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주왕산(周王山. 722m)

***경북 청송군 부동면, 경북 영덕군

▶▶▶ 산행일시 : 2005. 7. 3 (일) 12:27 - 15:31

▶▶▶ 산행자 : 초이스 와 짝궁뎅이

▶▶▶ 산행코스

11:20. 주산지 → 11:17. 주왕산 주차장 → 11:27. 상의 매표소 → 13:24. 주왕산 정상 → 14:46. 제 3폭포 → 15:03. 학소대 → 15:31. 대전사(상의 매표소)

***산행시간 : 약 3시간 4분(휴식 및 중식시간 포함)

***산행거리 : 대전사 → 2.2km ← 주왕산 → 3.8km ← 제 3폭포 갈림길 → 0.6km ← 제 3폭포 왕복 → 3.1km ← 상의 매표소

【산행거리 약 9.7km】



▶▶▶주왕산 : 산세가 아름다워서 경상북도의 소금강(小金剛)이라 하며 역암·응회암·유문암 등의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기암절벽이 병풍을 두른 듯하다 하여 석병산(石屛山)이라고도 한다.

계곡과 폭포가 절경을 이루고 있으며 1976년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신라 왕자 김주원(金周元)이 이 산에서 공부했다고 하여 주방산(周房山) 또는 대둔산이라고도 하고,
중국 동진(東晉)의 왕족 주도(周鍍)가 후주천황(後周天皇)이라 자칭하며 당(唐)나라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패주하여 이곳에서 은거한 일 등에서
주왕(周王)들과 관련지어 고려 말 공민왕 때의 왕사(王師) 나옹화상(懶翁和尙)이 주왕산이라 이름지었다고 전해진다.

자료/펌


♠♠♠산행기 들머리

이번 주 산행은 일찌감치 주왕산으로 정해 놓고 기다리는데 한 주일 동안 장맛비가 자주 내렸다.
비 때문에 주중 산행도 한 번밖에 못하고 몸이 근질거리는 중에 이번 일요일에도 전국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나오니...

'한 주라도 산에 오르지 않으면 발바닥에 곰팡이가 핀다.' 고 했던가???
비가 오고 눈이 내려도 산에 갔다 와야만 마음이 편하니,

며칠 전, 주위에 아는 분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는데 그 걸 보면서 마음이 무척 우울했었다.

'백년도 못 살면서 천년의 근심으로 사는 중생들' 인 우리네 인생이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 핑계로 며칠 동안 알콜에 알탕(?)을 하면서 지냈다.

죽어도 썪지 않을 이 몸이여!!!

...

모가지가 길어 슬픈 술병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

그래,
그랬었다.
술병은 말이 없었다.

단지 사람들이 말이 많았을 뿐...

주왕산은 처음 가보는 길이다.
마눌은 새벽부터 일어나 밥짓고 이것저것 준비를 한다.
먹을 거, 마실 거 많이 챙기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 댔다.

산에 고사 지내러 가는 것도 아닌데 바리바리 싸서 짊어지고 가야 하는 무거운 짐진 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주왕산은 그까이거, 몇 시간이면 후다닥 즈려밟고 댕겨 올 수 있는 산행 코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07:05. 서울 길동을 승차한 버스는 상일동에서 마지막 일행을 태우고 곧바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비가 내린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뉴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한다.
좌석에 절반도 안 되는 인원이 타고 내려가자니 웬지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약속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중앙고속도로 단양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경북 「西안동」톨게이트로 나와서 국도를 얼마나 달렸을까?
경북 청송의 「주산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산지는 주왕산 인근에 있는 저수지로 신라시대에 축조했다고 하는데 오늘 내가 본 주산지의 모습은 둘레에 심어놓은 왕버드나무의 모습이 조금 색다르다고 할 수 있을 뿐 물이 많이 빠진 모습이 황량하기까지 하였다.

주산지는 몇 년 전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더욱 유명해 졌는데 그 영화의 장면하고는 너무 다르게 보였다.

잠시 우중 산책을 마치고 주왕산 「상의 매표소」로 차를 돌렸다.

처음 계획은 「절골매표소」를 산행들머리로 잡아 가메봉을 넘어 큰골의 「내원마을」부터 계곡을 따라 「大典寺」절까지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폭우로 인하여 절골을 통제했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대전사에서부터 내원마을까지 계곡을 왕복하거나 통제만 하지 않는다면 주왕산을 올라 후리메기를 거쳐 대전사로 원점회귀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대전사 위쪽에서 주왕산 가는 길을 통제를 하지 않는다.
처음 주왕산 들머리 오름 길에는 나무 계단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주왕산 2.1km)
서울에서 이곳 청송까지 오는 동안 한 시도 쉬지 않고 내리던 비가 주차장에서부터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다.

이렇게 비가 멈춰만 준다면 오늘 산행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

긴 나무계단이 끝나고 산길에 접어들었는데 발이 무척 무거워진다.
긴 시간 버스에 앉아 온 까닭일까?
아니면 워밍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일까?
아무튼 누가 잡아 당기는 것만 같다.
더구나 마눌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려고 하니 더욱 힘이 드는 것 같다.

땀이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몇 번을 쉬어가며 찬물 보충을 해 댔다.

정상을 800m 정도 남겨두고 마눌이 오른쪽 발가락부터 쥐가 나려고 한단다.
마눌의 발바닥을 몇 번 발끝으로 차서 풀어 주고 다시 올라갔다.

13:24. 주왕산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722m로 야산에(?) 불과한 산인데 왜 오늘은 이렇게 힘이 들었을까?

정상에는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고 식사를 하고 있어서 꽤 넓은 공터가 비좁을 지경이었다.
하는 수 없이 조금 아래로 내려오니 넓은 장소가 나타난다.

가지고 온 막걸리 한 병을 둘이서 게눈 감추듯 나누어 마시고 나서 맛난 점심식사를 한다.
아침에 그렇게 많이 싸지 말라고 말렸던 음식들이 이렇게 꿀맛이라니...

한 번인가 오르막을 올라 봉우리 하나를 넘고 나니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아래쪽 작은 계곡쯤 내려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냥 비를 맞으며 내려오다가 빗방울이 굵어져서 하는 수 없이 비옷을 꺼내 입었다.
그렇게 제 3폭포 갈림길까지 내려왔다.

갈림길에서 3폭포까지는 300m, 왕복 600m가 된다.
여기까지 왔는데 안 보고 그냥 갈 수는 없지 않는가?

14:46. 장마로 인해서인지 폭포 물이 제법 많이 내려온다.
얼마 전 설악산 대승폭포에서 물 한 방울 내려오지 않는 모습과 비교가 된다.

우산을 쓴 채 간신히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서는데 이제까지 괜찮았던 등산화에 물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다.
등산화를 오래 신어서 이제 방수기능이 많이 떨어졌나 보다.

제2폭포는 큰골 계곡에 있는 것이 아니고 왼쪽으로 약 200m 정도 올라가는 지류에 있다.

그러나 그쪽 계곡에서 내려오는 수량이 별로 많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폭포가 그리 크지 않을 거라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보지 못하고 지나쳐 오니 뭔가 허전한 마음도 생긴다.

대로 같은 길을 따라 한 참을 내려오니 갑자기 시커먼 바위 절벽이 앞을 막아선다.
여기가 「학소대」이다. (15:03)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계곡이 흐르고 굴처럼 파인 바위 아래로 사람들이 통행하는 길이 만들어져 있다.
주왕산을 오르면서 눈에 보이는 암봉들을 바라보고 저 암릉들 때문에 여기가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학소대」에서 「시루봉」 「급수대」까지 내려오면서 역시 이곳 주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야만 했던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자연의 오묘한 조화 앞에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마눌이 무슨 나물을 사 가자고 한다.
무쳐 먹어도 좋고 삼겹살 구워서 쌈 싸 먹어도 좋다는 취나물 닮은 그 나물 이름을 생전 처음 들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15:31. 처음 산행 들머리였던 갈림길을 지나고 「대전사」앞 마당에 내려섰다.
대전사는 보광전과 명부전을 비롯 몇 채의 건물들만 덩그러니 서 있는 것이 조금은 초라하게 보이는 절이었다.

안내판을 보니 신라 『의상대사』가 처음 지었다고 하니 역사가 무척 오래 된 사찰이건만 보광전 앞에 서 있는 석탑까지도 묵은 때가 끼어있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근래에 세워진 것 같았다.

보광전 뒤로 저만치 불쑥 솟아 있는 암봉이 마치 수호신처럼 느껴지고 터가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모두다 옛 것이 아닌 듯 하다.

의상대사는 전국에 얼마나 많은 불사를 했을까?
방방곡곡 가는 곳마다 의상대사가 세웠다는 절을 무척 많이 본 것 같다.

산행을 마치고 나서 세수를 하고 머리 감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아홉시간 차 타고, 세 시간 산에서 보낸 비 내리는 일요일, 찬 쏘주 한 잔에 취하고, 따근한 수제비 한 그릇에 취해 비에 젖은 주왕산에게 이별을 고한다.




<↑ 산행지도>
가운데 노란선

<↑ 주산지 왕버드나무>
비가 내려서 사진 찍기가 무척 어려웠다.

<↑ 주산지와 마눌 >

<↑ 촛대봉(?) 방향 >

<↑ 주왕산 첫 들머리 나무계단>

<↑ 오름 길에서 바라 본 촛대봉 방향 >

<↑ 학소대 계곡 방향>

<↑ 주왕산 정상석>

<↑ 하산길 이정표>

<↑ 빗속의 제 3폭포 (위쪽) >

<↑ 제 3폭포 (아래쪽 모습) >

<↑ 학소대 1>

<↑ 학소대 2 >

<↑ 암벽 >

<↑ 시루봉>

<↑ 급수대 >

<↑ 대전사 보광전 >




♠♠♠산행기 날머리

세상이 좋아져서 이제는 일부 도서 지역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어느 곳이든지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것 같다.

오늘 찾아 온 이 곳 청송은 생전 처음 와 본 곳으로 예전 같으면 이렇게 하루만에 왔다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으리라.

낯선 사람이 매력적인 이유는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아는 바 없다는 점 때문이듯이 낯선 지방이 매력적이 이유도 바로 그런 까닭이 아닐런지?

다시 집에 돌아와 주왕산 지도를 바라보면서 주왕산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장군봉 → 월미기 → 금은광이 → 두수람 → 먹구등 → 명동재 → 느지미재 → 왕거암 → 절골로 하산하거나 왕거암 → 대관령 → 우설령까지 반원을 그리는 산행을 한 번 해 보고 싶어진다.


" 세상에 낯선 산은 없다,
아직 알지 못하는 산이 있을 뿐이다."
라고.

***오늘 산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