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11월 12일 새벽 3시10분경 경남 산청군 시천면 내대리 거림마을에 도착. 거림마을을 알리는 오석이 입구에 세워져있다.

갈림길 옆이 딘다하여 갈림길의 옛말인 거림이다.

차가운 새벽날씨로 고어자켓을 입고 머리에는 렌턴을 착용하고 식당가를 지나 거림매표소에 도착하였다.

3시 20분 산행들머리인 매표소를 지나 세석을 향하여 다리품을 시작한다.

거림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과 밝은 반달 그리고 미리내는 우리들의 머리위에서 하늘의 축제를 벌이고 있다 

새벽 산길을 산우님들의 렌턴불빛이 줄을 잇는다.

좌측은 거림계곡의 본류인 거림골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고 오르는 길 양편은 산죽이 무성하게 자란 모습을 보며 온통 돌서더릿길로 뒤뚱거리며 걷는다. 

오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일렬로 보였던 렌턴의 불빛은 점점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한다.

천팔교과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 북해도교에 다달았다.

거림에서 3.2키로를 걸어 올라왔다. 이제 세석까지는 2.8키로다.

거림골 새벽에 불어대는 소슬바람은 마음까지 쓸쓸하여지고 장갑을 낀 손마디까지 시려온다.

거림골계곡은 이제는 우측에서 산길과 나란히 있다.

잘다듬어진 오르막과 통나무계단길을 올라선다.

이 오르막은 세석까지 가장 힘들게 올라선것이다.

기슭 넓은지대에서 가뿐숨을 몰아쉰다.

어둑한 산줄기에 걸려있는 반달이 정겨움 가득하게 미소로 맞이한다.

세석대피소 2.1키로 이정표를 지나 나무계단을 올라서 시려오는 손끝을 만지작거리며 걷는다.

고갯마루를 넘어서 바위너덜길이 시작되더니 나무다리를 지나 산허리 넓은지대에 조망판이 있다.

멀리는 사천시 그리고 삼신봉등이 표시되여있다.

하늘의 별과 달은 더 가까이와 닿고 스산한 골바람은 죽순나뭇잎을 흔들어댄다.

조망판에서 수분을 걸으니 세석교가 나타난다.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구상나무군락을 지난다.

이신마을 8.8키로, 거림 5.5키로, 세석대피소 0.5키로 세갈래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제 대피소까지 500미터다.

움추려든 몸을 빨리 녹이기 위하여 발길을 재촉한다.

돌로 잘 다져진 대피소길을 부지런히 걷다 문득 작년 이곳을 걸었던 생각이 난다.

대피소에 먼저 도착한 아내가 빨리 오라고 손짓하였던 일을 기억하니 미소가 머금어진다.

6시 5분 해발 1,545미터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였다.

대피소조리실에서 먼저 온 산우님들과 만나 몸을 녹이며 아침식사를 한다.

세석고원(細石高原)은 잔돌이 많은 높은산에 있는 넓은 벌판을 뜻한다.

이곳 세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고 가장 넓은 곳이다.

둘레가 12키로에 넓이는 30만평에 이른다.

오월말에서 유월초에 철쭉꽃이 만발하여 탐방객이 찾고 있는곳.

"세석평전 철쭉"은 지리산10경중 하나다.

 

반시간을 이곳에 머물렀다.

가자 촛대봉으로........

오늘 해뜨는시각은 7시다.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세석의 철쭉가지들은 새벽서리에 상고대를 연출하듯 하얗게 감싸여있다.

촛대봉을 오르면서 광활하게 펼쳐진 세석고원의 황량한 모습은 또 다른 늦가을의 정취를 느낀다.

바위봉우리가 촛대를 여러개 세워 놓은듯하여 촛대봉(1,703.3미터).

 촛대봉에 도착하니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모두가 새녘에 펼쳐진 햇귀에 넋이 나가 있는 듯하다.

붉으스레 태양이 우뚝 솟았다!!!!

 

오늘 우리에게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염원을 한다.

태양의 떠오름에 연봉들은 붉고 노란빛에 출렁거리는 듯하다.

촛대봉바위들은 태양이 비치는 면은 모두가 붉어졌다.

 

장터목 2.7, 천왕봉 4.4키로 이정표가 방향을 가리키며 빨리 가란다.

장터목길로 내려선다.

가는길 주위는 하얀서리가 덮여있고 계곡아래  붉게 물든 단풍이 덮여있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수인 가문비나무가 많이 보인다.

장터목 2키로 이정표를 지나 돌사닥다리길을 올라가고 철계단도 올라간다.

걷다가 힘이 들면 뒤를 한번 돌아본다.

 

저 고개 저 봉우리를 넘어왔다 생각하면 다시 힘이 솟구친다.

계단을 내려섰다 뻑세게 올라 큰 바위봉우리 아래에서 솟구친 태양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한다.

1,730미터 연화봉(煙霞峰)에 도착하였다.

연기와 노을의 봉우리로 산수의 경치를 뜻할것이다.

경치가 그윽하고 신비스런 연하선경(煙霞仙境)은 지리산 10경중 한곳이다.

층암절벽과 기암괴석 그리고 우뚝우뚝 솟아있는 고사목이 발길을 잡는다.

 

연화봉을 지나 오랜만에 부드러운 능선길도 잠깐 걷는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앞에 장터목대피소가 보인다.

세석대피소에서 이곳까지 3.4키로를 약 2시간만에 도착하였다.

좌측에서 부는 찬바람을 맞으며 해발 1,653미터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산청과 함양사람들이 물물교환과 물건을 팔기위해 이곳까지 올라와 장터를 열었던 곳 이다.

"장터"단어가 나와 지난여름에 산행기를 쓰면서 뱀사골에있는 간장소를 설명하며 보부상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여러사람들로 부터 우리고유의 명칭인 부보상으로 정정하여 달라는 댓글과 메일이 받고 정정한바 있다.(지리산 간장소안내판에도 보부상으로 명시되여 있다.)

이곳서 우측은 중산리 5.3키로, 좌측은 백무동 5.8키로다.

산우님들과 어울려 충분한 휴식을 하고 1.7키로 남은 천왕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돌계단을 오르는 길은 "제석봉이 30년전만 하여도 울창한 숲이 도벌꾼들이 도벌의 흔적을 없애려 불을 질러 지금처럼 고사목지대가 되었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구상나무 식재지로 2015. 12. 31까지 출입금지 안내판도 세워져 있는 등산로이다.

평평한 등산로는 지리산의 연봉들이 줄지어 이어진 모습이 장관이다. 

제석봉(帝釋峰) 1,808미터에 도착하였다.

지리산에서 중봉에 이어 3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예전에는 산신에게 제사를 올렸던 제석단이 있어 붙여진 이름.

인간들이 저질러 놓아 죽은 채 서있는 나무들의 모습을 가슴 아프게 바라본다.

 

 

 

나무계단을 내려 작은 바위봉우리를 돌아선다. 

봉우리 옆으로 펑퍼짐한 곳이 있다.

오늘 산행에 월드스페이스투워의 최 송희 이사께서 함께 하였는데 대단한 산객(山客)이시다.

지난 여름 일본 북알프스 종주시 가이드를 하셨던 분이다.

오늘도 후미에서 우리 산우를 챙기셨다.

전에는 이곳에서 지리산종주를 하면서 비박을 하였던 곳으로 바람이 아무리 불어대도 이곳 펑퍼이진 곳에는 산사면에 부딛쳐 바람이 올라오지를 못하여 비박하기에는 최적지였단다.

터덜대며 걷다 "하늘을 오르는 문" 통천문앞에 다달았다.

 

통천문 바위에는 통천문(通天門)글이 암각되어 있다.

통천문을 통과하여 철사다리를 올라서 대단한 돌사닥다리로 힘들게 올라간다.

9시20분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천왕봉(天王峰) 1,915미터" 한라산을 제외한 남한에서 가장 높은 천왕봉에 도착하였다.

 

천왕봉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산청군 시천면과 함양군 마천면의 경계다.

110여개의 우뚝 솟은 준봉을 거느리고 있는 천왕봉.

백두산에서 출발하면 백두대간의 종착점인 천왕봉.

지리산을 종주할려면 이곳이 목표인 천왕봉.

지리산 10경중 제1경인 천왕봉 일출은 삼대에 걸쳐 덕을 쌓여야만 볼수 있단다.

구름한점 없는 오늘 천왕봉은 남쪽 멀리는 남해 그리고 사천시 사랑도지리망산도 보이고 점점히 보이는 섬들이 가슴을 탁트이게 한다.

지리산의 하늘이 파도치듯 봉우리 넘어 남해와 맞닿았다.

오늘 천왕봉의 기온은 2도다.

새벽에 거림골계곡을 몰아치며 불던 바람도 잦아들었다.

천왕봉하늘은 높고 푸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서쪽의 노고단, 반야봉은 앞에 보이는듯 하고 촛대봉, 연화봉은 코앞이다.

서북능의 만복대, 바래봉도 뚜렷하게 보인다,

만첩청산(萬疊靑山)에 천왕봉.

지리산 녹색봉우리들의 물결이 천왕봉 아래에서 출렁거린다.

천왕봉은 깨끗하고 맑고 파란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모두 다 보여주었다.

 

너무 오래 머무르면 죄송스럽다 이제는 내려가야한다.

중산리로 방향을 잡고 내려선다. 5.4키로 방향표시가 되어있다.

옆으로 내려가면 대원사 (11.7키로)가는길.

햇볕을 받으며 돌사닥다리길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에 잔설도 보인다.

300여미터를 내려오니 천왕샘이 나타난다. 한 모금을 마셔본다.

천왕샘은 서부경남지역의 식수원인 남강댐의 발원지.

 

너럭바위에 앉아 계곡 아래 중산리를 바라보며 한없는 산의 정취에 빠져들며 휴식을 취한다.

 

조용헌이 글쓴 방외지사2에 "지리산에서 태어나 지리산에서 늙는다"편에 김 을생선생은 그의 토굴벽에 산중가가 붙어 있다한다.

 

          산중가(山中歌)

날마다 산을 봐도 볼수록 좋고,

물소리 노상 들어도 들을수록 좋네.

그 가운데 저절로 귀와 눈 맑게 트이니

내마음도 신선이네.

 

해발 1,700미터 개선문에 내려왔다. 해발 200미터이상 내려왔다.

개선문은 중산리에서 올라오면 반듯이 거쳐야하는 곳이다.

돌계단길을 내려서 좌측에 544년에 창건된 법계사를 바라보며 해발 1,335미터에 위치한 로타리대피소에 도착하였다.

로타리산장은 로타리클럽에서 건립을 지원한 뜻깊은 산장이다.

천왕봉에서 2.0키로를 내려왔다. 중산리까지는 3.4키로가 남았다.

로타리대피소를 출발하여 헬기장에 도착해 배낭을 내려놓고 바닥에 덥썩 주저 앉는다.

산장과 법계사 위에 천왕봉 봉우리가 우뚝하게 보인다.

 

계단도 내려서고 새로 설치된 나무계단도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이 끝이 없다. 돌계단길은 오르기도 힘들지만 내려가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해발1,068미터 망바위까지 내려왔다.

이제 중산리는 2.4키로 .

내려오는길 좌측으로 약간 비껴있는 빨치산지휘본부에 식량과 물자조달을 위한 중심아지트인 칼바위 아지트를 들려본다.

중산리1.3키로 지나 흔들다리를 건너 지긋한 너덜겅이 끝나고 해발 637미터 중산리 야영장 이정표에 도착한다.(12시55분)

 

 

천왕봉 정상에 표시되었던 중산리 5.4키로와 딱맞는 중산리 야영장표시판이다.

야영장부터는 색색의 단풍이 물들어 있다.

이곳서 천왕봉 5.4키로 이정표가 세워져있다.

 

계곡앞에는 붉게 물든단풍과 멀리보이는 천왕봉을 바라보며 어머니와 같은 지리산 거림서 천왕봉 그리고 중산리까지의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