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꽃불났다. 연분홍 꽃불이 곱게 타고 있다. 화사함과 은은함이 더욱 배어나도록

  빛을 먹으며 불꽃을 내뱉고 있다. 봄 시중 들어가며, 순박한 모양새하며 정녕 세상 속

밝은 빛이 되었다. 시름에 잠긴 시간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순식간이다. 그 어디서

찾아볼 수가 없다. 어느새 봄의 터널속이다.



 

 

봄날 愛, 려함은 시작되고. [작대산~천주산]


2013. 4. 14 [일]


평택 JJ  47명




교동 -서봉 -작대산 -양미재 -상봉(농바위) -달천고개 -천주산(용지봉) -천주사 -[P]~ 9.4km [5시간 30분]

 

 

 

 

 

 


 

 


                     [교동 ~ 서봉 ~ 작대산]


 아침잿빛 속에 비추어대는 은은한 봄빛이 코끝을 저어댄다. 긴 어둠속을 헤쳐 온

그 빛은 맑고 참하게 생성되었다. 금빛머플러처럼 소북이 치장하였지만 그 어느

시간과 그 어느 날에도 그렇게 그렇게 昭然하도록 꾸며지기를 천천히

기다려본다.

 

 

 

  



봄의 창내에 걸쳐선 47명의 님들에겐 새하얗게 인쇄된 천의 가림막을 가까이하는

시간 속을 걷고 있게 하는 중이었다. 그 내면의 깊이에…  궁금증 없이 무던한

발걸음을 옮겨가는 것이 더 궁금하였다. 그리고서 지나친 고요속의 잔잔한

행적임을 알았다.  

 

 

 

 

  



오솔길과 숲속을 거치면서 푸른 생기가 솟아남을 느껴본다. 잿빛 하늘 속에 머물며

     한가로이 떠 있는 구름을 보면서 봄의 시간이 이 산정을 뒤덮고 있음을 알았다. 정숙한

 봄의 얼굴이었다. 차분하면서 소박한 차림새의 봄이 어느새 능선을 거쳐 내 눈 속에

다가와 있음을 알았다.

 

 

 

 

 



        낙남산맥의 크고 작은 산들이 웅려하게 창창한 비단 선을 이루며 한세월 만끽하고 있다.

 산중에 만들어 놓은 봄의 세월이 무늬 놓은 것처럼 적막한 채 포개져 있고, 저 위로

   아담한 연봉들이 기와집처럼 여나믄 채 모여 옹기종기 연둣빛으로 물든 봄의 씨앗을

뿌려대고 있다.

 

 

 

 

 

 

 

 

 



산 넘어넘어 옛 님처럼 스며드는 봄빛에 몸을 적시어간다. 그 느린 빛 속은 순백을

찾아가는 연분홍 세상 같았다. 고요하고 맑은 저 넘어 세상 같았다. 휘황 찬

보름달 같은어느새 잦아드는 봄바람이 마음을 살찌우게 한다.

 

 

 

 

  

 

 

 

 

  



산봉 끝 한 귀퉁이에 앉아 눈을 감고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자신도 모르게

        슈베르트를 만나는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고풍스러운 산정을 마음에 담고 소록한

   산로를 따라 유적하게 거닐다보니 닫혔던 작은 봄 울림이 새로운 길로 안내한다.

 

 

 

 

 

 

 

 

 

 

 

 


 

 

봄의 바람이 살포시 얼굴을 스치며 환대하니 덩달아 잎 새들도 고개를 숙이며 나와

 바람을 맞이한다. 그 바람은 세상을 구르며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거듭나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기를 절찬하게 조율하는 희망의 씨앗이다.

 


                                    느긋한 시간 속을 거닐면서 가람 공대장님과 대화를 주고받는다.



                                        「 봄의 세상은 어느덧 짧은 이 시간 속에 와 있습니다.」

                                        「 오늘은 밝은 연분홍 청춘이 되어주었습니다. 둥그런히 사랑하는 그들만의 세상에.」

                                        「 지나온 시간은 잠깐 허상이었고, 마주쳐오는 시간은 작은 욕망이 아니던가요.」 

                                        「 그렇습니다. 봄의 간절함이 더 배어나오는 시간 속 그리움이겠지요.」


                                         

                                       마음의 온도를 편히 나타나게 하는 대화가 싱그럽다.

 

 

 

 

 

 

 

 


 

 

 

 

 

 

 

 

 

 

 


                       [상봉 (농바위) ~ 천주산 용지봉]


    산은 축제의 장소다. 온 산을 선홍색으로 덮은 채 우리를 부른다. 거기에 달빛이라도

비치는 날이면 산은 그야말로 회홍빛 파도가 된다. 그 찬란한 물결이 때로는 가슴

 깊은 곳의 사연을 드러내기도 한다. 바람이라도 불면 그곳에선 누구에게 속삭이듯

사각대는 소리로 가득 찬다.

 

 

 

 

 

 

 

 

 

 

 

 

 

 

 

 

 

 

 

 

 



 

두견화는 단풍 못지않게 깊은 감동을 주는 봄 산의 볼거리다. 하나하나를 따지면 감히

단풍에 견줄 수조차 없겠지만 그 작은 꽃들이 모여 거대한 축제의 한마당을 연출한다.

이름 하여 참꽃마당. 수줍게 피어나 순박한 빛깔 채 짧되 머무는 자태야말로

우리의 ‘임’ 이던가.

 

 

 

 

 

 

 

 

 

 

 

 

 

 

 

 

 



단풍마냥 화사하지는 않더라도 때로는 두견화 숲이 春情의 추억을 쌓도록 도와주고,

그 숲에서 하늘을 보노라면 누구나 그대로 자연의 하나가 된다. 봄을 알리는 데는

역시 두견화가 최고야!! 청초의 빛깔이 붉은 빛에 활활 타오른다.

 

 

 

 

 

 

 

 

 

 

 

 

 

 


봄바람과 봄기운이 합쳐지는 그늘에 섰다. 청량감만 돌뿐 봄의 여정에 긴긴 아쉬움을

     남겨놓는다. 흩날리는 잎새의 무리들도 그 시간 앞에서는 제 몸을 불사르며 정성껏 봄을

맞이한다. 자연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산중에 평화가 왔음을 새파란 기운이 너풀너풀

떠다니며 알리기에 분주하기만 하다.

 



                                     「 봄의 뿌리를 씻어낸 쌍봉의 여유로운 자태가 고운 틀을 하고 있네요.」

                                     「 잘 이어진 산맥의 모습이며, 잔잔히 머금는 봄의 흐름입니다.」

                                     「 몸을 낮추는 참꽃의 시려움이 한층 피어오르네요.」

                                     「 봄이 붐비는 시간 속에 활짝 피어났습니다. 상춘 속 풍경이지요.」  


                                 

                                     선배 P님과 종덕아우께서 잔잔한 대화를 이어가며 마음을 환히 열고 있다.

 

 

 

 

 

 

 

 

 

 

 

 

 




  연분홍 섧게 엮어진 색깔에게 지긋이 눈길을 주면서 그 자태를 살핀다. 찰랑대며

솟아나는 꽃빛에 마음이 분별해진다. 꽃바람이 얼굴에 비벼대며 분홍들 봄판을

    이어간다. 검푸스레한 붉은 화염이 떴다. 너 두 나 두 휑한 얼굴을 하며 그 화염을

흩뿌려댄다.

 

 

 

 

  

 

 

 

 

  



 

나지막이 피어대는 참꽃을 보았다. 동시 속에 나오는 연두분 화사함을 연상케 한다.

     살짝 수줍은 듯 움츠러든 표정이 다사롭다. 황량한 산등성이에 메마른 입술을 비벼대고

    있는 두건을 쓴 산객들의 몸짓을 보며 무르녹은 시취에 잠기려 하고 있다. 일락한 봄의

구도가 생생히 묘연해지는 것 같다.

 

 

 

 

 



 봄 산을 넘었고 봄 언덕을 넘었다. 기다렸던 시간 속을 거니는 심정이야말로 담백한

꽃구름에 들뜨어진 춘색과 같다. 그리고 다지며, 겪으며 지나왔던 춘상의 멋을

회고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먼 산정을 바라보니 아득하게 흐르는 봄의 서정이

가물가물해지는 것 같다. 조용히 몸을 뺀다.  



                             ◈◈◈


 연분홍의 춘색 따라 완상한 시간이었음이 덧없는 것인가. 그 춘풍천리에 마음이

       멀어졌으니 봄의 중추인 참꽃에게 질기고 긴 생명력을 예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봄의 흐름이 만개한 이 시각, 빠른 시간에 쫓기듯 그 터널 속을 지났으니 그 春의

情感이 머릿속을 가득 수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