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6년 11월 10일 09:28 ~ 17:43 (8시간 15분)
산행코스 : 치악산 종주코스
     (구룡사 - 사다리병창 - 비로봉 - 입석사 갈림길 - 곧은치 - 향로봉 - 남대봉 - 상원사 - 높은다리 - 성남리)

 

며칠전 뉴스에 북한산, 화악산 등에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가득했습니다.
특히 화악산의 눈덮힌 설산에서 많은 산님들이 눈에 싸여 기뻐하던 표정을 보며
왜 그리도 가슴이 설레고 부럽고 두근대던지...

 

'저 사람들이 있는 곳에 내가 있어 그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건데' 생각하며
마음속에 질투심까지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번 토요일에 치악산에 눈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무조건 가야지 생각에 아이젠 챙겨넣고 들뜬 마음으로 며칠전부터 출정을 준비합니다.


올해 처음으로 눈덮힌 산을 걸어보리라 다짐하며... 마치 잔치날 앞둔 어린아이 같습니다.

설경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1시 30분, 1시 50분, 3시 12분, 3시 48분, 4시 20분, 그리고 4시 30분.
새벽에 계속해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마침내 4시 35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찬거리를 챙겨 집에서 나옵니다.


새벽 5시 40분, 눈이 온다는 기대와는 달리 하늘엔 별이 총총, 차가운 바람이 가슴을 스칩니다.
옷깃을 여미면서, 그래도 치악에는 눈이 오겠거니 하는 작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금번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총 길이 23.8km, 지도에 표기된 남대봉은 사실 시명봉이고, 망경봉이 남대봉이라네요]


09:28 구룡사 매표소를 통과해 산행을 시작하는 도입부분입니다.
        가을 낙엽이 수북히 쌓인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약 십여분을 계곡을 오른쪽으로 하고 쉬엄쉬엄 올라갑니다. 오랜만에 물소리가 아주 우렁차게 들리네요.
        (사진상의 날짜 및 시간은 카메라 설정이 잘못됐습니다.)

 

  

                                               [치악산 구룡사 초입과 구룡폭포]

 

              [기대했던 눈 대신... 그래도 산행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10:08  세렴통제소
         세렴통제소에서 직진으로 100m 올라가면 세렴폭포가 있고,
         바로 우회전해서 철로된 세렴교를 통과하면 비로봉으로 오르게 됩니다.
         야간산행을 금지해서 1시 이후 입산을 통제한다고 하네요.

 

                      [사다리병창으로 올라가는 철계단]

 

세렴교를 지나면 바로 갈림길이 나옵니다. 여기서 좌회전 하면 이런 계단이 초반부터 기를 꺽어 버리는
사다리병창길로 가게 되고, 직진하면 계곡길로 올라가게 됩니다.

 

                             [사다리 병창으로 올라가는 돌계단길]

 

개인적으로 생각하건데,
사람을 지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촘촘한 계단과 높은 계단인 것 같습니다.
계단을 만나게 되면 조금 돌더라도 가급적 낮게 디디고 올라가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힘 낭비를 줄이는 지름길입니다.

 

하지만 치악산은 그러한 잔꾀의 가능성을 일소시키는 매력(?)이 있습니다.
철계단은 촘촘하고, 돌계단은 어른 무릎 높이만한 돌더미로 계속해서 이어지고,
그러한 길을 계속해서 가다보면 금새 체력이 뚝 뚝 떨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힘겹게 올라가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터가 마련됩니다.
해발 659m, 한 가족이 힘겹게 계단을 올라와 잠시 쉬면서 끝말 잇기를 하고 있네요.
하지만 여기서 안심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아직도 갈 길은 멀고 사다리병창은 시작도 안했답니다.

 

                          [해발 659m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사람들]

 

10:42 사다리병창길.
         거대한 암벽군이 마치 사다리꼴 모양으로 되어있다고 해서 사다리 병창이라고 불립니다.
         철제 난간이 설치되어 안전에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철 난간이 설치된 사다리병창]

 

11:42 사다리병창을 힘겹게 올라와, 비로봉으로의 여정중 마지막 10여분은 다시 또 이런 계단과 만납니다.
         씩씩 거리며 그래도 이 놈의 산, 내가 기필코 오르고 말리라 다짐하며 가쁜 숨 몰아쉽니다.

 

   

                                                 [비로봉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10분]

 

11:55 비로봉 정상(1,288m)
         마침내 비로봉 정상에 올라 준비해온 점심을 먹었습니다.
         우리네 삶이 그렇듯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정상에만 올라서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기에,
         이 기분에 자꾸만 오르는 것 같습니다.

 

                                             [비로봉 정상에서]

 

  

  [비롱봉 정상에는 3m 가량의 돌탑이 세 개가 있습니다. 중앙이 신선탑, 남쪽이 용왕탑, 북쪽이 칠성탑 이라네요]


12:51 산불감시초소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비로봉을 돌아보고...

 

                                         [되돌아본 비로봉]


14:23 곧은치 갈림길.
         여기서 서쪽은 곧은재(행구동)으로 내려가고 동쪽은 부곡매표소로 가게 됩니다.
         비로봉으로부터 4.8km를 온 거리이고, 행구동까지 2.1km, 부곡리까지 4.1km입니다.
         아직 상원사까지는 5.7km가 남아 있네요.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 많이 고민을 하다가는 행구동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애초의 계획대로 향로봉까지는 더 가보기로 결정하고 계속 직진을 택했습니다.

 

                           [곧은치에서 갈 길을 고민하는 산님들]

 

14:52 향로봉(1,042m). 드디어 향로봉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치악산 산행을 계획할 때는 여기까지 찍고 내려가겠다 했는데 아직도 시간이 이릅니다.
         치악산 종주는 내년이나 할 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원사까지 앞으로 4.6km... 거기서부터는 성남리로 내리막길이라 생각하면...


         산에서 가장 위험한 행동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합니다.
         특히 해가 빨리 떨어지는 늦가을/겨울 산에는 애초 계획된 루트를 준수해야 안전할 테지만
         이 시간을 그대로 놓쳐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그대로 종주를 결정했습니다.

 

                                   [향로봉 정상에서]

 

 

16:16 종주를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봉우리 하나를 넘어야 합니다.
        그것이 남대봉, 해발 1,181m입니다. 

        

                                                [남대봉 표지와 남대봉의 산불감시초소]

 

16:27 상원사.
         상원사에는 은혜갚은 까치가 구렁이로부터 선비를 구하기 위해 머리로 종을 들이받았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모두들 그 내용은 아시죠 ?

 

  

                                            [은혜갚은 까치의 전설이 깃든 상원사]

 

16:37  잠시 샘터에서 물 한모금 떠 먹고, 계속해서 내려갑니다.
          상원사부터 성남리 까지는 5.2km 거리입니다. 거리로는 아직도 무척이나 많이 남았지만
          여기서부터는 계속해서 내리막길이라 거의 힘이 들지 않습니다.

 

  

                                              [상원사에서 성남리로 내려가는 도중에]

 

17:14 성남 공원관리초소


17:43 성남리 매표소. 마침내 치악산 종주 성공.
        그러나 역시 우려했던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시외버스터미널로 가기 위한 버스가 저녁 막차가 8시에나 있다는 겁니다.


        할 수 없이 더 걷기로 했습니다. 가다가 차를 빌려 타는 한이 있어도 8시까지 기다리기에는 무리네요.

        돌아오는 길은 칠흙같은 시골길...
        그래도 간만에 걸어보는 한적한 길과 종주에 대한 기쁨으로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마침내 6시에 지나가는 차를 빌려탔고,
        6시 20분 금대리 버스종점(2번/41번 종점) 도착해서 7시에는 원주터미널에서 서울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해냈습니다.
오르고, 걷다보면 뭐하러 고생을 사서 하는가 하다가도 잠시 후면 더욱 길게 남는 여운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또 이번주는 어느 산을 갈까 기대하며 한주를 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정말이지 설산을 한번 밟아보고 싶습니다.

 

                                    [성남리 매표소에 내려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