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을 오르며

 

바위가 잘린다

세월의 날에

하나인 몸이

일곱 折岩으로

 

하지만

억년 넘어

지나는 나그네

밭은 숨소릴

재우는

일곱 둥우릴(巣)지어

 

오래전,

모습으로

하나되어 있네

 

 

 가장 명징한 산이름에 대한 기억은 주왕산이었다. 아주 오래전 가을,

어느날 라디오를 통해 우연히 접하게주왕산사계절를 통해

아름다움이 남한의 산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산악인의 일언으로

뇌리에 깊은 절괴(折塊)남겼다.

 

백악기시대 덩어리였던   몸이  1억만년을 지나  

일곱으로 나누어진 , 기암과 전설의 선유선사의 땅을

만나려 제법 쌀쌀한 아침기운을 느끼며 버스에 몸을 맡긴다.

 

경북청송, 기나긴 아침 차행이었다. 해는 어느덧 차창산위에

한참 위로 서있고 안동시내를 지나 안동댐을보여주며 주왕산코스의

들머리인 달기약수로 유명한 약수탕매표소에 다다른다.

 

오전1025, 주왕산을 향한 발걸음은 띤다. 유난히 금년 가을의 단풍을

포도(鋪道) 왼쪽에 두며 즐긴다. 오른쪽으론 시냇물같은 나즈막한 계곡물이

이어지고,, 비가 오지 않았지만 닭이쪼아도 터질정도의 물이 많은 땅이라서인지

메마르지 않고 흐르는 물의 정기가 산행을 재촉한다.

 

 

 

 

지난9월, 지리산종주에서 만난신갈, 열려라님과 지질에 대한얘기를나누며

포장도로를 걷자니 10여미터가 넘는웅장한 모습의 달기폭포가 월외계곡

, 석교건너 얼굴을 내민다.

 바로 내려가서 폭포수가 떨어지는 기운을 머금고 싶었지만

거리가 상당하다.

 

금은광이까지 5.2KM, 아쉬운 마음을 뒤로 두고 너구동마을로 향한다.

산마을의 남루함이 풋풋함으로 다가오는 너구동마을,

포장된 도로는끝을 보이고 흙과돌이 뒤섞인 산길이 발아래 놓인다.

 

눈을 조금 높이 두면 완연한 노년지산형을나타내는초가지붕의 매무시를

봉우리가 그다지 화려하지않은 채색으로 물들어있고 억새꽃은 햇빛에

반짝이며 수줍은 아름다움을 들어낸다.

 

 

 

 

 

파스텔화처럼 펼쳐진 주위광경을 바라보며 걷자니 어느덧 금은광이로 이어지는

깔딱고개로 접어든다. 모녀가 함께 오신듯 정겨운산행모습에 따스함을 느끼며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고갯길을 쉬엄쉬엄오른다.

 

 시월말, 한라산산행시 무리해서 내려오느라 쑤셨던 왼쪽무릎을풀어주며

오르다보니 812M 금은광이()거리가 나온다.

 

1210, 어디론가 금은맥이 속살 깊이 줄져 있었으리라 생각하며

금은을 깔고 식사를 하기로 했다곳이 이번 산행중 가장 높은 고지이기에,,,

식사를 마치고 간단한 기념사진 차알칵하고 장군봉과 3폭포로 나누어지는

금은광이에서 3폭포를 향해 내리막길을 향한다.

 

 

 

 

잡목과 촘촘히 박힌 돌을 징검다리 삼아 새밭골을 내려오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오후1, 3폭포가 2단으로 걸쳐져 있다.

달기폭포와는 대조적으로 선녀의 옷자락이 접혀있는듯 물줄기도 단아하다.

북적이는 이들사이로 내려와 3폭포에 손을담구고 선녀의 숨결을 더듬어본다. ^^

 

3폭포에서 정돈된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니 2폭포를 알리는 폿말이 들어온다.

 등산로에서 벗어나 안쪽으로 두사람이 겨우 걸을 정도의 길을 따라 걷자니

폭포라 불러주기 검연쩍은 2폭포가 나온다. 애기같은 모습에 실소를 하며

되돌아나오다 자갈이 많이 깔린 너른 계곡 한편에서 잠시쉰다.

 

 

 

 

사람으로 흙먼지가 터덜터덜 일어나는 등산로길을 손수건으로 입을

막으며 걷자니 눈에는 이스터섬의 인면암과 비슷하게 보이는 시루봉이 들어온다.

140, 시루봉과 학소대 표지판을지나니 단애가 키를 몇번이나넘 을높이로

있고 그 사이로 목제계단이 연이어져 있다.

 칠천 오백만년의 백악기기간동안에 태어나 세월의 칼날에 나누어진 학소대와

 병풍바위(?)아마, 주왕산 일곱절괴암중 가장 가깝게 있는 오누이같은 기암절벽이었다.

 

 

 

 

기암절벽을 나오니 주왕암과 대전사로 나누어지는 길이 나온다.

등산로에서 위로 주왕암을 향한다. 조금을 오르니 갈라진 기암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몸을휩싼다. 얼음계곡같다.

작은 돌무더기에 돌하나를 올려놓고 걷자니 평탄하게 굽어진 산길사이로

왼쪽, 급수대가 서있다. 밑에서 물을 올려보냈다고 하니

밧줄길이와 두께도 상당했으리라.

 

조금 걷자니 꺽어진 모퉁이에 연경산약수터에있는

나무로 만든C 데크형전망대와 유사한 망월대(?)올라

연꽃을 닮았다는 연화봉과급수대를 살짝 조감한다.

 

 나무에 적힌 이름을 보며 길을 따라가니 주왕암이 보인다.

바로 앞에 화장실이 있어 냄새가 진하다.

 

 

 

 

 

암자라서 그런지 좁은공간에 건물이알 차게 놓여있다. 주왕암을 지나

암절벽 사이로 계단을 따라오르니 주왕이 숨어지내다  죽었다는

다소 협소한 공간의  주왕굴이 나온다.

 155, 굴안에는 향을 꽂아놓고 절을 하는 방석이 마련되어있고

산신상같은 부조가있다. 주왕굴앞, 계곡으로 떨어지는 물을 받으려

사람들이 지어 있다.

주왕굴안으로 떨어지는 물에 손을 적시고 다시 주왕암으로내려왔다.

 

 

 

 

 

 옆으로 놓인 대웅전을 기웃거린후 산신각과 칠성각을 살펴보고 칠성각에서

눈에 들어오는 풍광을 즐기자니 신선이듯 하다. 

자연관찰로라 적힌 길을 따라 고로쇠나무, 신갈나무등을 보며 내려가자니

다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왼쪽으로 낮은계곡이 시내가 되어 누워있고

길이 아마도 봄이면 온통 선분홍으로 물든다는 주방천 수달래군락지인듯하다.

 흙먼지를 피하며 바삐 내려오자니 다리하나가나 온다.

 대전사와 주왕산으로  갈리는,

 

오후220, 왼쪽무릎이 아파왔지만 주왕산길을 따르기로했다.

낙엽이 떨어지는 주왕산으로의 길은 곳곳에  학둥우리를 품은듯하다.

가여린 다리 하나로 선 학의 피곤함을 안아주는 둥우리처럼 지친

산행자에게 좌우로 펼쳐지는주왕의 괴암들이 눈에 들어오는 평지를

숨이 가파를 때마다 하나씩 마련해 준다.

잡목으로 조망이 보일거라는 것은기우였다.

 

진주를머금은조개처럼, 학의 둥우리같이 놓여진손바닥만한 평지 일곱을 지나니

 오후 310, 720.6M, 주왕산정상에다다른다.

 

등산화를 벗고 수고한 발과 아픈 무릎에 사랑의 애무를 담뿍한 오후335,

늦가을의 주왕산정상에 등을보이며 날머리인 대전사로 향한다.

 

 

 

 

 

 

넓은 평지에 건물이 듬성하게 있는대전사에서 이미 비워진 물통을

채우고마른목을축인다. 대전사매표소미쳐, 대웅전을 앞에 기암을

바라보며 저 멀리보이는장군봉, 연화봉, 봉우리를,,

 

다른 절괴로 다가늦가을 주왕산을 뇌리에 새긴다.

다시 만날 그 어느계절의 주왕산을 기약하며,,,,

041107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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