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마실 고샅길 & 폭포 잇는 물길 트레킹 - 주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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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쫓아내며 달리기 다섯 시간 만에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 주차장에 닿았다(11시).

갈수기고 초여름인데도 주차장은 만원이다.

주왕산아이콘 촛대봉을 목말 태운 대전사를 에두르고 산정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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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한껏 한낮의 태양을 가렸는데도 후덥한 더윈 숲속에 숨어 계단 오름을 막아서곤 한다.

산뜻하게 초록 옷으로 성장한 수목은 땀 훔치는 나를 쳐다보면서도 무심하게 미동도 않고 훑어보고만 있다.

바람 한 점 주면 어디 덧나나?

나비아타가 나비처럼 다가선다.

그녀는 생뚱맞게 ‘오늘은 신랑하고 옆으로 새 폭포 골과 주산지에서 즐기자고 했는데 산을 오른다.’고 독백하듯 푸념을 쏟는다.

난들 어찌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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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다. 문득 스치는 게 있었다.

“주산지가 어디 있는데요?”

“여기하곤 한 참 떨어져 있어요.”

“예~에? 폭포 있는 골짜기에 없어요?”

내 무식이 탄로 나는 거였다.

알량한 앎으로 산행기랍시고 끌쩍대며 난 채를 하고 있는 나의 부박한 지식창고 밑바닥을 들키는 것 같아 움칠했지만 ‘고까짓 것 뭐’하고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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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 왜 일로 와요? 익산 어딨어요?”

“뒤 쳐졌나 봐요?”

“우리 글로 갑시다. 산등성이야 노상 타는 거, 오늘은 폭포하고 주산질 갑시다. 난 주산지가 여기 있는 줄 알았어요.”

난 계단을 내려선다. 나비아탄 엉거주춤하다 뒤따랐다.

‘뭐가 저래?’라고 내 뒤통수에다 그녀가 한 방 줄 것 같은 생각을 순간 하다가 되돌아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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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를 언제 가 봤네요!?”

“몇년 전에 하룻밤 민박하면서 봤어요.”

“역시 멋쟁이!”

그들 커플이 멋쟁이란 건 난 옛적(?)에 감지한 바다.

산행하다 눈 맞아 짝이 된 그들은 항상 서로를 꿰찬 채 여행 다니고 단체산행 중 풍류 좋은 데선 살짝 외도도 마다않는다.

더구나 내게 살뜰하게 대해주니 설혹 멋없단 들 멋쟁이라고 부르다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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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다 익산`갈뫼 일행을 마주치자 난 익산더러 다짜고짜로 ‘빠꾸하자’고 채근했다.

‘폭포골 보고 주산질 가자’는 나를 그는 대뜸 ‘그럽시다’라고 앞섰다.

“이 가뭄에 가봐야 갈라진 바닥에 물 쫌 있는 거마저 푸게요? 뭘라 가요?”라고 만류하는 갈뫼의 충고도 쇠귀에 경 읽기 하듯 우리 셋은 하산했다.

갈뫼말이 옳았다.

갈뫼 말따나 가봐야 갈라진 웅덩이를 막아 놓은 애먼 가드레일만 만지작거리다 올 테니- 더는 익산커플은 하룻밤 거르면서 주산지 속살까지 만져봤을 테니 단념 할 만한데도 주왕산이 초행이란 내게 기꺼이 가이드 하러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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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와 갈림길, 자하교에서 주왕암`굴을 향한다.

깊은 계곡을 300m쯤 오르니 바위벼랑에 터를 닦은 절이 이런 곳에도 있다는 듯 나타나고, 우거진 푸른 캐노피 숲을 뚫고 200m협곡을 오르니 주왕굴이 까맣게 입을 벌렸다.

중국의 멸망한 진을 재건하려다 쫓긴 주왕이 이 깊은 곳에 숨어살았다는 것도, 얼굴 씻으려 굴밖에 나왔다 마일성장군 형제에 들켜 죽었는데 그때 흘린 피가 계곡물을 진홍으로 물들여 핀 꽃이 주단화고, 그래 청송지자첸 매년 축제를 연다는 그 설화를 잠시 떠 올리다가 빼꼼히 얼굴 드미는 한 뼘의 찢어진 하늘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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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의 하늘도 여기선 맥 못 추는 한줌의 푸른 헝겊쪼가리라.

그게 하늘인 것은그 앞을 흐르는 구름 한 점 땜일 것이다.

굴 입구 천정에서 흐르는 물길 옆에 얼려있는 생수 한 통-나비아타 왈, 주왕의 선물이란다.

그것도 내가 배낭에 챙겼다.

철재다리 아님 어림없을 골을 빠져나와 학소대를 향한다.

푸른 숲 우거진 조붓한 자갈길은 주왕산 배꼽께를 가로지르는데 트레킹코스로 그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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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물소리가 새 울음을 싣고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계곡이 만수가 돼 흐른다면 맑고 웅혼한 청음은 볼레로의 막장보다 더 심장을 뒤흔들 것 같았다.

그 조붓한 길은 한참이라.

학소대가 마중을 나왔다.

그의 배웅을 뒤로 하자마자 제1폭포가 갈수에 몸이 많이 쇠한 채로 인사를 하며 다시 우측으로 200m바위 골을 파고들면 제2폭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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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가뭄 땜에 간들 간들이라.

폭포는 풀 죽은 데로 2단 높이뛰길 하고 있는데 전성기엔 얼마나 힘이 좋은지 웅덩이는 옥색이고 거느린 터는 작은 운동장 만하다.

요소요소에 산님들이 점심자릴 폈다.

우리도 마당 한 쪽을 빌렸다(오후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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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요린 나비아타의 시레기주먹밥 이였다.

난생 처음 보고 먹는 밥 이였는데 생긴 거와는 딴판으로 고소 담백했다.

곁들인 복분자원액주 한 잔은 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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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폭포로 가는 길목의 바위마실 고샅길은 가장아름다운 꼬부랑길이다.

태초에 이 근방의 거대한 바위들이 모여 회의를 하다가 하늘이 노하여 주저앉혀버렸다.

그 이듬해 홍수가 나서 물길에 밀린 바위들이 떠내려 멈춘 게 지금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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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소대, 인월대, 급수대등의 거암들이 바위을 붙들어 마실을 이루고, 그들 사이를 물은 억년을 흘러 바윌 맨들맨들 다듬고 문질러 꼬불꼬불한 길을 냈다.

그 아름다운 고샅을 감상하며 제3폭포를 찾았다.

 


 

 

 

첨엔 폭포가 뜀박질을 하다 거대한 바위가 막자 좀 비틀어 멀리 뛴 게 2단 폭포고 그래 생긴 커다란 소의 물이 넘쳐 거대한 경사바윌 미끄럼 타는 게 3단 폭포-제3폭포였다.

대전사에서 제3폭포까지는 대략 시오리쯤(6km)된단다.

우린 그 바위마실 고샅길을 다시 되짚어 걷는다.

고도가 심하지 않는 길이라 트레킹 하긴 최적의 장소라!

공단에선 가드레일에 페인트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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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긴 고샅길도, 골짜기도 깨끗했다.

산님들 맘이 깨끗해진 탓이라.

폭포의 계곡을 걸으면서 베네수엘라에 있는 엔젤폭포가 생각났다.

매스컴을 통해 보고 읽은 바지만 그네들의 자연사랑은 끔찍할 정도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엔젤폭포(979m)는 안데스산맥 최북단 아유양테프(악마의 산)분지에서 떨어지며 물보라를 일으켜 그 낙수는 기아나고지(테이블마운틴)에 여러 갈레의 강을 만들었다.

거기엔 사금이 많이 내포됐고 노다지에 환장한 백인들의 골드러쉬때에 짐 엔젤이란 자가 1935년에 발견해 폭포이름을 엔젤이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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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폭포엘 갈 땐 원주민(와라오족)가이드(포터)가 따르는데 이들에겐 반드시 플라스틱 통(요강)을 하나씩 준비해 간다.

관광객이나 자기가 볼 대변을 받기위해서다. 단일치기코스가 아닌데 아무데나 똥 싸면 자연이 뭐가 되겠는가?

그것보다는 (똥이야 썩으면 되니까?) 그곳은 엘도라도라 하여 신성시하는 곳이기에 함부로 배설할 순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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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막힌 건 강바닥에 사금덩이가 있어도 줍지를 않는다.

관광객이 굳이 줍겠다고 하면 말리진 않는다.

대신 들키지만 말아달라고 사정한다.

어찌하여 입소문나면 자기 목(직업)이 달아나기 땜이라.

그들에게 가이드(포터)는 국가가 주는 훌륭한 직업일뿐더러, 욕심 부리지 않는 자연과의 동화된 삶을 행복이라 생각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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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단 수십 배 가난해도 행복에 젖는 시간은 훨씬 더 많은 안분자족의 자연인인 거였다.

우리가 그들의 삶이 부럽지 않듯이 그들은 우리들의 삶이 어린애마냥 유치찬란해 보일거라고 폭포의 골을 거닐며 그들을 생각해봤다.

주산지는 택시(왕복;대기요금\40000)를 이용했다.

주산지의 맨 얼굴은 실망스러웠다(오후3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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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벗다 만 미친년처럼 배꼽까지 허벌레 까놓고 있는 매무새라니 꼴 볼견(새싹 돋은 무안몽이거나 황홀한 단풍옷차림만 그림으로 봤기에) 이였지만, 익산님은 꾀째째한 벗은 몸의 주산지의 모습도 이때 아님 언제냐? 고 나를 위한 핑계 인지 아님 자위를 하며 웃고 있으니 만족감이란 건 생각 나름이 아니던가!

금덩이가 뭐가 대수냐? 는 와라오족의 행복한 삶처럼~!

주산지의 주인 - 왕버들의 처연한 초록이파린 결코 바닥 들어낸 호수물 탓만은 아닐지도 모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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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수-물수위를 높이면 주산지가 더 멋들어질 거라고 생각한 지자체 꼴통들이 제방을 높이다보니 수면이 높아지고 왕버들은 점점 더 깊이 물에 빠져들어 익사의 고통과 맞싸우게 돼 기진맥진한 탓이라고 기사양반이 일갈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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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양반들, 무더운 여름 에어컨 틀면 시원해 좋으니 온도 계속 높여 동태 돼서 왕버들과 얘기 나눠 보시라요.

와라오족 어른을 모셔다가 청송군수로 초빙하면 그도 도망 갈려나?

환장하게 멍청한 족속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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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의 바위마실은, 그 고샅길과 물길과 폭포와 옥빛소와 초록수목이 일군 캐노피 숲의 트레킹은 한 여름엔 최상의 피서길이 될 거란 생각을 해봤다.

나비아타 독백이 빚은 오늘의 외도는 정녕 달콤한 거였다.

                     2012. 0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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