다소 인적이 드물었던지 잔설도 많다.

럿셀은 되어 있지만은 일반인들이 다니는 등로는 아닌 모습니다.

  

시명봉도 두어 개의 전위봉을 주고 난후 급경사로 정상을 넘보게 만든다. 

  


 ▲ 시명봉 정상....

  

  

시명봉 정상은 너댓명이 올라 설 수 있는 작은 암봉으로 협소하지만 

여기서는 전망이 트여 사방의 조망이 가능하다.
 

  

 ▲ 시명봉 정상에서 바라본 것으로 남대봉과 그 우측으로 상원사가 보인다.

 


 ▲ 저 계곡아래에 영원사가 보인다. 

  

  

☞ 시명봉  ~  구룡사매표소(14:17~19:15, 상원사 경유, 약 17.2km, 4시간 58분)

 

 

▶ 상원사의 물 줄기는 얼어 종주의 길을 방해하고.......

  

늦은 점심이지만은 반환점에서 점심을 먹기로 작정하고 진행을 했기에

시명봉에서 준비한 김밥 두줄과 귤 몇 개로 허기를 달랜 후 상원사로 향한다.

  

출발할 때 이온음료 2병(1200cc)을 준비하고 여태껏 버티고 왔으니 물이 바닥이다.

해서 구경도 하고 시원한 물로 보충할 겸 상원사로 향한다.

  

상원사의 경내는 따스한 햇살이 만개를 해서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헌데 흐르고 있었야할 물줄기가 보이지 않는다.

  

순간 당황스러움에 마음이 동요하면서 샘의 수도 꼭지를 보았더니 꽁꽁 얼어 있다.

이걸 이걸 어쩌누.....물 없이는 전재고개는 고사하고 당장 비로봉까지도 가기 어려운데........

  

절에서 물을 좀 얻어 볼 요량으로 부엌으로 보이는 문을 두드리지며 인기척을 확인해 보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네................남아 있는 물이라곤 이온음료 한 모금과 귤 세 개가 뿐인데.....

  

  

 ▲ 상원사의 종

  

  

왕복의 불안한 조짐을 느끼며 상원사를 탈출한다.

진행 도중 만나는 산님들에게 도움을 청해 보기로 한다

그러나 평일이라 만나는 사람이 있을까도 걱정......여기까지 올 때에도 서너명 밖에 못 만나는데........

  


 ▲ 남대봉에 없던 산불감시초소가 생겼다.

  

향로봉 이르기 전에 반대로 오시는 산님을 만나 반병(250ml) 정도를 얻어 보충을 하지만

물이 부족해서 그런 것인가 이상하리만치 물이 더 먹힌다.

  

  

 ▲ 사진을 똑 같은 장소에서 찰각을 하니 선명도만 다르고 똑 같이 나온다.

 

 


 ▲ 곧은치를 지나면 통나무계단 오름길이 이어진다.


 


 ▲ 입석사 갈림길 부분에는 운치있는 산죽길이 있기도 하다.


 

  

 ▲ 비로봉 직전 헬기장에서 비로봉을 한 컷

  

  

원통재 오름길의 고비를 넘고 나면 입석사 갈림길을 지나고 바로 헬기장에 이른다.

곧은치 부근에서 또 한 산님을 만나 물을 몇 모금 얻어 보지만 더해지는 갈증에

종주의 길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비로봉에서 전재까지는 4~5시간 정도가 소요될 예정인데 물 없이는 안된다는 판단이 되니

마음의 갈등이 심하게 일어난다.

이번에도 치악산을 마음 먹은대로 종주를 못하고 구룡사로 내려서야 하는 것인가?
 

  

 ▲ 계곡길의 초입계단길

  

  

결국 전재고개로의 회기는 포기하고 비로봉 오름 직전 계곡길로 하산을 준비한다.

그런데 이쪽 길은 응당이 심한 계곡길이라 눈과 얼음이 득실 거리고 있다.
 

  

 ▲ 녹아 내리던 물이 밤샘 추위에 꽁꽁이다.

  

얼어 있는 계곡길을 아이젠 덕택에 빠르게 치고 내려오니 40분도 안 걸려서

사다리병창의 입구에 당도한다.
 


 ▲ 비로봉을 오르는 사다리병창길

  


 


 ▲ 사다리병창길 입구의 다리

  

사다리병창 입구의 다리를 건너서 구룡사로 빠르게 진행하다가 개울물이 가까운 곳에서

등산화와 스틱의 흙을 제거하고 더불어 아이젠까지 벗어 담고는 해드랜턴을 착용한다.

  

구룡사를 지나고 구룡교를 지나니 저만치 구룡사매표소 근방의 상가 불빛이 아쉬운

종주를 축하라도 해줄량으로 시야에 들어 온다.


  

 ▲ 구룡교의 거북이


 ▲ 구룡사매표소.......근무자은 퇴근을 하고 ............

  

또 하나의 숙제로 남는 치악산의 종주,

  

설마 상원사의 그 물줄기가 얼어 있으리라고 생각을 못했던 것도 준비부족이라 할 것이다.

  

이와같이 또 예기치 못한 변수에 치악산의 왕복종주(전재 ↔ 시명봉)는 저만치 멀어져 버렸다.

치악산도 그 명성답게 왕복종주자의 전횡을 그냥 두고 보기에는 마음이 동하지 않는 모양이다.



- 태극을 닮은 사람들 늘빈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