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산, 기암괴석과 은빛 억새 그리고 음양(陰陽)의 조화

 

Mt.1222    天冠山(▲723.9m) - 전남 장흥군

산 행 일 : 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날     씨 : 맑음

동     행 : 여수 ㅎ산우회 따라 (홀로 산행)

 

산행(도상)거리 : 약 7.2km

                         탑동주차장 <4.0> 천관산 연대봉 <3.2> 양근암 능선 경유 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 (식사 휴식 54분포함)

              탑동 주차장 <0:12> 체육공원 <0:14> 금수굴 능선 <0:36>조망바위 <0:27> 금수굴(金水窟) <0:27> 감로천 <0:10> 천관산(연대봉 ▲723.9m) <0:17> 정원암(庭園岩) <0:05> 양근암(陽根岩) <0:27> 장안사 갈림 <0:16> 주차장

 

참 고 : 국토지리정보원 1:50,000 장흥(2003년 수정본)지형도

 

 

기암 옆으로 보이는 구정봉 능선

 

 

천관산 억새

 

 

오늘 산행 구간도

 

10 : 30 탑동 주차장 출발

탑동 주차장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리며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산길을 찾아가고 있다.

허리가 많이 구부러진 노인들도 가끔 보이는데 이분들은 무엇을 보려고 왔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체육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지난 3월, 바로 이곳을 출발하여 구정봉 능선을 따라 환희대에 닿은 후 구룡봉을 둘러보고 억새평원을 가로질러 연대봉을 오른 뒤 불영봉을 지나 천관문학관으로 내려갔었다.

오늘은 북적거릴 인파를 피해 금수굴 능선으로 올라 양근암 능선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작정하고 집을 나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장천재

 

 

체육공원 금수굴 능선 입구

 

10 : 42~45 체육공원

영월정(迎月亭)에서 계곡으로 난 산길을 줄지어 가는 사람들을 피해 장천재로 이어지는 포장도로 다리 입구에 설치된 바리게이트를 넘는다.

골짜기 옆으로 난 산길은 도화교(桃花橋)를 건너 장천재 청뢰문(聽雷門) 앞 수령 900년이 다 되어가는 태고송이 있는 곳에서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에 합류한다.

체육공원 벤치에 배낭을 내려놓고 겉옷을 벗으면서 보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내가 예상했던 대로 구정봉 능선 쪽으로 가고 있다.

 

 

비석 삼거리

 

 

사계동천

 

 

금수굴 능선

 

10 : 59 금수굴 능선

앞사람의 발뒤꿈치에서 피어오르는 먼지를 마시지 않고 호젓한 길을 유유자적 걸을 수 있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비석삼거리에 이르러 천관산 산행 최단거리 코스가 있는 골짜기를 잠시 바라본다.

이 계곡은 사계동천으로, 이 계곡에 들어서면 모름지기 부귀, 공명, 식색(食色), 생사 네 가지에 대한 망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측 사면으로 난 길로 접어들어 앞서 가는 서너 사람을 보게 되고 내 뒤로도 몇 몇 사람들이 따라오고 있는데 홀로 걷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

능선 삼거리에 올라 정상 방향인 좌측 길로 접어든다.

 

 

제암산에서 일림산으로 이어진 호남정맥 - 맨 뒤

 

 

금수굴 능선에서 본 구정봉 능선

 

 

양근암 능선

 

11 : 21~26 조망바위

잠시 오르면 나뭇가지 사이로 우측의 구정봉 능선과 좌측 양근암 능선이 보이기 시작하고 탑동 주차장이 잘 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주차장 집결시간이 오후 4시라고 했으며, 금수굴 코스 장점은 좌우 능선의 기암괴석과 경관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므로 바삐 걸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한 가족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조망이 뛰어난 바위 전망대에 이르러 바위 가장 자리에 걸터앉아 목을 축인다.

 

 

부용산을 바라보고

 

 

암릉과 연대봉 억새능선

 

 

금수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

 

12 : 02 금수굴

앞을 막아서는 거대한 암봉을 피해 좌측으로 살짝 내려가면 암벽에 금수굴이 있는데 이제는 목제 계단을 만들어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동강(東岡)에 있으니 큰 바위가 높이 솟아 비탈을 이용해서 발을 천천히 옮겨 중대(中臺)에 오르면 온 바위에 구멍이 뚫려 입구가 정동을 향해 있다. 넓기는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하고 높이는 열 자 남짓 된다. 그 속은 점점 넓어져 둥글고 길쭉한데 맑은 물이 고여 물 위에 누런 가루가 떠 있다. 정말로 진금색(眞金色)이다. 굴이 다한 곳에는 아무 물체도 없는데 자연히 거품이 생겨 떠서 엉키고 뭉치어 큰 덩어리는 주먹만큼 하고 작은 것은 밤톨만하여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면 밝게 빛나 옥처럼 찬란하여 눈동자를 쏘니 참으로 구경할 만하다. 대게 석정(石情)의 변화라 할 것이다.’

 

 

금수굴

 

 

금수굴 안

 

장천재(長川齋)는 장흥 위 씨 종가로, 이곳에서 태어난 존재 위백규(1727~1798) 선생은 조선 후기 실학자로 천관산 인문지리서라고 할 수 있는 <지제지(支提誌)>를 펴내었다.

‘지제’는 천관산의 이명(異名)으로 예로부터 산중에 이적(異蹟)이 일어나 승려로서 성불을 원하는 사람은 이곳에 주석하기를 원하였다고 하며, 서문에 <지제지>는 원래 어느 승려가 편찬한 것인데 문맥이 일관되지 아니하고 번잡하기 때문에 저자가 필요 없는 부분을 없애고 부족한 것을 보충하여 정리한 것이라고 적고 있다.

<지제지>를 들춰내는 이유는 곳곳에 만들어 놓은 안내팻말 때문이다.

 

 

밥을 먹으면서 본 구정봉 능선

 

 

올라온 산줄기를 뒤돌아보며

 

 

주능선에 닿는 곳은 산죽밭

 

12 : 21~57 점심 식사

금수굴 안에 고여 있는 녹조 띈 물과 굴의 생김새를 머릿속에 저장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간 후 또 다른 계단을 이용하여 능선으로 올라선다.

억새평원으로 올라가면 마땅한 나무그늘이 없다.

그늘이 있고 조망이 좋은 작은 암반에 앉아 도시락을 펼친다.

비바람 속에서의 환상방황과 죽을 고비를 넘겼던 사자지맥의 사자산~억불산~부용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 눈에 바라보이는 장소다.

 

 

감로천

 

 

천관산 연대봉

 

 

천관산 삼각점

 

 

연대봉에서 본 구룡봉과 구정봉

 

 

불영봉 능선

 

 

당겨 본 정남진전망대

 

13 : 15~22 천관산(연대봉 ▲723.9m)

금수굴 코스가 억새능선에 닿는 부분은 키 작은 산죽 밭이고 감로천은 1분 거리에 있다.

샘도 자주 이용해야만 깨끗하고 물도 잘 나온다.

배낭에는 아직도 충분한 물이 있지만 감로천으로 내려가 보니 샘을 친 흔적이 남았다.

샘 바닥에서 파낸 진흙이 다 마르지 않은 것을 보면 누군가가 최근에 작업을 한 듯싶다.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능선으로 올라 은빛 억새를 감상하며 헬기장을 거슬러 연대봉으로 올라선다.

호남정맥의 사자산에서 분기하여 억불봉~부용산~천관산으로 맥을 나누는 양암봉~천태산~부곡산을 지나 남해바다에 잠기는 사자지맥을 두루 살펴본 후 연대봉을 내려선다.

 

 

양근암 능선

 

 

사모봉에서

 

 

정원암

 

13 : 47 양근암

정원암 바로 위의 조망이 좋은 사모봉(沙帽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사모봉 동쪽 삼십 보 거리에 있어 흡사 정원석을 방불케 하는 경관’이라고 표현한 정원석(庭園石)앞에 선다.

이어 5분 거리의 양근암(陽根岩)에 이르러 억새능선으로 오르면서 본 금수굴을 바라본다. ‘등잔바위 등을 올라 봉황암과 갈림길 못 미친 이곳에 높이 십오 척 정도의 깎아 세운 듯 남성을 닮은 큰 돌이 오른 쪽 건너편 여성을 연상케 하는 금수굴과 서로 마주보고 서 있으니 자연의 조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금수굴 모습을 자세히 살펴본 이유는 바로 이 대목을 연상했기 때문이었다.

 

 

양근암

 

 

양근암 능선 남릉

 

 

양근암 능선에서 본 금수굴 능선과 구정봉 능선

 

자연의 조화보다 이토록 세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이 오히려 놀랍다.

나는 정맥과 지맥 또는 어떤 산줄기를 따르면서도 ‘살펴보기’라는 말을 사용했었다.

되도록 사진을 많이 찍고 귀찮다는 생각을 버리고 메모도 하다 보니 일행들을 쫓아가기가 힘들었지만 모두들 그런 나를 응원해주었으며 나 또한 보람을 느꼈다.

무심코 스쳐버리면 뭔가 허전해서 견딜 수 없다.

특히 접근거리 관계로 무박산행에 나서 헤드랜턴을 밝히고 발 뿌리만 보고 걸을 땐 꼭 이래야만 하는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었다.

다시 한 번 양근암을 살펴보고 금수굴로 눈길을 던진 뒤 발걸음을 옮긴다.

 

 

도로 한 차선은 아예 주차장이 돼버렸다.

 

 

영월정으로 내려서면서

 

 

천관산 등산로 안내도

 

14 : 14 장안사 갈림 길

장안사를 둘러보려면 우측 골짜기를 향해 난 길로 가면 되고, 영월정으로 가고 싶으면 직진하는 능선 길을 따라야 한다.

능선 내림 길의 쇠파이프 안전대가 눈길을 끈다.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가로막대를 가느다란 나일론 끈으로 촘촘하게 감아놓은 것은 미끄럼을 방지하고 한 겨울에는 찬 기운을 다소 막아 주리라 여겨진다.

울창한 편백림을 지나 영월정 옆으로 내려선다.

 

14 : 30 주차장

할머니들이 길가에 펼쳐놓고 파는 농산물을 구경하며 주차장 화장실 앞으로 간다.

바짓가랑이에 닥지닥지 내려앉은 먼지를 털어내는 에어건이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얼굴만 대충 씻고 버스로 다가가니 아무도 없다.

집결시간까지는 아직도 한 시간 반이나 남았으니 빨리 내려올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나 둘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자동차 운전자를 향해 신호하는 아주머니들의 손짓을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