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이 내려다 보이는 암릉길에서

 

2011.2.23일 수요일 날씨 흐리나 포근

산행코스:내지항-불모산-가마봉-옥녀봉-대항

산행시간:오전 11시~오후3시(여유있게 4시간)

겨울은 추운 계절이라지만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고 눈도 많이 내렸던 겨울이라

겨울을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참맛을 만끽할수 있었던 겨울이었을 것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때쯤이면살랑 살랑 불어오는 포근한 바람을 느껴보고 싶을 것이다.

봄바람은 겨울을닮아 꽁꽁 얼어붙은 마음마저 스르르 풀리게 하는 부드러움을 지녔고,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눈길이 녹이지 못할것은 없는것처럼

봄 햇살은 바라보는 것은 무엇이건 저절로 힘이 풀리게 만드는 따스함을 가졌기 때문이다.

아침바람은 아직 목을 움추리게 할 정도로 쌀쌀했지만

한낮의 날씨는 양지쪽에 앉아 조는 고양이 눈꺼풀처럼 끄덕 끄덕 졸리울 정도였다.

목젖까지 적실 정도로 상쾌하게 튀어오르는 하얀 포말을 헤치며

옥색의 봄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은

배를 타고 실려가는것이 아니라 나의 날개짓으로 바다위를 낮게 떠 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늘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아무래도 신선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일상을 잠시 벗어나기만 해도 느끼는 공기가 다르게마련인가보다.

삭막함에 윤기를 주고싶고 건조함에 생기를 더하고 싶을땐

머물고 있는 곳에서 벗어나기만 해도 기분전환이 되는것을 느낀다.

특히나 바다를 가로지르는 여행일때 그 기분은 최고조인것 같다.

거칠것 없는 바다의 너른품에선

마음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들이 버틸수 없는 것 같다.

오늘 산행은

그 기분을 이어서 릴렉스에 올인하기로 하고 우리 포함 딱 한 팀만이 동행한 B코스

(불모산-옥녀봉-대항) 로 정했는데,

평일 산행인지라 섬 하나를 전세낸듯

약 70여명인 우리팀 이외엔 산행하는 사람도 없는것 같았고,

거의 전원이 지리망산을 거쳐 대항까지 가는 A코스를 택했다.

사량도에 다녀간지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러 갔다는것에 감회를 느끼며

잔설한점 없는 땅에서 전해져오는 따뜻한 기운을 받으며

바람마저도고요히 숨죽이고 있는 길을 올랐다.

섬에 있는 산들은 대개가 야트막해서 조망처에 오르면 그림같은 마을이 손에 잡힐듯 빤히

보인다는게 특징인것 같다.

4년전에 왔을때는 거의 우회로를 택했던 터라

이번엔 일부러 암릉길로만 가보았는데,

새로운 기분이 들어서 좋았고,암릉길위에서 탁 트인 바다풍경을 바라보는 재미가 컸다.

그 점이 섬산행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고,

특히 사량도 산행의 매력은 옥녀봉인 것 같다.

옥녀봉은 이번에 처음으로 올라 봤는데,그동안 무섭다는 말에도 실감하지 못했었는데

막상 경험해 보니 그 어떤 산행에서보다 최고의 공포감을 맛봤던 산행이 될것 같다.

다분히 객기(^^)로 올라본 옥녀봉에서

옥녀봉 사다리를 내려오다가 중간에서 오르지도 내리지도 못하고 울어버렸다는

옥녀봉의 새로운(^^)전설을 실천하는 사람이 될뻔했는데,

내려갈수 있다는 용기만 있으면 내려갈수 있다는것을 알게 된

귀한 경험이기도 했다.

누군가 단한사람이라도 넌 할수 있어!라고 격려해주고 지켜봐주기만 해도..

나도 그렇게 격려가 필요한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것도..

이 봄에 살풋 느꼈던 포근한 바람이 내내 마음에 머물러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겨울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불어라 봄바람!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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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바라본 사량도



들머리 풍경
마을 골목길벽마다 정겨운 벽화가 그려져 있다.




그림같은 내지항을 굽어볼수 있는 첫번째 조망처에서



내지마을 풍경

초등학교옆 꼬불꼬불한 길로 걸어왔다.




돈지항을 굽어보며




가야할 능선길에서 가장 조망이 멋졌던 구간



위험구간에 계단을 설치해 등로가 전보다는 훨씬 편해졌다.






돈지항 풍경





비교한거 있어요~!^^

2006 5월5일 같은 장소에서




하도 방면 풍경


옥녀봉

이곳에서 바라볼때만 해도 오를만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옥녀봉에서 바라본 풍경

옥녀봉이 무서운것은 봉우리 주변에 아무런 안전장치가 안돼 있다는것이다.

우회로도 없어 한번 오르면 내려오는길은 사다리밖에 없다는것

공포심을 감당할수 있을만큼의 강한심장을 가진분이나

평소 침착하신분들에게만 권장함


사다리로 내려가는 부분에 설치된 안전바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가마봉 에서 내려오는 구간 만만치 않은 구간이다. 우회로 있음


공포의 사다리, 직각으로 설치돼 있어 아래계단은 보이지가 않는다.


공포의 사다리를 거쳐야만 만날수 있는 구간





타고 간 배 한산호


노을지는 삼천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