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만난 주왕산 사슴할아버지
   
   
▲  산행일시 : 2005. 6. 12(일). 맑음
▲  산행지 : 주왕산(722m) 경북 청송군 부동면
▲  교통이용 : 자가용
▲  동행인 : 마누라, 딸(10세)
▲  산행코스
상의매표소 ->  대전사 -> 주왕산 주봉 -> 칼등고개 -> 후리메기 -> 제3폭포 -> 내원마을 -> 제2폭포 -> 제1폭포 -> 시루봉 -> 학소대 -> 급수대 -> 망월대 -> 연화굴 -> 대전사 -> 상의매표소(원점회귀)
▲  구간별 거리
상의매표소-(2.3km)-주왕산 주봉-(3.0km)-후리메기-(0.3km)-제3폭포-(1.2km)-내원마을-(왕복2.4km)-제3폭포-(0.8km)-제2폭포-(0.5km)-제1폭포-(1.0km)-연화굴-(왕복1.2km)-(1.0km)-대전사-상의매표소
▲  산행일정 및 소요시간
1. 이동 (경북경산->청송 부동면 대전사 약107km , 03:20~05:00 , 2시간 소요)
2. 산행거리 약14km , 05:20~15:20 , 10시간 소요
3. 사슴할아버지 만남
4. 주산지 답사(주왕산->주산지 : 12km)
6. 귀가 (청송->경산 , 17:30~19:30 , 2시간 소요)
▲  총 산행거리 : 약14 km
▲  산행지도

 
 
▲  산행후기

'한국의산하의 월별 가볼만한 산'을 보니 6월의 주왕산이 마음이 끌린다. 무엇보다 비온뒤에 시원스럽게 내리꼿는 폭포의 장쾌함도 볼수 있고, 더위 탈출에는 능선길 보다는 울창한 송림이 무성한 숲길이 있어 좋을 것 같고, 국립공원 15개소 답사라는 올해 목표도 있고해서 주왕산으로 산행지를 정한다.


20년 만에 다시찾는 주왕산이라 추억도 있고, 미리 준비해 둔 기본자료도 있지만, 늘상 가족(마누라,아이)과 함께 하는 산행이라 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하기위해서 인터넷으로 정보을 발췌하다보니 청송 주산지가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으로 인해 유명세를 타고있다. 산행후 주산지 답사의 흥미를 더하기위해 산행 전날 비디오 빌려다 보고나니 한층 마음이 급해진다.


새벽3시 일치감치 집을 나서서 적막속의 새벽공기를 가르며, 꼬불꼬불 영천댐을 지나면서 짖은 밤안개로 인해 긴장속에 핸들 움켜잡고 2시간을 달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한다.


대학시절 친구들이랑 주왕산에 갔을때(1984년) 만난 사슴할아버지(산이 좋아서 산에 들어 산을 가꾸며 산에 사시는 분) 생각이 나서 매표소에서 안부를 물으니, 내원마을에서 내려오셔서 저기(매표소와 주차장 사이) 도자기 가게에 계신단다. 연세가 꽤 되셨을텐데..... 나보다 미국에 사는 처제가 사슴할아버지의 열연 팬이고, 형부의 산행기를 읽어주는 애독자이다보니, 하산길에 할일이 또한가지 생겼다.


새벽공기의 쌀쌀함에 움츠러드는 날씨지만 산행들머리(주왕산 주봉방향) 올라서서 계단 몇개 지나 오름길에 들어서니 , 숨이 턱에 차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이송이 맺히더니, 이내 호박에서 물이 줄줄 흐르고 허리가 뻐근해진다. 오랜만에 산에 오르니 체력이 많이 부친다. 하지만 더워지기 전에 얼른 정상에 올라 내림길의 주방천 계류와 폭포, 소, 담, 그리고 죽순처럼 솟아오른 암봉과 기암괴석, 전기없는 내원마을등 볼거리가 많고, 주산지 답사도 해야겠기에 느림보 딸아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느덧 발아래 건너편 주왕암과 병풍바위계곡 사이로 안개가 자욱이 지나가는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녹음이 짖은 나뭇가지 사이로  산들 바람이 불어오는데, 그 기분이 시원하고 상쾌함도 있지만, 세파에 지치고 찌든 심신을 정화 해주는 듯 하다.

숨가쁘게 바쁘게 돌아가는 다람쥐 챗바퀴 같은 일상, 좀 쉬엇다 가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놈의 시간과 인생에는 브리끼가 없으니, 이렇듯 산에 들면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인으로 거듭나기에 이만한 좋은 휴식이 또 있으랴……  경주 토함산을 오르다 보면 푯말에 '역사는 자연에 묻히고, 자연은 역사를 이어가니 이길을 걸으면서 꿈을 키우자.' 라는 글귀가 있는데, 주왕산 역시 많은 역사와 전설이 곳곳에 배어있는 유서깊은 명소, 자연이 빛어낸 절경을 지닌 명산인 만큼 아이들에게 이런 자연과 함께 교육의 장을 펼치고 싶지만, 이놈 아들놈은 논다고 '친구따라 강남행'인지라 오늘도 이산가족이다. 벌써 애비 마음대로 되질 않으니 아쉽기 그지없다. 아무리 좋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라더니...


2시간의 느림보 걸음으로 주왕산 주봉(722mm, 07:20분)에 오르는 동안 인적이라곤 없다.  칼등고개를 조금지나 김밥으로 허기를 채운다. 자가운전이 힘들긴 하지만 이렇듯 부지런히 서두르면 한산한 등산을 하기에는 좋을 듯하다.


후리메기 삼거리에서 산행기점을 폭포구간으로 오르신 부부를 처음으로 만난다. 가메봉을 가시다 말고 비온 뒤 길이 미끄러워 되돌아 오신다기에 지나온 주왕산 주봉 길 정경을 안내해 드리고, 제3폭포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나중에 사슴할아버지 말씀이 주왕산 절경은 역시 가메봉을 올라야 제대로 조망이 된다 하심. ㅉㅉㅉ)
역시 비온뒤의 폭포는 거침없이 장쾌하고 시원함을 드러낸다. 벌써 단체 산님들이 사진촬영을 하느라 한창이다.
아직 전기 없는 내원마을을 들렀다 되돌아오는 길에 주방천 상류에서 발을 담그자니 다슬기가 눈에 들어온다.

5월 한달을 주말마다 운문산 계곡으로 다슬기 줍느라 다니면서 다슬기 서식처와 길목을 터득한터라 적소를 정확히
잡았더니, 손가락만한 다슬기들이 돌틈새 수북히 끼여 있다. 30분가량을 머리쳐 박고 정신없이 주웠더니 캔으로 한통(시가 만원)이다. 개울의 피레미떼가 운문산과는 달리 순박해서인지 발냄새에 떼거지로 몰려들어 입으로 발을 쫒아대는데 기이한 일이다.

예상했던대로 하산길 제3,2,1폭포와 시루봉, 구룡소,학소대, 급수대등 암봉과 기암괴석은 가히 장관이다.
국립공원인 만큼 역시 많은 등산객과 사진작가,가족나들이님들로 북새통이다. 텅비었던  주차장도 관광버스가 즐비하다.


매표소를 나와 도자기 가게에 갔더니 사슴할아버지 사진이 걸려있다. 사슴할아버지 안부를 여쭈니 처음보는 안주인 인듯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안으로 들라 하시고는 기다렸던 손님을 맞이하듯 차를 권하시더니, 도자기제작 작업중이시라는 할아버지에게 휴대폰으로 연락해주신다. 우리같은 할아버지 팬들이 많을 터인데, 아주 친절히 대해주신다. 처음 보는 분이지만 이렇게 정겹게 맞이해주시는 친절과 순박함에 감동의 전율이 느낀다. 내주신 차를 마시며 사슴할아버지 안부 얘기를 나누는 사이 흰 턱수염을 바람에 날리면서 오토바이타고 모습을 보이신다.

 

20년만에 뵙는 얼굴이지만 나는 단번에 알아보겠는데, 할아버지는 갸우뚱 기억을 더듬으신다. 스타가 어찌 한낯 민초에 불과한 나를 알수 있으랴! 그런데 처제이름과 이력, 10여년전 내원마을에서 친구들이랑 민박하면서 찍었던 사진이야기를 들려드렸더니 어렴풋이 기억을 하신다. 많은 세월 동안 지금은 생활이 안정이 되신 듯, 정보화마을 기자로도 활동하시고, 도자기도 만드시고, 인터넷 까페(daum)도 운영하시고, 강산이 바껴도 두번 바꼈을 세월이지만 71세의 연세답지않게 매우 활동적이고 건강해 보이신다. daum까페에서 사슴할아버지와 다시 뵙기를 기약하고, 처제에게 멋진 소식 전해줄 이야기꺼리를 만들어가니 더욱 기쁘다. 

 

차를 몰아 대전사에서 12km 떨어진 주산지에 다다르니 주왕산 주차장 만큼이나 차들이 많다. 혼잡을 피하기위해서인지 주차장입구에서 1km가량을 걸어 가야 한다. 젊은나들이객과 사진작가들이 많이 즐겨찾는 듯하다. 잔뜩 기대를 하고 갔더니 영화촬영 세트인 저수지위의 절은 국립공원이라 철거 되었고, 영화속의 아늑하고 운치있는 경관은 없고, 농사철 물을 많이 빼서인지 100여 년 묵은 능수버들과 왕버들 30여 그루만 호수밖에서 풍치를 자랑하고 있다. 왕버들을 배경으로 딸아이 추억을 담을 사진 몇장을 찍고 산행을 마친다.
   
△  산행기점인 대전사에서 본 주왕암

 

△ 주왕암 주봉 오름길에서 본 주왕암

 

△ 주왕계곡을 지나는 운해

 

△ 기암과 운해

 

△ 기암

 

△ 병풍바위

 

△ 주왕산 주봉의 정상석

 

△ 칼등고개길

 

△ 제3폭포 하단부

 

△ 제3폭포 상단부

 

△ 내원마을 내원 초교 분교(6.25사변이후 160명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지금은 폐교됨)

 

△ 제2폭포

 

△ 주방천 계곡

 

△ 제1폭포

 

△ 기암(1)

 

△ 기암(2)

 

△ 급수대

 

△ 대전사 전경

 

△ 사슴할아버지와 딸

 

△ 주산지 전경

 

△ 주산지 왕버들(1)

 

△ 주산지 왕버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