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일요일), 6시 정각에 집을 나선다. 시내버스를 타고 산악회의 관광버스가 오기로 한 수유역의 지정장소에 닿으니 6시 15분. 6시 30분에 오기로 한 관광버스는 6시 40분이 조금 넘어서야 온다. 관광버스는 노원구와 성동구를 지나 천호동을 거쳐 동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가 여주와 횡성을 지나 삼척으로 향한다. 여섯 시간을 조금 넘게 달린 버스는 강원도 삼척시 대이리의 환선굴매표소에 닿는다. 오늘은 지각산과 덕항산을 올랐다가 환선굴까지 구경하려고 작정했지만 산악회 대장이 시간사정상 산행팀과 동굴관광팀으로 나눠서 가야 한다고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다섯 시간. 길어야 두 시간인 환선굴 관람보다는 힘들어도 생전 처음인 영동지역과 백두대간길의 산행이 더 가치있을 듯하다. 사실 환선굴에 더 큰 호기심을 가진 산행길이었지만 환선굴 관람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백두대간의 덕항산과 지각산 산행에 치중하기로 한다.

특히 덕항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남한)의 100대 명산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덕항산 정상과 지각산 정상은 육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주변에 단단한 암봉이 많고 바위지대가 많아서 경관이 뛰어나며 동쪽인 삼척 방향은 절벽인 지대가 많고 반면에 서쪽인 태백 방향은 대체로 완만한 산세를 보이고 있다. 하루 만에 덕항산과 지각산을 올랐다가 환선굴까지 보고 귀경하려면 청량리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열차 안에서 잔 후 아침 일찍부터 산행을 하면 된다.

매표소에서는 환선굴 관람료로 4천원을 받고 산행만 하는 경우에는 대이리 군립공원 입장료 1천원을 받고 있다.

요새 비가 자주 오는 날씨라서 오늘도 산의 정상부분은 운무에 가리워져 있다. 언제 비가 되어 쏟아질지 모르는, 구름인지 안개인지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수증기의 층이 불안정하게 형성돼 있는 것이다.

매표소를 통과한 후에 바로 산행에 들어간다. 대이리계곡을 끼고 오르는 길에 바라보이는 뾰족한 촛대바위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평소의 버릇대로 사진을 찍으며 약수터에서 약수도 마시고 느긋하게 걷다 보니 함께 온 산악회의 사람들은 거의 다 보이지 않게 된다. 매표소에서 20분 후에 신선교에 이르고 신선교를 건너니 우측으로 가면 선녀폭포로 가게 되지만 산악회를 쫓아가기 위해 선녀폭포를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 하고 2분 정도 더 오르니 장암재로 오르는 좌측의 가파른 등로와 환선굴로 오르는 우측의 나무계단길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등로로 오른다. 이 곳부터 등로는 가파르고 험해지기 시작하며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진땀을 흘리게 된다. 덕항산과 지각산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대이리의 환선굴 매표소.


매표소 직후의 덕항산, 지각산, 환선굴 산행안내도.


촛대바위.


신선교.


선녀폭포.


환선굴 안내판.


장암재로 오르는 등산로와 환선굴로 오르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의 방향표지판.


장암재로 가는 험로가 시작되는 지각산 들머리.

 

삼거리에서 7분 만에 낭떠러지 위에 설치한 철제육교를 건너게 되는데 구멍이 뚫려 있는 바닥을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이런 곳은 육교를 설치하지 않았으면 통과하기가 불가능하리라.

철제육교를 통과한 후에는 바닥에 바위들이 울퉁불퉁 튀어 나와 있는 험한 로프지대가 이어지다가 20분 후에 전망대에 오르니 녹색의 풀들이 뒤덮고 있는 단단한 암봉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암봉들의 정상부분을 가리고 있는 저 운무가 걷혔으면 훨씬 더 보기 좋을 텐데...

전망대를 내려와서 2분 정도 오르니 삼거리가 나타난다. 우측으로 올라 막다른 절벽에 설치한 전망대에서 잠시 조망을 하다가 다시 삼거리로 되내려와서 좌측으로 진행하여 2분 만에 천연동굴 앞에 이른다. 천연동굴의 우측에도 철제계단을 올라서면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이 곳에서 바로 앞의 암봉들과 매표소에서부터 좌측으로 끼고 걸어 올라온 대이리계곡의 모습이 잘 내려다보인다.


낭떠러지 위에 설치한 철제육교.


전망대에서 바라본 암봉 1.


전망대에서 바라본 암봉 2.


천연동굴 옆의 전망대로 오르는 철제계단.


천연동굴 옆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암봉 1.


천연동굴 옆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암봉 2.


천연동굴 옆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대이리계곡.

 

전망대를 내려오니 좌측에 구멍이 커다랗게 뚫린 동굴이 있고 동굴 반대쪽의 철제난간이 내려다보인다. 동굴의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동굴의 반대쪽으로 가니 좌측으로는 천연동굴전망대가 있고 우측으로는 장암재로 가는 내리막길에 꽤 가파른 철제계단이 설치돼 있다. 사진을 열댓장 찍고 서둘러 철제계단을 내려서니 이 곳도 역시 아찔한 벼랑 위에 철제육교가 설치돼 있다. 가파르고 긴 계단을 내려서니 제 1 전망대까지 200 미터라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안부가 나온다. 제 1 전망대를 지나니 삼거리가 나오는데 우측으로 진행한다.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삼거리에서 5분 만에 제 2 전망대로 올라 멋진 암봉들을 바라본다. 제 2 전망대의 바위 위에는 누군가가 돌탑을 쌓아 올려 놓았다.

제 2 전망대를 내려서서 4분 만에 방향표지판이 나오는데 직진하면 장암재까지 0.5 킬로미터고 우측으로 가면 약수터까지 28 미터라고 한다. 약수터로 가서 물맛을 보니 엄청나게 차고 시원하다. 마음껏 마시고 땀을 닦는 타올에 차가운 약수를 듬뿍 적신다.


 

천연동굴.


천연동굴전망대에서 바라본 암봉 1.


천연동굴전망대에서 바라본 암봉 2.


통과하고 난 후에 올려다 본 천연동굴.


천연동굴을 지나 장암재로 가는 내리막길의 철제육교.


제 2 전망대에서 바라본 암봉.


약수터.

 

비가 내리면서부터 등로에는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안개가 자욱한 등로를 15분 정도 진행하니 안부사거리인 장암재에 닿는다. 지각산의 주능선이자 오늘의 산행에서 백두대간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20분 정도 먼저 도착한 산악회의 사람들이 이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여기서 자신도 빵 두 개와 음료수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는데 먹자마자 사람들이 출발하기 위해 일어선다.

안개가 자욱히 끼어 연기 속에 갇혀 있는 듯한 눅눅한 분위기 속에 10분도 채 쉬지 못 하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여태까지 올랐던 등로와는 달리 백두대간길은 대체로 유순하고 완만한 편이다. 그러나 동쪽인 왼쪽에 한 걸음만 잘못 디디면 절벽 밑으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구간도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장암재에서 13분 만에 헬리포트에 닿고 이 곳에 설치된 방향표지판에는 여기서 장암재까지 0.9 킬로미터, 지각산까지 0.7 킬로미터라고 한다. 자욱한 운무 속을 17분 걷다 보니 정상표시석과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해발 1079 미터의 지각산(환선봉) 정상에 닿는다. 방향표지판에는 지각산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정상표시석에는 환선봉이라고 표기돼 있다. 방향표지판에는 여기서 덕항산까지 1.4 킬로미터라고 적혀 있다. 장암재에서 30분 만에 지각산 정상에 닿은 것이다.

다시 등로로 나아가니 지각산에서 26분 만에 안부인 사거리쉼터에 닿는다. 여기서 덕항산까지는 0.4 킬로미터. 쉬지 않고 직진해서 8분 만에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삼각점과 산악회에서 설치한 초라한 정상표시석이 있는 해발 1071 미터의 덕항산 정상에 닿는다. 여기서 직진하면 구부시령을 지나 백두대간을 남하하거나 태백시의 하사미교로 하산하게 된다.

이 곳에서 간식을 먹으며 7분 정도 쉬다가 다시 6분 만에 사거리쉼터로 내려선다. 여기서 좌측으로 내려서면 터골을 거쳐 예수원, 하사미교로 하산하게 되고 우측의 철계단길로 내려서면 장암목과 동산고뎅이를 거쳐 골말로 내려서게 되어 환선굴매표소가 있는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게 된다.


장암재의 방향표지판.


장암재.


지각산 정상의 모습.


지각산(환선봉)의 정상표시석 - 해발 1079 미터.


사거리쉼터.


사거리쉼터의 방향표지판.


덕항산 정상의 산불감시초소.


덕항산 정상의 삼각점과 산악회에서 세운 초라한 정상표시석 - 해발 1071 미터.

 

15분 만에 926 계단이라는 가파르고 기나긴 철계단을 내려와서 장암목에 닿는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에 철제난간이 설치돼 있다. 장암목에서 18분 정도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동산고뎅이(환선굴전망대)다. 환선굴 입구를 바라볼 수 있다고 해서 환선굴전망대라고 이름을 붙였나보다. 암봉 밑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 시커멓게 보이는 곳이 환선굴 입구인가보다.

동산고뎅이부터는 바위가 울퉁불퉁 튀어 나와 있는 가파르고 미끄러운, 위험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비가 와서 더 미끄러운 이 길은 가파르고 바위들이 돌출해 있어서 엎어지나 자빠지나 크게 다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길에서는 미련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서는데 들고 있는 스틱이 무척 거추장스럽다. 스틱을 질질 끌며 로프를 잡고 33분 정도 힘겹게 내려서니 동산고뎅이까지 0.4 킬로미터라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곳이 나온다. 겨우 400 미터를 30분이 넘게 걸려 내려온 것이다. 이 곳부터는 걷기 편한 숲길이 시작된다. 8분을 내려서니 철문에 등산로 입구라는 표지판이 있는 골말의 덕항산 날머리에 닿는다. 바로 밑에 대이리계곡이 내려다보이고 산행을 끝낸 산행객들이 계곡에서 땀을 씻고 있다.


사거리쉼터에서 장암목으로 내려가는 철계단길.


장암목의 방향표지판.


동산고뎅이(환선굴전망대).



동산고뎅이(환선굴전망대)의 방향표지판.


동산고뎅이(환선굴전망대)에서 바라본 암봉과 암봉 밑자락의 환선굴 입구.


가파르고 미끄러운 험로의 내리막길.


편한 길이 시작되는 지점.


안락한 숲길.


골말의 덕항산 날머리.

 

자신도 계곡에서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험한 산행 중의 땀을 대강 씻어낸다. 깊은 산골의 물이라서 그런지 아직 여름인데 발이 금새 시려올 정도로 차갑다.

계곡에서 15분 정도 쉬다가 계곡을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계곡의 울퉁불퉁하고 단단한 바위들과 그 사이를 힘차게 돌고 돌아 흘러 내려가는 계류의 물살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계류에 의해 방아를 찧고 있는 물레방아(통방아)의 모습도 보기 드문 풍경이다. 대이리계곡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고 주차장에 세워 놓은 관광버스 앞에 닿으니 16시 55분.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저녁식사와 반주를 먹고 버스에 오른다. 17시 20분에 출발한 버스는 여주 부근에서 차량정체로 지체하다가 23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수유역에 도착한다. 시내버스로 갈아 타고 귀가한다.


날머리 밑의 대이리계곡.


대이리계곡의 정경 1.


대이리계곡의 정경 2.


방아를 찧고 있는 물레방아(통방아).

 


대이리계곡의 정경 3.


대이리계곡의 정경 4.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