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이른 주왕산을 다녀와서......

 

  기암이 병풍처럼 자리한 주왕산과 대전사

 

-일시: 2010. 8. 28

-산행코스: 대전사~ 내원마을~ 가메봉~ 절골~ 주산지

-누구와: M 산악회에서 나 홀로

 

 

 대전사 경내를 거닐면서

 

2004년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다시 찾은 주왕산

주왕의 전설이 살아 숨쉬는 주왕산을 다시 찾은 이유는

그 때의 감흥을 잊지 못한 것도 있으려니와 잿밥에 눈이 어두웠는지 모른다.

언제부터 가 보고 싶은 주산지가 원인을 제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산지풍경

 

가을 단풍과는 철 이른 계절이지만 그래도 너 하나만 믿고 간다

라는 생각으로 며칠 전부터 산행 길에 나설 준비로

삼각대. 광각렌즈. 표준줌렌즈 그리고 nd 필터까지 챙겨 넣는다.

폭포를 멋있게 찍기 위해서는 날씨가 흐려도 괜찮다는 생각은 이미 각오했고

다만, 아쉬운 건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 안에 도착해야 한다는 부담감~~~

 

 

 병풍처럼 둘러진 모습에서 석벽산이라 붙여진 주왕산입니다.

 

 

새벽 6에 출발했는데도 그곳 대전사에 도착했을 때 정오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 차라리 이곳 상가에서 적당히 점심을 먹고 갈걸하게 하는 이유는

도시락과 카메라 장비를 챙기느라 그만큼 무거워진 배낭 때문이었으리라.

혼자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그래도 어느 산 꾼이 날 알아보네

청산님, 지리산 놔 두고 어찌 이곳에……”

그러게요, 잠시 외도 좀 해 보려고요……’

대전사 경내에 잠시 머무르면서 기암을 배경으로 몇 컷을 남기고 잽싸게 그 자리를 비운다.

 

 

 

 급수대와 시루봉

 

집을 나올 때 간간히 비가 내리던 날씨는 이곳에 와 보니 잔뜩 흐려있고

습한 공기와 흘린 땀으로 순식간에 범벅이 되어 짜릿한 땀 내음이 입가에 머문다.

아무리 바빠도 이곳 비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않은가.

돌출 된 바위산들의 기발한 형상은 숙련된 석공이라 할지라도 저렇게 만들지 못할진 데

마침 혼을 불어내어 만들어 낸 조각품은 자연이 빚어낸 우람한 예술작품 그대로다.

저마다 독특한 모양과 마음 시린 전설을 안고 돌고 돌아가는 세월을 지켜보고 서있는 듯하다

눈길을 붙잡아 발길을 멈추게 하는 시루봉, 연화봉, 나한봉, 학소대, 기암봉 관음봉,

그 어느 한 봉우리도 소홀히 바라볼 수 없는 아름다운 바위산들이었다.

 

 

 

 

내가 지금 정신이 있나 없나갑자기 보폭이 빨라진다.

드디어 제 1폭포 못 미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줌렌즈로 마운트하고 찍으려는데 아뿔싸! 이런 불상사가……

얼음물과 함께 배낭에 넣어두었던 렌즈가 밖으로 나오자 마자 뿌연 막을 형성시켜

대물과 대안렌즈 쪽을 뽁뽁이로 불고 난리 치는데 어쩔 수 없다.

그냥 그 자리를 뒤로 한다.

 

 

 

 제 3폭포 그리고 아래는 내원마을앞 계곡

 

이제 2.3폭포에서도 되지도 않는 일이 반복되면서 많은 시간을 소비 해 버렸다.

그냥 대충 막 샷으로 때리고 내원마을까지 들어 간다.

~ 내원마을에 전기 들어오지 않은 가옥이 하나 있었는데 없어졌다……’

잠시 한 켠에 앉아 점심을 개 눈에 뭐 감추듯 잽싸게 해치우고 선두를 향해 고~~

그래, 이제 오르막이다. 사진 찍을 일은 없다. 곧 따라 잡으리라면서

카메라도 배낭에 집어 넣고 숨이 차게 오르다가 얼마 못 가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가메봉 능선에서

 

가메봉 정상에 가 볼까 하다가 잔뜩 낀 안개로 조망이 없어 그냥 가지 않기로 하다.

불과 200미터를 남겨두고서 ……

갑자기 최근에 카첸중가를 등반한 은선 여성산악인을 두고 말들이 많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모르지만 그냥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믿음을 갖고

믿어줬으며 하는 바램이다.

14좌 등정이 안됐으며 어떻고 13좌 등정이며 어땠는가.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말밖에……

 

 

 

일제의 잔재가 아직도 가슴을 져미게 하네요

 

불과 40여분이면 오르고 내리는 가메봉이지만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곳을 올라오기 전에 3폭포와 주산지만 들렸다 갈까 하다가

그래도 아직까지 산 욕심이 있어 선택해 오른 곳이다.

사진을 겸행하면서 때로는 이런 유혹을 느끼게 하는 것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게다.

최근에 돌아가는 일련의 생각들을 정리 하다 보니 벌써 대문다리에 와 있네요.

 

 

 

 절골의 또 다른 풍경 가을에 다시 왔으며 합니다.

 

11월 초면 이곳은 정말 아름다운 추색물결이 출렁이는 곳이다.

아직은 철 이른 주왕의 절골이지만 그래도 운치 있는 모습은 여전하다.

남해안은 많은 비가 왔는데 이곳 계곡은 수량이 부족한 듯한 모습을 보니 아쉽다.

계곡 중간에 물봉선과 달맞이꽃이 예쁘게 피어 몇 컷을 담아 보았는데

광량이 부족하여 초점이 맞지 않아 아쉬워해 봅니다.

올 가을에 꼭 다시 올 기회를 만들어 봐야 하는 아쉬움에 절골을 빠져 나온다.

 

 

 

 

주산지를 향해 아스팔트 길을 따라 갑니다.

그곳을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 주변 사람에게 물어 물어 찾아갑니다.

길 옆 주변에는 탐스럽게 익어가는 빠~알간 사과들이 나의 미각을 자극하네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주산지 나와서 사기로 하고 사과 하나를 건네 받습니다.

달콤한 사과 맛이 정말 꿀맛입니다.

 

 

 

 

여름날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주산지에 도착하니 비까지 내리네요.

주변 환경이 생각했던 모습과는 달라 내 마음에 아쉬움을 전한다.

되 돌아 오는 길에 또 다른 수 많은 사람들을 본다.

어린애들부터 노익장을 과시하는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까지 바쁜 마음으로 재촉합니다.

그 분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 미치지 않을까 괜히 걱정을 해 봅니다.

하지만 늘 이런 모습은 아니겠지요.

자연은 항상 우리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요.

하물며 우리 인간도 주변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데

어찌 자연이라고 그렇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겠는가?

머지않아 주왕산에 추색물결이 가득할 때

이곳 주산지에도 물안개 오르는 풍경을 그려보며 오늘 산행을 마칩니다.

 

 

 

2010. 8. 28.청산의 바람흔적은 주왕산에서

청 산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