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산행기

 

들머리글: 강원도에 있는 산은 가까이 있으니 늦게라도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뒤로 미루어 놓았다. 산불조심기간이라 웬만한 산에는 자칫 실수할까봐 안전빵으로 치악산 국립공원을 택했다. 기왕이면 종주를 했으면 했는데... 날이 짧아 반토막씩 두번으로 나누어 전반부를 다녀 왔다.

또 기왕이면 제일 힘들고 험하다는 사다리 병창길을 가기로 작정하고, 

모처럼 구룡사를 보고싶었다. 구룡사는 77년에 아이들을 데리고 열흘간 숙식했던 곳이기도 했고, 아내와 연애할 때, 눈이 많이 내린 겨울날에 같이 갔었던 추억도 어린 곳이라 감회가 남 다른 곳이다.

 

1.산행지   : 치악산 비로봉(1288m)  강원도 원주시

2.산행일시 : 2006. 11. 19(일)  07:20 - 15:20

3.날씨     : 맑은 후 차차 흐림

4.산행자   : Me & My Wife

5.산행코스 : 구룡사매표소(해발400m) -> 구룡사0.9Km -> 대곡야영장1.5Km -> 세렴폭포3.0Km -> 사다리병창3.9Km -> 비로봉(해발1,288m)5.7Km ->향로봉(해발(1042.9m)11.7km -> 행구동매표소14.5㎞


6.교통           :  승용차+대중교통

        갈때: 춘천-횡성 새말 - 소초 - 구룡사 주차장

       올때: 국향사 - 남부시장 / 남부시장 - 구룡사 주차장(41번 시내버스 45'소요)

       원주시내버스 : 41,41-1,41-2(구룡사행) 06:20-21:50

           : 0820/1020/1350/1650/2000 성남발 원주행

           : 국향사-원주(80'간격), 바로 아래 원주공고(수시..)

7. 준비물

   배낭 35리터, 순토시계, 물통 2, 보온병1, 카메라, 구급약, 우장(배낭카바,고어쟈켓 및 바지), 스틱2, 반팔티1, 모자&버프. 긴팔, 긴바지. 만보계, 수저셑, 위스키, 지도, 장갑, 선글래스, 접사삼각대, 지형도, 헤드램프, 아이젠, 쌍안경 


 

8. 구간별 시간 및 산행 정보

     06:00  춘천출발

   07:10  구룡사 주차장

   07:30 구룡사 매표소 통과

   08:00 구룡사 매표소

   07:45 구룡사

   08:30 세렴폭포

   09:10 사다리병창

   10::50  비로봉

   11:40 입석사 갈림길

   13:30 곧은치 사거리

   14:00  향로볻

   15:20  국향사 매표소
 

06:00 춘천출발

  주말엔 느지막히 일어나는 여유가 보통인데, 우리 집 주말은 오히려 주중보다 더 일찍이다. 부지런히 먹거리를 준비해서 배낭을 최종 점검하고 집을 나서는데 사방이 컴컴하고 가로등 불빛만이 고즈넉하다. 아내가 잠을 설쳤다고 하면서 운전대를 잡는다. 중간에 김밥 세줄을 사면서 오르다 먹을 아침 대용이란다.

고속도로로 횡성까지 가고, 새말까지는 국도로 갔다. -고속도로로 새말 IC로 나올 수도 있지만 원주로 빙돌아 나오는 고속도로는 너무 길다. 새말 IC를 좀 지나니 42번 도로 갈림길이 나오는 삼거리 우회전해서 원주 방향으로 간다. 외길을 얼마 가지 않아서 나오는 치악산 국림공원 안내판을 따라 골짜기로 들어간다.

늘 그러하듯 팬션과 음식점이 즐비한 개울가를 지나니 주차매표소인데 사람이 없다. 그냥 통과(3000)해서 잘 정비된 넓다란 제2주차장에 주차하고 오른다. 매표소 까지 한참이 걸린다. 매표소주차장까지 올라야 되는 것을 괜히 아래쪽 멀리 차를 두고 온셈이다. 매표소 주차장이 만차가 되면 통행을 제한하고 제2주차장, 제1주차장으로 정리를 하는 듯한데,.. 암튼 잘 못된 출발로 아스팔트 도로를 20여분간 걸어 올라 매표소를 통과한다. 꼭 30년전에 왔을때와 비슷한 풍경이 낯설지 않다. 그동안 소나무들은 너 굵어 졌을게고, 숲은 그 크기를 너 높고 풍성하게 해 놓았다. 입장료는 사찰관람료 포함 3200 둘이니 6400 주차비까지 합하면 10000이 넘으니 아내가 너무 비싸다고 툴툴툴...

 

07:30 구룡사매표소

 옛 길의 모습은 그대로 있다. 구룡교를 건너고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 예전엔 구불구불 굉장히 길었던 느낌이었는데... 금새 구룡사에 도착한다. 절간 바로 밑의 채마밭과 그 밑의 산죽동산은 사라지고 공사중이다. 기거했던 대웅전 앞 도량은 저번 화재에 피해가 없었던 듯하고 그 바닥에 깔린 유명한 낡은 멍석이 30년전 것이지? 궁금했다. 구룡소를 지나 오르다 보니 예전의 매점은 사라지고 터만 남아있다. 애들은 자라하고 친구하고 스님하고 가끔 막걸리 먹던 생각을 하면서 잘 정돈된 길을 오른다. 오솔길사이로 계곡이 흐르던 곳에 야영장이 들어서 있다. 세렴폭포를 구경하고 돌아나와 철제다리를 건너니 사다리병창길과 계곡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힘들다는 사다리병창길로 오르기 시작했다.

<몇년전 소실되고 다시 지은 대웅전>
<구룡소-예전엔 여기서 미역도 감았었는데...>

09:10 사다리병창

  급경사에 힘들다는 사다리병창길을 가보고 싶었다. 오르는데만 두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높은 계단이 1000여개가 넘는다는 비로봉으로 가는 가장 난코스라고 하던 말대로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에 내 다리 힘든 것 보다도 t이걸 만든 사람들의 공력이 더 감탄스러울 정요였다. 사다리병창 직전에 중간 쉼터가 있어 잠시 쉬었다 사다리병창을 지나는데 칼등날 같은 능선에 양옆으로 안전 와이어를 설치해 놓아 위험하지 않게 아슬아슬한 절벽의 스릴을 느낄수 있었다.

<사다리병창-양옆으로 깍아지른 벼랑(병창)

 

10:50  비로봉

  사다리 병창을 지나면서 부터는 전에 내린 눈이 녹아 질퍽하니 미끄럽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돌, 나무, 쇠로 만들어진 계단들과 오른쪽 아래 계곡에서 올라오는 산객들의 소리와 함계 적색의 우람한 줄기를 자랑하는 황장목 소나무들의 유난히도 푸른 솔잎들을 감상하며 오른다.

중반부터는 기온이 낮아 다져진 눈길에 오르는 힘은 두배는 더 들어간다. 미끄러 질까 발끝부터 힘을 주고 양팔에 스틱을 꽉 누르면서 오르는 길은 차라리 계단길이 반갑다. 정상 가까이에 이어지는 철계단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산그림을 보다 돌아서니 바로 톨탑!!! 정상이다.

아래서 볼때는 뾰족한 첨탑 모양의 산이었는데 정상에 오르니 또 뾰족한 돌탑이 3개나 만들어져 있다. 동서남북 막힘없는 조망이 눈에 그득한데 안개인지 개스인지가 엷게 퍼져 있어 분명치는 않아 먼산들을 비교해 볼수는 없었지만 오늘 가야할 길이 남대봉까지 아득하다. 정상에 앉아 간단하게 간식을 하는데 청설모 한마리와 새가 가까이 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부스러기들을 챙긴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음식부스러기에 길들여져 자칫 야성을 잃어 버린 것은 아닐까 싶어 안타깝다.

정상을 내려서면서 계곡길 삼거리와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헬기장에 내려서 돌아보니 투구모양 같기도 하고 떡시루모양 같기도 하다. 그래서 별명이 시루봉이었던게구나 싶었다.
 

<정상표지석>
<비로봉 돌탑 - 시루모양이라 일명 시루봉이란다>
<중앙에 이어지는 향로봉과 좌측끝 남대봉> 
<향로봉에서 당겨본 시루봉>

11:40 입석사 삼거리

  향로봉이 건너편에 높다라게 보이는데 계속해서 내리막길이다. 산에서 이럴때마다 여직까지 쌓아올리 고도를 까먹고 다시 오를 생각에 아까워 하곤 하는데 오늘도 그러하다. 다시 평지로 내려설듯 내려가는 길이 질퍽하고 미끄럽다. 마치 눈녹는 봄날의 산길 같다. 잎떨군 참나무 숲길을 걸어 도착하니 입서사 갈림길이다. 산속에서 핸드폰은 불통인데, 비상 전화가 있다. 파란 버튼을 누르면 태양열로 축전된 전기가 안테나를 증폭시켜 주위에서 핸드폰을 가능하게 해주는 무인장치가 중간중간에 있어 편리를 준다. 다른 산에도 이런 비상 전화들이 놓여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집에 전화해보니 어제 밤중에 온 동생이 혼자 아침먹고 떠났다고 한다. 산에 오느라 챙겨주지 못한 동생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어쩔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석대로 내려선다. 산중에싸지 와서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고 간식을 하는 사람이 있다. 지는 좋아 그럴지 모르지만 듣는 사람도 다 좋은건 아닐텐데.... 듣기싫어 이내 상원사 방향으로 들어간다.

 

13:40 곧은치 사거리

  계곳해서 내려가는 길에 산죽이 푸르르다. 이젠 고도가 1000m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12시쯤 다되어 나타난 너른 공터에서 점심을 하려는데 100리터도 넘을 대형배낭을 메고 올라와 내리는 사람들이 있어 보니 행글라이더 이륙장이다. 패러슈트들을 지고 올라와 예서 쉬었다가 날라 내려갈 모양인데 나이 지긋한 사람들도 보인다. 내가 차마하지 못하는 익스트림스포츠를 즐기는 모습들이 부럽다.

점심을 하고 또 내려가는 길에 올려보인는 향로봉은 비로봉보다도 더 높게 보인다. 드디어 잘록한 안부 곧은치사거리다. 횡성 부곡에서 오르는길과 보문사길 비로봉과 상원사로 가는 사거리, 우리는 직진해서 상원사 길로 간다.

이정표를 보고 향로봉엘 갔다가 약간 빽을 해서 국향사로 내려갈 계획이라고 아내에게 전하고는 이내 오르기 시작한다.

 

<곧은치 표지석>

14:00  향로볻(1042.9m)

  산에서 보는 산은 너무 높고 우뚝해서 못오를 것 같은 산도, 걷다보면 가까웁고 어느새 사위가 훤해지면서 정상을 밟게된다.정상인가 싶었던 전위봉에 국향사로 내려서는 등로가 있고, 100여미터 진행하면 향로봉 정상이다. 정상석은 없고 상원사/비로봉 안내표지목만 있다. 돌아온 능선길과 멀리 비로봉이 여전히 뾰족하고 원주시내의 전경은 한층 더 가까이 보인다. 남대봉이 멀리보이는데... 저길가서 상원사로 내려가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데 짧은 겨울날 때문에 오늘은 여기서 하산하기로 한다. 여름날이라면 갈수 있는 종주길을 절반으로 나누어 나머지는 다음으로 기약하고 내려선다. 빽하지 않고 건너편으로 표시된 등로를 따라서 내려서는 산길 좌우에 철쭉과 참나무만 빼곡하다. 참나무를 좀 정리하고 철쭉을 조금 가꾼다면 유명 철쭉군락지가 되겠다 싶었다.

 

<곧은치에서 올려다 본 향로봉>

15:20 국향사

  그러고 보니 비지정탐방로인셈인데 이리로 오르내리는 사람이 워낙많은지라 길은 확연하게 나있고 다져져 있다. 중간쯤에 커다란 암벽을 돌아서 오르면 삼거리 처럼 보이는데 좌측길이 더 뚜렷하지만 전망처로 가는 길(?)인듯 싶고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한단다. 이제부터는 계곡의 영향으로 관목 숲들도 우거져 있다. 여름이라면 야생초와 덤불나무들이 우거져 있을 소나무와 낙엽송숲을 지나 비탈길을 내려서니 멀리 마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계곡에 도착하여 흙탕 묻은 바직가랭이와 신발을 정비하고 포장도로로 올라서니 매표소가 100여 미턴도 안된다. 근데 이상하게 보문사길이다. 아니 그럼 국향사는????

알고 보니 국형사는 매표사 밖에고 보문사는 안이다. 국형사 경내를 구경하고 돌아나오니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커피를 한자하고 내려가 시간표를 보니 배차간격이 80분이다. 오래 기다려야 한다면 차라리 한시간여 걸어 내려가려다가 물어보니 거의 올때가 다되었다고 해서 20여분 기다려서 시내버스로 원주 남부시장까지 나왔다.

알고보니 십여분 내려오면 바로 원주공고 옆이고 부녀회관에는 수시로 버스가 있다고 버스기사가 알려준다. 남부시장에서 41번 구룡사행 버스를 갈아타고 다시 들머리로 갔다.

 

<국형사 매표소>

<국형사 전경>

날머리글:

  힘들었지만 좋았던 산행에 한가지 아쉬움은 남대봉-상원사로 향하지 못하고 향로봉으로 하산한 것이다. 다음기회에 향로봉으로 해서 상원사-성산으로 해서 성황림까지 구경하고 나오면 되지! 하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삼십여년이 지나 오른 길은 여전한데 우린 .... 하면서 아내와 옛생각을 나눌수 있었던 것도 즐거움이었고, 집에 돌아와서 주차해 놓고는 음식점에 들어 산에서 먹지 못한 편육과 동동주로 뒤풀이 까지 하고는 집에 들어가 등산화 끈을 풀른다.

<되돌아온 구룡사 주차장에서 국도로 나오는 삼거리에도 돌탑 세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