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같은 겨울날에 우복동천을 바라보다 - 청계산(상주)

언제 : 2009.02.12(목)

누구랑 : 아내랑 목요산악회 따라

아내 : 여보?..내일 산에 가실수 있어요?...

빵과버터 : 어디 좋은산 갈데 있우?...

아내 : 계방산은 좀 그렇고 청계산은 어때요?...

빵과버터 : 청계산?...거기가 어딘데?...

아내 : 상주 화북면에 있대요....

청계산은 과천에만 있는줄 알았다. 대충 산행정보를 파악할려고 "한국의 산하"에 들어가 보니 과천, 양평, 포천의 청계산 산행기는 많은데 상주의 청계산은 없다. 나는 속으로 산악회에서 뭐 이렇게 별볼일 없는 산을 잡았나 싶어 시큰둥하게 생각하며 산행에 나섰는데 고희를 넘기신 회장님 겸 산행대장님은 3시까지 내려 오라며 지도를 나눠준다.

10:00(갈령 산행기점) → 10:27(조망바위) →  10:34(산불 감시초소) →  11:22(청계산) →  11:59(두륜봉) →  12:12(점심) →  12:45(성터) →  12:50(삼각점 대궐산터) →  13:10(극락정사뒤 철조망) →  13:48(극락정사) →  13:56(임도 삼거리) →  14:13(49번 도로 도장산 극락정사 비석) →  14:27(하송1리 마을회관 산행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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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점인 갈령은 칡덩쿨이 많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모양인데 고개마루에서 왼편은 우리가 가야할 쳥계산 방향이고 오른편은 백두 대간 형제봉 방향이다. 간이 화장실에서 잠시 볼일을 보고 사잔한 장 박는 동안 산꾼들은 산으로 숨어 버렸고 나는 또 꼴찌가 되고 만다. 그렇지!...꼴찌는 아무나 하는게 아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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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마음을 쓰면 이렇게 느낌이 오는 기념비를 세울 수 있는데...(갈령 도로개통 기념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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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복동천이니 십승지니 하는 말은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나 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낮설지 않은 말이지만 우리 같은 쫄때기는 생소한 말이라 "한국의 산하"의 산고수이신 신경수님과 요물님의 산행기에서 우복동천을 인용해 본다.

우복동이란 소의 뱃속 모양의 명당터를 일컫는 말로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 가운데 한 곳을 꼽는다. 속리산 동쪽 화북면의 7개 동리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동네가 진짜 우복동이라고 주장한다는데...

이조시대 때 진주정씨인 우복 정세갑(1563~1633)이 경상관찰사와 대제학을 지내다 38세 때 당파싸움이 심해지자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여생을 보낸 곳으로 그후 영조 때 그 청렴함을 기리기 위해 속리산 자락 남북10리 동서5리에 걸친 구역을 하사하여 그의 호인 우복의 이름을 빌어 우복동천이라 부르며 그의 5대손부터 대대로 지금까지 장손이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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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하고 개끗한 헬기장에서 겉옷을 벗어 버리고 20여분 오르면 시원하게 터진 조망바위에 이른다. 아내는 럭비공이라 어디로 튈지 모르니 튀기 전에 한방 박아놔야 한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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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시작후 50여분만에 산불 감시초소에 이른다. 별로 사용하지 않은 듯 반짝반짝 윤기가 나는 서까래 기둥에 걸린 노란 양은 냄비가 마음에 걸린다. 초소장은 점심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아무도 없길래 고개를 디밀고 사진한 장 박었드만 초소장인 분이 웃으며 보안상 곤란하단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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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내내 오른편으로 보이는 희미한 능선이 우복동천의 한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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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위에 길게 누운 산릉이 속리산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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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재넘이님의 반가운 표지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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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으로 알고 올라왔는데 대궐터산이라는 정상목이 서있다.

빵과버터 : 이기 뭐꼬?...그렇다면 우리가 거꾸로 산행한거 아녀?...

한선생님 : 그게 아니고요....

대궐터산(746m)--도면상에는 갈령에서 동쪽 능선쪽으로 위치해 있는 877m의 산이 대궐터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청계마을>에 살고 계시는 동네분들과 <청계사> 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극락정사 바로 윗쪽에 있는 봉우리가 대궐터산이라 하신다. 현지에 살고 계신 분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기에 극락정사 북쪽으로 바로 위치하고 있는 삼각점이 박혀있는 746m의 산이 대궐터산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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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한선생님은 등로에서 조금 벗어난 가파른 두륜봉(투구봉)으로 오르나 나는 꼴찌라는 부담감 때문에 우회를 했는데 집에와서 아내의 사진을 보니 일망무제의 엄청나게 시원한 조망터였다. 에고!....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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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회했다고 크게 실망할건 없다. 이렇게 근사한 그림을 볼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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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 바르고 푹신한 낙엽더미 위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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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룬봉을 뒤돌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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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륜봉과 청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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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이다. 토성은 극락정사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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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터산이란 이름의 유래는 후백제의 견훤이 성을 쌓고 한때 기거했다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성산산성” 또는 “견훤성” 또는 “대궐터”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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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터산 삼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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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터산 정상에는 소나무가 한그루 서있고 옛 성터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망루 역할을 한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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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첩된 산릉의 조망터가 나오면 눈은 좋다고 희번뜩하는데 나는 어디가 어딘지 당최 설명할 수가 없으니....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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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터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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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정사 쪽으로 유도하는 화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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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정사뒤 철조망 (토성위를 걸으면서 극락정사 절집 지붕이 얼핏 보였는데 갑자기 실팍한 철조망이 길을 막는다. 그동안 절집은 아무나 무시로 드나들다가 이렇게 엄중한 철조망을 보니 절 인심도 크게 변했구나 싶어 입맛이 씁쓰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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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정사뒤 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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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생긴 바위도 다 있다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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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륜봉에서 잃어 버린 럭비공을 한선생님이 찾아 오신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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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암릉을 보잡시고 참나무들을 다 베어 버리자고 할 수도 없고... 운용의 묘가 아쉬운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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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거는 끝났지만 스님들은 아직도 용맹정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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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을 오르며 절집을 만나게 되면 가급적이면 둘러 볼려고 애쓴다. 그 절집의 주련을 보며 무슨 뜻인지 궁금해 하면서도 너무 어려운 말들이라 무심하게 지냈는데 얼마전 "산사의 주련"이란 책을 본후 이제부터는 주련의 의미를 헤아려 볼려고 하던중 극락정사에 들르게 된 것이다. 그 극락정사의 주련을 디카에 옮겨 마음에 새겨본다.

아미타불재하방(阿彌陀佛在何方) 아미타불이 어디에 계신가?

착득심두절막망(着得心頭切莫忘) 마음에 간절히 간직하여 잊지말라 

염도염궁무렴처(念到念窮無念處)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생각이 없는 곳에 이르면

육문상방자금광(六門常放紫金光) 문득 부처가 육문으로 금색 빛을 발하리라

기인득도공문리(幾人得道空門裏)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문속에서 도를 얻었거늘

여하장륜고취중(汝何長輪苦趣中) 너는 어찌하여 괴로움의 길 가운데서 윤회하는고...

위 4련은 고려말의 고승 나옹선사가 누이에게 염불을 권하며 지은 것이라 하며 아래 2련은 초발심자경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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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없는 정사에는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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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비록 불제자가 아니라도 절집에 들리는 것 만으로도 불성이 있는 것이니 부처님의 가피를 입을수 있어 액운에 빠지지 않는다고!....나는 처음으로 부처님 앞에서 합장 배례를 하고 절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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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정사로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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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정사 입구에서 뭔가 수상쩍은 일이 생겼구나. A조는 청계사 방향으로 에둘러 가기로 했고 B조는 49번 도로로 직방 가게 되었는데?...산행후 최고문님 말씀은 선두 한회장님의 무전 연락이 왔는데 청게사쪽 길은 애매해서 후미조를 위해 임도로 내려 가도록 당신이 표지기를 돌려 놓았다 한다. 나야 뭐 처음부터 청계사는 포기했으니 이러기나 저러기나 마찬가지지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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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야?...내 엄지 발톱 살리도!... 지독한 경사의 임도를 20여분 내려와야 하는 마(?)의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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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지도와 실제 지형의 방향도 잘 모르면서도 5년도 넘게 산행에 따라 다녔다. 49번 도로에 내려서니 왼쪽으로 가야할지 오른쪽으로 가야할지 몰라 초소에 졸고 계시는 아저씨한데 지도를 보여주며 어디로 가야하는지 물어보니 왼쪽으로 가란다. 흐미!...나는 오른쪽으로 갈려고 했는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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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精舍)는 고명한 유사(儒士)의 강학소로서 학문을 강의하고 정신을 수양하던 곳으로 서원, 서당과 더불어 조선시대 사학(私學)의 하나인데 불교의 도량(道場)도 정사(精舍)라고 하는 것을 보니 결국 진리는 하나라는 뜻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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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정사 빗돌에서 왼쪽은 하송리 오른쪽은 동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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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번 도로는 확장 공사중인데 요즘은 원체 나무값이 비싸다보니 기존의 가로수인 잘생긴 느티나무를 이식할려고 중장비를 동원했다. 그 길을 10분정도 걸으면 왼편으로 청계사 입구의 하송마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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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는 감의 고장이다. 붉은 감이 주렁주렁 열렸을 때 왔으면 얼마나 보기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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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하게 깊고 큰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는게 뭘까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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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감은 내년에나 보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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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송1리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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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산은 어떤 산이든 절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상생의 현장에서 (산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