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월악산
산행일 : 2013.1.08. 화요일
누구랑 : 나홀로 안내 산악회랑...
어떻게 : 송계3교~ 보덕암~하봉~중봉~영봉~송계 삼거리~덕주사~덕주교~주차장.
오랫만에 따라나서 본 안내 산악회.
의외로 버스가 꽉...
반가운 얼굴들도 많이 보인다.
동창교에서 좀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B코스에 이르자.
내 의사와 무관하게 A코스 안내를 부탁한다며 안내 산악회의 산행 대장님이
나에게 시그널 한무더기를 앵기더니 홀라당 내려 버리는데 따라서 내린 인원이 고작 3명이다.
헉~!
졸지에 나머지 대 군단을 떠 안게 생겼다.
난 그저 맨 꽁지에서 여유롭게 걸으며 평일 산행의 한가로움을 만끽하려 했는데.
송계3교에서 보덕암을 향한 등로를 따라 선등을 한다.
다행히....
선등자들의 러쎌로 다저진 등로가 확연하다.
하봉 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몇군데 갈림길을 제외하곤 외길이라 별 걱정이 안 되는 곳이라
약간 애매한 몇곳만 종이로 된 시그널을 걸어 놓으며 선등을 하다보니 내 몸의 특성상
벌써 과열의 조짐이 있어 아예 홀랑 벗어 제키자 살갖에 와 닿는 찬바람의 감촉이 차~암 좋다.
남들은 뭘 먹으면 그러냐 하는데
사실 난 아주 괴찮다.
드뎌 보덕암에 닿은다.
그간 화장실이 없어 곤란했던 여인들이 몸물을 뺄 수 있는 유일한 곳.
그래서..
잠시 지체됐던 일행을 기다렸다 하봉을 향한 등로로 발걸음을 옮긴다.
본격적인 오름길....
벗어 제킨 몸띵이임에도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이 장난이 아니다.
내 꽁무니를 바싹 따라붙어 오는 여산우님들....
나를 잘 알고 있다며 인사를 하는 그 여인이 그러나 난 도통 기억에 없다.
그러다.
얼핏 기억나는게 얼굴이 아닌 음성.
ㅋㅋㅋ
월악산은 처음이라는 그 여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힘 안들이고 내 뒤를 바싹 잘 도 따라 붙는걸 보면 산을 참 잘 탄다.
능선을 돌아 나가는 우회로.
이곳은 등산로가 아니란 경고판이 눈에 띈다.
예전엔 왜 그렇게 저런 경고판만 보이면 꼭 가고 싶어 했는지 ?
늙은건지 열정이 식은건지 이젠 도통 관심도 없다.
등반이 아닌 입산의 경지에 올라선것도 아닌 날라리 산꾼이 그럴 경우엔 식어버린 열정 + 늙음이 정답일것 같다.
저 등로는 등반능력이 좀 떨어진다 싶으면 가지 말아야 할 구간이다.
도중 한 구간이 아주 위험하여 잘못하면 오도 가도 못 할 경우가 발생 한다.
능선 날등만 밟고 하봉을 올라본 옛 기억이 되살아 나는 암릉구간 아래를 돌아 나간 뒤...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
능선 날등에 붙자 우리를 맞아준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른 끝없는 계단들이다.
허벅지에 혈액이 몰려들고 뻐근하게 느껴지는 기분좋은 고통을 즐긴다.
이 맛도 없슴 산 타는맛도 아니다.
ㅋㅋㅋ
뒤돌아 보니 멋진 조망이 펼처진다.
하아~!
그래...
이맛이다.
통천문라 부를까 석문이라 해야 할까 ?
요 구간만 지나면 이젠 중봉이 지천이다.
석문옆 철계단을 타고 올라서면
비로소 황홀한 조망이 그간의 수고로움을 위로한다.
중봉을 향한 철계단과 원목테크를 걷다 보면 충주호반이 그려놓은 선경에 자꾸만 몸이 뒤를 돌아 보게 만든다.
등로에서 약간 비켜난 중봉을 넘어
남쪽으로 주흘산,월항삼봉,북바위산,박쥐봉이 쫘~악 도열해 산찾사를 반겨준다.
하이구~!!!
이쁜것들...
중봉을 내려서 영봉을 향한다.
영봉을 향한 삼거리 갈림길 까지는 평탄하고 수월하니 진행속도가 빠르다.
또다시 이어진 계단길...
내친 걸음으로 한달음에 정상을 올라챈다.
얼마만인가 ?
전에 개구쟁이 같은 악동 영만이랑 보라님과 수산리에서 올라
이곳을 거처 시루미 능선을 타고 내려선 이후 이곳 월악산은 처음 인것 같다.
한겨울 월악산 정상 영봉의 조망은 역시 최고다.
지금껏 몸땡이를 때리던 찬바람의 강도와 비교가 안되는 칼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지는 정상에서 한참을 서성댄다.
진작에 배가 고프긴 했어도
정상에서 먹으려 참았던 허기가 몰려든다.
영봉아래 양지쪽을 찾아 내 뒤를 잘 따라와준 선두권 몇명과 자리를 폈다.
그런 나를 반겨준건 귀여운 박새 무리들....
인스턴트 떡국에 뜨거운 보온물을 붓고 익기를 기다리며
빵쪼가리를 잘게 주위에 놓자 순식간에 박새무리들이 몰려 든다.
그래도 이넘들이 계룡산보다는 사람손을 덜 탄것 같다.
겁대가리 상실한 계룡산의 박새들은 내 디카 렌즈까지 올라타고 앉아
먹을것을 달라고 보채던데 요넘들은 내가 모이로 준 빵값으론 모델료가 모자라서 그런가 디카만 들이대면 잽싸게 도망을 간다.
식사를 끝내고 덕주사로 향한다.
동창교로 향한 갈림길에서 뒤돌아 보니 커다란 돌덩이로 된 영봉이 우람하다.
등로옆...
누구의 솜씨인가 ?
머리숱이 휘날리는 눈사람이 맞아준다.
그런데 저 눈사람은 외눈박이 ?
아니다.
나에게 반갑다고 윙크중이다.
그거 보며 저 눈사람은 아리따운 여인이 분명하다.
마애불로 내려서는 계단길에서 내 시선을 끄는 능선....
960.4봉에서 갈라저 849봉에서 896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구간을 우리 대전 산꾼들은 월악공룡능선이라 부른다.
출입금지구간으로 막아 놓고 있지만 산꾼이라면 정말 산타는 맛 제대로 맛 볼 수 있는 구간이라 한두번은 대다수가 걸어본 능선이다.
개인적으론 월악산 능선중 이곳에서 덕주봉 능선까지 이어 걷는 코스가 제일 환상적이라 생각 하는 구간이다.
언제 또 가 볼 수 있을지 ?
돈 10만원이 아깝지 않을 코스이긴 하나
그넘의 범법자란 딱지가 맘에 걸려 이젠 가고 싶어도 꺼림직해서 못 간다.
덕주봉 만수봉 월항 삼봉과 주흘산 부봉 마패봉 신선봉들이
떼거지로 나와 도열을 하곤 마지막 하산길의 산찾사를 배웅해 준다.
그래..
잘있거라
아무 생각없이 걷다보니...
그간 내 뒤를 잘 따라 오던 산우님들이 한명도 안 보인다.
멋진 조망에 취했나 보다.
정적에 잠긴 덕주사를 스처 지나
아스팔트길을 따라 내려서자 갑자기 추워진다.
지금껏 나시차림으로 걸었어도 추위를 몰랐는데 다 내려오고 나니 추워지는건 또 뭔가 ?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산에 대한 허기가 더 지던 시절이 지나자
비로소 난 빠름 빠름의 속보 산행에서 벗어나며 느림의 미학과 기쁨을 알게 됐는데
딘장~!!!
오늘은 어떻게 하나 보니 빨라도 너~무 빨리 내려온 덕에 2시간 넘게 한데서 떨어야 했다.
오랫만에 들려본 월악산....
산은 여전히 그모습 그대로 거기서 나를 맞아준 하루를 정리 한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
(오늘의 발자취를 동영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