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주왕산이라고?

언  제 : 2007.10.18(목)

누구랑 : 아내와 함께 산악회 따라서

07:20 대림동산 → 12:02 상의리 주차장 → 12:14 대전사 → 13:18 주왕산 정상 → 14:23 후리메기 → 14:35 제3폭포 → 15:06 제2폭포 → 15:20 제1폭포 → 15:40 급수대 → 16:15 대전사 → 16:30 산행 끝 → 17:20 평택으로

산행에 맛을 들여 세앙쥐 풀방구리 드나들 듯 하루에도 수차례 "한산"에 들락거릴 때가 있었는데 3년전 초여름이었지 싶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마우스 몇 번 굴리다가 이 그림을 보고 전기에 감전된 듯 온몸에 소름이 돋아 기절할뻔 했다!..  

2003.6. 산거북이님의 주산지

주산지라는 처음 들어보는 지명과 주왕산이란 산이름도 그때 알었다. 그후 "한산"의 지인들이 많이들 다녀왔지만 나에게는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늦게 퇴근하는 아내가 주왕산 예약을 했다며 나의 의향을 물어 온다.

2년전...기회가 한번 있기는 있었다. 우수공무원 어쩌구 하면서 공짜 주왕산 산행이 포함되어 있길래 어거지로 한몫 끼었더니 주왕산은 콧빼기도 보지 못하고 조령관문에서 얼쩡거리다 돌아온 일은 있었다.

이렇게 주왕산과는 인연이 없었는데 그놈의 길이 하도 멀어서 선뜻 대답을 못하다가 에~라이!...아내와 함께라면 섶을 지고 불속에라도 들어갈 판인데 꼴랑 4~5시간 버스에서 시달리는게 무서워 꽁무니를 빼서야 어디?...더군다나 남들은 아내와 함께 산행 한 번 해봤으면 원이 없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만?....ㅋㅋㅋ잘 하시었소!!

나도 주산지를 보고 싶었다. 뒤툴린 왕버드나무와 호수에 비친 몽환적인 그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다!....그러나 주산지를 볼려면 절골로 산행코스를 잡아야 하는데 대전사에서 들어간다니 아내와 나는 몹시 서운해한다. ㅉㅉㅉ!...

다녀온길

임하댐을 지나며

멀기는 멀었다. 얼추 5시간만에 대전사 경내에 선다.

주왕내기(周王內記)》에 따르면, 중국 당나라의 주도(周鍍)라는 사람이 스스로 후주천왕(後周天王)이라 칭하고 군사를 일으켜 당나라에 쳐들어갔다가 크게 패하고 신라로 건너와 주왕산에 숨었다. 이에 당나라가 신라에 주왕을 없애달라고 부탁하자 마일성 장군 오형제를 보내 주왕의 무리를 죽였다고 한다.

그 뒤부터 주왕이 숨었던 산을 주왕산이라 하고, 절은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大典道君)의 이름을 따서 대전사라 하였다는 것이다. 절 이름은 나옹화상 혜근(惠勤)이 붙였다고 한다. 또한 신라의 주원왕(周元王)이 수도했던 산이라서 주왕산이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다.(웹에서)

대전사에서

대전사에서

대전사에서

남이사 뭐라든둥 우리는 우리끼리 행복해!..

나도 단풍...폭포는 내려오면서 보기로 하고 우선 주왕산 정상을 향해 나무계단을 오르는데 아내는 자주쓴풀 꽃에 혹해 허리를 구부렸지만 나는 앙징맞은 단풍나무에 혹해 무릎팍을 구부렸다. 꽃과 단풍?...우리 사이는 아니지?...ㅋㅋㅋ

 

상의리 마을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만일 산에 나무가 없다면?...

정상이 가까운 깔딱고개에서 노산객이 몹시 힘들어 한다. 어설픈 격려로 노산객의 기분을 언짢게 할까봐 조용히 지켜보다가 얌전히 올라간다. 불원간 나도 저분처럼 힘들어 할텐데?...얼씨구? 지금도 힘들어 하면서...ㅋㅋㅋ

모처럼 선명한 능선을 보니 장쾌한 이 맛에 산을 오르나 보다

 

 

너무 빠른거냐?...너무 이른거냐?...수달래 한송이 꽃잎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을 나무에서 본다면 너무 오바한걸까?... 나도 내 나무를 심고 싶다. 그러나 내 땅이 없다. 썩을!...

나무 : "무언가 너에게 주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내게 남은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단 말야.
        나는 다만 늙어 버린 나무 밑둥일 뿐이야, 미안해..."

소년 : "이제 내게 필요한 건 별로 없어. 앉아서 쉴 조용한 곳이나 있었으면 좋겠어. 난 몹시 피곤해."

나무 : "아, 그래." "자, 앉아서 쉬기에는 늙은 나무 밑둥이 그만이야. 얘야, 이리로 와서 앉으렴.
        앉아 쉬도록해"

        소년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다. 영원히....(쉘 씰버스타인)

3폭포위 다리에서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이상하네?...왜 나는 이 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후리매기에서 300여메타를 거꾸로 올라왔을까?...

단풍의 조화 (2폭포 가는길에)

2폭포 가는길에

2폭포에서

홍단풍

몹시 힘들어 하던 저 노산객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걸을까?...

 

급수대에서....산 할아버지의 머리칼은 뭉텅 빠졋고 두 눈은 짇물러 찌그러졌으며 코는 바람에 깍여 들창코가 되었고 앙다문 입술은 세월의 무게를 감내하는 고뇌의 표정이 역력하다. 거기다가 검버섯까지?...할아버지 이렇게라도 오래오래 사이소...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고 합디다!....ㅋㅋㅋ

 

 

 

 

 

 

 

 

나무는 정말 아낌없이 주었다...

언제나 나를 흐믓하게 하는 풍경이다... 원체 널널한 산행이다보니 아내는 원 없이 사진 찍는다고 늦는가 보다?...뒷풀이 찌게는 아직 준비가 안되어 맨입으로 특주 한사발 들이키고...할매 앞에 앉았다.

할매 : 오늘은 장사가 안되여!...좀 사슈?....

마음 같아서는 "아도"를 때리고 싶었지만?... 때깔 고운 사과 1망, 대추 2되를 비닐봉지에 담고 일어선다...나는 영원한 할매의 팬이여!....ㅋㅋㅋ(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