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조계산

산행일 : 2011.11.03 (수)

누구랑 : 나홀로 안내산악회를 따라서.

어떻게 : 송광사~토다리 삼거리~피아골(국골)~연산봉 사거리~843봉~장군봉~선암사

            귀로에 순천만 갈대밭.

 

  (산행 개념도)

 

 

가을의 중심이다.

한줌의 바람에 도심의 가로수 낙엽들이 우수수 날린다.

요즘엔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라 낙엽을 쓸어내지 않아 밟히고 밟혀

바싹 부스러진 처참한 몸띵이의 낙엽들이 이리 저리 쓸려며 비명을 내지른다.

어쩌면 저리도 떨어진 낙엽이 도심의 찌든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민초들의 삶처럼 느껴지는지 ?

요즘 세상 돌아가는걸 보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이 가을이 가면 곧 겨울이 올텐데..

 

쓸쓸함이 감도는 이른 아침

도심의 가로수 아래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런~!

날 버리고 그냥 버스가 스처 지난 얼마후 폰이 울린다.

 

"산찾사님 죄송해유~"

"깜박 햇시유~ 택시 타고 좀 오세유~"

 

 

 

도심을 벗어난 버스의 질주...

버스기사도 산악회 운영자와 닮아가나 보다.

그래서...

멀고도 먼길 쉽게 도착한것 같다.

 

오늘 들머리는 송광사.

아름드리 수목이 꽉 찬 사찰로 기억되는 곳이다.

반면 반대편 선암사는 예전 산행때 파르르 까까머리중의

애머랄드빛의 눈빛과 마주쳣던 기억이 너무도 강렬함인지 도통 기억에 없다.

ㅋㅋㅋㅋ

한적한 사찰에 코쟁이 이국의 사내는 전혀 생각도 못해본 일이라

이를테면 뭐~

문화적인 충격이라 해야될까 ?

우야튼 그랬다.

 

 

 

송광사 매표소...

선암사든 송광사든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입장이 된다.

어디가 더 비싼겨~?

 

 

 

 

매표소를 지나

송광사를 향한 숲길을 걷는다.

 

역시...

아름다운 숲길이다.

가을색이 너무나 아름답고 곱다.

떨어져 부스러진 도심의 낙엽에 애처롭던 마음이 비로소 풀어진다.

 

 

 

 

송광사...

사찰은 초봄의 여린 새순이 나올때와 지금이 제일 아름답지 않을까 ?

아름다운 풍광에 순간 걷고 싶은 마음이 싸~악 달아난다.

그냥 한정없이 머물고 싶다.

 

 

한번 오면 가지 말아라 애원하고 싶을만큼

송광사의 가을풍경은 아름답다.

수명이 짧을수록 아름다움이 더 진하게 느껴저 그럴테지만

유독 가을은 짧다란 느낌이다.

여름이나 겨울처럼 가을이 길게 이어진다면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이런 애뜻함이 있을까 ?

 

 

 

 

 

 

 

 

 

송광사의 빛좋은 단풍에

게으른 걸음을 옮기다 보니 모두들 사라지고 없다.

뒤늦게 따라붙는 바쁜 걸음은 대숲을 벗어나며 송광사와 이별을...

 

 

송광사를 벗어나자 마자....

웬 배추밭 ?

여긴 누가 농사를 짓는걸까 ?

올 배추농사는 풍년이라 더니 농사는 잘 된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낙엽지고 이 가을이 가면 곧 김장을 하자구 할텐데.

이궁~

먹는거만 좋치 괴찮다.

 

 

 

갈림길 토다리 삼거리에서 선두를 따라 잡았다.

직진길은 이미 걸어본 길..

다들 그곳을 향한다.

 

이곳 조계산은 이정표가 아주 잘 돼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그럼에도....

오늘 산행대장이 없어 그랬나 ?

산행 시작 전 한웅큼의 시그널을 내 베낭 옆구리에 쑤셔넣어주며

산행회 운영자님이 부탁을 했었다.

 

그런데...

선두의 한분이 갈림길에서

땅바닥에 종이로 된 시그널 하나를 놓고 갔다.

그럼

나 말고 또 한사람에게 부탁을 한 모양.

잘 됐다.

그럼 난 안가본 피아골로 빠지련다.

그러다 뒤 돌아 보니

이런~!

몇몇분이 나를 따라 오고 있어 할 수 없이 그분들을 위해 흔적을 남겨 놓았다.

 

 

피아골이란 이름이 

난을 피해 들어서는 곳이란 뜻을 담고 있어 그런지 골짜기가 깊고 험하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지리산의 피아골처럼 이곳 피아골도 

사상적 이념으로 인한 상흔의 흔적이 있었다.

1948년 14연대 폭동사건인 여순사태을 시작으로 1952년까지

이곳으로 숨어든 공비들을 소탕했던 쓰라린 역사의 현장인 국골 공비굴 입구엔 빛바랜

안내문이 나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만든다.

 

 

세월에 뭍혀 잊혀져간 역사의 현장은

쓰라림 만큼 아름답게 환생한 핏빛의 현란함인지

유독 단풍의 빛깔이 처연하도록 선명한 선홍빛을 닮았다. 

 

 

한적함으로 인한 

외로움이 절로 스며나는 국골....

상념에 젖어 걷다 보니 걸음이 빨라 졌나 보다.

나의 뒤를 따르던 몇몇 산꾼들의 모습은 길게 휴식에 들어도 보이질 않는다.

 

휴식을 끝내고 일어 서려는데..

몇 발자욱 앞에서 낙엽 스치는 소리가 얼핏 들린다.

살펴보니 지금껏 내 옆에서 함께 휴식을 취하다 이젠 나처럼 제 갈길을 가는가 보다.

독사 한마리가 느리게 느리게 자리를 옮기고 있다.

 

순간.

온몸에 돋아나는 소름들...

 

아흐~!!!!

야~ 임마..

난 니가 시러 시러

 

 

 

놀란 가슴에 심한 심장의 고동이 느껴진다.

그 심박수를 그대로 유지해 가파르게 치달아 오르는 국골의 탈출로를 올라챈다.

 

 

 

올라선 능선...

이곳부턴 예전에 걸어본 익숙한 등로.

 

오늘 날씨가 여름날 같다.

100년만에 찾아온 이상기후라나 뭐라나 ?

덕분에...

팬티까지 홈빡 젖었다.

 

 

유순한 등로에 육산이 길게 이어진다.

이래서...

조개산은 어머니의 품속 같다고 다들 얘기한다.

 

그래 그런지

쉬엄 쉬엄 걷는것 같아도 걷다가 뒤돌아 보면

어느새 성큼 성큼 내가 있던 자리는 뒤로 물러나 나를 바라본다.

 

 

저 아래와 달리

능선의 나무들은 이미 옷들을 홀라당 다 벗어제킨 누드...

그래 그런지 스산함이 감도는 풍광인데 날씨 만큼은 어울리지 않게 징글맞게 덥다.

딘장~!

 

 

발걸음은 이미

장박골 삼거리를 지나고...

 

 

 

등로가 어느새 조릿대 숲길로 색깔을 바꾼다.

평일이라 그런가 ?

정말 아무도 없다.

나홀로 계속 걷는것도 괜찮다.

연산봉을 거처 오는 산님들과는 사뭇 거리가 많이 벌어진게 틀림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성질급한 속보를 추구하는 산꾼이면 이쯤이면 따라 붙을법도 한데..

 

 

 

 

 

 

843봉을 넘긴후...

 

 

 

걸음은 이제 장박골 정상에....

호남정맥길의 중요 갈림길이 여기다.

이제 내 걸음을 몇걸음만 옮기면 장군봉 정상에 닿을거다.

 

 

 

장군봉 정상.

뙤약볕이 따갑다.

점심을 먹긴 해야 하는데 장소가 마땅찮다.

그늘을 찾아 선암사로 향한 갈림길에 시그널 하나 깔아주고 내려서는데...

이제 막 꺼꾸러 선암사에서 올라서는 같은 일행팀들이 보인다.

내가 넘~ 빠르게 걸었나 ?

 

 

 

 

 

 

 

장군봉을 내려서다

조망이 좋은 암반을 찾아 자리를 잡고 홀로 점심을 먹었다.

맛~?

몰러유~!

같이 먹어야 맛이 더 좋은데...

 

자리를 정리후

선암사로 향하려는데 우리 일행 선두의 두분이 지나간다.

 

 

 

 

함께 이야기나 하며

걸어 내려갈까 했는데 사진 몇컷 찍다보니 사라진다.

 

초반의 내림길은 험로에 단풍은 다 떨어진 모습이라

이내 선두를 따라 잡아 함께 내림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선암사가 지척이다.

 

고도를 한껏 낯추자

빛좋은 단풍이 시작되고

나의 두발은 다시 밧줄로 꽁꽁.....

 

 

 

 

 

 

 

단풍의 정취에 취해 걷다보니

벌써 오늘의 목적지 선암사에 이른다.

 

선암사의 경내는 물론 주위의 풍광은 가을의 절정을 치닫고 있다.

그간...

사람들을 볼 수 없었는데

선암사에 이르자 비로소 붐비는 행락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찍 내려오니 할일이 없다.

그제서야 드는 후회...

 

에잉~!!!

괜히 일찍 내려왔네.

 

사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따로 있었다.

조계산 산행후 들리기로 한 순천만의 갈대숲 공원이 그곳.

그런데...

후미가 많이 늦는다.

무려 2간이나 기다린끝에 출발한 순천만 갈대숲.

그러나...

멀고 먼 귀가길이 걱정된 운영자가 할애한 시간이 겨우 30분.

 

점점 떨어지는 낙조와

순천만 갈대의 풍경을 잡으려면 전망대가 좋덴다.

이정표엔 거리표기도 없다.

조금만 가면 되겠지 하며 걷다 보니 멀리도 왔고 허락된 시간은 촉박하다.

 

기다리고 있을 일행들의 눈치밥을 감당하기엔

간뎅이가 아직은 함량 미달이다.

지금 되돌아 가기도 벅찬 거리와 시간...

아쉬움을 접는다.

정상이 바로 코 앞인데....

다음에 넉넉한 시간과 여유를 갖고 찾아야 될것 같다.

 

헥~!

헥~!

헥~!

 

그날 산찾사는 졸라게 뛰었다.

딘장~!

땀에 젖은 빤츄가 도로 다 흠뻑 젖도록 뛰었다.

흐이구~!!!!

 

산행기를 끝내며 산찾사 부탁.

그날 아주 쬐끔 늦게 도착한 산찾사 많이 미워하지 말기....

ㅋㅋㅋㅋㅋ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