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부터 '한국의 산하'는 하루면 서너번씩 찾게 되는 사이트가 됐다.

그중에 종주산행기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종주에 도전해야지하는 막연한 꿈을 갖게 됐다.

사실, 가까운 모악산을 주말마다 찾았고 가끔씩은 산악회를 따라 이산 저산 가보기도 했지만 하면 할 수록 어려운게

등산였다.

특히 산악회를 따라가는 산행은 이미 전문산악인들이 되다시피한 그들의 보폭을 따라가기가 힘들어서 몇번

따라갔다가 이제는 아내와 단둘만의 산행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아직 산행은 초보수준에 항상 머물러 있다.

저같은 초보 수준의 등산객들께서 참고하시라고 지리종주산행기를 올린다. 저역시 한국의 산하에 글을 올리시는

이향진님,김동수님 같은 여러분들의 도움이 산행 내내 큰 도움이 됐음을 감사드립니다.

 

큼 맘먹고 낸 휴가와 6월6일 현충일을 끼고 지리산 1박2일의 종주산행을 계획했다.

당초에는 2박3일의 산행을 할려고 맘 먹었으나 7일에 꼭 참석해야 하는 약속이 생겨 1박2일로 줄였다.

종주 산행 내내 후회막급한 일이었다.

 

1.산행일시: 2009년 6월5일~6일

2.코스:성삼재(새벽3시출발)~노고단대피소(3시40분도착)~피아골삼거리(5시10분)~노루목삼거리(6시15분)

         삼도봉(6시50분)~화개재(7시25분)~연하천대피소(10시도착 점심,11시출발)~벽소령대피소(13시05분 도착)

         세석대피소(17시30분도착,1박)~세석대피소(오전7시출발)~장터목대피소(9시도착)~장터목출발(9시10분)

         천왕봉정상(10시10분도착)~장터목대피소(점심,12시10분출발)~백무동주차장(14시50분도착)

3.산행거리 및 시간

        1)성삼재-세석대피소: 22.1km, 14시간30분(휴식시간포함)

        2)세석대피소-천왕봉-장터목-백무동: 12.1km, 7시간50분(휴식시간포함)

 

전주역에 새벽1시7분 여수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선반위엔 종주에 나서는 산꾼들의 큼지막한 배낭들이 올려져 있고 서울등에서 오는 산꾼들은 잠에 골아 떨어져 있다.

새벽 2시20분에 구례구역 도착, 성삼재까지 25분만에 주파, 운전기사님이 다음 열차에서 내리는 종주 산행꾼을 위해

빨리 구례구역에 돌아가야 한다며 18km에 이르는 구비구비 고갯길을 곡예운전으로 주파했다.

차에 내려서는 아내는 멀미가 날 정도로 심하게 운전했다. 마주오는 차가 있었다면 그대로 정면 충돌했을 것이다.

택시요금은 35,000원

 

 

 

반야봉 넘어로 일출이 시작되고 있다. 이때만해도 새벽 쌀쌀하면서도 상쾌한 공기 덕에 힘든 줄 모르고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임걸령 샘물이 시원하다.

 

새벽 밝은 햇살과 신록이 참 잘어울린다.

 

거꾸로 내려가는 삼도봉 밑 550계단은 내려가는 이에게는 행복이지만 오르는 이에게는 죽음(?)

 

화개재까지도 당초 계획시간을 한시간여 당겨서 도착하는등, 신이 났었다.

 

반야봉 오르는 노루목 삼거리

 

약간씩 지쳐 간다. 김밥으로 허기를 보충하지만 산행시간이 6시간이 넘으면서 졸립기도 하고 무척 피곤해진다.

 

연하천대피소에 10시에 도착해서 라면을 끓여 먹고 11시에 다시 출발하지만 쏟아지는 졸음때문에 걱정이다.

이미 다리 힘은 풀려서 대피소에 도착 직전 뒤로 벌렁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연하천 주변 나무들이 참 멋있다.

 

쭉쭉 뻗은 구상나무들이 파란 하늘 흰 구름과 어울려 발길을 잡는다.

 

 

 

형제봉 소나무가 멋지게 폼을 잡고 있다.

 

 

연하천 대피소에서 벽소령댜피소까지 이제 남은 구간이 허덕이게 만든다.

 

죽을 힘을 다해 도착한 벽소령 대피소, 오후 1시가 넘어서면서 이제는 밀려드는 잠과 더위로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렇지만 주변 풍경은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든다.

출발전 아내가 처음하는 지리종주, 언제 또 할지 모르는데 똑딱이 디카 가지고 갔다가 후회말고

대포같은 DSLR을 가지고 가라고 권한다(?)

이 말에 혹해 DSLR 매고 갔다가 종주 내내 얼매나 고생했는지...

 

아내와 함께 벽서령대피소에서,

한잠 청한 후 다시 세석을 향해 출발한다.

 

벽소령에서 세석까지는 6.3km,

나에게는 죽음의 구간였다. 이미 기력은 소멸된 상태고 다리에 마비현상이 나타나고, 발걸음을 떼기 조차 힘든 상황이 왔다.

무엇때문에 종주를 하자고 했는지부터 후회가 되기 시작해서 내가 여기서 쓰러지면 119 구조대원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지?

산행 초반길에는 헬기장도 여러군데 표시돼있던데 왜 이 구간에는 헬기장도 없지?라는 혼잣말을 하면서

쓰러질듯 넘어질듯 진행한다.

아내에게는 먼저 가라고 하고 몇걸음 걷다가 다시 쉬고, 걷기를 반복한다.

마의 구간였다.

세석에는 성삼재에서 출발한지 무려 14시간30분만인  오후5시30분에야 도착했다.

살아서 도착한 것만도 참 다행였다.  체력은 물론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아

다음날 장터목까지 가고 나서 백무동으로 하산하기로 아내와 상의한다.

 

다음날 아침 다시 기력을 회복했다. 기왕 여기까지 온 것 천왕봉은 올라갔다가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아내의 말에

동의한다. 또 내려가는 코스도 중산리로 하산 할 경우 진주에 가서 전주가는 버스를 타야하는 불편이 따를 것 같아

백무동 코스로 하산하기로 한다.

 

촛대봉에 오르니  저 멀리 천왕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변 경관에 입은 벌어지고...

 

고지가 높아서인지 맑은 공기와 바람이 너무도 상쾌하다. 그래서 다시 힘이 얻어지는 느낌이다.

 

 

 

 

장터목 산장은 생략하고 바로 배낭을 벗어놓고 천왕봉 정상에 도전한다.

그림같은 제석봉 길

 

 

아내가 옆에 없었다면 이미 포기하고 헬기에 실려 벌써 산밑으로 내려갔을 것이라는 생각에 고맙기만 하다.

저 뒤에 구름 사이로 둥근 엉덩이 같은 반야봉이 보인다.

 

 

천왕봉 밑에는 아직 철쭉이 피어 있다.

 

자리 다툼끝에 겨우 기념사진 한 컷

 

 

 

구름과 주변 봉우리들이 환상의 경관을 만들어 낸다.

 

 

 

다시 장터목으로 내려와서 라면을 끓여 먹고 백무동으로 출발한지 2시간50여분만에

백무동 입구에 도착했다. 재작년 처음으로 천왕봉에 올랐을때는 장터목에서 백무동 입구까지 무려 4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오늘은 참 빨리도 내려왔다.

이틍동안 지리종주를 무사히 마치고 산 아래로 내려왔다는게 기적같다.

물론, 시간이야 23시간이 넘어 챙피할 정도지만 완주했다는 게 나에게는 큰 성취감으로 다가온다.

정말 쓰러질 것 같았던 종주 내내 사서 무슨 고생이냐는 푸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지만

완주후에는 다음 도전을 얘기한다.

그래, 몇가지는 우리가 너무 준비가 소홀했어,

과일 준비는 필수야, 사과나 오이 이건 꼭 가져와야 해,

또,삼겹이나 돼지고기복음 이것도 필수야 냄새때문에 살겠니~~

필수중에 필수는 에어파스야, 에어파스 준비안했다면 완주는 상상도 할 수 없었어

아침 미역국 끓여 미역죽을 만드니까 속이 편안해지더라

왠 알프스 가스를 3개나 넣었어? 두명이면 알프스 가스 한개로 세번의 식사준비를 마칠 수 있던데

그것도 3개나 넣어서 배낭만 무겁게 하고 말야~~

1박2일이면 가스는 2개면 충분하고 대피소에서 가스도 팔고 라면도 팔고 햇반도 팔고

과일을 방울도마토 약간만 준비했던 우리는 초장에 방울은 없어지고 내내 과일을 먹지 못해

넘들이 먹는 장면에 침만 삼켰는데 장터목대피소에서 팔던 황도통조림은 사막에 오아시스였다.

종주산행에는 과일이 필수였다.

또 한가지를 추가한다면 우리는 매실청 원액으로 효험봤다. 지쳤을때 원액 한모금,

탈진했을때 원액 한모금, 속이 거북할때 원액 한모금으로 기력을 회복했다.

종주한다면 꼭 가져가면 후회하지 않을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보라면 2박3일의 지리종주 계획을 세우시기를 부탁드린다.

 

이제 산행기를 마친다. 우리처럼 초보산꾼 여러분들이 참고하시기를 바라면서 좀 길게 쓴 것 같다.

다시 한번 이향진님께 감사드리고 아빠와 함께 여전히 산을 즐기는 산동무 이 승현군에게도 

마음에 감사를 전한다. 산행 내내 승현이의 산행을 생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