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유명산-용문산 종주 산행기

 

일시 : 2011. 07. 09

산행지 :  양평 청계산-유명산-용문산 종주

동행 : 나홀로

거리 :  구간거리 약 23km

시간 : 오전 5시 10분 ~오후 5시 25분 (알바3시간 포함)

 

주말에 틈틈히 북한산을 찾기는 했지만 서울을 벗어나기는 꽤 오랜만이다. 그리고 작년 10월 낙동정맥을 마친 후 몇 개의 산을 하루에 종주하러 가기는 더더욱 그렇다.

 

근래 이런 저렁 일로 시간에 쫓기듯이 지내다보니 속세의 스트레스가 쌓여 맑고 담담하게 자연을 대하는 순간도 그만큼 멀어지고 있는 듯 했다. 그처럼 마음에 여유를 갖지 못하다보면 정서적으로 메말라지기 쉽다.  일상에서 그런 기분을 느끼던 차에 이번에 먼 거리를 걸으면서 자연의 숨결을 대하며 씻겨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섰다.

 

올 여름철에는 여느 해보다 비가 많이 내렸다. 오늘도 비가 왔는데 내일도 게속해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어 있었다. 산행에서 그런 빗속길을 오래 걷는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런 상황이지만 과거 대간 종주 당시 덕유산에서 날선 능성을 지날 때 폭우에 가늠하기 어려웠던 순간에 비하면 그리 무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일찍 집을 나서도 걸을 거리에 비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시작하려는 청게산 근처로 가서 잠시 쉬다 출발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배낭을 꾸리고 회기역으로 가서 11시 30분 용문행 전철을 타고 12시 20분경 국수역에 내렸다. 그리고 미리 알아 놓은 찜질방으로 가서 여장을 풀었다.

 

3시 30분에 일어나 4시에 시작하려고 휴대폰 알람을 맞춰놓고 잤는데 작동이 되지 않은 채 4시에 잠을 깼다. 잠시 누운 채 귀를 기울이다보니 아직도 밖에서 주룩주룩 비 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 이곳에 오면서 젖은 배낭과 신발 등을 말려 놓았는데 소용이 없게 된 것 같았다.

 

심난한 마음에 잠시 더 누워있다 일어나 샤워를 하고 산행 채비를 했다. 밖으로 나와 국수역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길 건너에 페미리 마트가 보여 김밥을 사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들고 걸어갔다. 산행중 먹을 식사를 준비할 곳은 마땅히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배낭에 물과 삶은 감자, 사과, 참외가 두 개씩 있어 김밥을 더하면 그럭저럭 식량이 될 것 같았다. 국수역에 다가가니 벌써 날이 희미하게 밝아지고 있어서 어제 밤 깜깜한 상태에서 윤곽으로만 보이던 옥수숫대의 짙은 녹음 색깔도 볼 수 있게 되었다.

 

5시 10분 산행 출발지인 국수역에 도착했다. 들고 온 컵라면을 먹으며 올라갈 곳을 찾아 보았다. 철로가 가로로 지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딘가 굴다리가 있을 것 같은데 어디쯤인지 알 수 없었다. 역 앞에 세워 놓은 주변 관광 안내도에 청계산 등이 표시되어 있었다. 다시 주변을 돌아보다 청계산 가는 방향 화살표 표시를 발견했다.

 

청계산을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나에게 그리 낯선 산은 아니었다. 오래전 겨울에 이곳에 와서 마을과 겹쳐 보이는 청계산을 그린 적이 있었다.

 

회실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약 600m 쯤 가다보니 좌측 마을 쪽으로 꺽여들어가는 길이 나왔다. 바로 들어서려다 길 건너편 논에 푸르게 자란 벼가 눈에 띠어 다가가 벼가 자라는 모습을 잠시 보았다. 지난번 무등산에서 소쇄원으로 걸어갈 때 막 모내기를 시작하는 들녘에서 써래질 한 논에 너댓포기씩 여리게 꼽아 놓은 모습을 보았었는데 어느덧 땅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왕성하게 자라난 모습이었다. 내가 다시 일상에 파묻혀 있다. 야외로 나설 때 쯤이면 벼 이삭을 벤 몸통들이 만삭이 되어 있을 것 같았다.

 

앞에 보이던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청계산으로 오르는 길이 안내되어 있었다. 입구 표지판에 청계산 정상까지5.7km 였다. 마을을 벗어나 산으로 들어서는 입구 공터에 오비호프 광장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그 간판을 보고 저 아래 시내에 있는 건물일줄 알았는데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거기가 장사하는 곳일 것 같았다.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지도에 청게산 가는 도중 형제봉을 지나게 되어 있었다. 길은 완만했다. 어제 찜질방으로 들어설 때 주인이 비가 오면 진흙뻘이 되는 곳들이 있어 불편할 거라고 했었는데 걷고 있는 길이 황토층에 잔 차돌들이 섞여 있는 상태였다.

 

여전히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하지만 우산을 쓰고 있고 새로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발이라 그런지 아직 물기가 베어들고 있지는 않은 상태였다. 높은 기온에 우기여서 숲이 무성할대로 무성해진 모습이었다.

 

6시 5분형제봉(507.6m)에 도착했다. 국수역에서 3.88km지나고 청계산이 1.82km 남은 위치였다. 거기서 한강기맥의 끝자락인 부용산(365.9m)는 3.59km 거리였다. 주변 데크에 망원경도 1대 설치되어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 아니면 조망이 좋은 위치일 것 같았다.

 

다시 길을 나서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다시 오름길을 걸었다. 형제봉까지 올때와 달리 점차 경사가 급해지고 있었다. 오름 길을 땅바닥을 보며 걷다보니  땅에 떨어진 밤꽃이 보였다. 모든 꽃이 필 때는 다 곱지만 땅바닧에 짓이겨진 모습을 보니 헤진 마대올처럼 보였다.

 

6시 40분 청계산 정상(653m)에 닿았다. 정상 주변은 너르게 닦여 헬기장으로 쓰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국수역 인근의 낮은 지대가 온통 구름으로 뒤덮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능선과 운해 너머의 산세가 산수화처럼 그윽히 펼쳐보였다. 양평 등지는 사람들이 전원주택지로 선망하면서 휴양도시화가 되어 왔다. 그런데 그러면서 자연의 순수한 느낌도 깍여나가는 듯 아쉬웠는데 구름이 뒤덮고 나니 원초적인 자연의 체취가 느껴졌다.

 

그 곳에 설치된 안내 표지판을 보며 진행할 길을 찾았다. 설명문에 지도에 나타난 부용산은 “산이 푸르고 물이 맑아 마치 연당(蓮堂)에서 얼굴을 마주 쳐다보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적혀 있었다.

 

거기서 유명산으로 가는 길은 안내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모현 방향으로 가는 길이 맞을 것 같아 그 길로 내려갔다. 오늘 걸어걸 전체 거리도 멀지만 초행길에 길 찾기도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군데군데 한강기맥 표지와 리본이 있어 다행스러웠다.

 

7시 20분 된고개에 도착하니 지도에 유명산을 가기 전에 나타나 있는 옥산 방향 표지가 보였다. 그것을 보며 일단 유명산 까지 가는데는 안심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길찾기의 부담이 사라졌다.

 

경사가 급한 오름길을 한참 오르다 보니 하늘이 트여 보였다. 순간 말머리봉에 도착하겠거니 생각했으나 그 뒤로 연속해서 지나는 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두어번 더 봉우리를 지나서야 말머리봉에 닿았다. 지도를 보니 거기서 옥산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8시 15분 말머리봉에 닿았다. 옥산이 1km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나며 뒤돌아보니 앞쪽에 나타날 봉우리들을 마치 뒤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도록 그려져 있었다. 물 한모금을 마시며지도상에서 현재의 위치를 가늠하다 옥산쪽으로 걸어갔다. 두 산 봉우리 사이가 깊게 패여 있어 경사가 급한 길을 오르락 거리며 가게 되었다.

 

8시 37분 옥산에 도착했다. 다시 지도를 꺼내보니 거기서 유명산으로 가는 사이에 37번 국도가 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그곳이 바로 농다치 고개였다.. 다시 길을 나서 농다치 고개를 향해 걸어갔다. 지나온 청계산에서 그곳까지의 거리는 7.2km쯤 되었다. 하지만 옥산으로부터의 거리는 1.5km 정도일것 같았다.

 

가다보니 노루목 지정표가 나왔다. 잡목이 우거진 풀섭 길을 가는 동안 바지와 신발에 물이 흠뻑 베이게 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신발 안이 축축히 젖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신발에 물기가 잘 닿지 않게 조심했지만 젓을 만큼 젖고 보니 망설임도 사라지게 되었다. 내림길에 접어들어 통나무 계단을 디디다 발이 미끄러졌다. 그 때 조금 앞쪽에서 노루가 놀란듯 급히 다라나기 시작했다. 노루목에서 정말 노루를 보게 되었다.

 

숲길을 지나 농다치 고개로 내려서니 도로가에 휴게소처럼 포장 마차들이 보였다. 하지만 문을 연 곳은 보이지 않앗다. 거기서 정배리쪽으로 향한 도로표지판에 소나기 마을이 안내되어 있었다. 교과서에 실렸던 황순원 선생의 소설 ‘소나가’ 의 실제 무대로 알려져 마을 이름을 그리 붙여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 소낙비를 맞으며 걷다보니 그 소설이 내용이 더 실감나는 듯 했다.

 

도로를 건너 계단 오름길로 다가가다 보니 용문산으로 가는 길이 안내되어 있었다. 거기서 배미 고개까지 6.4km 그리고 다시 그곳에서 용문산까지는 4.2km로 나타나 있었다.

 

한동안 가파르게 올라 능선부분에 다다랗다. 다시 지도를 보니 거기서 유명산 방향으로 가는 도중에 소구니 산을 거쳐가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먼저 소구니 산을 목표삼아 걷게 되었다. 걷고 있는 길의 경사가 더 급하게 느껴졌다. 오르고 있는 소구니산은 솟구친 산이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 아닐까 싶었다. 정상부에 올라 가다보니 길가에 세워진 이정표가 보였다. 거기서 소구니산이 0.1km 유명산이 1.3km로 나타나 있었다. 그 앞을 지나 금새 소구니 산에 도착했다. 이정표에 쓰인 거리보다 실제 거리가 더 가까울 것 같았다.

 

다시 유명산을 향해 걸었다. 오늘 산행에서 1차 목표로 삼은 유명산까지의 거리가 1.2km 남짓한데 걸린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걸리지 않아서 무리 없이 용문산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에 둔 유명산의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는데 어떤 점이 그렇게 유명하게 하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풍광이 빼어난 산일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비가 오고 안개가 짙게 끼어 시야가 트이지 않아서 그것을 느낄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걷다보니 잠시 구름이 걷히며 유명산의 산세가 시원하게 바라보였다. 하지만 금새 다시 그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10시 50분 유명산에 도착했다. 회사에서 단체로 산을 찾아온 많은 일행들이 비속애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연령층도 다양해 보였다. 이분들처럼 어느 회사에서 단체로 산을 오른 분들에게는 산을 좋아해서 그냥 일상적으로 찾아온 사람들과 다른 느낌이 든다. 즉 일과 중에 휴식하는 분위가라든가 산행이건 아니건 그저 여행에 임해 들뜬 느낌, 그리고 혹시 마음에 두었을지 모르는 이성에게 잘 모이려는 듯 멋을 풍기려고 복장에 신경을 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런 느낌만큼 산에 대한 사랑이나 진지함 등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일행 외에 두어명씩 따로 온 사람들이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거기서 우측으로 큰 산세가 안개 사이로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산이 용문산일 것 같았다. 그러나 용문산으로 가는 이정표는 눈에 뜨이지 않았다. 단지 그 쪽을 행해 기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그쪽을 바라보니 금새 모습이 감춰지고 말았다.

 

잠시 쉬다 주변 사람들에게 용문산으로 가는 길을 물어 보았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옆에 있던 나이든 분이 내려가면서 이 길로 가면 된다고 했다. RM 말을 듣고 안심하고 뒤따라갔다. 내가 걸음이 빨라 앞서 내려갔다. 계곡쪽으로 급한 내림길이 되어 있었다.

당초 능선을 타고 갈 것을 예상했는데 계곡방향이어서 어긋나는 느낌이 들어 걸음을 멈추고 뒤에서 오는 사람들을 기다려 물어보았으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아까 말해준 사람이 다가왔다. 다시 길을 물으니 내려가서 건너가면 된다고 했다. 자신은 이 곳을 많이 다녀서 ‘산신령’이라고 했다. 그에게 유명산 이름의 유래는 아는지 물어보니 이은상 선생이 지었다고 했다. 그분은 산을 좋아해 많이 다녔는데 이 곳에 한 여자분과 함께 왔다가 그 여자분 이름인 이유명을 따서 붙였다고 했다. 원래는 다 함께 그냥 용문산이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안심하고 빨리 걸어내려가다 보니 계곡이 나타났다. 아까부터 세찬 물소리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곳이 바로 그 유명한 유명계곡일 것 같았다.

계곡 옆을 지나다 보니 물이 많이 불어 물살이 매우 거세가 흐르고 있었다. 조금 더 내려오다 보니 좌측의 좀 더 폭이 넓은 게곡물과 합류되고 있었다. 거기서 지나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니 입구 관리소 쪽으로 나가게 된다고 했다. 어쨌든 외길이라 그 곳으로 잔올 수 밖에 없었다. 지날 수록 계곡미가 빼어나 보였다. 하지만 길이 아주 멀어 한참을 가도 끝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주 오는 사람들에게 그 끝을 물으니 아직 멀었다고 했다. 게곡도 좋지만 종주를 해서 용문산으로 가야할 입장인지라 마음이 초조해졌다. 아무래도 배너미 고개로 지나는 예정한 코스를 벗어난 것 같았다.

 

한참후 계곡 입구로 나오니 다리가 걸려 보였다. 지나온 계곡과 계곡에 걸린 다리가 마치 전에 일본 북알프스 산행에 들어설 때의 입구 풍경과 비슷해 보였다. 내가 당도한 곳은 유명산 관광휴양지 안이었다. 거기서 안내도를 찾아 용문산으로 행하는 길을 찾아보았지만 나타나 있지 않았다.

 

매점에 들러 등산복을 한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도 알지 못했다. 매점 아주머니에게 물으니우측으로 가다보면 건너가는 길이 나타날 거라고 했다. 그 말대로 순환로를 따라 가며 찾아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청소차를 보고 물으니 관리소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다. 알려준대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용문산 가는 길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원래 있던 길을 다 막아 놓았다고 했다.

 

나는 화가 나서 “원래 자연은 하나인데 왜 막아요” 하고 푸념을 하며 전화를 끊고 다시 순환로를 따라 가며 길을 찾았으나 기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하는 수 없이 숲을 헤쳐 오를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결심을 하고 가늠하고 있던 산으로 술을 헤치며 유명산에서 용문산 방향으로 지나는 능선을 향해 거슬러 올라갔다. 숲을 헤치고 가면서 배낭이 자주 나무 가지에 걸리며 지친 몸을 더 힘들게 했다.

 

한동안 숲길을 걸었지만 능선이 가까워 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가다가 옛날에 다녔을 것 같은 휘미한 길을 찾아 따라 가기도 했다. 하지만 길에 물이 넘쳐 흐로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길의 자취가 사라지고 없었다.

 

옆에는 좀 더 큰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근래 내린 많은 비로 수량이 많았다. 한참을 가다 앞으로 계속 가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길이 없는 숲을 헤쳐가는 동안 정말 길을 잃게 될까봐 걱정을 하면서 오른 쪽 산 능성이를 향해 걸어 올라갔다. 높은 능선에 당도하면 길이 있을 것 같았다.

 

아래서 올려보이던 능선에 올랐지만 길이 없었다. 안개는 더 짙어지고 있었다. 높은 봉우리에 올라도 주변을 가늠하지 못하면 큰 낭패일 것 같았다. 올라온 지점으로 다시 찾아갈수도 없을것 같았다.

 

다시 앞 쪽의 더 높은 산을 향해 걸었다. 가장 높은 산에 가면 길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한 큰 산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명산이거나 기맥 등 산맥을 잇는 과정의 길일지라도 길은 있게 마련일 것 같았다. 그러나 올려다보인 곳에 올랐지만 길을 찾지 못했다. 그 위로 더 높은 봉우리가 보였다. 그런 차에 점차 확신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이렇게 길이 아닌 숲속을 헤치며 가다보면 비록 좁지만 산속의 길이란게 얼마나 편리한 곳인지를 깨닫게 된다. 길이 아닌 곳은 바위나 나무가지 사이로 몸을 헤집고 가야되기 때문에 길을 걸을 때보다 큰 힘이 들었다.

 

다시 더 높은 산 능성이로 올라갔다. 장애물을 살피며 위를 보다 나무에서 떨어진 벌레가 눈으로 들어와 금새 쓰리고 아파왔다. 그 고통을 참으며 능선에 올랐지만 이번에도 길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뮥감으로 분명 근처 어딘가에 길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느껴졌다. 좌측으로 높은 정상부를 향해 조금 이동하니 과연 길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아! 하고 감탄사가 나왔다.

 

너무도 반갑고 안도감도 들었지만 그 곳이 어디쯤인지 알 수 없었다. 용문산에 아주 가까이 있거나 전혀 엉뚱한 곳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우선 산 속에 고립되지 않고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니 저 앞에 이정표가 보였다. 다가가 확인하니 아까 지나며 보았던, 소구니 산이 100m 남은 표지였다. 그리고 유명산이 1.3km 남아 있었다. 그것을 보니 반가우면서도 허탈한 느낌이 들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유명산을 향해 걸었다. 가다 마주 오는 사람에게 용문산으로 가는 길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가 알지 못하지만 유명산에서 장사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잘 알려 줄 것 같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과연 그럴 것 같았다. 하지만 아까 지나면서는 장사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었다.

 

유명산 정상부 가까이 좌측으로 꺽어지는 지점 앞에 이르니 사람들이 모여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인사를 하며 다가서 그분들에게 다시 길을 물어보았다. 그 중 한 분이 길을 아주 잘 알 고 있었다. 그 일행은 수도권 산사랑회에서 단체로 오신 분들이었다. 그리고 길을 알려주는 분은 1대간 9정맥에 이어 몇 개의 기맥을 종주하신 분이셨다. 그분이 갖고 있는 지도를 펼쳐보이며 설명하다 갖고 가라고 하며 술도 한잔 권했다. 다른 일행분은 시장하겠다며 남은 김밥을 권했다. 진작 만났으면 음식을 많이 줄 수 있었을텐데 3쪽 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뜻하지 않게 길을 헤메면서 갖고 온 식량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감사히 받았다.

 

그 장소 바로 옆에 이정표가 있었다. 그 곳이 바로 배너미재로 가는 길목이기에 그 이정표에는 반드시 배너미재나 용문산이 안내되어 있어야 할 지점이었다. 아까 유명산 관리직원이 말한대로 고의로 이정표를 없앤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뜻박에 받은 친절함에 기운이 회복되어 빠른 걸음으로 용문산을 행해 갔다. 가는 길이 대부분 임도로 되어 있었다. 막바지에 숲길을 지나가다 보니 도로가 지나는 모습이 보였다. 그곳이 바로 배너미재였다. 도로로 나가니 바로 옆에 휴게소가 보였다. 그 안에 들어거 길을 물으며 막걸리 한잔을 사서 마시고 다시 출발했다.

 

도로에서 용문산으로 오르는 계단이 건너 보였다. 걷고 있는 곳이 높은 지대이니 용문산까지 길이 완만할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늦지 않게 도착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배너미재에서 4.2km 거리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졌다. 용문산은 해발고도가 높은 산(1,157m)이어서 날이 맑으면 지나며 주변이 넓게 펼쳐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날이 날씨가 흐려서 아예 그런 기대를 가질 수 없었다.

 

숲길을 빠르게 걷다보니 앞쪽에 도로가 보였다. 그 길로 올라서니 몇 분이 서 게셨다. 한분이 저 쪽에서 사진기를 세우며 옆쪽 작은 바위에 올라선 사람에게 포즈 잘 취해보라고 했다. 그 표정이나 장비 등을 볼 때 전문가처럼 느껴졌다.

 

그분들에게 다시 길을 물으니 도로를 따라 가다 우측 숲길로 들어서 가라고 알려 주었다. 긔고 정상부는 레이더 기지가 있어 통제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알려준 길을 따라 가다 용문사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과 만났다. 경사가 급해 철게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거기서 정상이 바로 위에 보였다.

 

4시 41분 용문산 정상에 도착했다. 바로 옆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고 보니 오늘 겪은 산행의 감회가 일어 잠시 정상석을 바라보다 내려섰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다.

 

막 내려서는 길에 홀로 올라오는 한 분과 만났다. 인사를 나누며 물어보니 용문사에서 3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거리에 비래 걸린 시간이 많이 걸린 것으로 보아 길이 험할 것 같았다. 정말 내림길의 경사가 급했다. 여기저기 철 게단이 놓여 있었다.

 

조금 내려가다 보니 좌측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그 쪽으로 가면 중원산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 그 곳까지도 가고 싶지만 시간이 늦어 용문사로 바로 내려가 오늘 산행을 마칠 생각을 했다.

 

뒤돌아서 내림길로 내려가는데 누군가 말을 거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등샌객 한 분이 보였다. 얼굴이 마주치니 자기도 ‘홀다이“ 라면서 내가 지나온 길을 물어 보았다. 홀대모는 들어보았지만 홀다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백두대간을 홀로 종주하는 사람을 흔히 홀대모라고 부른다. 그 분은 한강기맥 땜빵중이라고 했다. 그에게 지나온 길을 설명해주고 내림길을 걸었다. 경사가 급하고 날선 바위등이 많아서 지나가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날선 바위 들이 파편처럼 놓여진 이런 길을 너덜길이라 부르는데 산길을 걷기에 이런 길이 가장 어렵게 느껴진다. 자칫 발을 헛디뎌 삐끗해질 수도 있어 조심스럽지만 정서적으로 불편한 느낌이 든다.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을 것 같은데 지나는 길이 길이 멀고 험하게 느껴졌다. 산의 높이가 높은데 용문사는 아래쪽에 있어 한참을 내려가야 되는 상황이었다. 중간쯤 내랴오다 보니 주변에서 다시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흘렀다. 오늘은 어디서건 울창한 물줄기를 느끼게 되었다. 용문사 입구 가까이 이르러 옆에 가는 앞에서 두 사람과 만나 산이 너무 험하다고 했더니 “하지만 아기자기한 산세의 느낌도 있고 계곡이 있어서 좋지 않으냐”고 했다.

 

용문사에 닿으니 이 절에서 가장 인상적인 은행나무가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과연 흔히 볼 수 없는 거목이었다. 오래전에 와본 일이 있는데 특히 노랗게 단풍이 드는 가을철에 더 위용있게 보인다.

 

잠시 경내를 둘러보고 입구를 행해 걸아 내려갔다. 주차장에서 용문역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서 거처 나오며 버스 정류장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중간에 기게에 들러 다시 물어보니 저 아래로 가야 된다고 했다. 한참을 걸어 내려오니 일주문이 보엿다. 이 곳도 휴흥 관광지 입구처럼 여러 음식점이 즐비했다. 게임 방 같은 서설도 보였다.

 

조금 아래쪽의 주차장으로 가니 5시 45분에 출발하는 차가 있었다. 20분 정도 시간이 있어 식사를 하고 가려고 옆 식당에 들어갔다. 다가온 종업원에게 산채 비빔밥 이 얼마냐고 하니 12,000원이라고 했다. 관광지 식당 분위기도 내키지 않고 바가지 요금도 내키지 않아 그냥 나와 경계석에 걸터 앉아 차를 기다리는데 최진 화장이 나를 알아보고 다가와 어쩐 일이냐고 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혼자 오셨느냐고 물으니 동호회서 같이 왔다고 했다. 게시판에 중원산으로 되어 있어서 여기서 만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뜻박에 만나 반가웠다.최화장과는 백두대간 등 산행을 함께 많이 한 편이었다. 그 때 그 분 사모님도 동행했는데 자신보다 더 잘 간다고 했다. 아까 내가 들어갔다 나온 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다면서 다음에 보자며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기다리던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섰다. 버스를 타고 용문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인근 주변의 삶터의 시골의 평화스런 느낌이 전해왔다.

 

용문역에 들어가 잠시 기다리니 열차가 들어섰다. 전철로 타고 용문을 다녀가기는 처음인데 이 노선이 생겨 사람들이 인근의 산들을 찾기에 편리해졌다. 나도 앞으로 더 찾아볼 생각이 들었다.

(2011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