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8일 (토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0:30)
삼거리(05:21)
은고개(05:33)
787.2봉(05:52)
사거리안부(06:08)
920봉(06:22)
주능선(07:36)
1246.9봉(08:02)
1283.5봉(08:24)
당골목고개(08:37)
중봉산(09:44)
고적대(11:25)
점심(11:47-12:14)
갈미봉(12:47)
1232봉(13:12)
수병산(13:21)
배나무재(14:38)
980.0봉(15:18)
부수베리(16:33)
주문진
동서울터미널(23:00)

◈ 도상거리
약 22km

◈ 산행시간
약 11시간 12분

◈ 동행인
벽산, 배승호, 산진이, 대간거사, 안트콩, 영취산, 신가이버, 산사, 하늘재, 임꺽정, 정문종

◈ 산행기

- 787.2봉
동이 터오는 골지리의 삼거리휴게소 앞에서 된장국에 김밥으로 이른 아침을 먹고 하얗게 꽃을 피우고있는 감자밭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가니 잡목사이로 희미한 족적이 보인다.
낮은 봉을 넘고 사거리안부인 은고개를 지나 거미줄이 걸기적거리는 잡목숲을 헤치며 안개에 묻혀있는 미답의 산줄기를 올라간다.
나뭇가지사이로 마을을 내려다보며 고도를 높히고 올라가면 좁은 날등에 점차 바위지대들이 나타나고 강원도의 산세를 나타내듯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쭉쭉 뻗어있다.
구슬땀을 뚝뚝 떨어트리며 된비알을 몇차례 오르니 787.2봉이 나오는데 삼각점관리표찰만 땅위에 뒹굴고 삼각점이 있던 부위에는 구덩이만 파여있다.



▲ 787.2봉



- 임도
여전히 흐릿한 잡목숲을 따라 커다란 구덩이가 파여있는 봉을 넘고 파묘한 곳을 지나 가파르게 이어지는 봉우리를 넘는다.
사거리안부를 지나서 노송들이 서있는 산길따라 920봉을 힘겹게 올라서면 능선은 왼쪽으로 꺽어지고 직진하는 남쪽으로는 마을들이 내려다보인다.
잠시 후 임도와 만나고 수직 절개지를 피해 능선과 나란히 지나가는 임도를 따라가니 오른쪽으로는 천야만야한 벼랑을 이루고있고, 1166.3봉에서 1197.2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중봉리를 가로지르며 하늘금을 그리고있다.
한동안 잡초 우거진 임도를 따라가다 너무 능선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무작정 왼쪽 숲으로 들어가면 아주 가파른 사면이 이어지고 벌목된 나무들이 사방에 깔려있어 발길을 막는다.
30여분간 진땀을 흘리며 나무들을 피해 주능선으로 올라가니 완만한 초원지대가 펼쳐지고 반질반질한 등로가 나오니까 임도에서 바로 절개지롤 올려쳤어야했다.



▲ 임도


- 중봉산
넓은 초지사이로 완만하고 편안하게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가면 이슬은 바지를 적시지만 하늘도 파랗게 개이고 진녹색의 향연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미역물푸레덤불이 정상부를 덮고있는 높은 봉우리를 지나서 북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숲을 따라 글씨가 마모된 삼각점이 있는 1246.9봉을 오르니 햇살이 따사하고 두릅나무가 지천이다.
흔적만 남은 옛 헬기장들을 연신 지나고 잡초속에 삼각점(77.7 건설부)이 숨어있는 1283.5봉을 지나면 등로는 남동쪽으로 급하게 꺽어진다.
처음으로 삼척시계종주 표지기를 발견하고 앞이 트이는 산길따라 펑퍼짐한 안부인 당골목재로 내려서니 산죽군락이 울창하고 좌우로는 길을 찾을 수 없다.
길을 잘못 들었는지 억센 산죽들을 힘겹게 뿌리치고 봉우리를 올라 간간이 보이는 곰취들을 뜯으며 사방이 막혀있는 적적한 산중을 지난다.
완만한 능선따라 중봉산(1283.5m)에 오르면 좁은 정상에는 삼각점(418재설/77.6건설부)만 놓여있으며 조망도 막혀있고 빛바랜 표지기 몇개만이 사람들의 뜸한 발길을 말해준다.



▲ 1246.9봉



▲ 1283.5봉



▲ 당골목재



▲ 중봉산 정상



- 고적대
중봉산을 내려가면 악명높은 산죽지대들이 나타나고 잡목과 덤불사이로 희미한 등로는 사라졌다 이어지고 또 사라져버린다.
안부를 지나고 키를 덮는 빽빽한 산죽들을 몸으로 밀고 뚫으며 가파르게 봉우리를 올라서서 내려온 중봉산을 바라보며 지루한 숲길을 이어간다.
한동안 산죽과 잡목들이 차있는 침침한 숲을 따라가다 바위전망대에 올라서니 시야가 확 트이며 앞에 고적대가 바라보이고, 청옥산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눈에 들어오며, 깊게 패인 당골계곡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모처럼 암봉이 나오고 관목을 움켜쥐며 침니를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숲은 더욱 울창해지고 멧돼지들이 금방이라도 나타날듯 땅은 온통 파헤쳐져있다.
곧 고속도로처럼 등로가 뚫려있는 백두대간과 만나서 조금 위에 있는 고적대(1353.9m) 정상에 오르니 청옥산뒤로 두타산이 우뚝하게 서있고, 중봉산에서 이어지던 산죽으로 무장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며,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은 지난 땀방울들을 깨끗히 말려준다.



▲ 뒤돌아본 중봉산



▲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 고적대전의 암릉



▲ 고적대 정상



▲ 고적대에서 바라본 두타산과 청옥산



▲ 고적대에서 바라본 갈미봉 암봉



- 수병산
통나무계단과 굵은 밧줄들이 설치된 등로를 따라 관목지대를 지나고 고적대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암봉위에 올라서서 무릉계곡을 내려다보며 배대인님이 가져오신 시원한 막맥을 한잔씩 하고 도시락을 연다.
20여분 점심을 끝내고 다시 대간능선으로 들어서서 사원터 갈림길을 지나 고사목들이 서있는 암봉을 통과해 갈미봉(1273m) 정상에 오르니 전에 없던 작은 이정판이 보이고 백복령에서 아침에 출발했다는 한 여자 홀로산꾼이 지친 모습으로 앉아서 쉬고있다.
갈미봉에서 대간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꺽어져 들어가면 다시 족적은 희미해지지만 완만하고 걷기 좋은 초지가 이어지고 곰취들이 사방에 깔려있다.
멧돼지들이 마구 파놓은 숲를 지나서 등로에 놓여있는 무시무시한 철제덫을 두개나 발견하고 멀리 던져넣지만 홀로 오지산행중에 이런 큰덫에 걸리면 속수무책일 것이다.
수병산의 전위봉인 평범한 1232봉을 지나고 앞에 보이는 수병산(1201.5m) 정상에 오르니 그저 깨진 삼각점(419재설/77.6건설부)만 풀속에 보이고 아무런 표시도 없어 인터넷에서 확인한 멋진 암봉과는 너무나 달라 의아해진다.



▲ 갈미봉 오르는 암봉



▲ 갈미봉 정상



▲ 수병산 정상


- 배나무재
뚜렸하게 이어지는 서쪽 완만한 능선을 따라가면 갈림길이 나오고 명지목이가 있는 북쪽으로 산악회의 표지기가 걸려있지만 왼쪽으로 서쪽능선을 계속 이어나간다.
내도전 방향으로 뚜렸한 등로를 계속 내려가면 점점 길이 희미해지고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안부로 내려가니 족적은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울창한 숲속에서 방향만 맞추고 직진하니 빽빽한 산죽지대가 나타나고 앞에 간 일행들을 불러봐도 이쪽 저쪽에서 소리가 들리는 게 아마 뿔뿔히 헤어진 모양이다.
억센 산죽들을 몸으로 밀어붙이고 발로 밟고 양손으로 헤치며 나아가다 절개지가 높을 것 같은 생각에 오른쪽으로 보이는 임도를 향해 내려가다 잡목과 덤불과 산죽지대에 갇혀버린다.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어렵게 임도로 내려서서 흩어진 일핼들이 모이고있는 고갯마루로 올라가니 배나무재 이정목이 서있고 괘병산까지 1.0km라고 등산로까지 표기되어있는데 동쪽으로는 수려하게 생긴 암봉이 눈에 들어와 깜짝 놀란다.
수병산과 괘병산은 같은 이름이고 정확하게 지도따라 수병산을 지나왔으니 아마도 수병산에서 약간 떨어져있는 암봉인 괘병산을 모르고 빠트린 것같아 마음이 씁쓸해진다.



▲ 밤나무재



▲ 밤나무재에서 바라본 괘병산 암봉



- 부수베리
임도를 따라가다 산으로 올려붙으니 족적이 잘 나있고 붉은 끈도 매여있지만 역시 벌목된 나무들이 널려있어 방심하면 넘어지기 십상이다.
전위봉을 우회하고 덤불들을 헤치며 삼각점(305재설/77.6건설부)이 있는 특징없는 980.0봉에 오르니 오늘의 산행은 끝난 셈이고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무명봉으로 가면 희미하던 족적도 사라지고 부수베리로 이어지는 능선쪽으로도 산죽만 빽빽하고 등로는 없어 그저 가장 빨리 내려갈 수 있는 지능선을 치기로 한다.
길도 없는 사면을 헤치고 사방에 깔려있는 더덕들을 희희낙낙 캐어가며 원시계곡의 최상단부로 내려서니 물이 졸졸 흐르는 암반지대가 나타난다.
미끄러운 계곡을 조심스레 내려가다 쓰러진 낙엽송들이 계곡을 완전히 덮고있어 지능선으로 올라가니 희미한 족적도 나타나고 역시 벌목된 나무들이 널려있다,
쓰러진 전주와 옛 집터를 지나고 닭들이 소리쳐 우는 양계장 건물을 바라보며 사면을 내려가 옥수가 흐르는 부수베리 계곡에서 하루종일 땀으로 찌들었던 육신을 딱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