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에 잠들어 있는 게으른 새벽을 나무라며 집을 나섰다
깊은 가을밤 달디단 잠을 깨웠더니 눈꺼풀도 무겁고 발걸음도 무겁다
박무에 짓눌려 달린 그 길 눈치챌 수 없는 무거움이 힘들게했다
5시간 여정끝에 만난 사랑. 아! 참으로 투명한 그 사랑!



가을에 물들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이 가을 깊히 앓는 사랑 지지 않을 수 있는가.
노랗게 물든 적상산 자락 생강나뭇잎같이 선명하고도 명쾌한 사랑.
아, 그 투명한 사랑
거기에도 있을까
세상 모든 사람 두 눈 다 감게해도 감출 수 없는 그 선명한 사랑을 찾아서 산으로 가리라.
주방천 물길을 거슬러 오르든, 신술골 물길을 거슬러 오르든
골짝골짝 감추어둔 그 선명한 사랑을 찾아가리라.

주산지.
별바위 그 깊은 골 물들을 다 불려들어 천천히 천천히 깊어진다
우리 맘은 선한 물결과 달라서 얕음에도 노도가 일곤하지만
주산지 그리 넓지도 않은 못
산도 천천히 내려서 못 속에 가라앉아 쉰다
나무들은 산들의 움직임에 가만히 얹혔다 더불어 쉬어간다.

잊어 버릴  수 없는 화려한 빛깔의 사랑들을 물속에서 보았네
어여쁘다 말하려다 그만두었네
말이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어서.





흔적 : 절골(왕복)-주산지(왕복)-이전리-640봉-칼등고개-생살터-새골-상의리


아무도 모릅니다. 내가 왜 이곳에 서게 되었는지...
주왕산 절골매표소로 들어가 절골 대문다리 풍광에 취해 비틀거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보니
마음이 먼저 달아나자 그랬는지, 몸이 그랬는지 내 몸과 마음은 주산지를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도 빨강, 노랑, 주황, 초록을 붙잡고 있다 흘려 버린 풀빛과, 온갖 색감이 어우러져
쾌지나칭칭을 따라 돌고도는 단풍들의 강강수월래 놀음에 빠져 시간을 강탈 당하고 허우적허우
적 반죽음이 되어 그곳을 탈출합니다. 대전사로 이동해야는데 기약 없는 버스를 버리고 차의 길
을 따라 유유히 빠져 나옵니다. 그리고 내친 걸음 상이전 주산지마을길 따라 숨어듭니다

난삽한 640봉길을 헤쳐 칼등고갯길을 따라가다 문득 만나는 주왕산 우뚝한 자태를 만나고 발아
래 까마득히 곤두박질치는 사창골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휙 돌리는 순간 작은소류지가 철교같은
검은 다리를 걸치고 자리보전하고 있는 풍경은 어쩔 수 없는 절경이 되어 내려오라 손짓합니다.

곤두박질 메다꽂는 급경사를 내려서나 길이 아닙니다. 짐승의 놀이터를 괜히 건드렸나봅니다.
쏟아지는 몸무게를 주체하지 못한 채 거꾸로 쳐박히다시피 내려 선 곳에 천연기념물이 산다는
소류지를 만납니다. 

그렇게 내가 가는 길은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그 순간 결국은 길이 되고마는 유희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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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골매표소 훨씬 못미쳐 주산지와 나누어지는 길을 잠시 올라오던 대진이를 버리고 탈출한 이들입니다
원, 투, 쓰리 뻣뻣한 혀를 돌아나오는 카운터가 허공에 흩어지기도 전에 절골을 향해 달아난 이들의
등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돌아보니 아직 느긋한 동행이 있네요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이지요.





순광, 사광, 역광 구분할 줄 모르지만 하여간 빛의 필요성을 알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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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나무계단을 지나서 돌문 속으로 들어갑니다





역시 기대를 져 버리지 않습니다. 소문난 잔치상 젓가락이 바쁠 것같은 예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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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를 거머쥔 진사들의 포사격 연습 중입니다
한 장 훔치고나서 대포에 맞아 죽을까봐 언능 비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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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테크를 돌아서는 기분 괜찮군요





대문다리를 벗어난 님들은 가메봉을 향하여 진격을 하고 이 몸은 다리 위에서 몸을 돌립니다
절골에 대한 배신이지요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아까 그 진사들 한 자리에서 잘들 놀고있네요

















이제 돌아서 내려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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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 나가면서 바라보는 그림이 더 멋지네요





얕은물에 빠진 단풍빛이 제법 황홀합니다





마지막 눈길입니다
몸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마음이 남아 여기 선 이 돌위에 벗어 논 마음의 신발이 가지런히 남습니다





나는 나가고 이들은 들어가고 부러운 마음에 이들의 등을 훔쳐봅니다





그 집이 궁금해 들어갔더니 역시나입니다 지붕 위로 나타나는 주왕 하늘금도 멋지고
돌아서면 맞딱뜨리는 절골의 풍경은 무릎을 치게합니다





 암릉을 당겨봅니다





그 집 마당에서 바라보는 절골 풍광입니다


그리고 사과밭을 이곳저곳 배회하다 주산지로 향방을 잡습니다


주산지쪽 산그리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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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저수지 둑 쪽을 바라봅니다





♣ 주산지 (경북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청송군 부동면 소재지인 이전리에서 약 3km 지점에 있는 이 저수지는 약 270년 전에 준공된 것이다. 그다지 큰 저수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난 적이 없다 한다. 주산지는 1720년 8월 조선조 숙종 46년에 착공하여 그 이듬해 10월 경종원년에 준공하였으며 6천여평 남지산 면적에 60가구가 이물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고 있다. 길이 100m, 넓이 50m, 수심 8m 아담한 이 호수가 주왕산 연봉에서 뻗친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여 마치 별천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특히 호수 속에 자생하는 약 150년생 능수버들과 왕버들 30수는 울창한 수림과 함께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이곳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별바위까지 이르는 등산로도 매우 운치있는 경관을 자랑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며 특히 사진가들이 그 풍광을 담으려고 즐겨찾는 곳입니다. 주산지 둑 옆에는 작은 비석이 하나 서있는데 주산지의 축조에 관한 내용이 새겨져 있다. 이 비석에는 축조당시 유공자들의 이름과 공사기간에 관한기록, 그리고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전망대입니다









대낮에 별을 줏을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습니다. 열심히 주운 결과물입니다













되돌아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자리에 섰습니다





물빛이 달라졌습니다. 단풍이 단체로 물속에 뛰어들어 자살을 감행했습니다





가운데 선 저 나무 어디서도 담을 수 없는 그림의 나무였습니다
반대편 멀리에서나마 당겼지만 묻힙니다





주산지 둘레의 산릉도 아름답습니다





불입니다
나무의 불입니다
물속에도 불입니다
주홍으로 타오르는 물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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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 끝에 걸린 풍경입니다





주산지에서 탈출해서 열녀비를 지나 이전으로 들어가니 주산지마을길입니다
야생미가 물씬 풍기는 야산입니다. 첫 번 째 볕바른 무덤에서 자주쓴풀을 만납니다


온 산이 환합니다. 생강나무들이 노오란 등을 화들짝 깜짝놀랄 만한 환한 등불을 켠탓이지요





이 산에서 단풍나무의 존재는 희귀성 식물군에 속합니다





생강나무는 적상산의 생강나무군단을 떠올리게하네요





야생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산릉을 졸졸졸 따라갑니다
낙엽이 너무 깊어 미끄럽습니다 이러다 낙엽탕을 하게되는 건 아닌지 심히 염려됩니다
열심히 걷다보니 덜컥 만나는 전망대 끝에서 바라보는 주왕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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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살터, 윗새골 박무에 갇혀 허우적거립니다





명풍송 끝 벼랑에 서서 생살터 작은 못을 내려다봅니다





다리를 건너면 길도 있습니다





주왕산릉


손 까부는 유혹에 홀려서 허리 꺾으며 내려서면 만나는 그림이 있습니다


못 끝에 쪼그려앉아 쏘는 맛도 괜찮습니다
물에 빠진 다리는 철교를 연상케합니다
산도, 나무도, 다리도, 하늘마저도 물에 들어가 멱감는 시간입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니 좀 전에 훔쳐보던 그 벼랑 전망대가 저어기 꼭대기에 걸려있습니다





약속시간이 가까워지는지 역광속에서 물에 빠진 시간이 깜박깜박 졸고있습니다





물가에 다시 내려서서 올려다보는 산릉 참 예쁩니다





아직은 가을입니다
하얀 머리채 풀어 깃발 삼아 흔들어댑니다
붉은 단풍진잎새는 허연 것을 더욱 허옇게 만드는 힘을 가진 듯합니다





둑에 서면 갈 일을 까맣게 잊어 버릴  듯 합니다





칼잎용담





이 예쁜 길을 두고 가야하는 마음은 어떤지 알기나 하십니까?





다행히 저 그림끝에 또 다른 유혹이 있습니다





마음은 청정합니다.
처렴상정(處染常淨) 처렴상정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자로 써보면 ‘곳 處, 물들 染, 항상 常, 맑을 淨’ 자가입니다.
이 말은 ‘더러운 곳에 처해 있더라도 때 묻거나 물들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마치 황사라도 낀 듯한 박무에 시달린 시계였지만그 님의 말처럼 이 길 위에서는 절대 더러워지지
않음을 압니다 세상 모든 것이 때 묻더라도 산은 여전합니다. 처렴상정이지요. 더러웠던 마음도
산에 들어가면 깨끗이 정화가 되는거지요

우리에게 산은 처렴상정의 상징이되는 셈이지요





생살터를 빠져나오면 과수원이 이어지는 윗새골입니다. 그 길바닥엔 차에 치인 뱀들의 사체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청정지역이라는겁니다. 그러니 사과의 맛 또한 일품이 당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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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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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등걸 뒤에 숨어있던 구절초가 까꿍놀이 하잡니다





주왕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자락에 최근 만든 소류지가 하나있네요





상의리로 이동하다 만나는 주왕산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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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카펫 괜찮네요
발바닥 불나도록 신나게 걸었던 한나절의 배회가 끝나고 그 걸음도 모자라 + 0.9키로를 하니
대진이가 민박집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