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눈을 놀라게 한 주왕산 그리고 주산지

 

산 행 지 : 주왕산 - 주산지

산행일시 : 20131012()

누 구 랑 : 수원문화원산악회

산행코스 : 주차장-대전사-주왕암-주왕굴-용추폭포(1폭포)-절구폭포(2폭포)-용연폭포(3폭포) (원점 회귀) , 주산지

사진은 ? : 소리새, 송수복

 

 

▲  주왕산 개념도

 

 

▲  주왕산을 찾은 수원문화원산악회

 

 오늘 꽃잠자리를 나눌 연인()은 경북의 청송군과 영덕군에 걸쳐져 있는 주왕산이다.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돌산(岩山)으로 꼽히는 산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홍여방은 청송읍의 찬경루에 있는 <찬경루기>산세는 기복이 있어서 용이 날아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범이 웅크린 것도 같으며, 냇물은 서리고 돌아 마치 가려 하다가 다시 오는 것 같았다. 소나무 잣나무는 울울창창하고, 안개와 노을은 어둠침침하게 잠겨 있어서 맑고 그윽한 한 동학이 의젓한 선경(仙境)인 듯한 곳이 곧 청송이었다.’라고 청송의 모습을 기록하였다 한다. 조선 후기의 학자로 [택리지]의 저자인 이중환은 청송의 주방산(周房山, 주왕산의 옛이름)은 골이 모두 돌로 이루어져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하며, 샘과 폭포도 극히 아름답다라고 극찬하였다. 하지만 이 맨발나그네에겐 꽃잠자리였으니 이유는 쉽게 다녀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경북의 3대 오지로 BYC(봉화, 영양, 청송)를 꼽는다. 푸른솔이 울창한 고장 청송(靑松)은 수많은 비경과 인심에 젖어 올 때 (힘들어) 울고, 떠날 때 (가기 싫어) 울던 곳이라 한다. 그러기에 쉽지않은 발걸음이다. 항상 노스텔지어로 간직하고 있던 곳이다. 더군다나 덤으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 <,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주산지까지 돌아볼 예정이니 하루짜리 여정이나마 감지덕지 따라 나선다.

 

 

▲  대전사를 배경으로 뒤편의 기암(旗巖)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한다는 산인 주왕산은 기암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절경을 이루기에 석병산(石屛山)으로 불리우기도 한다고 한다. 사실 70년대 용추폭포(1폭포) 앞뒤 절벽을 파 길을 내지 않았더라면 뒤편 금은광이나 가메봉 옆 잘루목을 넘어 갈 수는 있었어도 지금의 탐방로가 펼쳐진 앞의 동구로는 들어갈 수 없었으니 주왕동천이었을 것이라고 산림청 사이트 숲에ON'은 적고 있다. 동천(洞天)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 하늘에 잇닿아 있는 곳으로 신선이 사는 곳이란 뜻을 가지고 있으니 바로 주왕산이 그러했을 것이라고 부연설명을 해놓고 있다. 그런 주왕산이 이름에 얽힌 전설로 다시 한번 논란에 싸이고 있으니 그 내용은 이렇다.

 

 

▲  주왕산

 

▲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이름을 올린 주방천 

 

 지금까지 대체적으로 주왕산에 얽힌 전설은 중국 당나라 때 주도라는 사람이 스스로 후주천왕(後周天王)이라고 칭한 뒤 당나라 도읍지 장안으로 쳐들어갔다가 대패하여 쫓겨 다니던 중 마지막 숨어든 곳이 신라 땅 주왕산이고 결국 그는 당의 요청에 의해 토벌에 나선 신라 마장군의 화살에 쓰러졌다 한다. 주왕이 쌓았다는 산성, 주왕이 최후를 맞았다는 주왕굴, 주왕이 깃발을 꽂았다는 기암(旗巖) 등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나라로부터 많은 인원을 이끌고 이곳까지 왔다는 사실이 엉뚱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신라 역사에서, 선덕왕의 뒤를 이어 왕으로 추대되 왕위 계승 0순위 김주원이 훗날 원성왕이 된 김경신의 반란으로 왕위에 오르지 못한 채 이곳 주왕산에 숨어들었고, 이에 불만을 품은 아들 김헌창의 반란으로 나라를 거덜낸 사실을 들어 주왕산의 전설은 이에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주장하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니 골치아픈 것은 딱 질색인 이 맨발나그네야 그저 그들의 주장을 어깨넘어로 들으며 쉽게 결말이 나지않을 싸움에 발 들여놓지 않으려 애써 외면하고 그저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한다는 주왕산의 풍광에 만족하려 한다.

 

 

▲  대전사에서의 맨발나그네

 

 수원에서 버스로 4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주왕산 주차장. 그곳을 들머리로 주왕산 탐방에 나선다. 주차장에서 조금 오르니 대전사와 만나게 되고 대전사 뒤편으로 주왕산의 트레이드마크인 기암이 우뚝 솟아있다. 대전사는 이곳 저곳의 자료를 뒤적여 본 결과 672(신라 문무왕 12) 의상대사가 세웠다는 설과 919(고려 태조2) 눌옹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는 가 하면 고려 중기의 스님인 보조국사가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절이라고도 하니 이 또한 헷갈리기는 매한가지이다. 어째거나 대전사 뒤편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이 무척 아삼삼하고 기이하고 인상깊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기암이라는 이름에서 자는 기이할 기()가 아니라 깃발 기()자를 쓰는데 그 연유를 살펴보자면 후주천왕(後周天王) 주왕이 신라의 마장군과의 싸움이 되었든, 신라 헌덕왕 때 주왕을 참칭하며 난을 일으킨 김헌창과 신라군과의 싸움이 되었든 이 바위에 볏짚을 씌워 노적가리처럼 위장했으나 화살이 튕겨져 나오는 것을 보고 거짓임을 안 정벌군이 주왕을 토벌하고 이 바위에 대장 깃발을 꽂았다 하여 기암(旗岩)이라 한단다. 역사가 깊은 우리나라에서는 곳곳에 전설이 서리지 않은 곳이 없으니 재미로 들어줄 수 밖에 없겠지만 기실 기암은 화산재가 용암처럼 흘러내려 가다가 멈춰서 굳은 회류응회암으로 된 봉우리란다. 기암뿐이 아니라 주왕산의 봉우리들은 약 7천만년전 화산이 격렬하게 폭발한 뒤에 흘러내리면서 굳은 회류응회암인데 옛사람들이 멋들어지게 이곳에 이름을 붙이고 스토리텔링을 만들었으니 그저 후세인 우린 즐겁게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  주왕암

 

 

▲  주왕굴

 

 옛 선인들이 만들어 놓은 주왕산 곳곳의 스토리텔링을 곱씹으며 탐방로 우측의 아름다운 주방천에 감탄하며 걷다보니 갈림길이고 오른쪽 자하교를 건너 어느덧 주왕암이다. 다시 철계단을 따라 30m 오르면 주왕굴에 이르게 된다. 주왕이 토벌군을 피해 있으면서 위에서 떨어지는 물로 세수를 하다 화살과 철퇴에 맞아 죽었다는 전설이 없다면 그저 그렇고 그런 볼 품 없는 굴에 불과하다. 그러나 주왕암도 그렇거니와 주왕굴도 멋들어진 스토리텔링이 있는 전설이 있기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덧붙여 이곳 주왕산에서 피는 산철쭉은 꽃모양이 진달래와 비슷하나 진한 편이고, 꽃잎 하나에 약 20여개의 검붉은 반점이 있는데 이는 화살과 철퇴에 맞았을 때 주왕이 흘린 피가 산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넋이 되어 핀 꽃이라 하여 특별히 수달래(수단화<水丹花>)라고 한다고 하니 이쯤되면 스토리텔링의 개가이다.

 

 

▲  병풍바위와 학소대

 

 

▲  시루봉

 

 

 

▲  일일선(一日仙)이 되기 위해 주왕동천(周王洞天)으로 드는 관문

 

 전설에 비해 다소 빈약한 주왕굴에 약간 실망을 하며 걷고 있자니 두길이 만나는 곳 좌측으로 학소대다. 이곳 또한 옛날 학소대 꼭대기에 청학과 백학 한 쌍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포수가 백학을 쏘아 잡은 후, 홀로 남은 청학이 날마다 구슬피 울면서 그 주위를 맴돌았다는 전설을 가진 곳이다. 이곳부터 다시 용추폭포(1폭포)까지 아름다운 산책길을 맨발나그네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걷는다. 사실 폭포도 폭포지만 주변의 바위들이 무협소설 속 동천(洞天)이 따로 없다. 내게 있어 주왕산이 노스텔지어가 된 것은 아마도 주왕산의 트레이드마크인 기암이 아니라 이곳 용추폭포 입구일 것이다. 화산재가 흘러 내리다가 쌓여 굳어진 회류응회암은 침식에 약해 풍화차이에 따라 수직 절벽이나 계단 모형의 지형, 폭포 등을 만들어 낸다고 하는데 이 주왕산이야 말로 대표적인 회류응회암이어서 7천만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에게 멋진 풍광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이곳 절벽을 파 내 길을 낸 것에 대한 잘잘못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동천으로 들어가 일일선(一日仙)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데 이의를 달 생각이 없다.

 

▲  용추폭포

 

 

 

▲  구룡소와 선녀탕

 

▲  용추폭포에서의 맨발나그네

 

 거대한 바위에 둘러싸인 용추폭포는 지금까지 그저 제1폭포라 불리워왔다. 1폭포 위에 있는 폭포는 제2폭포, 그 위에 있는 폭포는 제3폭포라 불리웠으니 조금만 이상한 물건이 있으면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전설을 만들던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올해 국토부 국토지리정보원은 국가지명위원회를 열어 주왕산국립공원관리공단의 의견과 지방지명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 이름인 제1폭포는 용추폭포’, 2폭포는 절구폭포’, 3폭포는 용연폭포로 각각 변경하여 공식 사용한다고 하니 늦은 감은 있으나 잘 된 일이다. 용추폭포는 길이래야 6m남짓한 아담한 폭포이지만 바로 위 구룡소, 선녀탕에서 뉘누리진 물이 물꽃을 그리며 쏟아져 내리고 있으니 주변의 바위벽과 함께 장관을 이룬다. 옛날에는 소()의 깊이가 명주 꾸리 하나를 다 풀 정도로 깊었고, 달 밝은 밤이면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신선대로 갔다고 하는데 이 맨발나그네 일일선(一日仙) 주제이니 밤까지 기다릴 처지가 못되어 언감생심 선녀가 벗어 논 옷이라도 훔쳐 볼 엄두를 못 낸다. 더군다나 오늘은 음력 초여드레날이니 그렇게 밝은 달도 아니요, 날씨 또한 밤에는 제법 찬기운이 도니 아마도 선녀가 목욕할 리는 없다고 자위하며 제2폭포인 절구폭포로 향한다.

 

 

 

▲  3개의 폭포를 가르키는 안내판

 

 

▲  절구폭포

 

 

▲  절구폭포에서의 맨발나그네

 

 용추폭포에서 1.2km 지점에서 좌측으로 약200m정도 올라가면 제2폭포인 절구폭포와 만난다. 2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도 좁은 협곡을 통과하여야 하니 동천(洞天)이 따로 없다. 절구폭포는 중간에 절구처럼 생긴 소() 아래 위로 폭포를 이룬 2단폭포이다. 절구폭포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마지막 탐방지인 용연폭포로 향한다.

 

 

▲  용연폭포

 

 제3폭포인 용연폭포는 주왕산의 세 폭포중 가장 크고 웅장하다. 용연폭포도 2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며칠전 온 비로 유량도 많아 장쾌한 물줄기를 선사하며 꽃잠자리인 맨발나그네에게 그 맵시를 맘껏 뽐내고 있다. 가히 절세가경(絶世佳景)이란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  진동걸음으로 발서슴하는 와중에도 간간히 기념 샷을....

 

   힘든 걸음을 하였기에 주산지까지 다녀가는 코스를 잡았으니 용연폭포를 뒤로하고 진동걸음으로 발서슴하며 하산길에 접어든다. 주왕산 정상과 가메봉, 장군봉을 오르는 것과 주왕산에 산재해 있는 또 다른 전설들로 도배되어 있는 망월대, 왕거암, 자하성, 무장굴, 연화굴 등등은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다.

 

 

▲  주산지 전경(1)

 

▲  주산지 전경(2)

 

▲  주산지 왕버들나무(1)

 

▲  주산지 왕버들나무(2)

 

▲  주산지 왕버들나무(3)

 

▲  주산지 왕버들나무(4)

 

▲  주산지 왕버들나무(5)

 

 내려와 식당에 들려 산채 비빔밥으로 배를 채운 후 주왕산에서 다붓한 주산지로 향한다. 주산지는 1721년 조선조 숙종 때 만들어진 둘레 1km에 불과한 작은 인공저수지이다. 저수지에 자생하는 10여 그루의 왕버들나무와 주변의 울창한 수림이 어울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니 우릿하고 사랑옵다. 가을날 아침 물안개에 싸인 주산지는 태고의 신비 그대로라고 한다. 그러기에 사진작가들에게는 꼭 들려야 하는 명소가 된지 오래이다. 더군다나 김기덕 감독의 영화 <,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한층 유명해진 다음부터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왕버들나무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하긴 저수지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있던 나무라면 300여년의 긴 새월을 물 속에 몸을 의지한 채 생을 이어왔으니 도리가 없을 것이다. 다만 청송군 등 관계자들이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건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니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어째거나 다은 햇볓에 반짝이는 윤슬과 고풍스러운 왕버들나무가 어울려 주산지와 꽃잠자리인 맨발나그네를 맞아주니 이 또한 가슴 벅찬 감동이다.

 

▲  주왕동천(周王洞天)에 들어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짜장 청복(淸福)을 맘껏 누린 맨발나그네

 

 

 청송의 길가 좌우로 펼쳐진 구쁜 사과밭의 풍경도 좋았고, 주산지에서 만난 태고의 신비도 가슴 벅차다.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한 주왕산의 주왕동천(周王洞天)에 들어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깃든 한 폭 수묵화 속을 거닐었으니 오늘 짜장 청복(淸福)을 맘껏 누린 멋진 하루였다. 또바기 좋은 사진으로 후희(산행후기)를 빛내준 소리새와, 송수복님께도 감사드린다.

 

(이글에 쓰인 순우리말 - 며칠전 지난 한글날을 기리며)

꽃잠자리 : 신랑 신부의 결혼 첫날밤

들머리 : 들어가는 첫머리

아삼삼하다 : 생김새나 됨됨이가 마음에 끌리게 묘하고 그럴 듯한 데가 있다

뉘누리 : 물살, 소용돌이

물꽃 : 하얀 거품을 일으키는 물결

진동걸음 : 바쁘거나 급해서 몹시 서두르며 걷는 걸음

발서슴하다 : 쉼없이 두루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다은 : 따사롭고 은은한

다붓하다 : 떨어진 사이가 멀지 않다

우릿하다 :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하다.

사랑옵다 : 생김새나 행동이 사랑을 느낄 정도로 귀엽다

구쁘다 : 먹고 싶어 입맛이 당기다

윤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짜장 : 정말로, 과연

또바기 : 언제나, 한결같이, ,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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