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을 집에서 보낸 하루는 정말 아쉬웠다.

 

여기 저기서 일출 소식 들려오고..

그날 밤에 눈이 내린다 하기에 그 다음날은 산이라도

한번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하루를 그냥 보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첫눈 기다리는 아이처럼 창으로 향했다.

 

하지만 기다리던 눈은 오지 않았고...

눈 때문에 피해 입으신 분들은 들으면 기분이 별로

좋지않겠지만 여기는 정말 눈이 귀하다.

 

모처럼 산에 올라 눈꽃 한번 보려고 했는데..

아침을 먹고 다시 한번 밖을 보니 날이 맑게 갠다.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그래도 혹시나하고

산을 쳐다보니 산에는 구름이 끼여있다.

 

그렇지 산악 날씨는 평지와는 다르니까 혹시 눈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산에 올라가 보기로하자.

 

이것 저것 챙기고 시간을 보니 에그 10시가 넘었다.

 

그래도 산행시간이 왕복 5시간이면 될듯 싶어서

출발... 행선지는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

치악산 상원사, 남대봉 코스이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출발하니 11시...

 

주중이고 이쪽은 등산객이 별로 많지 않은 코스라

산에 가는 사람은 나혼자밖에 없다.

 

등산길 초입에서 멀리 산 위를 보니 눈인지 상고대인지

해발 1,000고지쯤 되는 위치의 산 능선이 하얗다.

 

잘하면 좋은 광경 볼수 있겠 싶은데 늦게 온게 후회가된다.

 

지금쯤 산에 도착했으면 좋은 광경 보았을텐데 라고

생각하니 마음은 조급해지고 발걸음이 빨라진다. 

 

오늘 올라가는 남대봉 코스는 남대봉 옆에 상원사라는 절이 있는데,

상원사는 꿩 보은의 종 전설로 유명한 바로 그 절이다.

 

 치악산이란 산이름도 원래는 적악산(赤岳山)이던 산 이름을

 꿩이 보은(報恩)을 한 산이라 하여 꿩 치(稚)자를 써서

치악산(稚岳山)이라고 바꾸었다 하는 얘기도 있다.

 

등산로는 그야말로 실크로드와 다름 없었다.

 

길도 좋을뿐더러 잔설이 적당하게 있어 발의 충격을 흡수해준다.

 

두어시간쯤 오르니 상원사 일주문이 보인다.

 그런데 상원사에 오니 아래에서 보지 못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것은 바로 상고대이다.

 

야 오늘 내가 일진이 좋구나 생각하며 절로

들어서는데 일주문 기둥에 이런 안내글이 있다.

 

급한 마음에 자세히 읽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무척 순한 개가 한마리 있으니 겁내지 말라는거겠지...

 

경내에 들어서니 요사체 부근에 검둥이 한마리가 있다.

 

아하 아까 그..... 순하다 했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꼬리를 살랑살랑.. 털에 윤기도 흐르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계속 따라다닌다.

 

절에 있는동안 하늘도 열어줘서 즐거운 마음으로

파란 하늘, 눈, 그리고 상고대와 어울린 절 풍경을 담는다.

 

한참 머물다가 이젠 남대봉으로 가봐야한다 하며

발길을 돌리는데 길을 모르겠다 길이 어디있나하고

한참 두리번 거리는데 검둥이가 왔다 갔다 한다.

 

쟤가 왜 저러나 하며 일주문 밖을 쳐다보는데

검둥이가 등산로인듯한 길에서 나를 쳐다본다.  

 

아 그렇다 등산로는 일주문 밖에서 오던길에서

왼쪽으로 꺽어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개가

거기를 왔다 갔다하며 나를 부르는듯 보인다.

 

티비에 잠깐 보았는데 어디를 가면 개가 등산객을

안내한다던데 여기도 그런개가 있구나 생각하며

개를 따라가니 개가 앞장서서 길을 간다.

 

아 정말 그렇구나 개가 등산로 안내를 하는것이다.

 

뭐 먹을거라도 가진게 있으면 주고 싶은데 워낙

짐 가지고 다니는걸 싫어해서 배낭에 딱 내 점심만

달랑 있어서 마음만 먹고 말았다.

 

능선에 올라서니 남대봉까지 정말 좋은 광경이 펼쳐진다.

 

상고대는 능선을 기준으로 한쪽 방향으로 몰려 있는데

이유는 바람이 안개를 몰고 오면 수증기가 나무에 얼어붙어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상고대가 생기는 모양이다.

 

사진을 찍는데 하늘이 열려야 좋은 광경을 담는데

도무지 하늘이 열리질 않아 그냥 찍으며 남대봉에도착

남대봉에는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니

의자 책상이 있어 훌륭한 식탁과 의자가 된다.

 

가져간 컵라면...오늘은 큰사발이다.

물을 듬뿍 부어서 불린 컵라면 한사발 먹고나니 2시..

 

한시간 반이면 내려갈텐데...지금 내려갈까?

아니다.. 올라온김에 한번도 못가본 시명봉을 가보자.

 

시명봉에는 더 좋은 하얀꽃이 기다리고 있을것 같다.

 

시명봉은 원주시내에서 보면 치악산 남쪽끝에 우뚝선

봉우리이고 어떤 지도에 보면 남대봉(해발1,187)으로

되어있고 남대봉(해발 1,181)을 만경대로 표기한다.

 

시명봉으로 향한다. 조금가니 조그만 봉우리가  앞에 있다.

 

여기가 시명봉인가? 앞과 옆을보니 더 높은 봉우리가 없다.

 

이렇게 가깝나 하고 올라가본다 올라가보니 별 특징이 없다.

조망도 없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며

오던길로 발길을 돌린다.

 

10분쯤 왔는데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아뿔사 멀리

구름이 살짝 걷히며 커다란 높은 봉우리가 보인다.

 

아 저기가 거기인데...하며 다시 그쪽으로 향한다.

 

10분쯤 뒤돌아 왔은지 왕복 20분 알바한셈이다.

 

한참가니 가는 도중 여기는 더 멋진 광경이 펼쳐진다.

 

20분 무임금으로 알바하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든다.

 

한시간쯤 더가니 드디어 시명봉이다.

 

구름이 좀 갇혀주면 좋으련만 멀리 치악능선이

 보일듯 말듯 하며 약을 올린다.

 

증명사진을 박아야 하는데 귀찮아서 삼각대도

안가져 왔으니 손각대로 셀프를 시도 하기로 한다. 

 

다행히 손각대 셀프가 성공적으로 된거 같다.

 

산꼭대기에 올라와 있으니 떠나기가 싫다.

 

하지만 떠나야한다. 여긴 집이 아니니까...

 

에그 시계를 보니 4시... 부랴부랴 챙겨 떠난다.

 

지금부터는 초고속으로 내려가도 2시간 걸린다.

 

상원사에 내려오니 55분 정도 걸린거 같다.

 

일주문에 가서 아까 그 문구를 자세히 본다.

 

음..개이름이 "보리"였구나..쌀이 아니고 보리...

 

실크로드 같은 길을 뛰어가듯 내려가니 6시가 넘었다.

 

어서가서 사진 작업 해봐야지...몇장 건진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