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산, 곰재산, 사자산
 


                산행일자 : 2006년 5월4일 목요일
                산 행 자 : 평택, 안성목요산악회원
                날    씨 : 맑음 (시계보통)
                교    통 : 좋은하루투어



♣  이 땅에 철쭉꽃이 맨먼저 상륙하는 남도 끝자락 바닷가. 전남 장흥군과 보성군의 경계에 솟아있는 제암산(807m)이다. 산허리가 철쭉으로 활활 불타오른다. 전남 장흥군에 위치한 제암산(8백7m) 은 남도제일의 철쭉꽃밭이라는 제암산과 사자산(6백66m) 사이에 있는 곰재산이 제암산의 유명한 철쭉군락지다. 수만평의 너른 땅이 온통 철쭉으로 뒤덮혀 있어 장관이다.

남북으로 뻗은 능선이 장쾌하면서도 준마의 등허리처럼 미끈해 매우 당당한 느낌을 준다. 곰재는 동학군이 관군에 쫓겨 넘었다는 고개. 보성군 웅치면의 지명도 여기서 비롯됐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는 사자산은 사자가 고개를 쳐들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있다. 소백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전남 장흥군의 제암산은 벼슬을 마다 하는 고고한 선비처럼 숨어있지만 이곳의 철쭉은 나그네의 마음을 울렁이게 만든다.

사자가 앉아 있는 듯한 형상을 한 사자산 옆의 제암산은 장흥과 주변의 모든 바위들이 이 산을 향해 엎드린 것 같이 보여 임금바위산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철쭉 제단을 중심으로 사방 3만평에 빼곡이 핀 철쭉꽃은 등산로를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울창하여 산행객의 혼을 빼 놓게 된다. 또한 장흥을 가로지르는 탐진강 건너편에 있는 수년전을 올라가면 남산 정상 부근에 만개한 벚꽃의 흐드러진 향기도 만끽할 수 있다.


♣ 장흥벌을 향하여 울부짖는 사자형상으로 일컬어지는 사자산(獅子山 666m) 은 제암산, 억불산(518m)과 더불어 장흥의 삼산으로 꼽히는 명산이다. 장흥읍쪽 봉이 사자머리 같다하여 사자두봉, 정상은 남릉과 더불어 꼬리같다고하여 사자미봉으로 불린다.

장흥벌에 솟구친 사자산은 철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봄이면 파르한 기운이 스며 들면서 생명의 신비함을 느끼게 하고 여름이면 푸른 초원으로 변하고 가을이면 억새가 날리면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산이다 사자두봉에서 사자미봉까지 이어지는 약 2km의 능선은 부드러움과 거친 자연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남서면의 기암 절벽은 설악산의 어느 암릉에도 뒤지지않을 정도로 웅장하고 힘찬 자연미를 보여준다 . 주능선 중간쯤의 안부와 능선 남쪽 사면은 전국에서도 유명한 활공장이다.



      첫걸음인 제암산에 대한 기대치는 그저그랬다
      오히려 너무 긴 차의 길에 대한 염려와
      그에 비례하는 산행시간의 짧음에 대한 계산이 일찌감치
      기대를 반감케 했는지도 모른다

      다행히 목욜마다 내리던 비소식은 홀가분히 털어버렸는데

      서해안고속국도를 탄 <좋은하루>는 무한질주라도 하는지
      모든 차들을 뒤로 내몰며 달렸다

      그러나 우리가 <좋은하루>에서 벗어 난 시간은
      정오가 지난 12시 20분이었으니

      점심 해결할 시간에 등짐 메고 입산하니...


 




길의 흔적 : 공원묘지(신기마을)-촛대바위-갈림길-제암산(back)-곰재-간재-사자산미봉-패러글라이딩활공장-신기마을주차장(약5시간)

 

정오가 지난 12시:20분
들머리 장흥군 공원묘지가 있는 신기마을 주차장에서 출발
잘 정돈 된 망자들의 집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입산 초입부터 잔너덜들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는 길을 계속 오른다
길이가 짧은만큼 길은 가파르다



너덜지대
오월 초 기온인데
온몸은 달궈진 철판에 던져 논 낙지 꼬락서니다
사방 널려진 너덜들이 열을 듬뿍 받아 복사열로 후끈하다

어지럼증이 발생 서행하라는 경종이 울리니 잘가던 다리는 무용지물이요
넉넉지 못한 허파는 폐물이 되었는가 길 한켠에 허물어진다
허파도 리필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초반에 무너진 몸을 끌고 지렁이 걸음으로 조금씩 기어간다
이러다가 언제 사자산까지 가나??

몸은 무너져도 의지만은 저 홀로 살아 남아서
무너진 몸을 다둑인다



첫 번째 전망대
자상한 목요회장님을 모델로
물론 모델료는 공짜
오히려 음료수 2병을 뇌물로 받았음을 자진신고함



임금바위를 안고 있는 고스락을 향하여
하나, 둘씩 열리기 시작하는철쭉 밭 사이를 오른다



금세 오름길 첫 번째 전망대가 보이고 뒤에 금산저수지가
왼쪽으로 올라가는 능선은 사자두봉으로 가게 된다

올라 온만큼 보여지는 지나 온 길을 내려다보니
빤히 보이는 가야할 길에 대한 의욕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갈림능선(케언있는 곳)에 올라서면 고스락 쪽 임금바위가 빤히 보인다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 몸은 임금을 만나기 위해 재빠르게 진행하는데
선두는 하마 임금님을 알현하고 오고 있다

후반전에 강한 의지력을 보이는 몸을 생각하니 별 염려는 없지만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려면 때에 따라 마라톤도 불사해야한다



촛대바위인가
진행방향 왼쪽 계곡 아래에 멋진 풍경이 있다
어떤 그림도둑님은 저기 아래에 까지 내려가 있었다



고스락 풍경
임금 (帝)위엔 산님들이 열매가 되어 주렁주렁 열였다
통신시설이 있는 곳을 지나고 오른쪽 길섶에 제암산 표지석이 있다



임금바위 왼쪽



임금바위 정상부 오르내리기는 별로 어렵지 않지만 조심

帝위에 오르려는 산님들은 왼쪽에 붙어오르지만 가운데 직벽으로 오르는 것이 더 쉽다
잘 살펴 보면 디딜데와 잡을데가 적당히 있다
왼쪽으로 내려왔더니 해산굴같은 지점이 있었다 그러기에 몸피가 조금만 두꺼워도 빠져나오기 어렵다
물론 배낭을 벗는다면 쉽게 들락날락



임금바위 위에서 복흥제가 보이고

낮은 곳에서부터 타오르던 연두빛 불길은 온산을 휘감아
이산저산 빛을 조금씩 다르게 물들인다

단풍의 색감이 산릉마다 다른 것은 나무의 수종이 각기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무르익은 연두로 달아 오르고
때로는 솜털같은 연카키를 일으켜 세워놓고

아직은 철쭉을 깨우기 일렀는지 입을 다문 채로 더 따사로운 햇살과 바람을 기다리고 있나보다
드문드문 연 입술 사이로 한아름의 봄을 깨물고 있다

호들갑스러운 진분홍의 색감보다
조금 흐린 듯한 그래서 빈혈을 앓기라도 하는 혈색 없는 흐릿한 연분홍이 더 아름다운데
인위적으로 심은 것일까? 거의 다 촌색시같은 철쭉 뿐이다

그런면에서 살핀다면 바래봉의 철쭉밭으로 가야겠다
이미 오월의 가운데를 지난 5/20일 바래봉에 들 터이니
그 때에나 눈과 맘이 호사를 누리게 될런지...



임금님 머리 위에서 한참을 돌아보며 그림을 줏어 담는다
디카가 무거워 할지 모르겠다@@@

감나무재에서 시작되는 능선인지
시루봉에서 가지 치는 능선인지
제법 아름다운 바위 하나씩을 세워놓고 여유있게 올라선다



힘들여 오른 길  임금님 머리 위에서 점심도 해결하였으니 이제 아쉬움을 접어두고
힘은 임금님 머리 위에다 살그머니 내려 놓고 내려섰다
곰재로 들기 위해  왔던 길 다시 되돌아 가다 미처 못 담은 그림 줏어 담고
곰재의 빛에 홀려 몸이 빨려든다



곰재산으로 가는 길
제법 화려해진 곰재를 향하여 눈독 들이면 누가 손짓 하지 않는데도
재촉 받은 길인양 등산화가 놀랠 속력으로 뛰어 내린다
산은 정직하다

뛰어내리던, 기어내리던
항상 내려 선 만큼 다시 올라서야하는 이치를
때로는 힘들다는 생각이 마술같은 눈 속임에라도 빠진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혀 빼물고 올라야 할 순간이 올지라도
내림만 보면 신 바람 난 똥강아지가 되어 버리는 순진무구함

길은 만만하게 내려가고
만만하게 여겨지니 다리는 만만찮게 뛰어내린다
곰재를 향하여



형제바위
너무 팔닥거리니 '제발 정신 퍼득 차리고 우리 좀 보소'

형제가 각기 자기 목소리를 내는 듯
화기가 애매하다
방어벽을 가운데 세워놓고 적당히 삿대질도 해가며 !@#$%^&*
가운데 방어벽 아래에선 산님들의 소꿉장난??



제암산에 흘러내린 능선과 곰재산으로 기어오르는 곰 한 마리가 자웅을 겨루는 사이
철쭉은 소리없이 피어나 키를 넘나들며 머리위에서
때론 어깨를 나란히 하자며 발걸음 붙잡는다
이제는 곰재산으로 오름인고로
허파는 또 온 몸으로 더듬는 지렁이가 되자네



곰재산을 바로 뒤에 두고 암릉에 올라서 부른다
몸짓을 눈여겨 보니 일행이다
꽃밭을 보고 무덤덤할 이 있을소냐
꽃대궁이는 목 위에서 간들어진 웃음을 짓고
붉게붉게 타오른다

곰재산 가는 이 지점이 제일 환한 꽃산이다

환경이 어쩌니, 공해가 어쩌니 해도
작년이나, 올해나 꽃을 피우는 시기는 거의 일치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변덕에도 끄덕 않는 것은 자연의 걸음이다

우리의 마음이 성급하여
이 때쯤이 적기일 것이다 속점을 치지만
자연은 때가  가장 알맞다고 여겨질 때, 모든 것이 확실하게 일치했다고 여겨질 때
꽃도 눈을 열고 입술도 여는 것이다



그랬다
환호작약은 먼데 한 점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위치에서도
당신들을 향하여 디카를 들이대는 자가 누구인지를



보성군 쪽으로 눈길을 주어 본다
장흥군과 보성군 경계에 선 제암산과 사자산
군끼리 서로 아웅다웅하는 빌미를 주어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는 건 인간이고
그래도 꽃은 피어난다
장흥군이든, 보성군이든 공평하게
공평한 햇살을 받아
공평한 바람을 받고



사자 꼬리봉이 보이는 지점
요강바위와 망경굴이 지척인데 철쭉동산에 홀려 그냥 지나간다



가던 길 돌아서서 임금바위를 올려다 본다
곰재 아랫자락을 치장한 꽃레이스



요강바위쪽을 뒤돌아 보다



간재에는 팔벌린 이정목이 가운데  섰다



간재를 지나며 사자 머리봉을 미리본다
남은 시간을 계산해 보고 갈지 말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내려 선 길 뒤돌아 본다

아!! 아까운 길들
꽃비단 길



철쭉평원에서 내려다 보니 왠일인지 헬리포트 세개가 연이어 있다




아름다운 테마공원을 뒤로 하며 마지막 암릉을 오르기 직전
꽃길을 걷고 있는님은 무얼 생각하실까?



사자 꼬리를 향하다가 각시붓꽃 무리를 만난다



사자산(사자미봉)
직진하면 일림산가는 길인데

고스락에 두손 모으고 기도하는 이가 보인다
천지 지으신 창조주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것일까?



기도로 본을 보이신님을 따라 같은 마음으로
모든 것에 대한 감사
비록 짧은 기도지만



꽃길을 걸으며  꽃무덤이 되어 버린 님들





날씨가 점점 흐려진다 고개 쳐든 사자머리봉이 가뭇하다



사자가 꼬리를 들어 올렸다 살짝 내리는 사이 어느새 길은 꿈결같은 품으로 달려들고



비동제를 내려다 보고 선   닮은 꼴 두 마리



사자산 등은 너무 아름답다
시간상 사자 머리를 포기해야 할 듯 한데
유혹의 길이 이어진다



사자 머리봉으로 향하는 길에

  

꽃산을 지나 보성만으로 한달음에 가자!

사자산으로의 걸음은 한걸음조차 아깝다
길 숙지를 제대로 했다면 사자 머리를 확실하게 밟고
금산지를 향하여 얌전히 발 모으는 사자의 발톱을 끝으로 마무리를 해야는데

선봉자의 식견에 지레 겁 먹고 활공장(패러글라이더)까지만 보고 돌아섰으니...

   

398봉은 월계지에 꼬리를 담군다
나즈막한 주제에 암릉을 암팡지게 매달고 있어 눈꼬리 옆으로 찢어가며 열심히 훔쳐본다

낮은 산들을 허위허위 건너며 보성만이 들어서는데
바다가 설레발이라도 쳤는가
구름이 바다를 덮쳐 바다 (海)인지, 구름 (雲)인지 긴가민가

패러글라이더 활공장에서 200m 되돌아 나오면 신기마을로 향하는 이정목을 지표 삼아
고샅을 들어서면 산죽이 마지막 길 배웅이나 하듯 이어지고
그것도 잠시 임도와 두 번 맞닥뜨린 후
세 번째 임도를 만나면 길은 끝까지 임도를 고집한다

주차장에 닿은 시간은 약속시간에서 조금 여유가 있으니
소금에 절은 몸을 화장실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마무리.



            연두빛에 멱감은 산들이
            어느덧 색감이 더욱 선명해졌다

            꽃이 없으면 어떠냐고
            짐짓 품은 욕심 전혀 없는 듯 빈손 내밀고 시치미를 뗐는데
            왜 그랬던가
            변덕맞게 꽃산 앞에 두고 무참하게 무너진다
            당당함도, 무던함도, 의젓함도, 고상함도

            체 하던 그 모든 껍질들을 벗고 그저 그런 본심을 드러낸다
            봄산은 굼뜬 마음을 뜨거움으로 불 지피고
            무딘 마음 날을 세우라 일으킨다

            잘난체, 점잖은체 그래봤댔자
            봄산앞에, 꽃산앞에 무너진다

            봄산은 그런 것이다
            꽃산은 그런 것이다

            아파 누운 이에게 희망을 주고
            활력을 주고  꽃을 피우듯 소망도 꽃 피우는 것이다

            환한 꽃산에서
            행여 내걸음 우쭐거리지 않게 하시고
            된오름에도 포기하지 않고 산을 느끼며
            천천히 그러나 쉼없이 흐르는 물 같은 걸음 걷게 하소서

            힘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꽃산
            너도, 나도, 모두 다 볼 수 있게 하소서
            공평하게, 공평하게



            01  Song For Sienna

            02  Lavender Hill