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왕산 장군봉(686.8m) · 두수람(927.2m) 산행기

•코스: 주왕산 주차장~당마을 민박촌~장군봉~두수람~두고개~내원동~당마을 민박촌
•일시: '04년 7월 3일
•날씨: 비, 28℃
•오후 2시 18분 경 당마을 민박촌 출발

오늘은 주왕산의 미답사인 장군봉과 제일 높은 봉우리 두수람을 오르고 내원동 쪽으로 내려서기로 하였다. 연점산 산행을 마치고 현동면(도평리)에 이른 뒤 31번 국도를 따라 북상하다가 마들 삼거리에서 ‘주왕산·대전사’ 이정표를 따라 북동쪽 도로를 따라가 주왕산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왼쪽(북쪽) 다리를 건너 당마을 민박촌에서 주차할 데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결국 다리 건너 첫째 민박집 공터에 민박을 겸하는 가게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차를 세웠다.

(14:18) 북서쪽 마을길을 나아가니 끝 농가에서 길이 끊어져 약간 되돌아 동북쪽으로 난 마을길을 따라 민박촌을 벗어났다. 야영장을 왼쪽으로 비껴 이른 갈림길에서 왼쪽(북북서쪽)으로 나아가니 비교적 가파른 시멘트길이 이어졌다. 첫 농가(지형도상 새장재)를 지나 밭일을 하는 농부에게 장군봉으로 오르는 산길을 확인하니 없다고 한다. 그러면 찾아볼 수밖에…

(14:38) 농가인지 암자인지 모를 건물에서 길은 끊어진다. 암자 뒤쪽 석축을 올라 덤불 사이를 나아가니 폐무덤이 보였고, 흐릿한 풀섶 길이 북북서쪽으로 이어졌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마음이 급해졌는데, 덤불 지대를 서북쪽으로 나아가니 주황색 표식이 눈에 띄었고, 폐무덤을 지나면서 길 흔적이 뚜렷해졌다. 건계를 건너 대략 북북동쪽으로 가파른 길이 장군암 암벽을 오른쪽으로 휘돌아 지그재그로 이어졌다. 왼쪽으로 장군암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보였고, 곧 능선에 닿아 오른쪽(북동쪽)으로 나아갔다. 길은 능선을 오른쪽으로 비껴 흐릿하게 이어져 오른쪽에서 갈림길을 만나고 이어 표지기가 걸린 왼쪽 갈림길로 나아가니 북쪽으로 가파른 오르막이 잠시 이어졌다.

(15:07) ‘청송 307, 2004 복구’ 삼각점이 설치된 장군봉 정상에 닿았는데, 북쪽으로부터 동쪽으로 시야가 트이나 나무와 짙은 구름이 조망을 가린다. 이 즈음, 드디어 장마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북동쪽으로 나아가니 ‘송이채취구역내 입산금지’ 표식이 보이고 떼가 벗겨진 무덤을 지나 ‘주왕 03-04’ 구조 표식이 설치된 삼거리에 닿았다. 오른쪽은 광암사에서 올라온 길로 짐작되었다. 북동쪽으로 나아가니 길 상태가 좋아지고 동북쪽으로 휘어 내린다.

(15:22) ‘월미기 삼거리 해발 546m, ↓장군봉 0.9km, ↑금은광이 2.2km, →상의매표소 2.1km’ 이정표가 세워진 안부를 직진하여 오르니 벤치가 있는 쉼터를 지나서 오른쪽으로는 ‘등산로 아님’ 표식이 연이어 보였으나 그 쪽 길 흔적은 뚜렷하지 않다. 조금 뒤 바위 지대에 이르니 역시 오른쪽으로 ‘탐방로 아님’ 표식이 보이는데, 아마도 기암(旗岩)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 싶다. 이정표에는 ‘↑금은광이 1.7km, ↓장군봉 1.4km·상의매표소 3.7km’로 표시되었다. 우산을 쓰고 가도 될 정도로 길은 잘 나있다.

(15:59) 안부 사거리에 이르니 이정표에는 ‘↓장군봉 3.1km, ←월외매표소 7.0km·달기폭포 5.1km, →상의매표소 5.26km·제3폭포 1.8km’로 표시되었다. 북동쪽으로 직진하여 둔덕을 왼쪽으로 비끼니 노란색 ‘119 주왕산-7’ 플래카드가 보이면서 길이 북서쪽으로 이어지길래 이상하여 지도를 보니 샘골과 너구동 사이로 향하는 지능선이다. 되돌아 플래카드에서 동남쪽으로 나아가니 벌목된 곳에 삼각점이 있는데, 바로 해발 812.4m 금은광이이다. 그러나 봉우리가 아니라 그냥 능선상의 지점이고 북쪽과 남동쪽으로만 시야가 트인다.

(16:12) 금은광이에서 완만한 오르막을 거쳐 헬기장을 지났고, 헬기장 언덕을 지나자 비는 점점 거세져 이제 옷은 완전히 젖어 비를 피하는 게 무의미해졌다.

북동쪽으로 나아가다가 바위 지대에서 자꾸만 저절로 접혀지는 우산을 손보고 있노라니 언뜻 몇 m옆의 바위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다시 보니 바위가 아니라 엄청 큰 멧돼지이다. 바로 옆에서 이 놈이 숨을 죽이고 나를 지켜본 것이었다. 놀랄 틈도 없이 나도 쳐다보니 이 놈이 흘깃흘깃 뒤를 돌아보면서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큰 송곳니가 없는 것을 보니 암컷인 모양인데, 새끼를 대동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새끼를 끼고 있으면 보호 본능으로 달려들 수도 있다고 하는데…

(16:39) 헬기장 언덕에 닿았는데, 바로 ‘두수람’ 봉우리이나 역시 조망은 없다. 바로 출발, 동북쪽으로 나아가니 천둥 소리가 이어서 들려온다. 이젠 하산해야 할 시점이다.

(16:56) 얕은 안부 삼거리(두고개)에 이르니 녹슨 표시판이 바닥에 떨어져 있고, 오른쪽(남쪽)으로 ‘→등산로’ 표식과 함께 표지기가 걸린 뚜렷한 내리막길이 보였다. 그 쪽으로 내려서니 비는 거세지고 천둥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뚜렷하던 길이 내려갈수록 풀섶 덤불에 묻혀 우산을 방패삼아 풀섶을 헤치며 내려갔다. ‘大邱 자연산악회’, ‘준·희’, ‘전주 천등산악회’ 등의 표지기가 눈에 띄기도 했으나 갈수록 정글 같이 풀섶이 짙어져 막바지에는 가시 풀섶 사이로 길 흔적이 애매해졌다.

(17:37) 왼쪽으로 계류를 건너니 농가 같은 암자가 나왔는데, 암자에는 한 아낙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빗속에 등산객이 내려오니 의외라는 듯이 바라본다. 텃밭을 지나 남쪽으로 난 길을 따르니 묵밭이 나오고 임시초소와 휴게소가 보인다. 휴게소의 개가 반가운 듯 나를 따라오다가 주인이 부르니 돌아간다.

(17:46) 왼쪽 계류에서 느지미재에서 내려온 듯한 등산로가 합류하였는데, 이정표에는 ‘↑제3폭포 1.3km·상의매표소 4.8km, ↓가메봉 2.8km’로 표시되었다. 조금 뒤 내원동에 이르니 간이매점을 겸하는 간이 건물들이 자리하는데, 휴게소가 된 내원분교터에 이르니 70년에 설립되어 80년에 폐교되었고, 졸업생은 78명이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주변 경치는 고사하고 한시바삐 민박집에 닿아 샤워를 하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하기야 과거 다섯번이나 왔기 때문에 찍어놓은 사진도 부지기수이다.

세밭골 초입에 이르니 이정표에는 ‘↖제3폭포 0.1km·상의매표소 3.6km, ↗금은광이 1.8km, ↓내원동 1.3km·가메봉 4.1km’로 표시되었다. 목제 구름다리를 건너다 폭포 위쪽, 1983년엔가 아내와 주왕산 산행을 왔다가 비 때문에 산행을 중단하고 텐트를 치고 하루를 보냈던, 옛적의 수박밭을 보니 지금은 잡초만이 우거져 있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난간을 따라 제3폭포의 장관을 구경한 뒤 다시 출발, 제2폭포 입구를 지나노라니 모처럼 부부 등산객이 보여 여정을 물어보니 비 때문에 내원동에서 잠시 쉬다가 되돌아가는 것이라 한다. 협곡 사이 형성된 제1폭포를 지나니 좌측의 급수대와 우측의 학소대가 그 자리 그대로이다.

(18:43) 대전사 앞을 지나 상의매표소를 빠져나왔고, 6시 55분 경 민박집에 도착하여 산행을 종료하였다.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이번 산행에서 멧돼지를 본 것만 기억에 남을 듯하다.

민박집 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더러워진 옷을 빨고 샤워를 한 뒤 찌개백반을 먹으니 배가 고픈지라 밥맛이 좋다. 7시 40분 경 출발, 왔던 길을 따라 효령을 거쳐 대구에 이르니 시각은 10시가 조금 넘었다.

▣ 강산에 - 멧돼지와의 한판승부, 잘 하면 이루어 질수도 있었는데... 정말 큰일날뻔 하셨습니다. 고 놈이 그래도 승질이 괴팍한 놈은 아닌가 봅니다.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장마철 안전산행 하시길...
▣ 유종선 - 산을 다니고 다른 분의 산행기를 읽어보니 멧돼지도 가지각색인 모양입니다. 지레 겁먹고 달아나는 놈, 달려드는 놈, 숨죽이고 있다가 살살 사라지는 놈... 다음 번에는 달기폭포에서 두고개 쪽으로 올라가볼 생각입니다. 강산에님, 다음 번엔 어떤 길을 개척하실지 궁금해집니다. 탈없는 여름이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